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52
152. 슬픔을 달래다
현상금이 걸린 표적.
이 정보는 아직 후기지수들 사이에 퍼지지 않았던 것인지 중소방파의 후기지수들은 물론 표적에 대한 사실을 모르던 다른 이들까지 모두 당황스러워 했다.
“죄 없이 말려든 여러분들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그저 ‘죽이면 안되는’ 목록의 사람들 보다는 ‘필히 죽여야 하는’ 표적인 제가 나가는 쪽이 더 이치에 맞을 것입니다.”
“그, 그런, 아니 표적? 표적이라니 도대체 그게 무슨……?”
당황스러워하는 석유혼에게 장백서는 적당히 진실과 거짓을 섞어 이야기해주었다.
구출대로서 주변을 수색하다 팽경후의 수색을 나갔던 이들이 쓰러져 있는 것을 목격했던 일부터 그 이후 흩어져 수색하던 중 황보위향과 원지여를 습격 중이던 사파의 흉적과 마주쳤던 일까지.
“운이 좋았다 해야 할까요 그도 아니면 운이 나빴다고 해야 할까요? 당시 두 사람을 습격 중이던 사파의 흉적은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조금 정신머리가 이상한 인간이었습니다, 제가 두 사람을 피신시키고 그자를 유인하던 중 그자가 제 뒤를 쫓으며 혼자 나불나불 다 불더군요.”
장백서는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고 이내 자조적인 어조로 말을 이었다.
“어찌된 일인지 저에게 따로 현상금이 붙은 모양입니다, 그것도 상당한 액수로…….”
“아니…… 어째서 장 대협에게 현상금이……!?”
“그거야 저도 모르죠…… 다만.”
으쓱
어깨를 장난스럽게 으쓱해 보인 장백서는 이어서 말했다.
“이 습격의 목적이 정말 정도에 대한 경고차원의 일이라면…… 저만큼 만만하고 경고도 되는 표적이 없지 않았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예측해 볼 뿐입니다.”
“그런…….”
그렇게 말하면서도 장백서의 추측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하는 석유혼이었다.
협행검 장백서.
그 명성은 천하무림에 널리 퍼졌으며 아울러 젊은 후기지수들에게는 영웅이었고 우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명성과 반대로 그의 배경은 미약하기 짝이 없었다.
사천 강정현에 자리를 잡은 유현문이라는 그 작은 문파는 무림의 새로운 신성인 장백서를 밀어주고 지켜 주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했던 것이다.
정도무림에 경고를 하고 싶으나 명문의 제자들을 죽여 괜히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는 않아 보이던 습격자들에게 협행검 장백서 보다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이 없었을 것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장백서의 말을 들은 석유혼의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고 진실은 조금, 아니 많이 다르지만 말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제가 여기 있는 게 여러분을 위험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니 목록의 분들이 떠나야 한다면…… 그 전에 제가 먼저 이 곳을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씁쓸한 표정으로 그리 말하고 뒤돌아 숲으로 한 발 두 발 내딛는 장백서의 모습에 석유혼이 급히 그를 잡아 세웠다.
“기, 기다려 주십시오 장 대협!!”
“왜 그러십니까 석유혼 소협.”
“장 대협이 떠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니, 표적으로 노려지신다면 더더욱 여기를 떠나시면 위험합니다!! 저희들과 함께 하시지요!!”
“맞습니다 가지 마십쇼 장 대협!!”
“나가시면 죽습니다!!”
석유혼의 말에 동의하듯 중소방파의 후기지수들은 물론 목록의 후기지수들도 그런 장백서를 말렸다.
다수의 사파고수들에게 노려지는 상황에서 스스로 이곳을 떠나는 건 죽으러 가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정파의 새로운 영웅을, 그리고 이 자리의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다닌 협의지사를 밖으로 내쫓을 만큼, 이 자리에 모인 정도의 후기지수들은 막돼먹지 않았다.
“……하지만 제가 함께 하면 여러분의 목숨이 더 위험해집니다.”
“그래도 그게 장 대협의 책임은 아니지 않습니까!? 비열하고 잔인한, 그리고 치졸하기까지 한 흉적들이 나쁜 것이지요!!”
목청 높여 장백서는 잘못이 없다고, 떠나지 말라고 말하는 석유혼의 모습에 장백서는 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제 잘못이 아니라 말해주시는 겁니까? 이런 상황에서 망설임 없이 그리 말할 수 있다니…… 석 소협은 공명정대한 분이시군요”
“아, 아닙니다…… 공명정대라니 저 같은 것이 어찌 감히…….”
과한 칭찬이 쑥스러운듯 말을 흐리는 석유혼을 보며 장백서는 물었다.
“하지만 그건 목록의 후기지수분들도 마찬가지가 아납니까?”
“네!?”
