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49
249. 책임을 지는 법
“본인이 제자를 잘못 키운 탓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았구나….”
한동안 말없이 걷던 유천하가 처음 꺼낸 말이 이것이었다.
절레절레
“어디까지나 도윤과 그에 찬동한 이들의 잘못이지 그걸 어찌 어르신의 잘못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부모의 죄를 자식에게 물을 수는 없는 법이나 그 반대는 이야기가 다르지, 그리고 군사부일체라 하여 스승과 부모를 동격으로 놓으니 어찌 도윤의 일탈에 내 책임이 없다 할 수 있겠는가?”
유천하는 도윤의 잘못을 자신의 잘못이라 생각하는 듯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도윤과 죄인의 압송이 끝나는 대로 무당의 공식 입장으로 도윤과 죄인들이 저지른 모슨 죄상을 어느 하나 빠트리지 않고 천하에 공표하겠네….”
“도윤은 백천회의 주요인물…알고 있는 정보가 많을 것입니다.”
“…….”
장백서가 하는 말의 의미를 이해한 유천하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말 뜻은 즉 도윤이 많은 정보를 쥐고 있으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것을 캐내야 한다는 뜻이었다.
설령 고문을 하는 한이 있어도 말이다.
유천하의 얼굴에 잠시 고민이 스쳤다.
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캐내겠네…그리고 그 모든 정보를 협의련과 사천연합, 그리고 자네에게 공유하겠네….”
끄덕
유천하의 결의에 장백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물었다.
“봉문하실 생각이십니까?”
“어찌 내 생각을 알았는가?”
장백서가 당연하다는 듯 자신의 내심을 꿰뚫어 보자 유천하가 놀랍다는 듯 되물었다.
“저라면 그리 했을 테니까요.”
“…허허, 아무래도 나와 자네가 꽤나 닮은 꼴인 모양이군….”
중원무림이라는 거대한 세계에서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젊은이를 만났단 기쁨에 유천하가 미소지었다.
“사문의 명예는 땅에 떨어졌고 그 중심에는 내 제자가 있다, 하물며 제자를 타락시킨 배후 조직은 멱살을 잡힌 체 양지로 끌려나오는 중이니 일이 잘 풀리던 안 풀리던 한 바탕 혈풍이 불 것은 자명한 일… 지금은 사문의 문을 틀어잠그고 숨죽여야 할 때… 라고 판단하신 게 아닌지?”
끄덕.
“그 말대로라네.”
속내를 완전히 읽힌 유천하지만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속내를 완전히 이해하는 장백서의 모습에서 대견함마저 느끼고 있었다.
‘똑똑한 아이구나, 하물며 무위도 초월적인데 그 성정과 행보는 어떠한가? 그야말로 난세에 태어난 영웅 그 자체로구나.’
씁쓸한 미소를 짓는 유천하를 바라보며 장백서가 단호히 말했다.
“허나 이는 결국 도망치는 것에 불과합니다.”
“…….”
“더 이상의 오욕을 감내하기가 두려워 도망치는 것이지요.”
“…맞다, 자네 말이 모두 맞아…….”
침묵하던 유천하가 결국 장백서의 말을 인정했다.
“후우…내가 생각해도 한심하구나…어쩌면 이런 스승의 밑에서 배운 탓에 도윤이 저리 된 것일지 모르겠구나…하지만 최소한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되겠지…도우가 이 사람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유천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정천맹 내부에서 백천회를 규탄해 주십쇼”
“그리하면….”
“네, 무당파는 안팎에서 오욕을 뒤집어쓰겠지요.”
도윤과 제자들의 흉행에도 불구하고 자중하거나 봉문하기는커녕 정천맹 내부에서 백천회를 규탄하고 나선다면 내부에서는 배신자 소리를 들을 것이고 외부에서는 안면수심의 뻔뻔한 놈들이라 비판을 당할 터였다.
“하지만 책임을 진다는 것은 그런 겁니다.”
“그래…그것이 책임을 진다는 거겠지.”
“중요한 건 이 과정을 통해 정천맹 내부의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내부의 사람들이라면?”
“비백천회 인사들과 백천회의 비둘기파들.”
끄덕
장백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한 유천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즉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반간계를 통해 정천맹을 둘로 분열시키라고.
“이미 종남을 통해 사전 준비는 진행중이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그들에게 힘을 보태주시면 됩니다.”
“허…자네 도대체 어디에서 어디까지 내다보고 있었던 건가?”
유천하는 난세에 태어난 영웅이라는 장백서에 대한 평가를 상향 수정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절레절레
“그냥 운과 인연이 따라줬을 뿐입니다.”
“세간에서는 그것을 능력이라고 말한다네… 바라건데 그 능력으로 이 난세를 잠재워 주게나….”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의 대화는 종료되었다.
이후 유천하는 자신의 사제들과 함께 도윤과 죄인들을 압송해 갔고 남겨진 이들은 그것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았다.
“…저대로 보내도 괜찮은 거냐?”
“음양선검 유천하, 믿을 만한 분입니다.”
“그렇게 치면 태극검선도 이 지랄 나기 전에는 믿을 만한 사람이었어.”
구여혼의 반박에 장백서가 쓰게 미소 지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무당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으니까요.”
“그게 무슨 뜻이야?”
“보시면 압니다.”
***
협의련의 규탄 이후 떠들썩한 천하무림.
그 천하무림에 두 번째 벽력탄이 떨어졌다.
시작은 각 문파에 보내진 한 장의 서신으로부터였다.
“협행검 장백서? 이자가 왜….”
서신의 첫 장에는 장백서가 보낸 것임이 적혀 있었다.
