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44
44화 독산동 불방망이
“으으.”
“그러게. 왜 그런 멍청한 짓을 해?”
“남자들의 세계에서는···.”
“남자는 무슨.”
시아는 나를 타박하면서 아이싱을 만들었다.
브랜트와의 대결로 하얗게 불태운 내 몸은 몸살이 나듯 온몸이 지끈거렸다.
특히 머리가 띵- 하니 아파졌는데, 억지로 매운 걸 참으려고 용쓰다 보니 두통이 유발된 듯했다.
“아고. 힘들다.”
탁탁-
아이싱을 가져온 시아가 소파에 앉아 자기 무릎을 치며 나를 바라보았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무릎을 베고 눕자 머리에 아이싱을 하며 내 머리칼을 넘겨주는 시아.
“그래서? 잘 해결됐어?”
“그럭저럭.”
“다행이네.”
“하아~ 힐링 된다.”
원래라면 빈 기숙사 방에 혼자 처박혀서 끙끙대고 있었겠지.
그런데 집이 있으니 이렇게 시아가 찾아와서 병간호도 해주고.
천국이 따로 없다.
“너튜브는 영상 올리기 시작했다며?”
“어. 시작했지. 근데 처음이라 그런지 아직 반응은 영.”
“구독자는 얼만데?”
“한··· 300명 정도 되나?”
“에게.”
“야야. 그래도 이제 시작했는데 그 정도면 괜찮은 거지.”
“풉. 작아.”
“너, 너너. 내 채널 무시했어?”
“아닌데? 난 네 소중이 무시한 건데?”
“아. 그래? 어? 어어? 야. 자, 작지 않아!”
벌떡 일어나 소리치자 손가락으로 이마를 눌러 다시 눕히는 시아.
씩씩대며 다시 발버둥 쳤지만, 몸이 안 좋은 건지 시아가 힘이 센 건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네에~ 네에~ 알겠습니다. 안 작다고 해줄게. 그러니까 가만있어.”
“으윽. 분하다. 진짜 분해.”
“근데 정연 언니랑 하는 건 잘 돼 가?”
“어? 너 이제 언니라고 하네?”
시아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렸다.
원래 아메리칸 마인드라면서 김정연이든 홍미나든 한정수든 상관하지 않고 공평하게 반말로 패던 시아였는데.
이제 한국 사회에 꽤 적응한 모양인지 김정연을 언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근데 너 왜 홍미나한테는 언니라고 안 해?”
“흥. 몰라.”
“뭐지?”
입을 비죽- 내미는 시아의 모습에 너무 귀여운 나머지 볼을 꼬집었다.
야들야들한 볼살이 마치 모찌처럼 말랑말랑했다.
“아악! 이 미친놈이!”
아.
실수로 진짜 떼려고 힘을 준 모양이다.
아이싱으로 하마터면 죽빵을 맞을 뻔했다.
“자, 잘 돼가고 있어. 정연 누나랑 하는 사업.”
“진짜 아파. 개새끼.”
“미안미안. 너무 귀여워서.”
“뭐래. 병신이.”
볼을 쓰다듬으며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시아를 올려다보았다.
보통 굴욕적인 시점이라고들 하던데, 애가 날씬해서 그런지 접히는 턱살조차 없었다.
“예쁘네.”
“미친놈아. 갑자기 뭐래. 진짜.”
“예뻐서 예쁘다고 한 건데. 커헉.”
주먹으로 복부를 힘껏 내리친 시아.
숨이 턱- 막히고 머리가 핑- 돌았다.
“지랄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넵.”
“그래서? 어떻게 잘 되고 있는데?”
“이제 곧 첫 번째 버전 앱이 완성될 거래. 그래서 너튜브도 열심히 업로드하고 있지.”
“그거랑 무슨 상관이야?”
“작은 스타트업에서 만든 앱을 누가 알고 해보겠어. 광고해야지. 근데 막대한 중국 자본이나 대기업을 상대로는 택도 없잖아. 처음은 내 너튜브 영향력으로 이용자를 늘리는 거지.”
“흐응. 그걸로 될까?”
“안 되지. 그래서 미리 대책을 세워놨지.”
시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저 모습도 귀엽네.
요즘 시아에 푹 빠져서 조금 위험할 지경이다.
자꾸 시아 생각이 나고 강의 시간에도 시아 생각이 문득 들곤 했다.
“무슨 대책?”
“그거 땜에 내가 이 고생을 하는 거거든.”
“그래?”
“어. 너 페이스첵은 알지?”
워낙 소셜미디어를 하지 않는 시아였기에 그 유명한 페이스첵을 모르는 건 아닐까 조마조마했다.
“내가 무슨 원시인인 줄 아냐?”
“아니었어?”
“··· 넌 진짜 죽었다.”
