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54
054. 진퇴양난
그는 다른 흑의인들과 무엇 하나 다를 것 없는 무늬도 자수도 없는 칙칙한 흑복을 입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무엇 하나 다를 것 없는 검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남자는 자신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흑의인들과 외견적으로는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표사와 보표, 청도와 청연아, 그리고 장유란 화목연까지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
저 남자는 다르다는 것을.
그의 몸에서 은연중에 새어 나오는 살기와 기파는 그가 다른 흑의인들과는 차원이 다른 강자라는 것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썩을…사형.”
“……그래…….”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둘은 그 한 마디만으로 의견의 교환을 마쳤다.
초절정
지금 앞에 나선 흑의인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는 모래알처럼 많은 무림인 중에서도 극히 드문. 오롯이 자신의 무공을 극에 가깝게 연마한 초절정의 고수였다.
그들의 사형이자 사천 십 대 고수인 청무와 마찬가지로…….
갑작스런 고수의 등장에 일행이 당황하고 있는 것과 달리 흑의인들은 소름 끼칠 정도로 철저하게 그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앞에 나선 초절정의 고수인 사내는 표행 무리를 무심한 눈빛으로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기분 나쁠 정도로 묵직한 저음이 흘러나왔다.
“죽여라.”
그리고 그 순간
“네놈이……!!”
“죽어라!!!”
마치 사내의 몰살지령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청연아와 청도가 흑의인들의 대장에게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부지불식간에 이루어진 완벽한 연수합격!
그리고 그것을 신호로 표사들과 흑의인들의 난전이 시작되었다.
‘이건 안 좋다!’
이전의 습격이 산적을 방패삼아 소수의 고수들이 활약했던 것과 달리 이번의 흑의인들은 모두가 최소 일류 이상의 실력자들이었고 절정 고수도 상당수였다.
하물며 일행 중 최고수인 청연아와 청도가 흑의인들의 대장을 상대중이다 보니 표사 중에 저들을 제대로 상대할 만한 고수는 화목연과 장백서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으아아악!”
“크억!?”
사실상 일방적인 학살이나 다름없는 전황에 장백서는 냉정하게 이 상황을 분석했다.
‘안 좋군…… 이대로 가면 전멸은 시간문제다!’
만약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장백서와 유현문의 사람들뿐이었다면 어떻게 해서든 자리를 뚫고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무리에는 수준 미달의 표사들부터 보표들까지 도주에 걸림돌이 너무나 많은 상황이었다.
몸을 뺄 수도 없는 이 절체절명의 상황에 장백서는 어떻게 해서든 생로를 찾아야 했다.
‘내키지는 않지만……!’
생각을 마친 장백서는 난전을 뚫고 나가 마 부인이 타고 있는 마차로 달려갔다.
철컥!
마차 문을 열자 그 안에는 자신의 배를 부여잡고 벌벌 떨고 있는 마 부인이 앉아 있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질끈 감고 있는 마 부인을 보면서 장백서는 말했다.
“마 부인.”
“배, 백서야?”
“저를 믿으실 수 있겠습니까?”
“뭐? 그게 무슨…….”
그 순간 마차를 향해 흑의인 한 명이 달려들었다.
스걱!
장백서를 어린애라 생각해 만만히 보고 달려든 흑의인은 일수에 허리부터 두 동강이 나버렸다.
흑의인을 두 조각 내버린 장백서는 자신의 얼굴에 틘 피를 닦지도 않고 다시 한 번 물었다.
“저를 믿으실 수 있겠습니까?”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광경에 아연실색하는 것도 잠시.
마부인은 이내 마음을 굳혔는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을 받아 낸 장백서는 마부인을 마차로부터 끌어냈다.
그리고.
“다들 동작 그만!!”
상당한 공력이 실린 사자후에 순간이지만 난전이 멈췄다.
척!
“어이 깜장 옷 양반들, 이 여자가 죽는 꼴이 보기 싫으면 길을 터라.”
장백서의 그 한마디에 청도와 청연아가 막고 있던 흑의인들의 대장이 앞으로 나왔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이 날 뻔했군…….’
