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155
155화 샤이 혁명가
“진짜 일본에 안 가 보셔도 됩니까?”
“야.”
레베카 초이는 보조 PD에게 언성을 높였다.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
간섭.
그 누구도 자기가 하는 일을 간섭하지 못하게 하는 게 그녀의 루틴이었다.
그리고 그 루틴대로 작품을 만들면 항상 대박을 쳤고.
결국 그녀에게는 이 간섭 당하지 않는 제작 환경이 그녀를 성공으로 이끈다는 확고한 믿음이 생긴 것이었다.
“너. 쫓겨나기 싫으면 입 닥치고 그냥 일해라.”
“옙.”
“일본? 가야지. 근데 이 재밌는 구경거리를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는데 그걸 놓치라고? 말도 안 돼.”
“이건 그냥 재밌는 구경거리가 아니라… 거의 트롤링 아닙니까?”
“그러니까 궁금하잖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전략을 짰는지.”
“그냥 멍청해서 그랬겠죠.”
“한 기업의 대표가 멍청하다고? 그래? 넌 정말 그렇게 생각해?”
레베카 초이는 알고 있었다.
기업을 이끄는 건 운만으로는 부족하다는걸.
돈을 많이 버는 건 운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업을 저 정도로 크게 성장시켰다는 건 무언가 있다는 뜻이라고.
“그러니까 네가 만년 보조 PD인 거다. 멍청아.”
“아. 아프다.”
“넌 좀 더 처맞아야 해.”
차현식은 불프의 대표.
그가 하는 결정들이 무리수라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레베카 초이는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가 한 이 선택이 분명 숨은 뜻이 있으리라는 걸.
“어차피 제임스 황은 다음 주부터 촬영이야.”
“어? 혹시 일부러 그렇게 짜신 겁니까?”
“내가. 이 천하의 레베카가 아무 생각도 없이 그랬을 거 같아?”
“와. 슨배님. 짱.”
“닥치라고 했지?”
“넵.”
“난 하나를 위해 다른 하나를 희생하지 않아. 둘 다 잡지.”
레베카는 그런 사람이었다.
퀄리티를 위해서라면 가성비를 버려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말 따위는 믿지 않았다.
퀄리티도 유지하면서 가성비까지 가져가는 방법이 있다고 믿었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믿는 레베카 초이.
그리고 그녀는 실제로 작품 활동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성공해 왔다.
그녀의 이 생각이 그저 헛된 망상 따위가 아니라는 소리였다.
“두고 봐. 이번 프로그램은 넥플럭스 최고의 히트작이 될 거니까.”
“히트는 할 거 같네요. 근데 불프가 이번에 떨어져서 어쩌죠?”
“뭔 개소리야?”
“그렇잖아요. 저렇게 장사하면 누가 옵니까? 그냥 싸우자는 건데. 이슈야 되겠지만.”
“뭘 모르네.”
“네?”
“너. 혹시 폰 게임 해?”
“하죠.”
“그럼 폰 게임 광고도 많이 봤지? 알고리즘이 널 인도할 거 아냐. 게임 광고로.”
“그쵸. 보통은 대부분 게임 광고죠.”
“게임 광고 중에서 실제로 버튼을 누르게 만든 광고가 있어?”
“에이. 저는 그런 광고 안 믿어서요. 그냥 스토어 들어가서 인기 좋은 거로 다운하죠.”
“보통은 그렇겠지. 근데 어떤 광고는 말이야. 일부러 속이 답답해 미칠 정도로 이상하게 플레이하는 영상을 일부러 틀곤 해. 왜 그런지 알아?”
“아! 그런 광고 몇 개 본 적 있어요. 와. 그거 완전 고구마에 답답하고… 하아. 진짜 폰 집어 던지고 싶던데요?”
레베카 초이는 웃었다.
“그래. 그게 그 광고가 유도하는 거야. 널 답답하게 만들어서 직접 찾아가게 만드는 거.”
“예?”
“그래서 보통은 내가 직접 플레이해서 더 좋게 만들고 말지. 하면서 게임 깔거든?”
“아.”
“왜? 너도 그런 적이 있었어?”
“그런 거 같아요. 막 슈팅 게임이었는데 엄청 못 하길래 제가 깔아서 직접 해 봤죠. 크으~ 역시 내가 훨씬 잘하던데요?”
“그거야. 딱.”
“예? 그거라뇨?”
“저 차현식 대표가 쓰는 전략이. 그 광고 효과랑 똑같다고.”
“아? 사람들 답답하게 해서 스스로 찾게 만든다는?”
“그래. 욕하고 싶게 만드는 거야. 일부러. 찾아오게 하려고.”
