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146
ⓒ 목마
연민서-5
“…뭐”
김현성이 뱉은 말에 연민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김현성은 헛기침을 하면서 다시 말했다.
“내가 그 새끼 패준다고요.”
“…네가 왜”
눈을 깜박거리던 연민서가 물었다. 왜 돌아 온 질문에 김현성의 말문이 막혔다. 이유, 이유라… 김현성은 잠깐 동안 자신이 저렇게 말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냥, 패주고 싶어서.”
“그러니까 왜”
“패주고 싶어서 패주겠다는데 딱히 이유가 필요한가요. 뭐, 그 새끼 하는 짓이 마음에 안 들기도 하고. 그리고… 음…”
김현성은 머뭇거리다가 피식 웃어버렸다.
“누님 기분 풀라고요.”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 그 말에 연민서의 입술이 반쯤 벌어졌다. 그러니까, 지금 김현성이 하는 말은. 연민서를 위해서 세계 랭킹 5위인 루카스를 패주겠다는 것이다.
‘…이걸 좋아해야 하나’
연민서는 그런 고민과 맞닥트렸다. 물론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작게 헛기침을 하면서 김현성과 마주하고 있던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네가 그럴 필요는 없어. 너랑 데이트하면서 이미 기분 풀렸거든.”
“음… 뭐, 누님이 괜찮다면야 내가 괜히 끼어들 지는 않겠지만요. 그런데, 이런 데이트로도 괜찮겠어요”
“왜”
“그… 뭐냐. 나는 데이트라길래, 뭔가 조금 더 거창한 것을 생각했거든요.”
“놀이공원가고, 카페가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야경도 보고. 뭐 그런 거”
“네, 그거요.”
“내가 너랑 단 둘이 돌아다니다가 누가 알아보기라도 한다면 난리 날 걸 서로가 피차 피곤해 질 것이 뻔한데, 뭐하러 그러겠어”
물론 나중에는 그렇게 할 생각이다. 연민서는 그런 속내를 깔끔하게 감추었다. 나중에, 빼도 박도 못하게 도장을 찍기 위해서는 말했던 것처럼 공개 데이트를 하면서 매스컴들에게 나 좀 봐달라고 시위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뭐, 그건 나중에.’
아직은 서로 알아가는 단계인 거야. 연민서는 김현성의 의중은 생각하지 않고 멋대로 그렇게 결론을 지었다.
“그러면 처음 데이트 하자고 했을 때부터 이렇게 집에 초대할 생각이었어요”
“…왜 내 집에 와서 싫어”
“아뇨. 누가 싫대요 그냥, 이럴 줄 알았다면 조금 더 일찍 말할 것을 그랬나 싶네요. 누님이 해준 밥도 맛있고. 저녁에 왔으니 슬슬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
“뭐 집에 갈 거야”
연민서가 놀란 얼굴을 하더니 그렇게 질문했다. 그 질문에 김현성은 눈을 끔벅거리면서 연민서를 바라보았다.
“그럼 가지 마요”
“어… 어어… 그… 그러니까…”
김현성이 되묻는 말에 연민서는 필사적으로 변명거리를 떠올리려 했다. 아니, 굳이 변명거리를 생각할 필요가 있나 집에 간다고 하면 보내면 되는 거잖아.
‘…그래도 집까지 불렀는데…’
이대로 보내기에는 뭔가 아쉬울 뿐이다. 물론, 허튼 짓을 할 생각은 없다. 어차피 방은 많으니까 각자 따로 방을 쓸 것이고, 화장실도 둘이다. 혹시 모를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연민서가 화장실이 달린 방을 쓰면 된다. 그렇게 한다면 방 안에서도 샤워가 가능하니까.
“차… 차 안 끌고 왔어 술 마셨잖아.”
“저 차 없는데요.”
“…그럼… 그러니까 막차가…”
“아니, 아직 막차 시간까지는 한참 남았는데요. …왜 그러는 거예요 뭐 문제 있어요”
김현성이 머리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이렇게까지 순수할 줄이야. 아니, 눈치가 없는 건가 보통 이렇게 뉘앙스를 흘리면 알아듣지 않아
‘남자는 다 늑대라던데, 왜 얘는 순한 양인 거야’
게임 속에서 PVP할 때는 미친개처럼 덤벼들면서. 아니, 이런 갭이 오히려 챠밍 포인트인가. 연민서는 아랫입술을 잘근거리면서 김현성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그 살벌한 시선에 김현성은 괜히 어깨를 움츠렸다.