청도와 청연아는 그 잠시 사이에 초주검이 되어 있었다.
특히 청연아의 상태가 심각했다, 검이 박살 나고 입에서 대량의 피를 토하는 것을 보니 강기를 정면으로 상대하다 내상을 입은 것이 분명했다.
장백서는 피가 차갑게 식어 가는 것을 느꼈다.
“……우리가 왜 그런 색목인 여자의 생사에 신경을 쓸 거라 생각하는 거지?”
‘걸렸군!’
나름 태연한 척한다고 한 건지 몰라도 뻔해도 너무 뻔했다.
정말 마부인의 생사에 관심이 없었다면 장백서의 외침 따위는 무시해 버리면 그만이었을 테니까.
즉.
‘저렇게 태연한 척하면서 말을 받는 시점에서 신경 쓴다고 말하는 거랑 다름이 없다는 거지!’
그런 속마음을 숨기고 장백서는 자신의 검을 마부인의 목에 겨누었다.
스릉!
주륵!
마부인의 목에 작은 상처가 나고 핏방울이 알알이 맺혔다가 하얀 피부위로 흘러내렸다.
“그럼 좀더 깊게 쑤셔도 상관없겠지?”
소름 끼치게 미소 짓는 장백서를 보고 흑의인의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촤아아악!
“크아아악!”
흑의인의 검이 청도의 가슴을 베었다.
상처에서 피 보라가 뿜어져 나왔고 그 피로 흑의인의 검은 복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하지만
“…….”
장백서의 얼굴에는 단 한치의 동요도 없었다.
‘이 녀석……!’
그런 장백서의 모습에 흑의인은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그의 정보대로라면 분명 저 소년은 유현문의 제자이고 지금 자신이 벤 청도라는 사내는 그의 사숙 되는 사람이었다.
아예 무관한 사람을 인질로 잡혀도 눈 앞에서 가슴이 베이는 꼴을 보면 동요가 생기기 마련인데 지금 자신을 보는 저 어린 소년은 같은 사문의 사숙이 가슴을 베이는 광경을 보고도 단 한 치의 동요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보통 놈이 아니구나…….’
물론…….
‘개새끼…… 네 녀석의 기척 분명히 기억했다!’
현재 장백서의 마음속에서는 분노의 용암이 끓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동요를 드러내서는 안된다는 차가운 이성이 감정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막고 있었다.
“여자가 죽어도 상관없다는 대답으로 받아들여도 되겠나?”
장백서가 검을 역수로 잡고 그 끝을 마부인의 목에 겨누었다.
푸욱!
“윽!”
칼 끝이 목에 파고들고 선홍 빛 피가 마부인의 새하얀 피부를 다시 한 번 검붉게 물들여 갔다.
“그만!!!”
그 모습에 흑의인들의 대장이 당황했고 이내 손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여전히 표행을 포위하고 있던 흑의인들이 하나 둘 길을 트기 시작했다.
“뭘 꾸물거리냐!? 사숙과 사고, 그리고 부상자들을 빨리 실어라!!”
예상 외의 상황이 연이어 이어지자 상황을 따라가지 못해 우물쭈물하던 표사와 보표들은 장백서의 일갈에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이내 자신들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흑의인들의 눈치를 보면서 부상자들과 청도, 청연아를 마차에 실었다.
“빨리 가라!!”
여전히 흑의인들의 눈치를 보면서 움직이는 표사와 보표들이었으나……
“꺼져라, 네놈들에게는 관심 없다”
흑의인들의 대장이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허둥지둥 움직여 길을 지나갔다.
그런데……
“댁들은 왜 안 갑니까?”
“동생이 남는데 형이 의리 없이 갈 수는 없지 않은가?”
“본 표국의 행사인데 국주의 딸이라는 사람이 그냥 갈 수는 없잖아?”
떠나가는 표행을 뒤로 하고 자리에 남은 장유란과 화목연을 보면서 장백서는 쓴 웃음을 지었다.