장백서는 고개를 돌려 제갈서후와 남궁표, 그리고 목록에 이름을 올린 명문의 후기지수들을 훑어보았다.
아직 앳된, 약관 전후의 청년들이라는 점에서 중소방파의 후기지수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다만 그들이 입은 것, 그리고 패용한 무기등에서 명백한 ‘계급’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
세가 큰 자와 작은 자.
그리고 강한자와 약한 자.
“…제갈 소저가 한 말은…… 네, 제가 들어도 정말 기가차고 코가 차는 오만한, 그리고 불손한 망발이었습니다.”
화악
“…….”
장백서의 말에 제갈서후는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붉혔다.
시발점은 남궁표였지만 일이 이 지경까지 온 것에는 자신의 탓이 가장 크다는 걸 그녀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화가 날 수 있…… 아니 화가 날 수밖에 없는 말이었죠…… 하지만.”
목록의 후기지수들을 둘러보던 장백서의 눈이 다시 석유혼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참극의 책임을 그들에게 돌려서는 안되지않겠습니까?”
“…….”
장백서의 말에 석유혼이 아무런 말도 못하고 침묵했다.
손은 불안한 듯, 혹은 화가나는 듯 떨리고 있었고 그 눈은 이곳 저곳을 방황했다.
장백서의 말이 맞다는 것을 인정하는 이성과 그럼에도 그들을 용서할 수 없는 그의 감정이 충돌하는 와중…… 장백서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아직 애들이지 않습니까?”
“……네?”
“천하용봉지회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스물 다섯이 안된 이들입니다…… 세간에서는 그 정도면 이미 일가를 이루어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지만…… 아시지 않습니까? 무가와 무문의 사람들이란 그 나이가 되도록 평생 무공만 파느라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평범한 사람들보다 생각이 어리고 어리숙할 수도 있다는 것을.”
특히 명문의 후기지수들이 이런 면이 심했다.
무공에 무공에 의한, 무공을 위한 집단이 명문거파들이었다.
그들에게 있어 인생의 시작이 무이고 나이를 먹고 성장한다는 건 그만큼 더 긴 세월 무를 수련했다는 의미였다.
평범한 사람들이 자라나며 가정을 떠나 바깥일을 배우고 나와 네가 다름을 알아가는 시간동안 무문의 사람들은 하염없이 무공을 수련하며 강함을 추구한다.
물론 명문이라 불리는 곳에서는 그 와중에도 틈틈이 여러 교육을 진행하지만, 어디 책과 글로 배우는 세상과 사람이 직접 부딪히는 세상이 같을 수가 있겠는가?
필연 자신이 속한 문파라는 작은 세상속에서 살아온 그들의 의식은 아직 어리고 여물지 못할 수밖에 없었고 세간에서는 천뇌미봉이라 칭송받는 제갈서후가 이런 바보 같은 실수를 한 것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었다.
일종의 닫힌 세계의 폐해 같은 것이었다.
“그들도, 그리고 우리도, 이제 겨우 무림이라는 세계에 한 발을 내딛게 된 아기 새들일 뿐입니다. 저들은 명문이라는 이름을 짊어지고 그 이름에 어울리게 행동하려 노력하겠지만…… 잘 될 리가 없죠, 아직 어린 저들이, 명문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권리만을 누리며 살아온 저 어린아이들이 그 이름이 가진 책임을 이해하기에는…… 아직은 무림에서의 시간이 너무 부족했을 것입니다.”
마치.
말 안 듣는 아이에 대한 푸념이라도 늘어놓는 것 같은 장백서의 말에 석유혼은 무어라 반박도 하지 못한 채 말없이 장백서 뒤편의 후기지수들을 보았다.
그의 말 대로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자신들을 이용하려는 사악한 위정자, 혹은 압제자 따위로 보였던 명문의 후기지수들이 지금 보니 그 나이 또래에 맞는, 아니 훨씬 어수룩한 어린애들로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도, 그리고 등 뒤의 중수방파의 후기지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모두 아직 어리고 책임이니 의무니 하는 것들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많았다.
하지만……
“그래서…… 그래서 어쩌라는 겁니까!? 어린애!? 내 동생도 어린애였습니다!! 나보다 훨씬 어린……이제 약관이 막 지나 턱에 수염도 안 자란 덜 자란 꼬맹이였단 말입니다!! 왜 내 동생만 죽어야 했던 겁니까!? 누구보다 의로운 아이였습니다…… 사파 흉적 들에게 습격받았을 때…… 누구보다 먼저 진행위원분들을 돕기 위해 앞으로 나선 그런 아이였단 말입니다!!”
복받쳐 오르는 감정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죽은 동생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까?
석유혼의 눈가는 점점 붉어져 갔고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흘러내렸다.