“끄아악! 알았어. 자, 잠만! 야! 거긴 내 꽈추···.”
겨우 시아를 진정시키고 대화를 이어갔다.
“페이스첵이 원래는 개발자가 다니던 대학교에서 사용하던 거였어. 그렇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거거든. 그래서 나도 생각했지. 우리 DMU에서 정연 누나가 만든 앱을 홍보하고 사용을 장려하게 만들면 되겠다고.”
“어떻게?”
“소셜미디어 수업도 있고 경영이나 마케팅 이런 쪽에서도 요즘 SNS 많이 쓰니까. 그런 강의에 과제로 우리 앱이 옵션으로 들어가거나 각종 대학교 홍보 같은 거도 우리 앱으로 하면 적어도 우리 대학 내에서는 홍보도 많이 되고 안 쓰고 싶어도 한 번쯤은 다운 받을 거 아냐.”
“그게 가능해? 학교에 돈을 주는 거야?”
“아니지. 난 바비라는 든든한 빽을 얻었으니까. 바비가 도와주기로 했어. 확실히 해주겠다는 개런티는 바비도 못 하지만 적어도 교수들이랑 담당 부서에 주선은 해줄 수 있으니까.”
내가 카페테리아에 불고기 프라이데이를 선뜻 하겠다고 나선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다른 건 다 차치하더라도 바비라는 하우징 매니저의 인맥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지금 내가 하는 고생은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어렵네.”
“그치. 사업이란 게 다 그렇지 뭐.”
“그럼··· 넌 결국 사업이 하고 싶은 거야?”
“음. 결국에는 하고 싶은 건 내 이름을 건 프랜차이즈를 만드는 거지.”
“한식으로?”
“어. 아! 시아야. 내가 이름을 몇 개 생각해 봤는데 어떤지 볼래?”
“응.”
“엉클 씩. 씩’s 키친, 불고기 프라이데이··· 음··· 또.”
시아는 진지하게 고민하는 듯했다.
평소 아무것도 관심 없다는 듯이 맹한 시아에게 이런 모습이 있다는 건 아마 나밖에 모를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 관심도 없고 저리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하지도 않는다.
오직 나에게만 저런 노력을 해주는 시아.
“흐응~ 글쎄.”
“아직 정해진 건 없는데 그냥 이 정도로 생각해 본 거야.”
“더 생각해 봐. 딱히 끌리는 건 없는데··· 씩’s 키친이 그나마 나은 듯?”
“그래?”
나도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나은 상호가 씩’s 키친이긴 한데, 뭔가 조금 아쉬웠다.
이름이야 아직 바로 차릴 건 아니니까 차근차근 더 생각해볼 문제다.
혹시 하늘에서 뚝 하고 너튜브에서 누군가 댓글로 추천해줄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럼 어디에 차릴 건데? 한인 타운?”
“아니.”
“으음. 그럼 시내에?”
“아니.”
“그럼 어디?”
“푸드트럭으로 시작할 거야.”
“푸드트럭?”
“어.”
푸드트럭에 대한 로망은 항상 있었다.
전생에 동식이와는 의견 차이로 해보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자본력도 충분하고 내가 원하는 개조된 트럭으로 제대로 된 푸드트럭을 해볼 자신이 있었다.
“뭔가 낭만 있잖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고객과 같이 호흡하는 느낌이.”
“그럼··· 푸드트럭을 계속 늘리는 거야?”
“아니지. 결국엔 매장을 차리겠지만, 매장 자체를 푸드트럭 테마로 만드는 거야. 움직이지 않는 트럭인 셈이지.”
“흐응. 언제부터?”
“영주권이 아마 다음 학기쯤에는 나오지 않을까 싶어. 그러니까 여름 방학 때까지 푸드트럭 개조 다 끝내고 다음 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봐야지.”
“그럼 여름 방학 때는 뭐 할 거야?”
여름 방학.
이번 학기가 끝나면 여름 방학이 시작된다.
대학교에서는 가장 긴 방학이자 장장 3개월이 넘는 시간이 비는 거다.
그래서 이번 여름 방학에는 푸드트럭 개조로 바쁘게 보낼 생각이지만, 또 꼭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영주권 신청 중에는 해외여행이 제한되기에 영주권이 딱 맞게 방학 말미에 나와준다면 말이지만.
“한국 가고 싶어.”
“고향에?”
“어. 너랑 같이.”
“나, 나랑?”
시아는 갑자기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는 더듬거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그, 그그그그그래? 난 아직··· 주, 준비가··· 안 됐는데.”
“무슨 준비?”
“모, 몰라. 갑자기 왜···.”
“그냥 여행으로 간다고. 무슨 상견례 가는 줄 알고 있는 거야?”
“···.”
“···.”
