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94
194. 마병
현판도, 그럴 듯한 표식도 없는 작은 토굴.
그곳의 앞에 두 사람이 서는 순간.
흠칫!
사방에서 서늘한 살기가 두 사람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고수! 그것도 전원이 초절정에 오른 진짜배기들이다!’
장백서가 그 기운에 태세를 정비하고 있으려니 현진대사가 가슴어림을 뒤져 패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러자 주변에서 노골적으로 발산되던 강령한 기운들이 뚝 하고 사라졌다.
“가자.”
“……그러지요.”
이런 일이 익숙하다는 듯 행동하는 현진대사의 행동에 장백서는 머쓱한 듯 미소를 한 번 지어 보이고는 뒤를 따랐다.
저벅저벅저벅
두 사람이 들어선 토굴은 밖에서 보았을 때처럼 사람 한 명이 들어가기에도 비좁게 느껴지는 작은 동굴이었다.
다만.
‘발 울림이 이상할 정도로 크다, 아마 이 끝에 상당히 큰 공간이 있는 거겠지.’
그런 장백서의 직감은 딱 들어맞아서 곧 토굴의 끝에서 커다란 공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래로 길게 뚫린 공동의 깊이는 어림잡아도 십 오 장은 훨씬 넘어 보였고 그 둘레 또한 십 장은 족히 넘어 보였는데 그런 벽을 따라 둥글게 계단이 존재했다.
바위를 통째로 파서 만든 계단을 걸어 내려가면서 이제껏 말이 없던 현진이 입을 열었다.
“무림의 비사를 잘 안다고 하니 설명은 불필요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굳이 설명하자면 이곳 진마동은 무림 각지에서 위험한 무기, 혹은 도구들을 모아 봉인해 두는 곳이다.”
공동은 그 크기와 깊이도 그렇지만 공동 전체에 울리는 차분한 불경소리가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그런 엄숙한 분위기가 못마땅하다는 듯 주변에서 느껴지는 사이하고 요사스러운 기운들.
‘한 두 개가 아니군.’
이 거대한 공동을 처음 봤을 때부터 예상한 것이지만 크기만큼 이곳에 봉인되어 있는 마병의 수도 한 둘은 절대 아닌 듯했다.
‘중원이 소림에 큰 빚을 지고 있는 셈인가?’
이곳에 있는 무기들이 어떤 일을 계기로 모두 밖으로 유출된다면 얼마만큼의 피가 흐를지 쉬이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같은 이유로 정마대전 당시, 만약 이곳의 물건들이 정파무림의 손에 쥐어졌다면 신교도 꽤 큰 낭패를 봤을 터였다.
‘정파무림만이 아니라 신교 역시 이들에게 큰 빚을 진 셈이군…….’
그렇게 현진의 이런 저런 설명을 들으며 내려가던 중.
“여기가 좋겠군.”
그리 말한 현진이 공동을 통째로 깎아 만든 방 중 하나로 들어갔다.
공동에는 계단을 따라 이러한 방이 무수히 많이 존재했고 현진이 들어간 방은 그중 딱 중간 즘에 있는 방이었다.
현진을 따라 방으로 들어선 장백서는 이곳에 아직 남아 있는 요사스러운 기운에 주변을 살펴보았다.
방은 계단과 마찬가지로 석벽을 파내서 만든 것으로 사람이 사는 곳은 아닌 듯 안에는 집기라고 할 만한 건 그 무엇 하나 없었다.
“이 방의 원래 주인이 누구인지 아느냐?”
현진의 질문에 고개를 저은 장백서는 그러면서도 그 주인이란 자가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님을 금방 알아챘다.
“누구였습니까?”
“귀령검이라는 이름, 들어는 봤겠지?”
“귀령검이라면…… 제가 태어나기 몇 년 전에 이름을 날린 고수로 알고 있습니다.”
“과연, 무림비사에 훤하다고 자칭할 만하군.”
그리 말한 현진은 묘한 눈으로 방의 중심을 바라보았다.
“마병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건 알고 있느냐?”
현진의 물음에 장백서는 고개를 저었고 그 반응에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하나는 마병으로 만들어지는 놈들이다, 네놈이 든 금금도가 그렇지, 그리고 또 하나는 누가 어떻게 썼느냐에 따라 마병이 된 것들이지.”
현진은 이어서 ‘귀령검의 구령도는 두 번째 경우였지’ 라고 말했다.
“……그 구령검이란 놈은 어찌되었습니까?”
“출소했다”
“출소라면…….”
“그놈에게 깃든 원념과 불온한 기운이 다 정화되었다는 거다.”
“그렇군요…….”
마병, 혹은 마구라고 불리는 사이한 힘을 지닌 물건들이 정화되기도 한다는 사실에 내심 놀라는 장백서였다.
“그렇게 출소한 놈들은 용광로에서 녹여 농기구로 만들지, 사람 살이나 썰어대던 것들이 사람들의 삶을 지탱하는 물건이 되었으니 그 정도면 새 인생 사는 것 아니겠느냐?”
