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Commander RAW novel - Chapter 52
사령관이 돌아왔다 052화
052 천마신교의 보물(1)
그날 저녁.
거대한 덩치를 가진 크라켄이 인양되었다.
놈이 떨어뜨린 코어와 아이템은 모두 회수하였고 이제 사체를 해체하는 일만 남았다.
크라켄은 랍스터의 일종으로 거의 함선만 한 크기의 괴물이다. 더욱이 보스로 등재되어 있었으며, 상처를 입히지 않고 잡기에는 굉장히 까다로운 놈이다.
고급 식재료로 널리 각광받고 있었고 레스토랑에서는 한 접시에 50만 원이 넘는 고급 요리였다.
이걸 판매할 수도 있다.
대충 팔아도 10억 이상을 호가할 텐데, 내가 잡았기에 판매를 한다고 해도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이걸 그냥 부대에 기증하기로 했다.
우신태 참모장은 연신 감사를 표했다.
“이 귀한 것을 그냥 기증해 주시다니요. 감사할 따름입니다.”
“무슨 말씀을. 이곳에서 난 것이고 경보를 제때 발령하지 않았다면 엄청난 피해가 있었을 겁니다. 그러니 다 함께 먹는 것이 맞습니다.”
“병사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들 감찰사님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병사들의 눈에는 존경의 빛이 가득하였다.
원래대로라면 이 사체는 내가 판매를 해야 하는데 그걸 부대에 기증하여 모두 실컷 먹을 정도의 양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사체에서 나온 껍데기는 판매하기로 했다.
이것도 부대에 기증하려 하였는데 우신태 대령이 필사적으로 말리는 바람에, 해체하여 외부업자에게 넘기기로 하였다.
제독은 나를 식사에 초대했다.
“혹시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영광을 누릴 수 있을까요?”
“영광이라고 할 건 없습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허리를 깊게 숙였다.
때맞춰서 노가다를 마치고 회원들이 귀환하고 있었다.
대제자 강철수가 전음을 보냈다.
-회주님! 지정하신 지역을 모두 파헤쳤습니다. 안타깝게도 분타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런가.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오늘 고생했다. 마음껏 먹도록 해라.
-송구스럽습니다.
강철수의 눈에는 아쉬움이 진하게 배어 나오고 있었다.
하기야 마교의 비전 단약을 섭취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흔한 것은 아니었다. 그 때문에 미친 듯이 삽질을 했을 테지만, 어디에서도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분타를 찾아내는 일은 난항을 겪을 것 같다.
우리들은 전음을 나누었지만, 그 사실을 사람들은 모른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육성으로 명령을 내렸다.
“오늘 하루 고생했다. 먹고 마시고 쉬어라.”
“예, 연대장님!”
회원들은 빠르게 흩어져 식사를 시작했다.
나는 우신태의 안내를 받아 관사로 향했다.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 나온다.
사실 크라켄의 살은 찌기만 해도 훌륭한 풍미를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제독의 수석 요리사가 그릴에 살을 굽고 향기로운 소스를 뿌리자 더없이 풍미가 넘치고 있었다.
여기에 고급 화이트 와인도 곁들여졌다.
원래 해산물에는 레드 와인보다는 화이트 와인이 더 어울린다.
“초대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태 제독이 인사를 했다.
그의 눈에는 어떤 열망이 담겨 있었다. 아무리 나를 호구로 생각하고 있었어도 일격에 크라켄이 죽어 버리는 모습을 보았으니 나름대로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내가 단순히 호구로 남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그들의 군 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호구가 아니라 음모들을 격파하면 연합군 원수가 되는 것도 가능했다. 그들 역시 그리 보았을 것이다.
아무래도 나에 대한 계획을 수정한 것 같았다.
그는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크라켄의 외피를 팔아서 거둔 수확입니다. 당연히 귀하에게 가야 옳습니다.”
“뭐 이런 것을.”
나는 봉투를 받아 챙겼다.
이 정도라면 병사들을 어느 정도 배려하면서도 나도 이익을 챙겼다.
코어에 아이템에 돈까지. 이 정도라면 꽤나 쏠쏠한 수익이다.
우리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시작했다.
“음!”
한 입 크라켄의 살을 베어 물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육질은 물론이고 크라켄의 내장을 버무려서 나온 소스는 매우 훌륭했다. 약간 달달한 맛도 느껴진다.
“요리사의 실력이 대단하군요.”
나는 칭찬에 인색하지 않은 사람이다.
이상태 제독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도 않습니다. 워낙에 재료가 훌륭해서 이런 요리가 탄생한 것이지요. 단순히 요리사의 실력이 좋아서가 아닙니다.”
“그래도 칭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와인도 한잔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대부분은 쓸데없는 것들이었다.
대화가 한창 무르익자 이상태 제독이 본심을 꺼냈다.
“지금 연합군 내에서 강한 바람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어떤 바람이요?”
“세대교체의 바람이죠.”
“세대교체라…….”
“저는 신진 세력으로 귀하가 연합군 중추로 자리 잡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런가요.”
식사를 마치고 냅킨으로 입을 닦았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충 감이 왔다.
그러니까 현재 연합군 권력자들과도 끈을 이어 나가면서 나에게도 선을 대겠다는 것이다. 아까까지만 해도 나를 호구로 이용하려던 자들이 입장을 바꾼 것이다.
‘나쁠 건 없지.’