“워… 워, 워. 왜 그래요
“…라면 먹고 갈래”
“…라면 뭔 소리에요, 방금 전에 같이 밥 먹었는데.”
“야식으로 라면 끓여준다고.”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네. 누님, 혹시 취했어요”
빠직. 김현성이 던진 질문에 연민서의 이성이 끊어지는 소리였다. 아니, 안 돼. 연민서는 끊어진 이성을 다시 엮으면서 필사적으로 감정을 억눌렀다. 이 눈치 없는 새끼. 떠서 먹여주는데 왜 싫다고 지랄 발광을 하는 거야
“…그래, 가라, 가. 배웅은 안 해 줄 거니까, 빨리 꺼져!”
“왜 욕을 하고 그러는…”
“빨리 안 꺼져!”
연민서가 빼액 고함을 질렀다. 김현성은 흠칫 놀라 의자를 뒤로 빼고서 몸을 일으켰다. 그는 괜히 머리를 갸웃거리며 연민서의 표정을 살폈다. 씨근거리던 연민서는 잔에 와인을 콸콸 붓고서 김현성을 노려보았다.
“안 꺼지고 뭐해!”
“너무 과음하지 말라고요.”
“내가 마시든 말든!”
“…어휴.”
연민서가 투덜거리는 소리를 듣고서, 김현성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는 뒤로 뺐던 의자에 다시 앉아 비어있는 자신의 잔을 들었다.
“한 잔 줘요.”
“꺼지라고 했잖아!”
“거 참, 예쁜 입술로 그런 나쁜 말 하지 맙시다.”
툭 던진 말에 연민서의 입술이 파들거리며 떨린다. 예쁜 입술. 별 생각 없이 예의상 던진 말이지만, 원래 별 생각 없이 던진 돌이 물 표면에 파문을 만들고 괜히 폴짝거리던 개구리를 맞아 죽게 하는 법이다.
“뭐해요 한 잔 안 주고.”
“…안 갈 거야”
“아직 막차까지 시간 한참 남았고, 뭐 막차 끊기면 그냥 택시타면 되는거고. 여기 올 때도 택시타고 왔는데, 미터가 찍히는 것도 무난했고. 까짓 할증 붙어 봐야 나 돈도 많은데 뭘.”
“…갑자기 왜 이렇게 세게 나와”
“누님한테 갈굼 받기 싫어서요. 뭐해요 한 잔 안 줄거에요 안 주면 그냥 갑니다.”
지금 나랑 밀당하자는 건가 연민서는 알쏭달쏭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일단 김현성의 잔에 와인을 따라 주었다. 김현성은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연민서를 향해 잔을 들어올렸다.
“괜히 내 기분 맞춰줘서 무리할 필요는 없…”
“여태까지 실컷 기분대로 했으면서 말은 참. 무리하는 것 아니니까 걱정 마셔요. 나도 요즘 집에서 폐인같이 게임만 하고, 술도 안 마신지 꽤 됐고, 게임 접속해서도 산 오르는 것에 바빠서 대화가 고팠을 뿐이니까.”
김현성의 투덜거림에 연민서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잔을 들어 올렸다.
“동생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런데, 너는 대체 언제까지 산을 오르고 있는 거야”
“나도 몰라요.”
투덜거림 속에서 와인잔이 서로 부딪혔다.
그날 밤, 김현성은 연민서의 술주정을 들어주다가 자정이 넘어서야 간신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성인 남녀. 젊고 혈기 넘치는 연하남과 농익었지만 경험 적은 연상녀가 같은 집에서 술을 마셨지만, 둘 사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5월 말. 이번 년도의 세 번째 시즌을 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불칸과 볼프의 길드 연합이 바크라의 지하 공방을 공략하는 것에 성공했다. 랭킹 1위인 레이크의 길드인 파라곤 역시 제프론의 천공궁전을 공략하는 것에 성공했고, 다른 상위 길드들도 각자 시즌 던전 몇 개를 공략했다.
