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38)
제38화. 괴이한 침략자 (3)
“투신본능 개방.”
그건 아주 낯익은 목소리였다.
마치 호랑이가 안광을 번득이며 그르렁거리는 듯한 음색.
그리고 그 목소리가 귀에 꽂히는 순간, 스티븐의 뇌리에 낯익은 광경이 스쳐갔다.
마스크의 사내였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지독한 독기 속에서.
그 어떤 괴수들이 몰려들어도 도망은커녕 즐겁다는 듯 웃던 사내.
‘이건.’
모두가 겁에 질려 도망이나 갈 때.
놈은 괴수들 사이에서 칼바람을 일으켰다.
몇 마리가 몰려도 상관없었다. 괴수들의 몸을 계단 삼아, 하늘을 전장으로 삼아 날뛰던 놈이었다.
그래서 사자좌의 동공이 흔들렸다.
‘왜 이럴 때 그놈이.’
하지만 더 당황스러운 것은 그게 아니었다.
“!”
제 어깨를 짓밟고 있던 소년이 사라졌다.
동시에 이건을 찾은 사자좌는 깜짝 놀랐다.
쿵!
이건의 몸에서 기이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투신본능 개방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이건의 양 팔에는 기이한 문양이 빛났다.
그건 바로 뱀주인자리의 문양.
그 문신이 양 손등을 타고 손목까지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그 경외감마저 드는 광경에 사자좌는 순간 주저 앉을 것 같았다.
[투신본능(F)] [가진 마력 전부를 소비해 3초간 신의 위엄을 개방합니다] [개방 특전으로 지속시간이 10초로 늘어납니다]바로 그때였다.
쿵!
일순 땅을 찍어 누르는 듯한 힘이 퍼지고. 바닥이 크게 흔들렸다.
그 어떤 스킬을 쓴 것도 아니었다.
순수한 위압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주변에 있던 갑옷들이 이건에게 몰려들었다.
하지만 갑옷들이 개미떼들처럼 달려드려는 것도 잠시.
쿠구궁!
이건을 둘러싼 갑옷들이 모조리 박살났다. 감히 신좌의 주인에게 접근하느냐는 듯한 위세였다.
거기까지가 1초.
그러나 더 무서운 건 그게 아니었다.
“넌 쳐맞을 준비나 해라.”
이건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어 나타난 곳은 바로 눈 앞.
“!!”
인간의 눈으로는 결코 쫓을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빠각!
주먹이 배에 작렬했다.
사자좌가 두른 가호가 순식간에 산산조각 났다.
“…커헉!”
시야가 아득해졌다.
정신이 날아갈 것 같은 고통.
하지만 그뿐이 아니었다.
빠각! 빠각!
철 같은 뼈가 으스러지고, 끓는 날숨과 함께 피가 뿜어져 나왔다.
거기까지가 5초.
피투성이가 된 사자좌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하지만 이건은 씨익 웃었다. 마치 그냥 정신을 잃게 냅둘 것 같냐는 악랄한 미소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건은 사자좌의 머리를 움켜쥐고 벽으로 밀쳤다.
쿵!
사자좌는 당황스러웠다. 처음 보는 능력이었지만, 이 악력.
이 힘!
“너…!”
“아 깜빡하고 말 안했는데. 네가 10억 달러에 산 내 무기.”
“……!!”
“그거 그냥 개뼈다귀야, 병신아.”
“?!”
“뭐, 좋은 구매 감사.”
그 사악한 웃음과 함께 이건이 사자좌의 머리를 벽으로 밀었다.
그러자 사자좌의 등 뒤 벽이 무너지고.
쿠구궁!
무너지는 벽과 함께 사자좌가 부유성 밑으로 떠 밀렸다.
그것도 무려 창공 16000피트 위!
“젠…ㅈ!”
동시에 사자좌는 구름보다 높은 높이에서 순식간에 떨어졌다.
“아악!”
“성주니임!”
사자좌가 타잔 같은 비명을 지르며 구름 밑으로 사라져버렸다.
“이거어어언!”
하물며 백여 마리의 괴수들이 사자좌를 쫓아 줄지어 떨어지는 광경은 가관이었다.