“나, 나도 당연히 그런 줄 알고 있었거든!”
“어쨌든 번 돈으로 부모님 호강도 시켜드려야지. 직접 찾아뵙지도 않고 덜컥 큰돈 주면 우리 부모님 심장마비 오셔.”
부모님 성정상 내가 직접 대면해서 충분히 설명하지 않으면 큰돈을 줘도 제대로 쓰지도 않을뿐더러 납득도 못하실 게 뻔했다.
그러니까 이번에 가면서 직접 집도 사드리고 차도 사드리면서 제대로 설명해야지.
“으아~ 어쨌든 시아 네 덕분에 두통은 많이 사라진 듯?”
“그래? 다행이다.”
“오늘 자고 갈래?”
“··· 싫어.”
“괜히 튕기는 거지?”
요즘 부쩍 시아 집에서 같이 자거나, 내 집에서 같이 자곤 했다.
그래서 농담으로 시아는 항상 이럴 거면 그냥 집 사지 말고 자기 집으로 들어오지 왜 그랬냐며 나무란다.
“흥.”
“삐졌어?”
“내가 왜?”
“에이~ 그러지 말고. 자고 가.”
“이럴 거면 진짜 왜 집을 산 거야. 내 집으로 들어오면 되지.”
“그야··· 내 공간도 필요하니까. 그리고 네 집은 진짜 네 집 아니잖아.”
“으음··· 그러게. 나도 돈 벌고 싶어.”
평소 시아와는 다른 말이었다.
돈을 벌고 싶다니.
아버지가 그렇게 돈이 많은데도 왜 돈을 벌고 싶을까.
“왜?”
“나도··· 호강시켜주고 싶어.”
“아. 아버지?”
“아니. 너.”
“지금도 충분히 호강시켜주고 있는데?”
“내 돈은 하나도 없어. 다 아빠 돈이지.”
“흐음. 이제 자립하려고?”
“응. 돈 벌고 싶어.”
시아가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지금 딱히 생각해 보아도 시아에게 어울리는 직업이 뭘까 싶었다.
워낙 똑똑한 아이라 열정만 있다면 뭐든지 해낼 녀석이라고 생각은 들지만.
“시아 바네트가 아니라··· 정시아로 살아가고 싶어.”
아무 의욕도 없던 지난날에 비해서는 저런 목표를 가지고 사는 게 더 나은 삶이겠지.
그런데 왠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 너무 행복한 나머지 지금을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일까?
시아가 바빠지고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한다면, 거기에 내가 낄 자리는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내 여자의 다짐을 막아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응원할게.”
“응.”
“그런 의미로 자러 갈까?”
“정말 잠만 자려고?”
“너너. 진짜 까불고 있구나?”
“풉.”
시아는 나를 하찮게 쳐다봤다.
예전부터 항상 이런 식으로 나를 무시하는데.
“야. 정시아. 따라 들어와. 나 독산동 불방망이야. 오늘 화끈한 불방망이 맛을 보여주마.”
“풉. 독산동 이쑤시개가 아니라?”
“넌 뒤졌다. 내가 오늘 사이클링히트가 뭔지 보여줄게.”
*
어쩐지 모든 일이 잘 풀린다 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시아가 내 옆에서 곤히 자는 모습을 보며 모닝커피 한 잔을 마셨다.
날씨까지 어찌나 화창한지 오늘은 두껍게 입지 않아도 될 정도로 겨울이라고는 상상도 못 할 따뜻한 하루였다.
강의도 재밌었다.
교수님이 해석하시는 소설의 내용을 듣고 있자니 그 소설을 다시 읽고 싶다는 열망이 생길 정도로.
불고기 프라이데이 준비 또한 모두 마친 터라 오늘은 그야말로 여유 그 자체였다.
따사로운 햇살.
여유로운 일과.
그야말로 딱 적당한 날이었다.
이놈을 만나기 전까지는.
“퍽킹 차이니즈!”
나에게 차이니즈라 욕하며 다가오는 거구의 백인.
녀석은 일전에 텍스멕스 집에서 마주친 적이 있던 그 데이브란 놈이었다.
나한테 소중한 부위를 차여서 거의 고자가 될 뻔했던 녀석.
이놈이 DMU에 다니는 줄은 전혀 몰랐는데.
가만 보니 미식축구 선수였다.
옆에는 같은 팀의 친구들이 함께 험악한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순식간에 둘러싸인 나는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말 이 데이브란 놈이 원하기만 한다면 나를 곤죽을 만들어놔도 이상할 게 없는 그런 상황.
“이 새끼가 그때 나 고자로 만들 뻔한 새끼야.”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에 나타난 사람은···
“야. 너희들 뭐야?”
브레드였다.
근데··· 빵 형이 왜 거기서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