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21
121. 용성[龍星] 장설린
야심한 밤.
섬서의 성도 서안은 몰려드는 무인들과 그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장사치들, 그리고 이런 축제 분위기를 즐기는 주민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근래 사악한 마두가 서안 인근을 떠돌면서 흉행을 벌여 잠시 움츠리고 있던 사람들이었으나 서안에 모인 용감한 협사들이 힘을 합쳐 마두를 쓰러트린 지금 그들의 불야성을 막을 것은 없었다.
그렇게 달조차 어스름한 야심한 밤,
사람의 빛으로 휘황찬란한 거리를 고층 전각의 기와위에 앉아 내려다보고 있는 남자가 한 명.
‘회귀 후 지금까지 정마대전을 막기 위해 이런 저런 일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 일은 그중에서도 가장 큰 성과다!’
성요진인에게 말했던 두 가지 백천회의 커다란 실패는 동시에 그에게는 커다란 성공이었다.
하지만 종남을 포섭한 것은 그런 둘과 비교해도 지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성과였다.
이제껏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백천회의 형태와 윤곽을 잡는 것에 큰 도움이 될 터였다.
가시적인 성과에 기뻐하는 것도 잠시.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 보았다.
‘정마대전을 막기 위한 열쇠는 결국 천마암살의 저지! 마 부인을 구하는 것으로 백천회는 암살에 필요한 사전 정보를 얻지 못했다.’
천마암살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마 부인을 통해 성연회 때 한마시의 호위 배치와 천마의 동선을 모두 알고 있었던 것과 그런 호위를 돌파하고, 끝내 천마를 암살한 탈인의 고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장백서가 마 부인을 구함으로 그들은 지리적 이점을 잃었고 이런 상황에서라면 아무리 탈인의 고수라고 해도 회귀 전처럼 되지는 않을 터였다.
‘문제는 저들이 어떤 방식으로 다시 암살을 기도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회귀 전 세상과 같은 방식의 암살은 무리일지 몰라도 그렇다고 쉬이 포기할 백천회가 아니었다, 그들은 분명 방법을 찾아 헤맬 것이고 그것이 성공하면 결국 정마대전이 다시 터질 수밖에 없었다.
‘일단…… 그들이 천마를 암살할 때 쓴, 가장 ‘날카로운 칼’을 빼앗아야 한다!’
그렇게 앞으로의 행보를 결정 지은 장백서는 문득 이번 사건.
마두 진호윤과 관련된 사건이 회귀 전의 세계에서는 어땠을까 생각에 빠졌다.
회귀 전의 세상.
열 여덟의 장백서는 어리고 약했고 외부일에도 큰 관심이 없었다.
있었다 해도 그 소식을 알만 한 수단도 거의 없었고.
그렇기에 회귀 전 세상의 당금 천하용봉지회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귀 전의 세계에서 진호윤과 진호풍이 그 이름을 떨치지 못한 것을 보면 결국 어떠한 형태가 되었던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졌고, 아마 회귀 전 세계에서는 끝내 진호풍도 죽었던 것이겠지.’
하지만.
회귀 후의 세계에서 진호풍은 죽지 않았다.
죽기는커녕 장백서의 우군이 되어주었고 종남과 그를 이어주는 믿음직한 다리가 되어주기까지 하였다.
‘미래가 바뀐 것이다!’
세계는 분명, 핏빛 미래로부터 한 걸음 멀리 물러났을 터였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백서의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이번 마두 사건에서 진호윤에게 희생된 자들, 그들이 어쩌면 원래 세계에서는 죽지 않았을지도 모를 사람들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만약 장백서가 백천회의 수작질을 두 번 연속으로 망치지 않았다면.
백천회의 이런 수작질이 지금이 아닌 좀 더 뒤의 미래에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물론.
원래 세계에서 백천회가 어떤 식으로 일을 꾸몄고 어떻게 일을 벌였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얼마나 많은 인명이 희생되었는지 장백서는 모른다.
어쩌면 이번 사건은 세발의 피로 보일 정도로 수많은 인명이 무의미하게 피 흘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마두 사건으로 희생된 사람들이 어쩌면 죽지 않아도 되었을 사람들이라 생각하면 여전히 속이 편치 않은 그였다.
대의를 위해……
거시적인 목표를 되새기며 정마대전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 자위할 수도 있었지만, 장백서는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생로병사!
태어나고 살아가며 늙어가고 병들어 그리고 죽는다.
이 피할 수 없는 인과를 짊어지고 이 땅의 모든 존재들은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는 저 인과에 따라 늙고 병들어 죽지만 또 어떤 이들은 그런 약속된 끝을 맞이하기 전에 짐승, 혹은 자연 재해, 혹은 같은 인과를 짊어진 사람의 손에 죽는다.
그리고 그런 모든 변수까지 포함된 인간의 살아가는 형태를 사람들은 웃으면서, 혹은 눈물 흘리면서도 순리라고 칭한다.
