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09
209. 협객의 이름으로
휘오오오오오오
은룡무사대와 식객들이 널브러져 있는 장원의 공터를 차가운 밤바람이 무심하게 휩쓸고 지나갔다.
“으득, 네놈이 무슨 권리로 나를 방해하는 거냐? 너 같은 시골 변방의 촌뜨기가 내 심정을 알기는 한단 말이냐!?”
“…….”
“태어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사십 년이 넘는 시간을 금룡장의 장주가 되기 위해 살아왔다!! 그런데 아버지는, 그 노망난 영감이 내 차례를 건너뛰고 저 빌어먹을 패륜아에게 자리를 넘기려 하고 있다는 말이다!!”
증오스럽다는 듯 정무선을 쏘아보는 정태산의 눈은, 도저히 아비가 아들을 바라보는 그것이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뒤틀려 있었다.
“나는 내 정당한 권리를 챙기려 하는 것뿐이다!! 그걸 네놈이 무슨 자격으로 방해하냔 말이다!!!”
악다구니, 혹은 때쓰기에 가까운 외침에 장백서는 그 자리에 꼿꼿이 선 채 받아 쳤다.
“협객의 이름으로.”
“뭐!?”
“네놈에게 장주의 자리를 이어받을 권리가 있다면 마찬가지로 서 부인에게도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해질 권리가 있었다.”
“크윽……!”
“너 같이 나잇살만 처먹은 애새끼에게 그 행복을 망칠 권리는 없단 말이다.”
형형히 빛나는 눈으로 정태산을 노려보던 장백서가 눈을 한 번 감았다 떴다.
장백서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정태산을 바라보며 턱짓했다.
“……건방진 놈이….”
그렇게 가리킨 것은 은룡무사대와 식객들을 처리하는 동안 한 번도 뽑히지 않은 진룡일성검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묻고 있는 것이었다.
맨손으로 할 것인지 무기를 들 것인지.
으득!
파앗!
이를 부서져라 악문 정태산이 얼굴에 핏발을 세우고 달려들었다.
“내 맨손으로 네놈을 찢어죽여주마!!!!”
“할 수 있으면 해보던가.”
콰아아아아아앙!!
***
“윽!”
서궁정은 아픈 몸을 이끌고 엉망이 된 전각에서 걸어 나왔다.
그녀가 이리 아픈 몸을 억지로 이끌고 나온 건 반은 전각이 무너질 것 같아서였고 또 반은 밖에서 들려오는 커다란 소리 때문이었다.
‘설마 정말 소림이…….’
서궁정이 처음 떠올린 건 소림이었다.
자신을 찾아온 정무선이 했던 말처럼, 정말 소림이 발 벗고 나섰을지도 모른단 기대감에 아픈 몸을 억지로 이끌고 달려간 서궁정이 본 것은……
“이건…….”
바닥에 널브러져 기절해 있는 수많은 무사들과 정태산이 이끌고 다니던 망종 식객들, 그리고 그들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는 장백서와 정태산, 마지막으로 그 광경을 좀 떨어진 곳에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정무선의 모습이었다.
자신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풍경에 서궁정은 휘청이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두 남자가 살이 되어 쏘아졌고 이내 허공에서 격돌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인간과 인간의 격돌이 만들어냈다 생각할 수 없는 굉음이 금룡장 일대를, 아니 그를 넘어 등봉현의 밤 거리를 뒤흔들었다.
타앗!
파앗!
허공에서 격돌한 두 사람이 다시 서로를 밀어내며 땅에 내려섰다.
거기서 먼저 공격을 이어간 것은 첫 공격과 마찬가지로 정태산이었다.
“흡!!”
무시무시한 속도로 내달린 정태산이 장백서의 정면으로 파고들며 소림의 강권을 휘둘러댔다.
콰아아앙!!
콰아아앙!!!
직접 땅을 때린 것도 아니건만, 장백서가 그의 공격을 피하자 직선성사에 있던 지면이 파열했다.
하지만 그런 강권의 폭풍 속에서도 장백서는 태연했다.
단야개벽수를 전개해 모든 공격을 쳐내고 흘리고 끊는다.
작은 동작이지만 그에 담긴 무리는 결코 작지 않았고 폭풍 같은 정태산의 공격으로부터 꺾이지 않는 버드나무처럼 여유롭게 스스로의 몸을 지켜냈다.
그야말로 수신의 극치!
‘상당한 실력이군.’
방어를 이어나가던 장백서는 정태산의 실력에 조금이지만 감탄했다.
개같이 뒤틀린 인성과 반대로 정태산의 권법은 상당한 경지에 이른 것이었기 때문이다.
소림의 속가 출신 답게 강과 중의 묘리를 담은 연격으로 착실히 압박해오는 정태산의 모습을 보며 그가 가주니 뭐니 하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소림의 제자가 됐으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는 장백서였다.
하지만 곧.
‘이런 망종이라면 결국 파계승이나 되었겠지.’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장백서는 공격을 막는 것을 넘어 그의 투로를 사전에 방해하고 억누르기 시작했다.
“읏!?”
이제껏 공격을 막고 흘리는 것에 치중하던 장백서가 그의 공격이 극점에 이르기 전에 제압해 움직임을 방해하자 정태산은 침음성을 흘렸다.
무의 묘리에도 오행과 같이 상성이라는 게 있는데 강한 것은 부드러운 것에, 부드러운 것은 빠른 것에, 빠른 것은 무거운 것에, 무거운 것은 현란한 것에, 그리고 다시 돌아와 현란한 것은 강한 것에 물리기 마련이었다.