“확실히, 그 정도면 정신차리고 잘 사는 것이죠.”
왠지 이렇게 현진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곳 진마동이 마병과 마구들의 감옥이자 동시에 갱생소처럼 느껴지는 장백서였다.
그렇게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려니……
스윽.
소리도 없이 두 사람의 남자가 방으로 들어섰다.
그들의 민머리와 승복은 여느 소림의 제자들과 다를 것이 없었지만 머리에 두른 띠와 그 띠에 고정시킨 면포로 얼굴을 가린 것이 묘한 느낌을 주었다.
하얀 면포로 얼굴을 가린 승려들, 백면승[白面僧]들은 아무 말없이 다가와 장백서에게 합장을 한 뒤 손을 내밀었고 그 의미를 대번에 이해한 장백서는 용린포를 풀어 금금도를 건네 주었다.
이를 받아 든 백면승이 침착한 발걸음으로 방의 중앙으로 걸어갔고 그 중심에 금금도를 박아넣었다.
소리도 없이 박혀든 금금도 주위에 또 다른 백면승이 목탄을 이용해 형이상학적인 글을 빼곡히 원을 그리며 적어나갔다.
‘범어군…….’
대번에 그 형이상학적인 글의 정체가 범어임을 이해한 장백서는 숨죽이고 두 백면승의 행사를 지켜보았다.
검을 방에 박아 넣고 그를 둘러싸듯 범어를 적어 넣은 뒤 방의 벽에 박힌 고정쇠에 종이로 감싼 새끼줄들을 고정시켜 이를 금금도에 묶어 구속했다.
그 뒤로도 몇 몇 과정의 의식, 혹은 제사라 부를 만한 행동이 이여졌지만 그 뒤부터는 비전문가인 장백서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는 없는 영역이었다.
어찌됐든 그런 일련의 봉인 과정이 끝난 뒤, 짧은 시간 동안 땀을 한 바가지씩은 흘려 초췌해진 백면승들이 장백서와 현진에게 다시 한 번 합장한 뒤 방을 나섰다.
“……금금도에 담긴 원념과 기운이 빠지려면 얼마정도 걸리겠습니까?”
문득 궁금해져 그리 물어보니 현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글쎄다 못해도 오십 년은 더 걸릴 거다.”
“오십!? ……구령검이랑 차이가 너무 나는 것 아닙니까?”
구령검이 귀령검의 애검이고 그가 활동한 것이 장백서가 태어나기 몇 년 전, 이 방이 빈 것이 대략 반년전이라 하면 구령검이 정화되는 데 걸린 시간은 아무리 길게 잡아도 이십 년이 안될 터였다.
“같을 수가 없지, 구령도는 기껏해봐야 사용자의 원념과 집착, 그리고 베어넘긴 사람들의 사념이 밴 정도지만 금금도는…… 만들어진 과정부터가 사람들이 받은 고통과 원한의 양이 다르지 않느냐?”
현진의 설명에 의아해하던 장백서도 나름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급하고 귀찮은 볼일을 마친 장백서는 방을 나가 위로 올라가려 했다.
‘혈화경과 백천패의 정보를 얻는 데 어느정도 시간이 걸린다 했으니 그 동안 소림에 있을 귀의를 찾아 모시는 데 집중하면 되겠군.’
그리 생각한 장백서였으나……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좀더 둘러보다 가지 않겠나?”
“네?”
어째선지 현진이 그런 제안을 해왔다.
마음 같아서는 거절하고 싶은 장백서였지만.
무림의 큰 어른인 현진의 제안을 거절하기 부담스럽다는 것과 무림에서도 수수께끼의 비처인 진마동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결정적으로……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부터 느껴지는 이 기묘한 끌림…… 도대체 이것은 무엇인가?’
공동에 들어선 순간.
묘한 힘을 지닌 불경소리보다 먼저, 이곳에 산재한 요사스럽고 사이한 기운들 보다도 먼저 장백서의 이목을 잡아 끄는 묘한 이끌림이 있었다.
그냥 기분 탓이려니 하고 무시하려 했지만 현진이 이런 제안을 하니 이왕 이렇게 된 거 그 정체를 직접 확인해 보기로 한 장백서였다.
“대사께서 그리 제안하신다면야 저로서도 나쁠 것이 없죠.”
그리 말한 장백서는 현진대사의 뒤를 따라 점점 더 공동의 깊은 곳으로 내려갔다.
그렇게 내려가는 사이, 장백서는 아까 전의 마병을 봉인하던 일련의 행위들을 떠올리고 물었다.
“이곳에서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좀 그렇긴 합니다만…… 마병이란 것들을 처리하는데 이리 품을 들일 필요가 있습니까?”
“그럼 뭐 다른 좋은 처리 방법이라도 있는가?”
“뭐, 예를 들어서 사람들이 안 오는 야산에 묻어버린 다던가, 그도 아니면 깊은 호수나 바다에 버리던가 그조차도 안된다면 아예 용광로에 던져 버리는 것도 방법이 아니겠습니까?”