‘바보 같은 놈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장백서는 이 바보 같은 놈들이 썩 싫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시간을 끌었을까?
“이 정도면 충분히 악산을 빠져나갔겠군.”
화목연의 말에 장백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악산을 빠져나갔다면 최소한 안심이었다.
악산 근처의 마을로 들어가기만 하면 저들도 함부로 행동할 수는 없을 것이니.
“문제는…….”
그렇다 문제는 여기에 남은 이들이었다.
“……바라는 대로 일행을 보내 주었다”
“그래서 뭐? 여자를 넘겨라? 착각하는 것 같은데 표행을 보내 주는 건 어디까지나 이 여자를 죽이지 않는 대가다.”
그 말에 흑의인도 말문이 막혔는지 더 이상 무어라 말을 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정말로 네놈들이 표행을 보내 줬는지는 모르는 일이지.”
“……감히 나를 누구로 보고!! 나는 대…….”
“대?”
“……약속은 지킨다 그러니 여자를 넘겨라.”
‘이것 봐라?’
이전부터 기시감을 느끼지는 했지만 이 남자, 얼굴을 가리고 표행을 기습하고 사람들도 죽인 악인 주제에 행동하는 게 뭔가……
‘위선적이군…….’
아니, 난전 중에서도 그랬다, 흑의인들은 부상을 입고 땅에 쓰러져 있는 표사들에게는 어째서인지 확인사살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살수를 쓰는 것은 개의치 않는 것이 결국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쓰러진 상대를 확인사살 하는 것을 더 꺼리는 것이니 이상하기 그지없었다.
‘기분 나쁜 녀석들이군…….’
비겁한 기습에 정체를 숨기기 위해 흑의로 얼굴과 몸을 완전히 가리기까지 한 놈들이 저런 모순된 행동을 보이니 더더욱 기분이 나빴다.
‘정체가 뭐냐…….’
게다가 방금 흑의인들의 대장이 했던 말, 장백서는 그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정풍…… 그 녀석과 비슷한 냄새가 난다’
청천방의 혈육이자 청성의 삼대 제자, 칠십이파검을 주력으로 하는 일류의 고수 그리고……
‘대청성의 제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녀석!’
장백서는 어떠한 확신이 들었다.
지금 자신들을 습격하고 마부인을 노리는 이 일단의 무리가 정파와 관계된 이들이라는 것을!
‘확실히 신교의 주력인 십이마궁의 궁주의 딸. 먹음직한 먹이겠지.’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말이 안 되었다, 정말 이들의 정체가 정파의 사람들이고 한마의 핏줄인 마부인을 노리는 것이라면 이런 더러운 수를 쓸 필요가 없었다, 당당히 정체를 밝히고 마두를 처치하러 왔다고 하면 끝이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한다는 것은……
‘남들한테 떳떳이 밝힐 수 없는 목적이 있다는 거겠지!’
거기까지 생각한 장백서는 몸을 들려 등뒤를 베었다.
“크억!?”
마부인을 인질로 삼아 절벽을 등지고 있던 장백서였다.
흑의인들의 대장은 장백서가 인질극을 벌이며 표행이 악산을 빠져나가는 시간을 버는 동안 자신의 수하에게 은밀히 절벽을 타고 가 뒤를 노리도록 지시한 것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나빴다.
“쳐라!!”
이미 그들의 속셈을 모두 파악하고 있던 장백서는 뒤에서부터 기습을 하려던 흑의인을 단숨에 베어버렸고 그와 동시에……
“뛰어!!!”
장백서는 한 손으로는 마부인을 안고 자신의 검을 입에 물었다.
그와 동시에 남은 한 손으로 바닥을 쓸어 방금 전 자신을 습격했던 흑의인이 떨어트린 검과 사망한 표사가 흘린 검을 두 개 동시에 챙겼다.
그리고 그대로 절벽으로 몸을 날렸다.
“뭐!?”
“뭐 하는 거야!?”
순간 당황한 장유란과 화목연이었지만 자신들을 덮쳐오는 흑의인들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장백서의 뒤를 따라 절벽에서 뛰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