필시 이건이 대여스킬을 쓴 휘장. 어그로 스킬이 발동중인 휘장을 사자좌에게 딸려 보냈기 때문이리라.
그야말로 사자좌와 경매소에 쳐들어왔던 모든 재액이 한 번에 처리된 순간.
[투신본능 상태가 해제됩니다] [금수주인자리의 사도에게 막강한 피해를 주었습니다] [신좌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특별한 데이터(성인급)를 얻었습니다] [신좌 경험치가 10만을 달성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lv.5)] [포인트로 자동 전환됩니다]곧 사자좌가 떨어지자 사자좌 성도들은 혼란에 빠졌다.
아무리 성인이라도 이 높이에선 무사할 수 없단 것이다.
“부유스킬도 안 가지고 계시잖아!”
“최근엔 스킬도 안 빌리셨는데!”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들은 이건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분명 성주께서 이건이라고…”
그들은 사자좌와 눈앞에 있는 이건 사이에서 혼란이 온 듯했다.
만약에 저 사람이 정말 이건이라면.
그러나 그때였다.
“큰일입니다! 성주님이 떨어진 방향이 하필 레드존 쪽인 것 같습니다!”
“뭐?!”
그들은 이럴 때가 아니라는 듯 움직였다.
결국 성도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사라지자 이건은 만족했다.
“착한 애들이네. 멱살 정도는 잡힐 줄 알았는데.”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착하긴 뭐가 착해요! 초유의 사태에 다들 멘탈이 나간 거겠지!”
“!”
* * *
텅 빈 홀에 낯익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건이 돌아보니 얼어붙은 천성재가 서 있었다.
“뭐야. 너 아직 여기에 있었냐? 텔레포트 존으로 탈출한 거 아니었어?”
그러자 천성재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애초에 텔레포트 존에 가봐야 소용없다고 했던 게 누구였는데!
덕분에 함께했던 최 성단장의 표정을 봤어야 했다.
‘그 아이, 언제부터 활동했다고 했니?’
재액은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곳부터 발생했다.
미지문명은 그런 놈들이었다.
하지만 놈들의 행동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는 건 성인급 정도.
그래서 뭘 눈치챈 걸까.
성단장은 굉장히 당황한 눈치였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사자좌 성도들한테 노려질 거라고요!”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는 이상, 이 사태를 들은 성도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아마 유일하게 그들에게 대적할 수 있을 사람은 단 한 명뿐일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람은…!’
물론 몇 번이나 이건이라고 의심했지만, 아버지가 자꾸 그런 의심을 하면 호적을 파버리겠다고 해서 생각도 못했다.
죽은 친구를 잊지 못할 테니 미안하기도 했고.
착한 아들은 아버지를 굳게 믿었다.
“아무튼 사자좌 성도들 오기 전에 빨리 여기서 나가요.”
“안돼. 재료를 얻으러 가야 해서.”
“재료?”
“뭐, 그 전에.”
이건이 돼지저금통, 피슈를 소환했다.
“!”
“자. 주변에 떨어진 경매품들 전부 먹어치워.”
피슈는 신이 나서 드라크마를 뛰어다녔다.
[돼지저금통이 무척 기뻐합니다] [레벨이 올라갑니다]하지만 정작 이건은 주인 잃은 경매품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그가 관심을 가지는 곳은 번개가 휘몰아치는 장소.
“저건….”
“저기 내 친구가 갇혔어.”
“!”
천성재는 깜짝 놀랐다. 그건 당연했다.
“저건 사자성인의 학살감옥이잖아요! 빨리 사람들을 모아서 그 친구분을 구하러 가지 않으면 죽을…!”
“아, 됐어. 됐어. 괜찮으니까 텔레포터만 불러와.”
“?”
의아해하던 천성재는 일단 알겠다며 급히 사라졌다.
그러나 이건은 사자좌의 결계를 보며 굉장히 난처해했다. 물론 친구걱정은 아니었다.
“아. 그 바보가 내 귀한 괴수에 난도질 해놓으면 안되는데.”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쾅!
“!”
돌연 결계가 부서지며 사나운 빛의 화살이 튀어나왔다.
탕탕탕!
