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Commander RAW novel - Chapter 129
사령관이 돌아왔다 129화
129 조짐(2)
“그런가.”
흡족한 일 처리였다.
이곳에서 충성의 맹세를 받는다면 아무래도 백두산 군단의 병사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전방이라면?
그곳에서라면 별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부탁 하나만 드리겠습니다.”
아로나 대장이 말했다.
“무슨 부탁인가?”
“그 자리에 저도 참관하였으면 합니다.”
“내가 무엇을 하려 하는지 알고 있나?”
“강 대장님께 들었습니다.”
나는 강철수를 바라본다.
그는 어색하게 웃었다. 아무래도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에 혹해서 몇 가지 정보를 흘린 모양이다.
물론 알려질 정보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안 될 것 없지만, 기밀을 지켜야 하는 일이네.”
“명심하겠습니다.”
어차피 알려질 일이었지만, 그 일을 굳이 떠벌리고 다닐 필요는 없었다.
전사들에게는 이미 언질이 되어 있었다.
나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이다. 전사들도 생각이라는 것을 한다면 굳이 깊은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출발하지.”
“제가 모시겠습니다.”
아로나 대장이 전용 차량을 대기시켰다.
우리들은 최전방으로 이동하였는데, 백두산 군단 주변이 제법 잘 정비되어 있었다.
도로가 잘 깔렸으며 방어시설도 훌륭하다.
최전방 성벽에는 거대한 함포들이 달려 있어 상당한 위압감을 자랑하였다.
성벽 밖에 1천의 전사들이 모여 있었다.
“회주님께 인사드립니다!”
“인사드립니다!”
전사들이 우렁차게 외쳤다.
사방이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눈발이 휘날리고 있었지만, 그들은 부복을 한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내 세력권 안에서는 한가락 한다는 헌터들을 모은 것이었다. 물론 그들의 의사는 이미 물어 둔 상태였다.
전사 대표 안백진이 외쳤다.
“저희들의 충성을 받아 주십시오!”
“나는 화령회 회주 박수철이다. 내 휘하에 들어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두 알고 있는가?”
“예!”
“우리는 인류를 위한 창과 방패가 될 것이다. 그 의무를 수행할 준비가 되었나?”
“물론입니다!”
최소한 이렇게 말하면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친위 세력을 양성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이미 그에 대한 허가는 받아 두었다.
내 친위대는 최전방에 항상 설 것이고 특공대의 성격을 띤다. 다만 나에게만 충성을 다하는 직속 부대가 될 것이다.
그런 상황들을 사령관에게 보고하였고 임태수는 가볍게 승인을 해 주었다.
그러니 겉으로 보기에 이건 완전한 합법이라는 뜻이었다.
“일어나라! 너희들은 내 친위 세력이 될 것이다. 이미 상부의 허락을 받았다. 한반도 사령관 산하의 직속 특수부대가 정식 명칭이니 그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존명!”
이것으로 되었다.
충성의 맹세는 끝이 났고 남은 것은 폭강기를 심는 일이다.
1천에 달하는 인원에게 폭강기를 심어야 하니 꼬박 몇 시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아로나 대장이 갑자기 부복했다.
“사령관 각하!”
“아로나 대장, 왜 이러나?”
“저 역시 각하의 휘하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그건 안 될 일이지. 자네의 군벌도 있지 않나.”
“그렇지 않아도 의탁할 곳을 찾고 있었습니다.”
“어째서?”
“제가 가진 군벌은 세력도 약할 뿐만이 아니라 주변에서 견제가 심합니다. 무엇보다…….”
“무엇보다?”
“저를 가지고 싶어 하는 늙은이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습니다.”
“뭐라고?”
기가 막힌 노릇이었다.
아로나 대장이 상당한 미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눈으로 직접 보았으니 알고 있다. 그런데 군 고위급 관계자들 사이에서 그녀에 대한 여러 가지 풍문이 떠돈다는 것이다.
대시를 하는 장성들이 많았고 그 문제로 인해 이 자리까지 올라오는 동안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시달렸다고 한다.
군대 내 여러 가지 악습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으니 이렇게 참고 버티면서 올라온 것이었다.
아로나 대장은 나에게 의탁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자네는 나와 독대를 하도록 하지. 오늘 저녁 시간 괜찮나?”
“괜찮습니다.”
“물러가 있도록. 일을 마치고 가겠다.”
“예!”
아로나는 그대로 일어나 몸을 돌렸다.
돌아가는 아로나의 움직임은 매우 절도 있었다.
샤렐이 말했다.
“축하드려요.”
“어째서?”
“질풍의 아로나를 얻으셨네요.”
“질풍의 아로나라……. 그녀의 별명인가?”
“그렇죠. 질풍처럼 적들을 휘몰아친다고 해서 생긴 별명이죠. 유럽권에서는 유명하다고 말씀드렸죠?”
그녀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세력 내에 아름다운 여자가 들어오기 때문인지, 뛰어난 군인이 들어오기 때문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폭강기를 심는 일이 거의 완료되어 가고 있었다.
섬세한 작업이기도 하였고 까딱 잘못하면 시술받는 사람이 죽을 수도 있었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마지막으로 전사 대표 안백진이 남아 있었다.
나는 999번이나 했던 질문을 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예의였고 한 번 내 휘하에 들어오면 죽기 전까지는 결코 벗어날 수 없음을 인지시키기 위해서였다.