장백서의 말에 현진은 웃음을 터뜨렸고 한참을 웃은 후 그의 물음에 답해주었다.
“발상은 좋지만 그런 걸로는 저 요사스러운 놈들이 제대로 처리가 되니 않는단다, 산에 파 묻으면 어디서 누군가 와서 파내 갈 것이고 호수나 바다에 버리면 배를 타던 누군가가 거기 뛰어들 것이다, 너도 알 것 아니냐? 저러한 물건들에는 사람을 홀리는 요사스러운 힘이 있다는 걸.”
그리 말한 현진은 이어서 용광로에 녹이지 않는 이유도 설명해 주었다.
“용광로에 녹이지 않는 이유도 그와 같다, 저만 한 물건들이 단순히 녹인다고 그 원한과 사념, 기운이 사라지겠느냐? 형태를 바꾸어 또 다른 마구가 될 뿐이다, 그리고…… 설령 사라진다고 해도 저리 강한 누군가의 원념과 한을 그렇게 우악스럽게 없애는 것이 어찌 옳은 일이라 할 수 있겠느냐?”
말하는 거나 하는 행동이나 꽤나 까칠한 것이 그다지 승려란 느낌이 들지 않던 현진대사였다.
그런 그가 지극히 불도를 걷는 사람다운 말을 하는 것에 장백서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때 현진은 조용히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용광로에 던져 넣어봤자 흠집조차 안 나는 물건들도 있으니 말이다.”
“…….”
새삼 이곳에 있는 물건들이 흉악스럽게 느껴는 장백서였다.
그렇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한참을 내려온 두 사람은 드디어 공동의 밑바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동의 가장 깊은 곳, 그 중심에는 열 명의 백면승들이 둥글게 둘러앉아서는 쉬지 않고 염불을 외고 있었다.
“저들은…….”
“거 자기 일들 하느라 바쁠 테니 그냥 두거라.”
뭐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리 말한 현진이었지만 장백서는 그들로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들이 외는 염불에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운이 서려 있었는데 음성에 기운을 싣는다는 점에서 음공이라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최소한 장백서가 느끼기에 저들이 사용하고 있는 건 음공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염불에 담긴 기운이 단순한 내공이 아니다.’
무림인의 내공과는 또 다른 신비하고 성서롭기까지 한 기운이 아래에서부터 공동 전체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통해 장백서는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는데 아마 이 진마동에 있는 마병들은 위험성이 높을수록 낮은 곳, 그러니까 이 염불이 잘 들리는 곳에 위치해 있을 거라는 것이었다.
‘이 염불 역시 마병들을 정화시키는 역할이겠지.’
생각해보면 계단을 따라 내려올 때도 아래쪽에 가까워질수록 봉해져 있던 물건들이 강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장백서가 그리 생각에 잠겨 있으려니……
“거기 혼자 우두커니 서서 뭐하느냐, 얼른 따라오너라.”
그리 말한 현진이 공동의 밑바닥 한쪽에 달린 철로 된 원반 앞에 섰다.
이내 현진이 발끝으로 돌바닥의 이곳 저곳을 밟자……
스르르르릉
철로 된 원반이 둘로 갈라지며 그 아래에 새로운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관진식으로 봉해 놓은 한 층 더 깊은 공간…… 여기 있는 그 어떤 마병보다 위험한 무언가가 저 안에 있다는 건가?’
장백서의 예상이 맞다고 긍정이라도 하듯 기관진식으로 드러난 공간 너머에서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존재감이 퍼져나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처음 공동에 들어섰을 때부터 느껴지던 그 묘한 이끌림 역시 더욱 강해졌다.
“가자.”
현진대사는 더 이상의 말없이 기관진식으로 드러난 계단을 타고 내려갔고 장백서 역시 말없이 그를 따랐다.
그렇게 내려온 공간은 이제껏 보았던 위층의 큰 공동에 비하면 훨씬 작은 공간이었다, 다만 그럼에도 그 절대적인 규모 자체는 작지 않았다.
그리고 그 공간의 한 중간에, 사방에서 뻗어 나온 쇠사슬에 꽁꽁 묶인 무언가가 허공에 묶여 봉해져 있었다.
“……저건.”
“…….”
수십, 어쩌면 수백의 사슬로 허공에 봉해지고 그도 모자라 심상치 않아 보이는 붉은 포로 둘둘 말려 그 모습조차 가려진 물건은 어렴풋한 형태에서 유추하건데 검, 혹은 도 같은 한 손으로 휘두르는 날붙이가 분명했다.
“…….”
“…….”
“……쿨쩍.”
그렇게 말없이 진마동 가장 깊은 곳을 차지한 수수께끼의 무언가를 보던 중, 장백서는 순간 들려온 코 먹는 소리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무기를 중심으로 한 반대편에 처음 숭산을 오르면서 보았던 어린 여자아이가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네가 왜 여기서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