그 속에서는 무수한 인과가 태어나고 그렇게 인세는 돌아간다.
하지만.
이 하늘 아래 단 한명.
그런 순리를, 천기를 거슬러 올라온 이가 있었고 그게 바로 장백서였다.
만약, 그가 천기를 거슬러 온 자가 아니었다면 이번 사건이 그의 행동으로 인한 인과의 결과라 해도 이 정도로 가책을 느끼지는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그는 천기를 거슬러 온 자였고 그런 그로 인해 변한 세상의 인과와 죽음이 모두 자신의 책임인 듯 너무나도 무겁게 느껴졌다.
“후우…….”
그렇게 한숨을 내쉬던 장백서는 문득.
스윽
가슴팍에 걸리는 어떤 물건을 꺼내 보았다.
“…….”
그것은 천으로 된 작은 복주머니 형태의 낡은 부적이었다.
사 년 전, 호현표국의 도우미로 나선 장백서에게 금현아가 건네준 물건.
장백서는 이 부적을 그 이후로 쭉 간진하고 있었다.
금현아는 너무 낡고 해졌다고 새로 만들어 주겠다 했지만 장백서는 이게 좋다고 했고 결국 금현아가 다시 수선해준 부적이 바로 이것이었다.
처음 건넸을 때와 달리 안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부적은 장백서에게 상기시켜주었다.
그의 회귀가 바꾼 인과가 사람을 죽게 만든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 부적을 만들어준 소녀.
금현아는 원래라면 십할 죽었어야 할 운명의 소녀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회귀한 장백서가 만났고 구해주었으며 어찌된 인과인지 이제는 한 문파의 식구가 되어 사형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금현아만이 아니었다, 청성 아미 당가, 원래라면 백천회에 잠식되었어야 할 세 명문정파를 구했으며 마 부인과 그 아이를 구해냈다, 그리고 이번에는 진호풍까지……
‘후회하지 않기로 했거늘…… 나답지 않은 짓을.’
금현아를 구하러 가는 그 순간 다졌던 각오였다.
애초에, 설령 천기를 거슬러 시간을 되돌아왔다 한들 그도 인과의 흐름 속에서 살아가는 한 명의 인간일 뿐이었다.
해내지 못한 일에 슬퍼하고 구하지 못한 생명에 눈물 흘리는.
죽어간 이들로부터 눈을 돌리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천하를 피로 물들일 정마대전…… 반드시 막아내겠소…….’
지금은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아갈 뿐!
그렇게 마음의 짐을 덜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난 장백서는 뒤를 돌아보았다.
“흠? 예리한걸?”
그곳에 있는 것은 한 명의 여인이었다.
짧은 단발에 사나운 미소를 만면에 띤 여인은 마치 대형 맹수와도 같은 광포한 기세를 몸에 두르고 있었다.
그 미소는 사납지만 동시에 오만했고 그 기세는 광포했지만 동시에 고고했다.
“장설린 소저…… 이런 야심한 밤에 이런 곳에는 무슨 일로?”
여인의 정체는 미래의 용성[龍星] 장설린이었다.
장백서의 질문에 사나운 미소를 짓고 있던 장설린은 고개를 모로 꺾으면서 장백서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마치 범이 사냥감의 가치를 파악하는 것 같이도 보였고 혹은 아이가 처음 보는 딱정벌레를 요리조리 살펴보는 것과도 닮아 있었다.
맹수와도 같은 포악함과 아이와도 같은 순진함이 뒤섞인 그녀의 눈길에도 불구하고 장백서는 그저 태연했다.
그런 장백서의 모습에 장설린은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는 않고 만족스럽다는 듯 말했다.
“네가 매화검룡과 힘을 합쳐 마두, 아니 진호윤을 잡았다 하더군…… 사실이냐?”
“……맞습니다, 부족한 실력이나마 매화검룡 대협이 마두를 잡는 것에 약소하나마 힘을 보탰…….”
“햐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웃음을, 그것도 비웃음을 터뜨리는 장설린의 모습에 장백서의 이마에 핏줄이 한 가닥 섰다.
“요즘 그 이야기로 서안이 시끌시끌한 건 알고 있나!? 서안의 모든 사람들이 이리 말하고 있다고!”
마치 경극의 배우라도 된 듯 양 팔을 활짝 펼치고 관객에게 호소라도 하듯 과장된 동작을 취해 보인 장설린이 말을 이었다.
“협행검 장백서야 말로 이번 천하용봉지회의 우승자다! ……라고 말이야~”
“과찬의 말씀입니다, 어디까지나 화목연 대협의 실력이 뛰어났을 뿐, 저는 그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 아닙니다.”
그런 장백서의 태도에 노골적으로 불만이라는 표정을 지어 보인 장설린이 장백서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가 매화검룡과 힘을 합쳐 진호윤을 쓰러트렸다는 그 이야기…… 거짓말이지?”
