The Mob is one of the world's top ten master RAW novel - Chapter 55
◈ 55화. 진무립의 신위
당우의 간절함이 통했는지 그녀에 앞서 조영성이 나섰다.
“먼저 말을 꺼냈으니 내가 나서야겠지.”
조영성이 비록 괴팍한 성격을 가졌다곤 하나 검 끝의 날카로움은 이들 중 수위를 다투는 인물이었다.
모두가 널찍이 공간을 만드는 가운데 이제껏 잠자코 지켜보던 단려화가 전음을 보냈다.
[그건 안 돼요.]진무립은 씩 웃으며 발을 내디뎠다.
[걱정 마. 삼두육비의 괴물은 무림의 평화를 깨뜨릴 생각이 없으니까.]진무립의 등을 응시하는 단려화는 내심 안도하며 단상에 걸터앉았다.
‘천음지체. 이건 아버지의 육감만큼이나 사기적인 능력이야.’
최근 진무립과 누구보다 많이 비무를 해온 자신이다.
문제점을 발견하면 일다경도 지나지 않아 수정하고 똑같은 허점은 절대 반복해서 드러내지 않는다.
노파심에 전음을 보내긴 했으나 진무립의 경화사검은 자신조차 경악할 정도로 매서워진 상태.
일개 후기지수가 감당할 수준이 절대 아니었다.
‘당신들의 앞에 있는 사람은 천하십대고수예요.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기대하겠어요.’
그녀가 싱긋 웃는 순간, 지면을 박찬 조영성의 신형이 엄청난 기세로 쏘아졌다.
예고 없는 기습을 보아하니 확실히 다른 후기지수들과는 다르다.
“선수필승!”
진무립의 신형이 우측으로 길게 미끄러졌다.
“기습은 입을 다물고 해야지.”
동시에 매서운 일격이 허공을 가르자 조영성은 물론이고 모두의 눈에 당혹감이 번졌다.
‘피했어?’
진무립이 무위까지 출중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당문경과 비각의 공작으로 혈천수라를 제거한 사실은 낭설로 치부된 상황이니까.
일개 왈패에게 얻어맞았다는 인물이 청성파 제자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고 있으니 그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조영성의 발이 지면에 닿는 순간, 그의 좌측에서 오싹한 한기와 함께 날카로운 일검이 쏟아졌다.
이를 악문 조영성은 즉시 자세를 낮추며 검을 올려쳤다.
“어딜!”
치잉!
검 끝의 미세한 스침과 함께 청명(淸鳴)이 흩어진다.
‘제기랄. 못 쳐내다니.’
검극을 스친 진무립의 검이 뚝 하고 떨어지자 조영성은 흐트러진 자세에서도 날렵하게 뒤로 몸을 날렸다.
추격하는 진무립의 눈앞으로 네 개의 검영이 흩어지며 사지를 노려왔다.
청성파의 절기 낙화무정검(落華無情劍) 사영비궁(死影飛穹)의 초식.
불안정한 자세에서 펼친 초식치곤 나무랄 데 없었으나 상대가 좋지 않았다.
진무립은 즉시 경화사검 유섬오식의 초식으로 응수했다.
섬광처럼 쏘아진 다섯 갈래의 검영이 섬뜩한 기세로 조영성의 검영을 집어삼켰다.
카카카캉!
경악한 조영성은 헛바람을 들이켰다.
“헛!”
설마 이것까지 막힐 줄은 몰랐다.
‘이런 괴물이 왈패에게 얻어맞고 다녔다고? 그 왈패가 무슨 십대고수라도 된단 말이냐?’
물러나는 조영성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 때, 운광검의 검면이 엄청난 기세로 조영성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쾅!
솟구치는 폭음이 심상치 않다.
화살처럼 튕겨 나간 조영성이 담장에 부딪히며 울컥 피를 토해냈다.
자존심에 상처가 난 그는 피에 젖은 이빨을 바드득 갈며 벌떡 일어났다.
“아직…….”
부릅뜬 조영성의 눈에 진무립의 섬뜩한 미소가 빨려들 듯 확장됐다.
“안 끝났지.”
조영성은 다급하게 검을 끌어 올렸으나 진무립의 운광검은 마치 뱀처럼 그것을 거슬러 올라갔다.
콰직!
“큭!”
검면에 얻어맞은 머리가 기우뚱하며 몸의 균형이 흐트러진다.
진무립은 쓰러지는 그의 상체를 왼발로 올려 찼다.
퍽!
조영성의 신형이 지면에서 한 자 남짓 떠오른다.
진무립은 순식간에 보폭을 벌렸고.
이내 그의 전신에서 살갗이 에일 듯한 한기가 솟구치더니 연무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후기지수 중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전개.
넋을 놓고 지켜보던 이들은 옷깃을 파고드는 엄청난 한기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조영성이 반격조차 못 하고 당해?’
이젠 그에 대한 소문 중 뭐가 맞는 건지 정말 모르겠다.