* * *
“오픈입니다!”
홍미나의 활기찬 소리와 함께 첫 장사를 시작했다.
모든 준비는 철저하게 했다.
이제 첫 손님만 받으면 된다.
가급적이면 젊은 세대가 오면 좋을 텐데.
“대표님. 진짜 이게 맞는 거겠죠?”
“최 변호사님. 저 믿으세요. 어그로의 황제. 엉클 씩이었습니다.”
“그건… 인정하지만.”
최기명 변호사는 여전히 불안한 듯했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조금 무모하고 이상해 보이는 전략이긴 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평범하게 했다가는 거의 확정적으로 우리가 떨어질 게 자명하니까.
뭐라도 해야 했다.
유럽에서 아시아 푸드를 아무런 어그로와 광고 없이 괜찮은 수익을 내는 건 그야말로 지옥 같은 일이니까.
같은 아시아는 친근함이 있기 때문에 무얼 팔더라도 사람들이 관대하게 다가오는 법이다.
하지만 유럽은 다르다.
특히 이탈리아 같은 경우는 더더욱.
“우리는 이벤트성 경쟁을 하는 겁니다. 제가 생각한 게 분명 맞을 거예요.”
“그건 또 무슨…?”
“아마 이 전략을 쓰면 장기적으로 볼 땐 결국 힘이 빠져서 망하게 될 거예요.”
“그런가요?”
“이건 어디까지나 경쟁 프로그램 한정 승률 100% 전략이니까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첫 손님입니다!”
최기명 변호사가 불만 섞인 고충을 토로하려던 찰나.
첫 손님이 왔다는 홍미나의 말에 우리는 모두 바짝 긴장했다.
나와 최기명 변호사는 잡일 담당이라 당장은 할 게 없었기에 손님이 온 걸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다.
역시 해맑은 홍미나가 밝은 표정으로 손님을 맞으니 일차적으로 손님의 마음의 벽을 허물었다.
좋은 분위기가 이어지던 홀은 홍미나가 메뉴를 설명하고 난 뒤에 조금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홍미나가 메뉴판을 가지고 주방으로 들어왔다.
“풀코스!”
“좋았쓰.”
나도 모르게 쾌조를 불렀다.
첫 손님이 젊은 층인 것도 있었지만, 풀코스로 시켰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이었다.
“김상아 셰프님! 준비!”
“넵! 저는 항상 준비됐습니닷!”
김상아 대리가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불을 올렸다.
그리고 파스타 면을 높이 들어 올리고는.
빠각.
1인분의 파스타를 반 토막을 냈다.
순간 그 소리와 함께 홀에 있던 손님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이어진 요리.
피자 도우에 토마토소스를 바르고.
토핑을 올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이탈리아에서 본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어진 고구마무스.
그리고 이어진 하이라이트.
김상아 대리는 파인애플 청크를 한 줌 손에 쥐고는 피자 도우에 화려하게 흩뿌렸다.
노란 빛깔의 파인애플이 영롱하게 하늘에서 내려와 도우에 안착했다.
“노우!”
홀에 있던 손님은 절규했다.
머리를 쥐어뜯고.
괴로운 듯 고개를 저으며 오픈 주방을 향해 무어라 중얼거렸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풀코스의 마지막은 하나 더 남았다.
치이익-
최고급 원두를 고가의 에스프레소 머신에 넣고 컵에다 뽑아냈다.
은은하면서도 진한 특유의 에스프레소 향이 가게에 흘러넘쳤다.
그 모습을 보자 손님은 그나마 안심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지.
얼음이 잔뜩 든 컵에 그 에스프레소를 쏟아부었다.
한국에는 얼죽아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우린 이렇게 메뉴 이름을 정하기로 했다.
때죽아.
때려죽여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이제 풀코스가 완성되었다.
부서진 파스타 면 위에 자장면 소스, 불맛을 입힌 불고기를 얹은 뒤 올리브유를 두른 ‘블랙 파스타.’
이탈리아 화덕 피자에 고구마무스와 파인애플을 첨가한 ‘지옥의 파인애플 피자.’
마지막으로 잘 우려낸 에스프레소를 얼음이 잔뜩 든 컵에 쏟아부어서 만든 ‘때죽아’까지.
이것이 우리가 이탈리아에서 2주 동안 장사할 메뉴의 정체였다.
솔직히 이탈리아 사람이라면 기겁하는 행동을 일부러 잘 보이는 오픈 주방으로 보여 주는 게 우리의 전략이었다.
블랙 파스타, 지옥의 파인애플 피자, 때죽아.
삼신기가 완성되자 홍미나가 그걸 서빙하기 시작했다.
