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78
178. 반갑다 친구야
금공을 익힌 마두의 등장부터 암객들의 습격까지.
쉴 새 없이 문제가 터진 천하용봉지회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대 일 비무의 본선 이 회전은 강행되었다.
물론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런 때일수록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정도의 기치를 세우는 것이란 의견에 조용히 묵살 되었다.
그렇게 개최된 천하용봉지회의 꽃!
본선 이 회전의 일 대 일 비무는 서안 시내와는 좀 떨어진, 유채꽃이 만발한 평야에서 치러지게 되었다.
사전에 수많은 인부들이 동원된 결과 평야에는 백인투 때 보다도 훨씬 큰 비무장이 마련되어있었고 그 비무장을 중심으로 관객들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관객석을 가득 매운 서안 사람들의 함성 속에서 벌써 두 번의 시합이 치러진 참이었다.
“우와아아아아아!!!”
“남궁표 공자 멋지다!!”
이 회전의 첫 시합의 승자는 팽가의 팽경후였고 두 번째 시합의 승자는 남궁세가의 남궁표였다.
“후~”
만족스러운 듯 숨을 내쉬며 검을 늘어뜨린 남궁표는 손을 들어 관중들의 환성에 답해주었다.
쏟아지는 환성, 화창한 하늘, 그리고 시원한 바람까지.
고작 몇 일 전만 해도 여산에서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낸 게 전부 거짓말 같이 느껴질 정도로 지금 이 순간이 만족스러운 남궁표였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금 이 자리의 주인공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비무에서 패배한 상대방을 일으켜 세워주고 무대에서 내려온 남궁표 쪽으로 다음 시합의 주인공이자 이 일 대 일 비무, 아니 천하용봉지회의 진정한 주인공이 걸어왔다.
남궁표는 특별히 말을 걸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스윽
그를 향해 정중히 포권을 취해 보였고 그 역시 포권으로 마주 답해 주었다.
남자는 그렇게 말없이 남궁표를 스쳐 지나갔고 그렇게 조금씩 멀어져 가는 남자의 커다란 등을 보고 남궁표는 생각했다.
‘장 대협, 당신이야말로 이번 천하용봉지회의 주인공입니다, 세상에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십쇼!’
천하용봉지회 본선 이 회전의 세 번째 시합, 드디어 장백서의 차례가 왔다.
***
“후우… 후우…….”
남궁표가 내려간 방향과는 반대쪽, 아직 시합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거친 호흡을 몰아쉬는 남자가 한 명 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서주공.
정도의 세가 비교적 약한 귀주의 중소문파 출신의 후기지수로 실력이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눈치가 좋고 나름 머리가 잘 굴러가는 인물이었다.
그런 눈치와 머리를 잘 이용해 백인투에서도 살아남고 여산만인투에서도 목숨을 건진 그였다.
하지만.
여산만인투가 끝나고 하나 둘 후기지수들이 자신의 실력 부족을 통감하고 본선 이 회전의 사퇴를 하는 가운데 그는 끝끝내 사퇴를 하지 않았다.
이유가 뭐였냐고?
그야 당연히 욕심이 났기 때문이다.
평소 눈치와 잔머리로 연명해 왔으나 그 한 순간만은 욕심이 그의 몸을 지배한 것이다.
그리고 그 덕에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실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언감생신 꿈도 못 꾸던 천하용봉지회 이 회전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해서 맞닥뜨린 첫 상대가 하필이면 이번 전하용봉지회의 태풍의 눈이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남자.
장백서라는 것이었다.
‘나도 기권할 걸!!’
하지만, 자고로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 법!
그가 후회를 하던 말던 시간은 흘러갔고 시합을 위해 무대로 올라설 시간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서주공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억지로 비무대 위로 올라섰다.
시합의 주인공 중 한 명이 올라섰는데도 관객석의 반응은 싸늘했다, 아니 정확히는 서주공 따위를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보는게 옳을 터였다.
그리고, 비무대에 올라선 서주공 역시 관객들과 함께 숨죽이고 반대편을 주시했다.
저벅 저벅
그의 발걸음은 차분했다.