모두의 눈이 경악으로 물든 시점.
진무립의 검끝에서는 경화사검 사검주유(死劍舟遊)의 초식이 펼쳐지고 있었다.
솟구치고 하강하며 흩어지고 다시 모이는 죽음의 검무.
쏴아아!
물결치는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솟구친 수십 가닥 검영이 뱃놀이하듯 조영성의 전신을 훑고 지나간다.
“크아악!”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통증과 전신으로 침투하는 음한지기에 찢어질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으…….;’
지켜보던 당우는 치를 떨며 몸서리쳤다.
하지만 다른 이들에겐 그럴 기회조차 없었다.
진무립의 진짜 실력에 경악한 그들에겐 다른 생각이 파고들 여지가 없었으니까.
그들과 달리 흑영대의 눈빛은 환희에 물들었다.
검의 속도에 비해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면받았던 경화사검에 놀란 것이 아니다.
사대거파의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하던 게 엊그제 일인데 자신들의 소공자가 청성파의 제자를 완전히 압도하고 있으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환을 비롯한 철검대의 눈빛도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소공자를 선택한 우리의 결정은 틀리지 않았다.’
찟겨져 나간 청성파의 도복이 바람에 나풀거리며 지면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멈출 줄 모르던 진무립의 공격은 조영성이 바닥에 쓰러지고 나서야 끝이 났다.
“크으으…….”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조영성과 달리 진무립은 어깨조차 들썩이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엔 보여지는 것 이상의 차이가 있다는 걸 모두가 여실히 깨달았다.
숨 막히는 정적으로 가득한 연무장.
천천히 돌아서는 진무립의 광기 어린 미소가 모두의 뇌리에 선명한 각인을 새겼다.
“다음은 누구냐?”
귓속을 파고드는 것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목소리.
“…….”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이가 없었다.
진무립의 무위에 그야말로 압도된 것이다.
입술을 지그시 깨문 당소소는 마른 침을 삼켰다.
‘저기 쓰러져 있는 건…… 내가 될 수도 있었어.’
만일 당우의 경고에 멈칫하지 않았더라면 필시 그랬을 거다.
머릿속으로 몇 번이나 되새겨봐도 진무립의 경악스러운 검초를 막아낼 그림은 그려지지 않았다.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자 진무립은 운광검을 고쳐 쥐고 말했다.
“눈앞에서 동료가 당했다. 갚아줘야 할 게 아니냐?”
일단 시작을 했으면 어중간하게 끝내선 안 된다.
보여줘야 할 땐 차이를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진무립은 비릿한 미소로 그들을 도발했다.
“사대거파에는 겁쟁이밖에 없나?”
그 말에 얼굴에 시퍼런 점이 있는 사내, 점창파의 곽도진이 앞으로 나섰다.
“그런 말을 듣고도 참을 수는 없지.”
그는 검을 역수로 쥔 채 절도 있게 포권을 취했다.
“점창의 곽도진! 귀하에게 전력을 다해 도전하겠소.”
정중하게 예를 갖추는 모습이 껄렁하던 아까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한 명의 무인으로 진무립을 인정하기 시작한 거다.
“귀하?”
“날 이기면 대주로 불러드리지.”
그 말은 패하면 진무립을 대주로 인정하겠다는 소리.
진무립의 입가에 실소가 번졌다.
“건방지긴.”
호기롭게 나선 곽도진은 불과 십여 초를 견디지 못하고 패했다.
그 뒤로 점창의 호유봉과 구화진, 청성의 견차보까지 줄줄이 십 초식을 넘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당소소는 비로소 깨달았다.
‘이 사람은…… 결코 소가주의 밑이 아니야.’
비록 여기 남은 이들이 금호대에서도 실력이 떨어지는 편이긴 하나 이 정도로 무참히 당할 정도는 아니다.
당소소가 본 진무립의 무위는 사천 무림에서 유일하게 신기팔신무에 포함된 당천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자신은 광무대에 차출된 유일한 조장.
이길 수 없는 싸움일지라도 상황이 여기까지 몰렸는데 나서지 않을 수 없다.
당소소의 뜻을 짐작한 당우가 다급하게 전음을 보냈다.
[누님! 저 인간은 괴물이라니까요!]전음을 가볍게 무시한 그녀는 주먹을 말아쥐고 포권을 취했다.
“당가의 당소소가 비무를 청합니다.”
손바닥을 들어 올린 진무립은 천천히 손가락을 당겼다.
“와라.”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품에 넣었던 당소소의 손이 전방으로 뻗어 나갔다.
구암환영공(究暗幻影功) 금구탄경(金毬彈勍)의 초식.
쌔애액!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십여 개의 쇠구슬이 진무립의 전신으로 날아든다.
진무립이 피하지 않고 자세를 낮추는 순간, 후방의 구슬들이 전방의 구슬을 비껴치며 모든 구슬의 궤도가 틀어졌다.
‘이건 제법인데.’
