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Commander RAW novel - Chapter 165
사령관이 돌아왔다 165화
165 여론몰이(2)
두 명의 군단장이 정리된 이후로 여론몰이가 시작되었다.
언론에서는 나를 지지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였지만, 언론사 내에서도 반대를 표명하는 자들이 생겨났다.
이유는 내가 어리다는 것.
30대 중반에 참모총장이 된다면 군대의 지휘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무엇보다 군 경력이 짧은 것도 문제였다.
이미 나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진급을 하였다.
일부에서는 이쯤에서 내 승진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나오기도 하였다.
연합 사령부나 연합 본부 내에서도 말들이 많았다.
찬성파와 반대파로 갈려 격렬하게 싸워 댔다.
나에 대한 각종 다큐가 방송되었으며 그에 대해 평가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이미 인터넷에서는 난리였다.
나는 민중의 심리를 살펴보기로 하였다.
지금 내가 하려는 일은 모두 민심을 얻기 위한 일이었으니 인터넷으로 분위기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했다.
-30대 중반에 참모총장이라고? 그게 말이 되냐? 형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수철 대장이라면 자격이 충분하지. 어차피 그 사람이 아니었으면 우리들은 다 뒈졌을 테니까.
-그래도 30대 중반은 너무하지 않음?
-나이가 중요한가? 실력이 중요하지. 그 사람이 실력 하나만큼은 확실하잖아.
-동감. 이번에 프랑스 못 보셨음? 다들 막아 내기 급급하더만. 인류의 영웅들이라는 사람들이 말이야. 그런데 박수철이 등장하니까 어떻게 됐지? 그냥 단번에 심장이 뜯겨 나가더만. 그거 가능한 사람 있음?
“으음.”
침음이 절로 흘렀다.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었다.
아직 참모총장까지는 무리가 아닐까 싶었다.
아마 임태수도 이걸 바란 것이 아닐까.
굳이 참모총장이 아니더라도 승진을 하기를 바란 것이다. 그래야 다음번에 참모총장을 노려 볼 수 있을 테니까.
내가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을 때였다.
똑똑.
“들어와.”
“나야.”
경혜가 들어왔다.
이제 그녀의 출입은 자유로워졌다. 언론에서 대놓고 나를 지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야?”
“아무래도 토론회 한 번 해야 할 것 같아.”
“토론회를 한다고?”
“오빠가 직접 나와서 생각을 밝혀 주면 좋겠어. 이대로는 반대가 끝이 없을 것 같거든.”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기도 했다.
“그래야 하나?”
“꼭 해야 하는 일이야.”
어쨌거나 경혜는 언론 전문가였다.
이런 일은 수도 없이 겪어 보았을 것이다. 물론 이번에는 스케일이 좀 크기는 하였지만 말이다.
“어쩔 수 없지. 언제 할 건데?”
“오늘 저녁에.”
“허어.”
성격 하나는 급한 경혜였다.
어쨌거나 결정했으니 번복할 이유는 없다.
“알겠다.”
“나는 가서 방송 준비하고 있을게.”
아무래도 오늘은 각오를 하고 토론회에 나가야 할 것 같았다.
오늘은 군복을 잘 다려서 입었다.
어깨 위에 4개의 별이 반짝였고 옷에는 칼주름이 잡혀 있었다.
“죽이네.”
“그거 샤렐 님이 잡았어.”
“샤렐이?”
현관에서 군화에 물광을 내고 있는 샤렐을 바라본다.
그녀의 얼굴에는 검은 구두약이 묻어 있다.
“샤렐,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나?”
“비서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그런 일은 병사들을 시키면 될 텐데.”
“아닙니다. 비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군화 끈을 풀어서 나에게 군화를 주었다.
그러고는 군화의 끈을 처음부터 묶어 주었으며 매듭까지 완벽하게 지어 주었다.
오늘은 일부러 전투복을 입었다. 항상 일선에서 싸운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방탄모까지 눌러쓴다.
“권총도 착용을 하지 그래?”
“그럴까?”
허리춤에 권총도 착용한다.
실탄도 장착되어 있는 몬스터 방어용 권총이다.
이 정도면 전쟁터에 나가는 사령관의 모습이라고 보아도 무방했다.
“출발하지.”
우리들은 집을 나서서 방송국으로 향했다.
방송국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것만 보아도 오늘의 토론회에 얼마나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내가 도착하자 사람들이 모여들었는데, 그들은 질문을 쏟아 내기에 바빴다.
“오늘 토론회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토론회라고 하였으니 토론을 하는 장이 되겠지요.”
“토론의 상대가 카츠 군수 사령관이라고 합니다. 알고 계셨습니까?”
“카츠 대장 말입니까?”
“그렇다고 하더군요.”
원래 군수 사령관은 최고위 보직은 아니었지만, 연합이 구성되고 어마어마한 양의 군수물자들이 사방에 지원되면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연합의 국방비는 1년 예산의 50%다. 전 세계에 보급을 해야 하는 중요한 위치였고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
더불어 군수 사령부에서는 장비의 지원까지 도맡았다.
그러니까 마도구까지 취급을 하는 중요한 자리였으니 자연스럽게 그 중요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 카츠 대장이 앉아 있다.
일본인 출신이었고 당연히 한국인과는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
‘피 터지게 싸우라고 카츠 대장을 보냈나?’
당연히 카츠 대장과는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중립을 지키는 자였는데 아무래도 이번에 내 반대편에 선 것 같았다.
내 앞을 막는다면 그 누구라도 짓밟아 버릴 것이다.