화살이 직격으로 날아와 이건은 고개를 옆으로 젖혔다.
그리고 결계 안에서 빡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넌 친구보다 괴수가 더 소중하냐!”
휴고였다.
그리고 결계를 부수고 나오는 그의 모습에 이건이 낄낄 웃어댔다.
“뭐야, 살아있었냐? 이참에 네 건물 명의나 가져가려고 했더니.”
이 자식을 콱!
아무래야 좋았다.
“사자좌는!”
“아, 귀찮아서 대충 저 밖으로 던졌어.”
“그래 잘했 …뭐?! 던져? 이 높이에서?!”
“왜. 그럼 안 돼?”
“……#*$&!”
휴고는 뒷목을 잡았다.
‘그거 찾아다닐 성도들만 불쌍하지!’
아시아 쪽에 미지문명의 영역이 얼마나 넓게 분포해 있는데 말이다.
‘그러다가 만약 레드존, 아니 블랙존에라도 떨어지면…’
그러니까 제 친구가 지독하다는 것이다.
지상최강인 사자좌가 공중전에서 쥐약이라는 걸 모를 리가 없었다.
최강의 뒤처리라면 뒤처리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이건은 휴고가 뚫고 나온 결계로 향했다.
‘!’
안에는 못이 벽에 박히듯, 휴고의 화살에 몸이 박혀 울부짖는 야수가 있었다.
신궁좌의 화살에 급소에 찔려있음에도 멀쩡한 기이한 상태.
이건은 칼로 놈의 크기를 재며 웃었다. 그는 다름 아닌 저 야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튼튼하고 크기도 굵고. 무기로 쓸만하겠네.”
“!”
휴고는 놀랐다. 설마하니 이건의 입에서 저 말이 나올 줄이야.
‘툭하면 어전성물도 쓰레기라고 까는 놈인데.’
하지만 이건은 진심이었다.
뼈다귀로 헛짓을 하긴 했지만, 무려 그 사자좌의 일격에도 상처하나 없는 맷집이었다.
그리고 투신본능이 해제되고 느낀 건데, 그 스킬은 강했지만 몸에 오는 근육통이 장난이 아니었다.
평소에 쓸 튼튼한 무기는 필요했다.
그러나 휴고가 걱정했다.
“재료로 쓰는 건 좋은데, 정체가 뭔지 뭔 수를 써도 숨통이 안 끊겨. 결계 채로 냅두는 게….”
그러나 이건이 웃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칼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뱀주인좌의 특성이 부여됩니다] [날카로운, 치명타의]이건의 뱀눈에 검은 혈도가 보였다.
동시에 칼로 세로획을 그었다.
푸숙!
“크르륵!”
마침내 쓰러지는 짐승의 포효와 함께 큰 땅울림이 일어났다.
쿵!
“자. 해결. 이러면 문제없지?”
이건의 웃으며 칼의 피를 털어냈다.
휴고는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
“징그러운 새끼.”
존경 담긴 칭찬이었다.
* * *
이건의 발골 작업은 언제 봐도 깔끔하다.
그리고 이건이 거대한 뼈를 둘러맸을 때쯤, 휴고가 말했다.
“너 설마 그걸 들고 텔레포트 존에 갈 생각은 아니지?”
“왜?”
“그 정도 크기면 이동료만 엄청 깨질걸. 그러니 귀찮아도 부유 스킬을….”
사실 텔레포트 존으로 향하면 사자좌 성도들이 이건을 죽이려 들 거라 그런 거였지만, 그건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좋다고 싸우자 할 놈이니까.’
하지만 이건은 대수롭지 않게 핸드폰을 꺼냈다.
“그거라면 상관없어. 아는 애가 개인 텔레포터를 부르러 갔으니까.”
“아. 그러고 보니 너 쌍아좌 성단장이랑 만났다고….”
그러나 잠시 후, 휴고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쌍아좌 성단장은 개뿔, 이건이 전화로 부른 대상 때문이었다.
“아. 성재냐?”
순간 휴고는 제 귀를 의심했다.
잠깐 지금 뭐라고?
‘성재?’
하지만 제 친구의 표정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이건이 계속 말했다.