계급만 높고 능력 없는 놈이라면 쓸모가 무궁무진하였다.
지금이야 이리저리 재고 있을 테지만 연합군 원수 마이클이 제거되면 곧바로 나에게 편승할 것이 뻔했다.
어느 정도 줄을 만들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입니까?”
“나중에 저희를 잊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맨입으로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는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그 안에는 황금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귀금속들이 담겨 있었다.
사실 이 정도 돈은 받지 않아도 된다. 마석 광산이 있는 이상은 돈을 쓸어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을 나중에 이용하려 한다면?
그리고 적은 돈이 아니었다. 아무리 나에게 마석 광산이 있다고 해도 돈이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잘 쓰겠습니다.”
내가 봉투를 품에 집어넣자 이상태 제독의 입가에 은은하게 미소가 번진다. 이것으로 나와의 연줄을 만들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추후에 내가 권력의 중추에 서면 그는 나를 이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는 그 반대였지만 말이다.
이들과 볼일은 없었지만, 한 가지 확인할 것이 남았다.
“혹시 진지 공사를 하면서 송악에 지반이 약한 곳을 발견하지 못했습니까?”
“지반이 약한 곳이요?”
“땅이 무른 곳이라고 표현을 해야 되겠군요.”
“음…….”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을 교환한다.
도대체 그 땅에 무엇이 있는 건지 궁금하겠지만, 적당하게 둘러대면 그뿐이다.
“나중에 매입을 하려 합니다.”
“아, 그러십니까.”
그제야 그들의 표정이 풀렸다.
금역으로 지정되었거나 풀린 지 얼마 안 되는 구역의 땅을 내가 매입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잘못된 투자라고 생각하겠지만, 상관없었다.
이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으니 경제에 문외한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면 오히려 경계를 더 풀게 될 것이다.
“한 곳이 있기는 합니다.”
“있다고요?”
“사실 송악에 기지를 짓지 않은 것이 그 이유 때문입니다. 지반이 너무 약해서 무너질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죠.”
“거기가 어딥니까?”
“여깁니다.”
그는 지도를 펴서 한 곳을 짚어 주었다.
송악 북쪽으로 넓게 펼쳐진 분지였다.
지금까지 중앙 지점에서부터 시작하여 삽질을 했는데, 이제 보니 엉뚱한 곳을 뒤지고 있었던 것이다.
지반이 약하다는 것은 지하에 뭔가가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송악 마교 분타가 망한 지 천 년이 지난 시점이다. 천 년 동안 퇴적이 되었을 것이 틀림없었다.
지반이 약할 가능성이 높다.
“감사합니다.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저희도 그렇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이어 나갔으면 합니다.”
그들은 허리를 꾸벅 숙였다.
중장이나 되는 사람이 나에게 허리를 접는다는 것은 내가 발전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그들과 헤어지고 막사로 복귀했다.
나는 곧바로 회원들을 소집하기로 했다.
하늘을 바라본다.
해가 완전히 떨어져 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작업을 서두르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나는 회원들에게 선언했다.
“제독으로부터 한 가지 중요한 정보를 받았다.”
“정보라고 하시면?”
“송악 북쪽에 지반이 약한 부분이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본 좌는 그 아래가 의심된다.”
“……!”
회원들의 눈이 반짝인다.
지금까지 그렇게 열심히 삽질을 했던 것은 모두 마령단 때문이었다. 그걸 조금이라도 얻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허탕을 쳤고 다소 의기소침해져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좋은 정보를 얻었다.
“송악에 기지를 건설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한다. 그 위에 기지를 건설했다면 십중팔구 무너지고 말았을 거다.”
“정확한 위치는 어떻게 됩니까?”
촤륵!
나는 지도를 펴고 손가락으로 한 곳을 짚었다.
“여기다.”
“분지로군요.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 1시간 휴식 후에 이동한다.”
“예!”
지금은 일과 시간이 끝난 이후였다. 감찰을 하는 척할 필요도 없었다.
우리들은 1시간 후에 출발하기로 했다.
제독의 집무실.
이상태는 밀려 있는 집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라고 해도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정확하게는, 하루 종일 게으름을 피우다가 어쩔 수 없이 일을 하는 중이었다.
똑똑.
“들어와.”
그의 집무실로 위병이 보고를 한다.
“각하. 감찰사님이 병력을 이끌고 송악으로 향했습니다.”
“그런가.”
“어찌할까요?”
“어쩌기는? 그냥 모르는 척해라. 그가 무엇을 하건 상관이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위병은 경례를 붙이고는 집무실을 나갔다.
도대체 그 땅에 뭐가 있길래 사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백두산을 구매한 것도, 한라산을 구매한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돈을 그냥 길바닥에 버리는 것으로 보였다.
“쯧. 상관없지.”
그는 고개를 흔들고 말았다.
박수철이 무슨 확신을 가지고 그 땅을 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들쑤셔 봤자 좋을 것이 없었다.
괜히 눈 밖에 나서 찍히기라도 하면 곤란하다.
오늘 크라켄을 한 방에 죽여 버린 그 실력은 정말 상상 이상이었다. TV에서 보기는 하였지만, 인간이 그렇게 강할 수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만약 그 칼이 자신에게 겨누어진다면?
이상태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현 연합군 수뇌들은 박수철을 개처럼 사용하다 팽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상태는 그게 쉽지 않을 거라는 점을 깨달았다.
“과연 팽을 당하는 것은 누가 될지 모르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