그런 식으로 성과를 거둔 길드와 랭커와는 반대로, 시즌 동안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길드와 랭커도 존재했다. 스사노오의 길드장이었던 류가미는 투기장에서 라덴과의 일대일 승부에서 패배한 이후로 잠적해 버렸고, 스사노오 역시 이전처럼 활발하게 활동하지는 않았다. 염화에게 몰살당했던 불독도 시즌 던전을 찾아내지 못하고 시즌 말과 맞닥트렸다.
불칸에게 몰살당한 흑접은 다른 시즌 던전의 탐색 대신에 인스턴트 던전에 틀어박혀 파밍에 주력했다. 루벡과 싸울아비 길드도 시즌 던전 탐색에 실패했다. 여전히, 가람과 그의 길드인 바이스는 행방불명이었다.
랭커들이 그렇게 시즌 말을 맞닥트렸을 때.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알라베스 산을 최초로 넘는 것에 성공하였습니다!] [조건 달성으로 인하여 블랙 벨트가 해금되었습니다!] [새로운 지역을 발견하였습니다!] [알라베스 산의 등정자 칭호를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반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알라베스 산에 매달려 있던 상위 랭커 셋의 뒷목을 잡게 할 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파티도 없이 혼자 알라베스 산으로 들어 온 라덴이, 몇 달 만에 알라베스 산을 넘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길었다.”
해가 저물고 있었다. 라덴은 널따란 평원을 적시는 붉은 노을을 보면서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몇 달 동안 개고생을 하면서 산을 올랐고, 드디어 산을 넘어 새로운 지역으로 진입했다. 죽을 뻔한 위기는 셀 수 없이 많이 겪었고, 도망친 횟수도 죽을 뻔한 위기의 몇 배는 더 겪었다. 한 달 전부터는 도저히 등장하는 몬스터와 싸우는 것이 불가능해서 접속한 내내 도망 다니기만 했다. 필드 보스도 아닌 일반 몬스터조차도 라덴이 잡을 수 없는 스펙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역시 최상위 던전이야.’
운이 좋았다. 정석으로 도전했다면 중간부터 죽거나 포기해야만 했을 것이다. 라덴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 자신의 레벨을 확인했다.
레벨 100.
알라베스 산에 처음 들어왔던 때에 레벨이 90이었다. 그리고 몇 달 동안 알라베스 산에 있었고, 산을 넘었을 때 레벨 100이 된 것이다. 이번 업적 달성으로 오른 레벨만 3. 여태까지 발할라 내에서 달성되었던 업적 중에서 최고 수준의 업적이었으니 이 정도 보상은 전혀 과하지 않다.
“그런데… 블랙 벨트 해금이라고…!”
라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니, 이런 개고생을 해서 산을 넘었는데. 드디어 새로운 지역에 들어서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모험을 해야 하는데! 블랙 벨트가 해금되어 버렸다. 덕분에 라덴은 재주 부리는 곰 새끼가 되어버린 것이다. 뒤에서 아무 일도 안하던 랭커들은, 라덴 덕분에 해금 된 블랙 벨트를 넘어서 새로운 지역을 탐색하고 거기서 또 꿀을 찾아 빨려 들 것이다.
“죽 쒀서 개 준 꼴이로군!”
라덴은 이를 갈면서 내뱉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설마 진짜로 이렇게 될 줄이야. 하늘도 무심하고 시스템도 엿 같구나. 라덴은 괜히 발에 채이는 자갈을 걷어찼다.
‘그래도 산 너머의 지역에는 내가 가장 먼저 진입했어. 일단 도시를… 도시를 찾아야 돼.’
라덴의 머리가 바쁘게 돌아갔다. 블랙 벨트가 해금되었다고는 하지만, 라덴은 여전히 다른 플레이어들에 비해 아득히 먼 거리를 앞서 있다. 게다가 지금 당장 라덴에게는 ‘황혼의 추적자’ 퀘스트도 있지 않은가. 가람은 아직 알라베스 산을 넘지 못했으니, 현재 발할라의 에픽 퀘스트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은 바로 라덴이다.