“데려갈 사람이 늘었어. 물건도 큰 거로 하나. 그래, 총 3명분. 빨리 와.”
통화를 끝내고, 이건이 핸드폰을 귀에서 떼자 휴고가 붙잡았다.
“잠깐만! 건아. 그 성재란 사람 혹시….”
“오, 알아? 너도 알 정도면 진짜 유명한 놈인가 보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혹시 성이….”
“글쎄, 천 씨였나? 아직 중딩이지만 마력만 보면 성단장급? 걔네랑 비슷해서 쓸 만할 것 같던데.”
휴고는 혈압으로 쓰러질 뻔했다.
설마 했는데 정말 제 아들하고 만났던 거냐!
결국 다급해진 휴고가 외쳤다.
“쌍아좌 성도는 안 돼! 오지 말라고 해!”
“뭐? 안 돼?”
“그래! 안 돼! 특히 개인 텔레포터는 이용하는 것만으로 쌍아좌 성신한테 힘을 주게 된다고!”
“어… 그래?”
“그리고 텔레포트 할 때 가지고 있는 소품까지 다 쌍아좌의 귀에 들어가! 마법으로 빼앗길 수도 있다고!”
“어, 진짜?”
물론 새빨간 거짓말이다.
“알았으면 저기 공용 텔레포트 존으로 가자. 저긴 사람도 많아서 검사도 안 해. 아무튼 내 아들 오기 전에 빨리!”
그러자 이건이 뚝 멈춰 섰다.
“아들? 여기 니 아들이 있어?”
아차!
당황한 휴고가 땀을 삐질 흘리며 말했다.
“그, 방금 문자 받았어. 마침 드라크마에 있었더라고. 이 근처 같은데 아무튼 그러니까 먼저 나가자고!”
그러자 이건은 이게 뭔 개소리를 하느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기다렸다가 같이 가면 되잖아? 그럼 성재한테 한 명 더 늘었다고 해야겠다.”
아씨!
“아니, 그냥 가자고! 좀!”
“아 왜! 나도 니 자식들 좀 보자! 나한텐 사진 한 장 안 보여주면서! 그렇게 못생겼냐! 역변이라도 했냐!”
이건의 격한 분노에 휴고는 심한 고민에 빠졌다.
제 아들을 이건과 만나게 했을 때와 못 만나게 했을 때. 어느 쪽이 더 골치 아파지고,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인가.
결국 고민을 끝낸 휴고가 굳은 결심을 한 듯 외쳤다.
“내가 이런 말까진 본인한테 안하려 했는데! 내 아들, 너 엄청 싫어한다고!”
그러자 이건이 얼어붙었다. 상상도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나 싫어해? 진짜? 니 자식이?”
“그래! 이건이라면 진짜 칠색 팔색을 해요! 그런데 너 내 자식들한테는 정체 밝힐 거잖아! 그 영웅이었다고 자랑하고 다닐 거잖아!”
그러자 진짜 그럴 마음이 없진 않았는지, 이건이 곰팡이 씹은 표정을 지었다.
“그럼 안 밝힐게. 다른 사람인 척 할 테니까.”
“안 된다니까! 건이 너 진짜 싫어한다니까! 그래서 일부러 네 이야기는 말도 안 했는데!”
그러자 이건은 오리입을 내밀며 또 시무룩해졌다.
“나 그래도 열심히 했는데. 사람들한테 미움받을 만한 짓은 안…하진 않았네.”
휴고는 시무룩해진 이건의 등을 쳤다.
“자아성찰이 뛰어나니 형은 기쁘다! 아무튼 가자! 포기하고!”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아빠.”
“……!”
순간 들린 목소리에 휴고가 얼어붙었다.
뒤를 돌아보자 아니나 다를까.
“너 언제부터 거기 있었니…?”
천성재가 거기에 서 있었다. 심지어 폭발하기 직전의 얼굴로.
그리고.
“그러니까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건이?”
천성재가 귀에 대고 있는 핸드폰에, 휴고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차. 전화 꺼진 거 아니었구나.
(다음 편에서 계속)
오피러브
늑대훈련소
TXT viewer control
재앙급 영웅님이 귀환하셨다-3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