음식을 받아 든 손님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퓨전 음식이고, 사전에 제작진에게 촬영해도 되냐는 허가를 받았기에 대충은 도전적인 음식이 나오리라 예상은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퓨전에다가 이탈리아 사람이 싫어하는 행동을 보여 줄 줄은 몰랐겠지.
여기까지는 일단 절반의 성공.
반응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싫어하고 괴로워하는 표정에서 내가 의도한 대로 되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제 이 손님이 음식을 맛보고 돌아가서가 관건이었다.
“주문하신 블랙 파스타, 지옥의 파인애플 피자, 때죽아 나왔습니다.”
이탈리아인들의 입장에서는 저 삼신기를 보면 내가 혹시 죽어서 지옥에 떨어진 게 아닌가 싶을 것이다.
때려 죽여도 에스프레소를 희석하는 일은 없던 이탈리아인이 얼음에 희석된 에스프레소를 마셔야 하고.
파인애플은 곧 죽어도 피자에 절대로 넣으면 안 된다며 노발대발하던 사람 앞에는 떡 하니 파인애플이 먹음직스럽게 토핑되어 있다.
그뿐이랴?
마지막에는 마치 타르처럼 끈적이는 이상한 검은 액체가 덮인 걸 파스타라고 하다니.
그야말로 최악 중의 최악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 있었다.
비주얼적으로는 확실히 이탈리아인이 싫어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맛에는 자신 있었다.
가장 최악의 상황은 이 비주얼을 보고는 한 입도 먹지 않고 나가 버리는 것이다.
가장 베스트는 삼신기를 전부 먹어 보는 것이고.
“음.”
망설이던 손님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블랙 파스타부터 시작했다.
정체를 알 수 없긴 하지만.
그래도 가장 낫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흐음.”
신중하게 음미하는 손님.
자장면의 달콤하면서도 풍미가 가득한 맛을 느끼면 분명 좋아할 거다.
그리고 그 위에 토핑처럼 깔린 불고기까지 함께 먹으면 단탄지 완성.
표정이 그리 싫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다음으로 집어 든 파인애플 피자를 보며 한숨을 내쉬는 손님.
고결한 이탈리아에서 불결한 하와이안 피자라니.
거기다 한술 더 떠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스가 주변을 두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손님은 꽤 용감한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그는 눈을 딱 감고 피자를 한 입 집어넣었다.
물론 씹으면서도 과즙이 팡팡 터지는 파인애플 때문인지 인상을 쓰며 무어라 중얼거리는데 딱 봐도 욕처럼 들렸다.
마지막으로 때죽아를 한 모금 하더니.
더 격렬하게 반응하며 욕을 했다.
“이거 맞는 거겠죠?”
“음. 확실히 반응이 좀 격하긴 하네요.”
“예? 대표님! 예상하신 거… 맞죠?”
“아뇨? 생각보다 반응이 더 격하다니까요?”
“그럼 저희… 망한 겁니까?”
“최기명 변호사님. 요즘 예전의 카리스마가 좀 사라진 느낌인데요?”
“예?”
“예전에는 뭐든 여유롭고 그랬는데.”
“당연하죠! 법과 관련된 건 무엇이라도 자신 있습니다. 그치만… 이런 일은 저도 처음이라고요.”
최기명 변호사가 이토록 호들갑을 떠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자신 있었다.
손님의 반응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과격해서 조금 놀라긴 했지만.
오히려 좋아.
과격하면 할수록 이건 더 큰 이슈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리고 젊은 층이라면 높은 확률로 SNS 혹은 커뮤니티에 올라오겠지.
그럼 반응은 몇 가지 다른 부류로 나뉠 거다.
먼저 욕하는 부류.
뭔 이딴 음식을 이탈리아에서 파냐며 같이 덩달아 욕하는 부류.
이런 부류는 사실상 우리 식당을 찾으리란 기대를 하면 안 된다.
다음으로 어그로를 좋아하는 부류.
아마 이쪽이 가장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갑자기 찾아온 어그로에 신기하면서도 부러울 것이다.
자기도 이 식당에 가서 충격적인 비주얼을 직접 체험해 보고 싶어 하겠지.
마지막은 진심으로 혁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류.
보수적인 사람이 있으면 혁명적인 사람이 있는 건 사회를 구성한 곳이라면 어디든 나뉘기 마련이다.
보수적인 사람의 목소리가 크고 다수라면 혁명적인 사람은 입을 다물고 숨어 있을 거다.
하지만 계기만 마련된다면 그들도 전면에 나서겠지.
마치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샤이 트럼프가 있었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샤이 혁명가들이 몰려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