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Commander RAW novel - Chapter 105
사령관이 돌아왔다 105화
105 강림(2)
“벌써 말인가?”
“나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곧바로 막사를 튀어 나갔다.
쿠구구구구!
하늘을 바라본다.
뇌전이 하늘 전체를 거미줄처럼 메우는 것은 물론이고 마기의 회오리가 수도 없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연출이 아닐 수 없었다.
“연출력이 대단한데.”
“연출이라니요?”
“생각해 봐라. 적들은 인류가 위축되기를 바라고 있지. 힘은 둘째 치고 이만한 연출을 가미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뉴욕 전체가 증발한다고 가정하면 공포에 휩싸이겠죠.”
“바로 그거다.”
웃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웃음이 나왔다.
사실 나도 그리 여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12군단장이 내려오기 시작하였으니 11군단장, 10군단장이 내려오는 것은 금방이다. 그리고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적까지 내려오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웃음이 나왔다.
“어디서 본 것은 있는 모양이로구나.”
“나옵니다!”
콰과과과광!
그야말로 천지가 개벽하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 소리는 미국 전체로 울려 퍼지지 않을까 싶었다.
소음에 웬만한 내성을 가진 헌터들조차 귀를 막을 지경이었으니까.
하늘이 열렸다.
그곳에서 키가 10m에 달하는 악마가 출몰하였다. 그리고 수도 없이 많은 스켈레톤들이 지상으로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전투를 시작한다!”
“존명!”
파바바밧!
내 곁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모조리 튀어 나갔다.
곧 전투가 벌어진다.
뉴욕 전역이 전투에 휘말린 것이다.
“나도 슬슬 출발해 볼까?”
쐐애애액!
나는 순식간에 아록과의 거리를 좁혀 갔다.
전 세계가 뉴욕으로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인류의 운명이 걸린 승부라 볼 수 있었다. 만약 여기서 박수철이 패한다면 어찌 될까.
당장 뉴욕은 증발한다. 그 이후에 미국 전역이 고통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수많은 음모론자들이 박수철의 패배를 점쳤다.
악마 숭배자들은 인류를 분열하기 위하여 활동하고 있었고 그들은 인터넷이나 SNS를 통하여 박수철이 패할 거라는 말을 퍼뜨렸다.
현대사회에서는 인터넷이 문제가 되고 있었다.
언론은 연합이 통제를 하였기에 반드시 이긴다고 방송을 하고 있었지만 은밀하게 인류 멸망이라는 단어가 퍼져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연합군 사령부에서도 지금의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전투가 시작되려는가.”
“뉴욕의 하늘이 열렸다고 합니다.”
이 자리에는 연합군 사령관 임태수를 비롯하여 참모총장 맥키엄 등이 TV를 지켜보고 있었다.
현재의 상황은 언론을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뉴욕에는 수많은 카메라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카메라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상황을 알아내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박수철 중장이 사라졌습니다.”
“악마 쪽을 비춰라.”
“빠르게 접근합니다!”
그야말로 빛과 같은 속도였다.
화면상으로는 잡을 수도 없었는데, 박수철이 그냥 악마를 지나친 것으로만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허공에서 피분수가 솟구쳤다.
붉은 피라면 분명히 박수철의 것이겠지만, 저건 검은 피다.
악마의 심장 부분에 구멍이 뚫렸다.
“오오오!”
“이겼습니다!”
퍼어어억!
악마의 심장이 터져 나간다.
악마의 몸이 무너지고 있었다.
“승리입니다!”
“이렇게 허무하게 이길 줄이야!”
그야말로 주변에서는 난리가 났다.
분명히 박수철은 이번 전투 정도는 문제없이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몇 번의 전투는 쉽게 이길 수 있지만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그 말이 현실이 되고 있었다.
“아직 승리한 건 아니다. 뉴욕이 완전히 인류의 손에 떨어져야겠지. 뉴욕의 방공호에는 시민들이 있거든.”
퍼어억!
나는 악마의 심장을 터뜨렸다.
아록은 허무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후후. 이런 방법이 먹힐 줄이야.”
아록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떻게……?”
“속도에 신경을 좀 썼지.”
“금단의 약이라도 복용을 한 것이냐……? 쿨럭!”
놈은 심장이 뜯겼다고 해도 바로 죽지는 않았다.
하지만 온몸에서 마기가 빠져나가면서 죽기 직전이었다.
나는 마계가 착각을 하기를 바랐다. 이번이 요행이라고 생각하기를 바랐고 그것을 위해서 금단의 약이라는 놈의 말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그건 모르겠는데?”
“이런 간교한! 우웨웨웩!”
검은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아록의 몸이 서서히 무너져 가자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던 검은 기류들이 사라지고 빛이 들기 시작하였다.
태양이 뜨면 언데드는 약화된다.