혈기 넘치는 젊은이의 당당한 걸음도 아니고 풋풋한 젊은이의 긴장이 담긴 걸음도 아니다.
무색무취
걸어오는 사내의 모습을 보면서도 서주공은 그 무엇도 느낄 수가 없었다, 너무 깨끗한 호수는 육안으로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것처럼, 지금 비무대로 걸어 올라오는 저 사내 또한 그러했다.
그리고 그 사내가 무대에 올라선 순간.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협행검! 협행검!”
“최고다 협행검!!!”
쏟아지는 함성에 서주공은 다리가 풀려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
격려, 갈채, 환호, 환성, 그저 장백서가 모습을 드러낸 것 만으로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이미 협의지행과 종남의 마두 사건에서 명성을 쌓은 그가 이번 암객들의 습격에서까지 그 두각을 드러내고 지대한 활약을 했으니……
바야흐로 당금 무림의 후기지수 중 그와 명성을 비교할 만한 이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영웅의 등장인 만큼, 환성이 쏟아지지 않는 쪽이 이상했다.
하물며 그의 인기를 질투할 법도 한 유력 후기지수들조차 그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그리고 이내 양자가 마주하고 검을 뽑아 들었다.
장백서는 이전 여산만인투에서 검이 부러졌던 터라 중원에서 흔히 쓰이는 평범한 한검을 들고 있었다
잔뜩 긴장한 채 기수식을 취한 서주공과 달리 장백서는 편안한 자연체로 그를 주시했다.
이내 이번 시합의 십판을 맞은 화산파의 도사가 시합 개시를 선언했다.
“본선 이 회전 제 삼 시합을 시작한다!!”
덜덜덜덜
시합이 시작되었지만 둘의 거리는 벌어지지도 좁혀지지도 않았다.
잠시간의 짧은 대치, 그리고……
스윽
장백서가 거침없이 서주공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
특별한 신법이나 보법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늦가을 산책이라도 나온 듯 장백서는 거침없이 걸어왔고 그럴수록 서주공의 떨림은 더 심해져갔다.
“오, 오지 마… 오지 마, 제발 오지 마……!”
완전히 겁에 질린 서주공은 헛소리나 지껄일 뿐이었고 머리가 새하얘진 탓에 기권이라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서주공이 떨고 있는 사이 장백서는 그의 코 앞까지 와 있었다.
그리고
스윽
장백서가 코 앞에 있음에도 검을 휘두를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서주공과 그런 서주공을 보며 검을 들지 않은 왼손을 들어올리는 장백서.
‘자, 장법인가!?’
서주공이 겁에 질린 걸 넘어 거의 기절 직전인 이 순간, 장백서가 입을 열었다.
***
한 편.
천하용봉지회 본선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서안 거리는 기이한 적막감에 잠겨 있었다.
그러나 그런 적막감 속에서 홀로 서안 거리를 동분서주하고 있는 인물이 하나 있었는데 그가 바로 종남의 제자를 마두로 만들고 여산만인투에서 내부분열을 유도했던 인물, ‘친구’였다.
‘빌어먹을, 본선 이 회전이 시작되면 이목이 줄어들 거라 생각해 이때만을 기다리고 있었건만……!’
뒤에서 모든 것을 조종한 배후조종자인 그가 어찌된 일인지 초조한 듯 땀을 뻘뻘 흘리며 골목길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감시가 붙었던 거냐!?’
그가 이렇게 바삐 움직이는 이유는 어느새 달라붙은 추격자 때문이었다.
앞서 말한 듯 여산만인투에서의 계획을 실패한 그는 본선 이 회전의 열기에 뒤섞여 서안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도 모르는 사이 감시의 눈이 붙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지금 이렇게 용을 쓰며 그 눈들을 따돌리려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젠장, 만만한 놈들이 아니다, 게다가 한 두 명이 아니야……! 도대체 이런 놈들이 갑자기 어디서…….’