그녀의 일수는 조장이라는 직위에 걸맞게 지금까지 상대한 초식 중 가장 날카로웠다.
엄청난 기세로 날아든 쇠구슬이 지척까지 다가온 순간, 검파를 쥔 진무립의 손이 뚝 떨어지며 검신이 반원을 그렸다.
티티티티팅-!
다섯 개의 쇠구슬을 튕겨낸 진무립은 훌쩍 뛰어올라 하단을 향하는 나머지 쇠구슬을 후려쳤다.
비장의 한 수가 가볍게 막혔으나 당소소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녀는 즉시 사선으로 짓쳐 들며 재차 구슬을 날렸다.
그런데 그때.
뛰어올랐던 진무립이 지면에 착지하며 진각을 밟았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진 쇠구슬이 솟구치는 순간, 진무립의 상체와 하체가 맹렬하게 회전하며 떠오른 쇠구슬을 검면과 발로 후려치기 시작했다.
타다다다당!
당소소가 날린 쇠구슬과 진무립이 후려친 쇠구슬이 허공에서 교차한다.
‘이건 대체 무슨 수법이야?’
이를 악문 그녀가 쇠구슬을 피해 좌측으로 몸을 날렸을 땐, 어느새 그 앞에 도착한 진무립이 서늘한 검신을 목에 들이밀고 있었다.
당소소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말도 안 돼!”
분명 공격을 주도한 것도 자신이고 먼저 움직인 것도 자신인데 순식간에 따라잡혔다.
씩 웃은 진무립이 검을 집어넣었다.
“무림은 원래 말이 안 되는 곳이다.”
단상에 오른 진무립이 오연한 눈빛으로 모두를 내려다봤다.
“더 나설 자는 없나?”
어중간하게 강하다면 시도라도 해볼 텐데 자신들과 격이 다른 무위에 도전할 엄두조차 나질 않았다.
자신들 중 가장 강한 당소소가 패했으니 더는 해봐야 소용없는 일.
“나서지 않는다는 건 나를 대주로 인정하겠다는 건가?”
그때 가장 먼저 쓰러졌던 조영성이 비척비척 일어났다.
“크으……. 이렇게까지 당했는데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
제아무리 사대거파의 일원이라지만 자신들보다 월등히 강한 상대에게 자존심을 내세울 만큼 미련하지는 않다.
조영성에 이어서 당소소가 말했다.
“약속대로 당신은 스스로의 실력을 모두에게 입증했어요. 당신이 우리들의 대주라는 것을 인정하겠습니다.”
“좋다.”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당우는 상황이 끝날 조짐이 보이자 내심 안도했다.
‘다행이야. 누님도 다치지 않았고 그때처럼 넝마가 되도록 얻어맞지는 않겠어.’
그때 진무립이 당소소에게 물었다.
“아까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하나?”
“했던 말?”
“내가 이기면,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원망하지 않기로 했었지.”
당소소는 왠지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지만 사실을 부정할 순 없었다.
“분명…… 그랬습니다.”
진무립의 미소가 짙어졌다.
“비무는 비무고, 감히 대주에게 항명한 죄를 그냥 넘길 순 없지. 모두의 앞에서 두들겨 맞기 싫다면 전원 그 자리에 대가리 박아라.”
“…….”
모두의 얼굴이 형편없이 구겨질 때, 누구보다 빠르게 당우의 머리가 바닥에 닿았다.
‘넝마가 되는 것보다는 이게 나아.’
* * *
진무립을 대주로 받아들인 광무대는 밤이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머리를 매만지며 문을 넘은 조영성이 잔뜩 찡그린 채 불만을 토로했다.
“내가 제일 많이 얻어터졌는데 똑같이 벌을 세우다니. 온몸이 쑤셔 죽겠네.”
때마침 계단을 내려오던 당중호가 비웃듯 말했다.
“자존심도 없는 것들. 고작 그런 놈 밑으로 순순히 들어갔단 말이냐?”
조영성의 눈매가 사나워졌다.
“네놈이 뭘 안다고 지랄이야?”
당중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네놈?”
“이젠 같은 금호대도 아닌데 조장 대접을 해줘야 하나? 시비 걸지 말고 꺼져.”
조영성을 비롯한 후기지수들이 눈길도 주지 않고 당중호를 지나쳐 갔다.
당중호는 자신이 인정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매몰차다.
광무대로 옮겨간 이들 대부분은 금호대에서도 실력이 부족한 이들이었기에 그간 쌓인 감정이 많았던 것이다.
분노를 억누른 당중호의 눈에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
‘가라앉는 배에 올라탄 줄도 모르는 멍청한 것들. 언젠가 네놈들 전부 내게 고개를 조아리는 날이 올 것이다.’
* * *
조직 개편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마침내 여유가 생긴 진무립은 침상에 누워 서진환이 가져온 책을 꺼냈다.
‘조사 도중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어 맨 뒷장에 적어두었습니다.’
그의 말을 떠올린 진무립은 책의 맨 뒷장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