“왜, 왜 제 동생이 죽어야 했던 겁니까!? 제 동생만이 아닙니다!! 그때 죽은 다른 이들도…… 그들은 또 무슨 잘못이란 말입니까!? 그저 의로운 마음으로 나섰던 그들이 왜 죽어야 했습니까!? 왜 그들만 죽어야 했단 말입니다!! 똑같은 행동을 했는데…… 어찌 그들만 그리 비참하게 죽어야 했단 말입니까……!”
아마도.
이것이야 말로 석유혼이란 남자의 본심일 터였다.
남궁표와 양정운, 그리고 진소여.
그들처럼 진행위원을 돕기 위해 석유혼의 동생도, 아니 그야 말로 가장 먼저 앞에 나서 싸우려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죽었고 남궁표와 양정운, 그리고 진소여는 살았다.
실력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그저 그들의 이름이 목록에 올라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저 어디의 누구로 태어났다는 차이만으로……
석유혼은 그것을 용서할 수 없는 것이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장백서는 이제야 드러난 그의 진심에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까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잠시 뒤 천천히 입을 연 장백서는 말했다.
“석 소협의 동생분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네……?”
조금은 뜬금없이 느껴지는 장백서의 물음에 석유혼은 잠시 당황했지만…… 곧 무언가에 홀린 듯, 그도 아니면 그런 질문을 처음부터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입을 열었다.
두서도 없고 시간 서순도 어긋난 중구난방의 이야기였지만 그 어설픈 이야기 속에는 동생에 대한 석유혼의 애정과 자랑스러움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훌륭한 아이였군요…… 장차 무림의 영웅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네, 자랑스러운 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전, 석 소협이 이야기하기 전부터 동생분이 그런 분이란 걸 알고 있었습니다.”
“네?”
의아해하는 석유혼의 얼굴을 보며 장백서는 자신이 남무림의 후기지수들을 구하러 가서 보았던, 땅에 널브러진 시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중에 가장 앞서 나가, 누구보다 먼저 괴기쌍객 요용호의 손에 죽음을 맞이한 소년과 석유혼의 모습이 퍽 닮아 있었다.
“누구보다 먼저 불의에 맞서, 누구보다 먼저 의롭게 그리고 긍지 높게 싸웠겠지요…… 그렇기에 누구보다 먼저 죽게 되었을 터입니다…… 세상이란 참 서글픈 것이지요, 누구보다 정의로운 자가, 누구보다 불의를 참지 못하는 자가 언제나 가장 큰 손해를 보고 결국에는 가장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니…… 그야말로 비극이지요.”
그리 말한 장백서는 ‘그럼에도….’ 라고 말을 이었다.
“의로운 이들이 죽는다 해도 세상은 끝나지 않고 우리는 그렇게 의로운 사람이 줄어 조금 더 비정해진 세상에서 계속해서 살아가야만 하겠지요…… 그렇다면 살아남은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건……!”
“살아남은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죽어간 의로운 이들의 뜻과 의기를 이어가주는 것뿐입니다”
“아,아아,아아아아……!”
그 말에 석유혼은 결국 허물어지듯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을 감싸 안고 마치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며 흐느꼈다.
“석 소협의 동생은 물론 다른 이들도 결코 개죽음을 당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마음은, 그리고 굴하지 않았던 의기는 제가, 아니 우리가 이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받았기에, 이어 나갈 것이기에 압니다, 지금 저희들이 해야 하는 건 서로 편을 갈라 싸우고 반목하고 미워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자, 장 대협!! 죄, 죄송합니다!! 제가, 제가 이 못난 놈이 동생을 잃은 슬픔에 정신이 나가버려 바보같은 짓을 저질렀습니다!! 흐흑! 으윽! 흐윽!”
그렇게 주저앉은 석유혼은 한참을 눈물을 흘렸고 다른 중소방파의 후기지수들 또한 장백서의 말에 감화되어 뽑아 들었던 무기를 다시 집어넣었다.
그렇게 당장에 살육전으로 번질 뻔했던 상황은 장백서의 중재로 종료되었다.
하지만 그가 할 일은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시답지 않은 짓을 해주는군…….’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며 훈훈하게 상황이 정리되는 와중.
그 속에 섞인 누군가는 그리 생각하며 속으로 혀를 찼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고생고생해서 만들어낸 균열이 너무 쉽게 봉합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기회는 아직 얼마든지 남아 있으니까.
***
“목록에 대한 걸 누가 가르쳐 줬냐구요? 아…… 글쎄요 죄송합니다 장 대협, 어디서 듣긴 들었는데 누구한테 들었는지는 잘…….”
상황이 끝난 후, 장백서는 중소방파의 후기지수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목록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노출한 이가 누구인지 찾아다녔다.
그 결과, 목록에 대한 이야기의 시발점이 된 이들을 몇 명 특정할 수 있었으나……
‘하나같이 흘러가듯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말할 뿐이고 하물며 그게 누구의 목소리인지도 잘 모르겠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