자신이 가진 모든 재주를 총 동원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눈을 따돌리기에는 여의치 않았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감시의 눈을 따돌리려 발악하던 중, 친구는 묘하게 익숙한 찻집을 지나치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형장, 딱 보니 많이 지쳐 보이는데 여기서 차라도 한 잔 마시고 가는 게 어떻소? 여기 차 맛이 아주 좋은데?”
야외석에서 차를 홀짝거리던 남자가 자신에게 말을 걸었고 아무래도 바쁜데 귀찮게 구는 남자의 등장에 친구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 직후.
‘어떻게 나에게 말을 건 거지!?’
그는 현재 환술을 사용해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상태였다, 거기다 몇몇 은신술의 묘리를 더하고 있으니 범용한 자라면 눈 앞에서 뺨을 올려붙여도 잠시 동안은 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할 터였다.
그런 자신을 이리 당연한 듯 지목해 말을 걸다니, 이는 즉 그가 잡기가 통하지 않는 높은 수준의 고수이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의미였다.
혹은……
‘어쩌면 그 둘 다거나…….’
그렇게 친구가 머리를 굴리는 사이……
사아아아아아
마치 안개처럼 서늘한 기파가 뻗어 나와 그의 무릎을 꺾이게 만들었다.
“흐읍!?”
예상치 못한 상황에 그가 중심을 바로잡으려 하고 있으니……
“어이쿠! 이 친구 많이 피곤한가 보네, 그러지 말고 여기서 차나 한 잔 하면서 쉬고 가지 그래?”
순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거리를 좁혀 자신을 부축하는 사내의 행동에 친구는 죽음의 공포를 맛보았고 곧장 반격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스윽
턱!
“허허 이 친구 이제 보니 몸도 제대로 못 가눌 정도로 지쳐 있었구만!? 자자, 어서 저기 가서 차나 한잔 함세! 여기차가 약차라 기운을 보하는데 아주 좋아!”
그런 친구의 발악이 무색하게 사내는 가벼운 손짓 몇 번으로 그를 완전히 무력화시켰고 이내 완전히 무력화된 친구가 반 강제로 맞은편에 앉혀졌다.
“후우….후우…….”
사람의 손에 일방적으로 도축당하는 돼지의 심정이 이러할까?
친구가 그런 감상에 빠져있던 말던 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가게 안을 향해 주문 사항을 크게 외쳤고 곧 가게 주인이 차와 다과를 들고 나왔다.
가게의 주인은 여자치고는 상당히 큰 키에 특히 한 쪽 눈의 안대가 인상적인 인물이었다.
차를 들고 나온 여주인은 묘하게 부루퉁한 얼굴로 차와 다과를 내려놓았고 그런 여주인의 얼굴을 확인한 친구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러나 그의 얼굴이 질리던 말던 남자는 ‘자네도 한 잔 마시게’ 라고 말하고는 다과로 나온 고점을 꼬챙이로 반으로 가른 뒤 손으로 하나씩 집어먹었다.
“오, 적당히 달큰한 것이 제법 괜찮네.”
……따위의 말을 하는 사내와 이제는 사시나무 떨 듯 떨고 있는 친구.
남자는 격하게 떨고 있는 친구에게 어서 먹어보라 재촉했다.
그럼에도 친구가 새하얗게 질려 움직이지 않자 사내는 정색하고는 말했다.
“먹어.”
그 한 마디의 권유, 아니 명령에 친구는 무언가에 홀린 듯 허겁지겁 고점을 입안에 우겨 넣었고 너무 급하게 먹은 탓인지 목이 막힌 듯 콜록거리기 시작했다.
“에헤이~자자, 여기 차라도 마시게.”
목이 막힌 친구는 장백서의 말대로 급히 차를 들이켜 고점을 내려보냈고 그제야 안정을 찾은 듯 숨을 골랐다.
그리고 그때.
“어떠? 아무에게도 들키기 않고 뒤에서 암약하는 건 퍽 재밌었나?”
남자의, 아니 역용술로 얼굴을 바꾸고 있던 장백서의 질문에 친구의 몸이 얼어붙었다.
그런 그에게 장백서는 이어서 말했다.
“왜? 나도 진호윤처럼 친구로 삼아주지 그래?”
장백서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