“정말로 폭강기를 심겠나?”
“물론입니다.”
“한 번 심으면 돌이킬 수가 없다. 네가 죽는 순간까지 말이다.”
“저는 오랫동안 귀인을 기다려 왔습니다. 충성을 맹세할 수 있는 분을 말입니다. 교주님은 충성을 하기에 충분하신 분입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심어 주는 수밖에.
툭툭.
가볍게 폭강기를 심었다.
그의 표정에 약간 변화가 있었다. 심장이 뻐근하기에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하지만 몇 초가 흐르자 표정도 차분해졌다.
심장에 뭔가가 심어졌다지만 뭉쳐 있는 기의 형태였고 일상생활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수련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폭강기를 풀기 위해서는 나보다 강해져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 리 없다.
이 세상의 누구도 자연경에 근접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모두 일어나라.”
신성한 의식이 끝났다.
지금 이 순간부터 이들은 천마신교의 교도들이다. 율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것이다.
“너희들은 천마신교의 교도들이며 본 좌는 물론이고 상관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한다. 알겠느냐?”
“예!”
“약속대로 초절정 고수를 만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다. 교관은 강철수다.”
“예?”
강철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반인류 수사국의 일만 해도 업무 과중이었는데 이들을 훈련시키라고 하니 말문이 막혔던 것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강 대장밖에 없어.”
“하지만.”
“자네의 일은 당분간 부하들이 처리하면 돼.”
“끄응.”
강철수는 침음을 삼켰다.
이들은 모두 헌터 출신이었고 어느 정도 강골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병이 아닌 것은 아니었다.
고수들의 입장에서 보면 다 고만고만했다.
강철수는 누구보다 뛰어나고 강했다. 또한 무학에 대한 이해가 깊었으니 그보다 적절한 사람은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강철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원하신다면 그리하겠습니다.”
“내키지 않더라도 해. 이들을 모두 초절정 고수로 만들면 교내에서의 지위를 확고하게 만들어 주겠다.”
“알겠습니다.”
강철수는 눈을 빛냈다.
단순하게 시키는 일이라면 모르겠지만 교내의 지위가 걸려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천마신교, 즉 화령회야말로 세계 최고의 무력 집단이 아니던가. 여기에 1천 명의 초절정 고수가 더해진다면 천마신교는 날개를 달게 될 것이다.
내가 사령관이 될 무렵이 되면 굳이 천마신교에 대한 이야기를 숨길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상황이 언제 어렵게 변할지 몰랐고, 인류가 큰 위기에 처하게 되면 살아남기를 바라지, 천마신교가 마교라는 사실 따위는 신경조차 쓰지 않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레이첼도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
강철수는 신병들을 바라봤다.
“너희들은 지금 이 시간부터 한 달 동안 훈련에 들어간다. 우리 천마신교는 강함으로 모든 것을 대변한다. 강하면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다. 그러니 수련에 매진하도록 하라. 몇 달에 한 번씩 대련을 하여 신분의 변화가 있을 테니, 그동안 노력하라!”
“존명!”
신병들의 군기가 바짝 들어 있었다.
이만하면 되었다.
하늘을 보니 점점 해가 떨어지는 것 같다. 신병들은 하루에 4시간의 수면 이외에는 모조리 수련에 투자하게 될 것이다.
한 달 후의 모습이 기대되었다.
나는 또 한 가지의 일을 처리하기 위하여 움직였다.
아로나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아야 한다.
그 정도 실력과 세력을 가지고 있는 여자가 나에게 의탁을 하려 하였다. 물론 내 세력이 약하다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군벌 세력 중에서는 최강이다.
연합 대통령과 연합군 사령관, 참모총장이 나를 지지하고 있었고 휘하에도 막강한 세력들이 있었다.
하지만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집무실로 아로나를 불렀다.
그녀는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앉지.”
“이게 편합니다.”
“올려다보려니 내가 불편해서 그래.”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녀는 맞은편에 앉았지만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자세를 유지하였다. 어떤 틈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한 잔 하게.”
“감사합니다.”
그녀는 위스키를 쭉 들이켠다.
별다른 표정의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뭔가 단단히 숨기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 이제는 하도 시간이 흘러 이런 식으로 성격이 굳어진 것 같았다.
하기야,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군 생활을 하는 데 유리하기도 하였을 것이고 말이다.
“그럼 우리,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 볼까?”
“솔직한 이야기 말입니까?”
“그래. 자네가 나에게 의탁을 하려는 실질적인 이유 말이야.”
“사령관 각하는 군벌 중 최고이십니다. 더 이상 말이 필요합니까?”
“필요해.”
“…….”
“자네가 나에게 의탁하려는 데는 이유가 있어.”
“충성을 맹세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유를 듣지 않겠다고 한 것은 아니지. 단순히 내가 최강의 군벌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의탁을 한다? 그건 말 같지도 않은 소리지.”
“그건…….”
“뭔가 이유가 있다. 개인적인 복수심이라든지, 공명 때문이라든지, 그것도 아니라면 몬스터 박멸 때문이라든지.”
그녀는 입술을 짓씹었다.
내 촉은 정확했다. 그녀는 뭔가 숨기는 것이 있었고 그것을 알기 전까지는 진심으로 대할 수 없었다.
폭강기를 심을 수도 있었지만 이유를 먼저 들어 보아야 하는 것 아닐까?
“후우.”
그녀는 한숨을 내쉬더니 위스키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러고는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