아록은 이렇게 빠르게 자신이 무너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한 것 같았다.
아마도 인류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꿈은 물거품이 되었다.
“잘 가라.”
“크으윽. 이것이 끝이라고 착각하지 마라.”
“말도 많구나.”
서걱!
나는 그대로 놈의 머리를 베어 버렸다.
그걸로 끝이었다.
지상을 내려다보니 강화 스켈레톤이 약화되어 가고 있었다.
분명 놈들은 기세 좋게 움직였지만, 그건 시작과 동시에 둔화되었다. 에너지 공급원이 사라지고 태양이 뜨니 움직임이 굼떠졌던 것이다.
아록이 살아 있었다면 뉴욕의 상당 부분을 파괴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빌딩 몇 채가 무너졌을 뿐이다. 메이지들이 날뛰기 전에 아록을 정리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나는 그대로 몸을 날렸다.
사방으로 어검술을 뿌렸다.
수백 개의 무형검이 뉴욕을 질주하였다.
어두운 지하 제단.
리암 레슨 대장은 화면을 통하여 펼쳐진 장면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건 대체……?”
리암은 지금의 장면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히 마계에서는 약속을 했었다. 이번에 인류의 상당 부분이 쓸려 나갈 것이고 그 자리는 숭배자들이 채우게 될 거라고 말이다.
그런데 아록은 허무하게 죽었다.
가치관이 흔들린다.
“이건 아닌데.”
탕! 타다다당!
바깥에서 총소리가 울려 퍼진다.
리암에게 교도 한 명이 달려온다.
“지부장님! 피하셔야 합니다!”
“어찌하여?”
“반인류 수사국에서 요원들이 파견되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하! 그게 말이 되나!?”
“피하십시오!”
리암은 곧바로 몸을 피했다.
제단에서 다른 곳으로 이어지는 지하 통로가 있었다.
언젠가는 발견이 되겠지만 그가 도주하는 동안만큼은 발견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위치가 교묘했기 때문이다.
“허억! 허억!”
냄새가 나는 통로를 지나간다.
하지만 머리는 차갑게 식고 있었다.
“착오가 있는 것이다.”
“군단장이 아닌 것이 아닐까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아록 군단장이라면 이렇게 쉽게 패할 리가 없습니다.”
“그래. 어쩐지 이상하다 했지.”
리암은 그렇게 억지로 납득하였다.
그리하지 않는다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자신이 믿었던 것이 무너진다면 그는 인류의 배신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찬란한 미래를 위해서는 바깥으로 나가 숨죽이고 기다려야 한다.
상황이 정리되어 가고 있었다.
나는 수백 개의 무형검을 뿌렸고 순식간에 스켈레톤들을 관통하였다.
생사경의 경지에 오른 이후로는 공간의 장악력이 늘었다.
뉴욕 전체의 스켈레톤을 처치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신적인 무위에 회원들은 감탄했다.
“회주님! 정말 대단했습니다!”
기자들이 하나 둘 몰려오고 있던 차였다.
우리들끼리 있을 때는 교주라고 이야기했겠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회주, 혹은 국장이라고 칭하는 것이 맞았다.
“별일 아니었다.”
“어검술의 끝을 보았습니다. 그 경지는 무엇입니까?”
“무형검을 사용한 거다.”
“보이지 않는 검을 말하는 겁니까?”
“심검이 발전한 형태라고 할까?”
무형검이라고 해서 형태가 없는 건 아니었다.
물리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기에 당연히 형태가 있었다.
흰빛의 형태였으며 수백 개의 형태가 뉴욕 전체를 정화한 것이다. 나 역시도 이 정도 넓이의 공간에서는 처음 사용해 보는 것이었다.
덕분에 깔끔하게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
곳곳에서 승전보가 전해진다.
“브루클린의 정리가 끝났습니다!”
“맨해튼도 완료되었습니다!”
“그런가.”
“곧 있으면 완전히 끝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잔당을 소탕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마어마한 숫자의 스켈레톤들이 죽으면서 뉴욕 시 전체가 뼈 무더기로 덮여 있었다. 그것만 정리하면 된다.
“이 정도는 쉽게 정리할 수 있겠군.”
“저희가 할 일은 다한 것 같습니다.”
“수고하였다. 이제 돌아가서 업무를 속개하라.”
“존명!”
교도들은 헬기를 타고 사라졌다.
아록과의 전투가 끝난 지금, 마신교는 패닉 상태일 것이다. 놈들을 치기에는 지금이 적기였다.
충격을 받은 지금의 순간을 노려야 한다.
나 역시 돌아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슬기가 전화기를 가져왔다.
“대통령이십니다.”
“그래? 전화 받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해내셨군요!
“별일 아니었습니다. 나중이 문제지요.”
-하지만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제 진급을 준비해 주셔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