두 사람의 싸움 역시 그랬는데 정태산의 강권을 장백서의 단야개벽수가 부드러움으로 흘려냈고 다시 그것에 빠름으로 받아칠려 하면 무거움으로 내리눌렀다,
무리의 상성을 따른다면 이를 현란함으로 걷어내야겠지만 소림의 무공 중 현란함의 묘리를 담은 무공은 거의 없었기에 정태산도 그런 성질의 무공은 익히지 못했다.
“크윽!!”
그렇게 싸움의 흐름은 완전히 장백서 쪽으로 기울어 버렸다.
무의 깊이도 깊이였지만 그 넓이의 차이도 현격했던 탓이다.
시종일관 밀리면서도 정태산은 끈질기게 기회를 노렸다.
‘놈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나와 놈의 나이차를 보았을 때 공력에서 나를 웃돌 수는 없을 터! 어떻게든 힘싸움으로 끌고 가면 내가 이긴다!!’
그렇게 역전의 기회를 노리던 정태산은 집요하게 기회를 기다렸고……
“!?”
씨익!
그의 눈에 저 멀리서 싸움을 지켜보고 있는 서궁정이 들어왔다.
“크크큭!! 유용한 년 같으니라고!!!”
공력을 전사해 장백서를 밀어낸 정태산이 몸을 날렸다.
“가지가지 하는군!”
장백서 역시 그의 뒤를 쫓았다.
“어,어……!?”
방금 전 까지만 해도 굉음을 울리며 싸우던 두 무림고수가 자신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오자 서궁정이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아 버렸다.
그와 동시에 정태산이 비틀린 웃음을 짓고 손바닥을 뻗었고.
그렇게 발출된 장풍이 서궁정을 죽이기 위해 사나운 기세로 몰아쳤다.
“어딜!!”
하지만 그보다 장백서가 서궁정의 앞을 가로막는 게 더 빨랐다.
놀랍게도 그는 정태산보다 늦게 움직였음에도 그가 내뿜은 장풍을 앞질러 서궁정의 앞을 가로막은 것이었다.
후우우웅!
장백서는 두 식객의 연격에 맞서 사용했던 조원을 더한 단야개벽수를 펼쳤고 그 한수에 거센 동풀처럼 달려오던 장풍이 무산되었다.
하지만.
“잡았다!!!”
콰아아아아아앙!!!
정태산의 목적은 애초부터 서궁정이 아니었다.
서궁정을 미끼로 써서 장백서가 피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
그것이야 말로 정태산의 진짜 목적이었다.
서궁정을 감싼 장백서는 정태산이 앞으로 내 뻗은 두 손에 자신 역시 두 손을 내밀었고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
충격파에 서궁정이 휘말려 날아갔고 그 가운데 충격파의 중심에 선 두 사람은 미동도 없이 서로 손을 맞댄 체 서로를 노려보았다.
씨익!
계획이 성공한 정태산은 처음에는 입이 찢어질 듯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의 미소가 사라지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 어떻게!?’
놀랍게도 장백서의 내공이 정태산의 내공을 압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뭘 그렇게 놀라시나, 왜? 내공에서는 이길 거라 생각한 건가?”
내공싸움을 하는 도중임에도 장백서는 태연히 입을 연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는 즉 내공싸움을 하는 도중임에도 차고 넘칠 만큼 여유가 있다는 뜻이었다.
두 사람의 격의 차이가 명백해지는 순간이었다.
금룡장의 소가주로서 어릴 때부터 차고 넘칠 정도로 영약과 약재를 먹어온 정태산이었다.
당장 장백서와 싸운 세 명의 식객과 비교해봐도 그의 공력은 압도적이었을 터였다.
그런데 그런 자신이 공력싸움에서 밀린다니……
“이익!!”
도저히 현실을 인정할 수 없었던 정태산은 이를 악물었고 이내 가문의 비기를 사용해 체내의 잠력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
정태산의 공력이 급격히 치솟고 있음에도 장백서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생명을 불태운 정태산의 공력이 장백서의 공력을 근소차로 웃돌았지만 여전히 그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크크크,크큭!!”
공공단 같은 특별한 약을 쓴 게 아니라 억지로 잠력을 깨운 탓일까?
정태산의 칠공에서 조금씩 피가 세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칠공에서 피를 쏟으면서도 정태산의 얼굴에는 이겼다는 기쁨의 미소가 걸려있었으니 그 모습이 실로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그 미소를 본 장백서는……
“미소가 이리 더럽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야.”
그리 말하며 손목을 한 번 뒤틀었다.
그 순간, 공력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생각한 정태산의 얼굴이 급격히 일그러졌다.
왜냐하면 팽팽하게 힘을 겨루고 있던 정태산의 공력이 그 일련의 동작과 동시에 흐트러지고 역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크헉!? 컥!?”
팽팽한 공력 싸움 중 그 흐름이 흐트러지고 역류하자 당연 그의 혈도와 기혈 역시 뒤틀리기 시작했다.
피슉!!
이내 간헐적으로 흐르던 칠공의 출혈이 봇물터지듯 뿜어져 나와 주변을 적셨다.
스윽.
자연 공력 싸움을 위해 맞대고 있던 정태산의 손 역시 떨어졌고 그는 그대로 자리에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장백서는 자신에게 튄 정태산의 피를 소매로 닦아내며 어이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내 실전에서 이리 노골적으로 공력싸움을 유도하는 병신은 처음 봤다, 상대가 그걸 받아줬으면 당연히 뭔가 수가 있다는 걸 알아채야지.”
지당하신 말씀이었지만.
이미 전신 기혈이 뒤틀리는 고통에 정신줄을 놓은 정태산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