그런 그녀의 말에 장백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질투인가? 귀찮게 하는군…….’
처음 그녀가 자신을 찾아왔을 때는 무슨 일인가 했는데 생각보다 시답지 않은 이유에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대충 이런 인간 한둘 즘은 나타날 걸 짐작하고 있었다.
이것도 그나마 화목연과 공을 나눴기에 이정도지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훨씬 귀찮은 일이 많았을 터였다.
그렇게 골치아프다는 듯 목을 만지작거리며 장백서는 말했다.
“장소저의 그런 의심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앞서말했듯이 저는 그저 조금 거들어…….”
“네놈이잖아.”
“……네?”
“진호윤을 쓰러트린 건 네놈 혼자서 한 일이잖아?”
명확한 확신을 담아 말하는 장설린의 모습에 순간 매만지던 뒷덜미가 서늘해졌다.
‘어찌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이지?’
그 사실을 아는 이들은 이미 장백서가 단단히 입단속을 한 상태였다.
물론 종남의 추살대와 섬서연합의 척살대도 있었지만 그들이 본 건 어디까지나 흑자창기공을 잃은 후의 진호윤과 싸우는 모습뿐이었다.
‘누군가로부터 말이 새어 나갔나?’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일행의 입에서 말이 새어 나갔을 가능성을 검토하는 장백서를 보고 장설린은 만족스럽다는 듯 웃어 보였다.
“아무래도 맞는 모양이군~!”
“……어찌 그리 생각하시는지,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아무래도 무언가 확실한 정보나 이야기를 들은 것은 아닌 듯 보이는 장설린의 모습에 장백서는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평정을 가장하고 물었다.
“냄새야.”
“……네?”
당황해하는 장백서를 보며 장설린은 어깨를 으쓱였다.
“딱히 안 믿어도 상관없어, 하지만 말이야 난 냄새로 강한 사람을 알아볼 수 있어, 그것도 꽤나 높은 정확도로, 이제까지 내가 아는 가장 강한 냄새의 소유자는 내 스승님이었다.”
그렇게 말한 장설린은 갑자기 냄새를 맡는 시늉을 해 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말이야…… 네놈을 처음 보는 순간, 내 생에 단 한 번도 맡아 본 적이 없는…… 내 스승님조차 뛰어넘는 강함의 냄새가 풍겨 왔다!”
“…….”
“처음 널 봤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넌 모를 거다, 솔직히 그때는 나도 내 코가 어디 잘못된 줄 알았다고?”
그렇게 말한 장설린은 잠시 뜸을 들이고 ‘하지만’ 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네놈이 진호윤을 쓰러뜨렸다는 말을 듣고 나는 확산했다!! 내 코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그런 그녀의 엉망진창인 이야기에 무어라 반박하려 했으나……
“싸우자!!! 직접 싸우지도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날 달아오르게 만든 건 네놈이 처음이란 말이다!! 천하용봉지회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우고 나랑 지금 여기서 한 판 뜨자 이 말이야!!!”
앞 뒤 다 생략하고 일단 한 판 뜨자는 장설린의 모습에 장백서는 뒷덜미가 서늘해지는 감각이 골이 쑤시는 감각으로 변해감을 느꼈다.
‘회귀 전 세상에서 용성이 전투광이라는 소리는 몇 번 들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질겁한 장백서는 모로 뜬 눈으로 장설린을 보면서 말했다.
“……장 소저의 말과 달리 저는 그리 대단한 사람은 아닙니다, 그러나 하나 자신 있는 것이 있기는 합니다.”
“오오!! 뭐냐!? 역시 검술인가!? 그도 아니면 권법!? 수공!? 뭐든 좋아 덤벼라!! 한 판 신나게 놀아보자!!!”
“신법이요.”
“뭐?”
“신법.”
휘이이잉!
그 말과 동시에 장백서는 지체없이 몸을 날렸고 그런 예상밖의 행동에 굳어 있던 장설린은 잠시 멍해있다 뒤늦게 길길이 날뛰었다.
“이,이!! 비겁한 놈아!!! 무인이 결투신청을 받고는 그렇게 도망치다니……!!! 네놈은 부끄러움도 모르냐!?”
그렇게 한참을 날뛰던 장설린이었으나 곧……
“크크크! 장난 아니군, 더럽게 빨라!! 얼마나 공력이 강하고 그 운용이 탁월하면 저리 빠를 수 있을까!? 기대되는군……!”
상기된 얼굴로 그렇게 혼잣말을 하던 장설린은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네가 싫어도 우리는 곧 싸우게 될 거야…….”
그녀의 그 한 마디는 여전히 떠들썩한 찬란한 섬서의 밤거리로 천천히 녹아 사라졌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젊은 무림인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그들의 축제.
천하용봉지회가 막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