“몰랐습니다.”
“오늘 어떤 형국이 펼쳐지리라고 보시나요?”
“글쎄요. 묻는 말에 대답하고 제 생각을 말하는 자리가 되겠지요.”
나는 그렇게 말을 한 후에 들어갔다.
뒤쪽에 카츠 대장이 도착한 것 같다.
“군수 사령관이다!”
사람들이 그쪽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나는 카츠 대장을 무시하고 방송국으로 들어갔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경혜가 나를 찾았다.
그녀는 웬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예상되는 질문들이야.”
“질문이라. 무슨 청문회 하냐?”
“그것과 비슷한 분위기로 가지 않을까?”
“번지수 잘못 짚었다.”
나는 그대로 종이를 구겨 버렸다.
경혜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간 그 성질은 여전하다니까.”
“잘 아는 사람이 이런 걸 가져오냐?”
“오빠가 조금이라도 토론에서 밀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지, 다른 뜻은 없었어.”
“언제 시작이야?”
“3분 후에.”
경혜는 그렇게 말을 한 후에 사라졌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종이를 이슬기가 펴 들었다.
“일반적인 질문들입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이게 청문회도 아니고, 내가 질문에 답까지 달달 외우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방송 1분 전입니다!”
“이제 가셔야 합니다.”
“그럼 가 보자.”
이번에 진행되는 토론회는 자유롭게 대화를 하는 형식이었다. 다만 내 의견에 반박하는 역할을 카츠 대장이 맡을 것이기에 날이 선 대화가 이어질 것이 뻔했다.
나는 카츠 대장의 맞은편에 앉았다.
“오랜만이로군.”
“몇 달 정도 되었지요.”
50대 중반에 머리가 백발에 가까운 남자다.
요즘같이 수명이 길어진 시대에는 한창나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얼마나 고생이 심한지 60대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러니까 노인 한 명이 눈앞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워낙에 군수 사령관의 자리가 중요하였기에 연합군에서는 서열 3~4위 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직급만 따지면 아시아 사령관보다는 높다. 나이도 나보다 많았고 군 경력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기에 말을 낮추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물론 불만이 없었다.
“편하게 대화해 보도록 하세.”
“그야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요.”
“방송 들어갑니다!”
PD의 외침과 함께 경혜가 앞으로 나왔다.
“오늘은 특별한 분을 모시고 토론회를 진행하려 합니다. 토론의 주제는 바로 박수철 대장의 승진에 관한 것입니다. 이번에 연합군 사령관께서는 박수철 대장님을 참모총장의 자리에 추천을 하였습니다. 찬반이 무수히 갈리고 있는 가운데 직접 박수철 대장님의 입장을 들어 보려 합니다. 박 대장님, 어려운 자리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국민들이 납득해야 그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것이 당연합니다.”
나는 겸손하게 나갔다.
지금 이 자리는 언론플레이를 하는 곳이다. 그러니 겸손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
“토론의 상대는 카츠 대장님입니다. 군 경력이 30년이 넘으시는군요.”
“일평생 군에 종사를 하였습니다.”
“카츠 대장님은 박 대장님이 참모총장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반대하시나요?”
“반대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과연 군을 이끌 수 있는 지도자인지 의심스럽기 때문입니다. 경력이면 경력, 나이면 나이, 어느 것 하나 부합되지 않습니다. 아시아 사령관도 조금 무리라고 생각했었습니다만, 참모총장이라고 하니 솔직히 당황스럽습니다.”
“박 대장님은 어찌 생각하세요?”
“요즘 같은 시국에는 강한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령관이라고 해서 뒷짐 지고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직접 군을 이끌어야 합니다. 예전과 다르게 요즘은 매일이 실전이니까요.”
카츠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그러다가 자네가 죽으면?”
“그러면 어차피 인류는 전멸입니다.”
“……!”
그는 눈을 치켜떴다.
놀란 것은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전멸이라는 단어를 내가 바로 입에 담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제가 죽었을 때를 가정한 겁니다. 이번에 파리에 군단장이 출몰했죠. 30분 후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되었습니까?”
“그거야.”
“반파되었습니다. 복구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갈 겁니다. 그곳으로 인류의 영웅들이 몽땅 투입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약간 시간을 늦추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군단장은 장난감처럼 그들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제가 사라지면 어찌 될까요?”
“으음.”
“최소한 유럽은 날아갔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제가 뒤에서 지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언젠가 제가 사령관의 자리에 오른다고 해도 당연히 일선에서 지휘할 겁니다.”
“본부는 어쩔 생각인가?”
“그때가 되면 참모총장이 맡겠지요.”
“인류의 멸망을 너무 쉽게 입에 담는군.”
“저 이외에 대안이 있으십니까? 있다면 따르겠습니다.”
나는 그에게 한 방을 먹였다.
이제 그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내 말대로 인류는 내가 없으면 안 된다. 그대로 멸망을 할 수도 있었다. 여기서 반박을 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카츠가 조용히 말했다.
“협박을 하는 건가?”
“현실을 말하는 겁니다. 내가 군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그리 생각하지 않았습니다만, 더 강한 적들이 나온다면 제가 직접 전투를 지휘하며 각 군에 명령을 내리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자네에게 권력이 몰린다면?”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몰려도 괜찮습니다.”
“이 사태가 끝나면 최고의 권력자가 될 걸세. 자네가 독재를 휘둘러도 될 만큼 말이야.”
“그럼 이 사태가 마무리되면 제가 은퇴를 하면 되겠군요. 평화가 찾아온다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