협행검 장백서라는 유명인의 서명에 서신을 받은 자들은 반신반의하며 서신을 열어보았고 그 안에 담긴 내용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서신에는 각 문파에 신분을 숨기고 숨어들거나 바꿔치기로 들어온 천면객들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었고 그 증거로 파견명부의 필사본이 일부 동봉되어 있었다.
더해 이 공작의 뒤편에 무당과 남궁세가, 그리고 비밀세력 백천회가 엮여 있다는 정보가 더해지니 각 문파에서는 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서신을 받은 문파가 워낙 많다 보니 무림은 때아닌 세작 홍역을 치르게 되었다.
상황이 너무 광범위하게 돌아가다보니 서신을 받지 않은 문파들도 세작 찾기에 혈안이 되었고, 그 덕에 천면객과 상관없는 세작들이 잡히는 웃지 못할 사건이 중원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일대 혼란에서 가장 큰 피해를 겪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남궁세가였다.
콰아아앙!
“이런 건방진 놈이!!”
남궁제천의 주먹이 고급 원목 탁상을 단숨에 박살내 버렸다.
부들부들
탁상을 박살 낸 반대쪽 손에는 종이가 한 장 쥐여 있었는데 바로 장백서가 각 문파에 보낸 서신이었다.
그 서신을 보낸 건 안휘에서 남궁세가의 은혜를 입던 소청문이라는 문파의 문주로 바로 몇일 전만 해도 남궁세가에 찾아와서 선물을 바쳤던 인간이었다.
소청문에도 천면객은 스며들었고 이 사실에 대해 소청문주는 격한 항의서신과 함께 장백서의 서신을 동봉해 보낸 것이었다.
이런 식의 항의 서신을 보내는 곳이 한 둘이 아니었다.
“이제껏 남궁 세가의 은혜를 입은 놈들이 주제도 모르고…!”
이제껏 많은 문파에 천면객을 침투시켰고 그렇게 침투한 곳에는 남궁과 백천회에 충성을 바치는 곳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혹시나 있을 변절을 미리 알고 방지해 삭초제근하기 위한 보험이었다.
문제는 그 보험이 지금에 와서는 충신들의 이탈과 배반의 이유가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문제는 파견명부다… 그 명부에서 남궁세가와 무당만이 빠져 있는게 너무 노골적이야……!’
무당파는 도윤과 그 제자들이 천면객을 관리하는 이들이고 남궁세가는 백천회의 주인이기에 당연히 천면객은 파견되지 않았다.
살포했다고 해도 될 정도로 뿌려져 있는 천면객들이 두 문파에만 침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 일의 배후에 남궁과 무당이 있다는 결정적 증거가 되어주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도윤의 장문직을 박탈한 유천하가 무당의 이름으로 모든 잘못을 고하고 넙죽 엎드리니 남궁세가에 대한 의심은 이미 확신이 되어가고 있었다.
으득
이를 악문 남궁제천이 손안에 쥔 서신을 삼매진화로 불태워 버렸다.
“크흐흐흐…몇십 년간 공들인 대계를 이렇게 방해하다니… 장백서…….”
남궁제천은 협행검 장백서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를 떠올렸다.
서방무림 침투의 교도부로 세 명문정파에 변절자들을 만드는 것을 실패했을 때, 그 때가 최초로 장백서란 이름을 들었던 때였다.
‘그리고 놈은 이후 사사건건 백천회의 행보를 방해했지…,’
처음에는 우연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행보가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우연이란 말로 설명할 수 없게 되었고 이제 와서는 회의 가장 큰 대적이 되어 있었다.
‘인정하마, 네놈이야말로 회의, 아니 남궁세가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란 걸!’
그 때.
똑똑똑
남궁제천의 방으로 손님이 찾아왔다.
“들어오거라”
“가주님…,”
남궁제천의 방에 들어온 것은 그의 수하 중 한 명인 남궁찬이었다.
그 역시 최근 일어났던 소동을 알고 있는 터라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무슨 일로 찾아왔느냐?”
“건곤문의 문주가 서신을 보냈습니다.”
“강선호 그자가?”
“네, 그렇습니다”
남궁찬은 공손히 서신을 전했고 남궁제천은 인상을 찌푸리며 서신을 살폈다.
‘쯧, 문파에 천면객을 넣은 걸 항의할 셈인가?’
백천회의 삼축을 담당하는, 아니 담당했던 것이 남궁세가와 무당파, 그리고 건곤문이었다.
하지만 남궁제천은 만약을 대비해 건곤문에 천면객을 침투시켰고 장백서의 서신으로 파견명부가 노출된 탓에 건곤문주가 그 사실을 알게 되어 버린 것이었다.
‘아무래도 힘든 상황에… 쯧!’
마음 같아서는 무시하고 싶었지만 무당파가 이탈한 상황에서 건곤문까지 적으로 돌릴 수는 없었다.
남궁제천은 강선호의 서신을 확인해 보았고 곧 묘한 표정을 지었다.
천면객에 대한 항의서신일 거라 생각한 곳에는 전혀 다른 내용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서신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장백서의 활약으로 인해 백천회는 너무 큰 피해를 입었다.
더 이상 그를 방치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그를 죽여야 한다.
다만, 칠화와 암검, 거기다 도윤까지 당한 상황, 암검 때는 협의련의 고수들이, 도윤 때는 음양선검이 도왔다 해도 이 모두를 이겨낸 장백서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해서 자신이 세외에서 절세고수 한 명을 모셨으니 이자의 손을 빌어 장백서를 처리하자.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계획을 짜기 위해서라도 한 번 만남을 가지자…
‘흐음….’
서신을 다 읽은 남궁제천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남궁찬에게 말했다.
“잠깐 외유를 다녀와야 되겠다.”
백천회의 운명을 결정 지을 회동이 결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