“빌어먹을. 오늘은 집에서 축배를 들려 했는데.”
쉴 틈이 없었다. 괜히 여유 부리면서 접속을 종료했다가는, 이 소식을 들은 다른 랭커들이 부랴부랴 블랙 벨트로 인해 접근하지 못했던 지역으로 넘어 올 것이다.
“그건 안 돼.”
라덴은 결의를 다지면서 크게 발을 뻗었다.
“진짜 재주 부리는 곰 새끼가 될 수는 없지.”
5월 말에 생긴 일이다.
“라덴이 알라베스 산을 넘었어요.”
모니터를 보던 토끼가 입을 열었다. 그 뒤에 팔짱을 끼고 서있던 앨리스가 머리를 끄덕거렸다. 히어로 사는 발할라의 모든 플레이어를 관찰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 특히 앞서가고 있는 몇몇 플레이어는 말 그대로 ‘24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마크하고 있다.
라덴 역시 히어로 사가 마크하고 있는 플레이어 중 하나였다. 아니, ‘플레이어 중 하나’가 아니라 ‘유일한’ 플레이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라덴이 알라베스 산으로 들어서면서부터 라덴의 감시가 몇 배나 늘었기 때문이다.
“역시. 데리고 오길 잘했다니까. 봐봐, 착실하게 아이콘으로서 행동하고 있잖아”
앨리스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가 걸렸다. 라덴을 직접 스카웃하고 발할라를 시작하게 만든 것이 바로 앨리스다. 그 라덴이 발할라 안에서 여러 가지 업적을 달성하고, 많은 기록을 세워 준 덕분에 임원들 사이에서도 앨리스의 발언권이 덩달아 높아졌다.
“뭐… 선배 말대로네요. 저 꼬마가 튜토리얼에 처음 접속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는데.”
“나는 알고 있었어. 판타지아 때부터 주목했던 인재니까 말이야. 플레이어들이 알라베스 산을 공략하는 것은 못해도 1년, 혹은 2년 뒤에나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봐봐. 라덴 혼자서 1, 2년이나 앞서 버린 거야.”
“엄밀히 말하자면 공략은 아니잖아요 도중부터는 그냥 도망만 다녔으니까…”
“현재 플레이어 중에서 저렇게 도망다니면서 알라베스 산을 넘는 것이 가능한 놈이 몇이나 될 것 같아”
앨리스가 되묻는 말에 토끼는 할 말이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맞는 말이었다. 애시당초 라덴이 알라베스 산을 넘는 것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고독한 사냥꾼’ 타이틀의 ‘태세 정비’ 스킬은 발할라의 많은 플레이어 중에서 라덴밖에 갖고 있지 않은 스킬이다.
“평균 동조율도 굉장히 올랐고.”
“이제는 안정적으로 동조율 51%까지 오르고 있으니까요.”
토끼가 말을 받았다. 라덴의 동조율 최고 기록은 56%. 현재 발할라의 플레이어 중에서 독보적으로 높은 동조율이다.
‘현실에도 영향을 받아버렸지.’
토끼는 쩝하고 입맛을 다셨다. 인위적으로 인간을 초월자로 만드는 ‘발할라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는 각 차원에 존재했던 초월자, 혹은 그에 준하는 힘과 재능을 가졌던 존재들의 능력을 게임 시스템과 그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아바타를 통해 인간에게 덧씌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아바타와 그에 깃든 존재의 힘을 스킬로서 활용하면서, 플레이어는 아바타와의 동조율을 높이면서 인위적으로 초월자를 만들어내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터무니없는 발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진짜로 되고 있잖아.’
이론상 동조율 50%가 넘는다면 현실에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 이론을 이론이 아니게 만드는 것이 라덴, 김현성이라는 살아있는 예였다. 최대 동조율 56%를 넘으면서, 김현성의 현실 육체는 작지만 확실한 변화를 거치게 되었다. 물론 초월자와 비교하기에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미약한 변화였지만, 캡슐 속에 있는 인간의 육체를 게임을 통한 학습으로 변화시킨 것이 성공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선배. 이런 식으로 초월자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라는 것은 검증되었는데. 진짜로 초월자가 되어버린다면 어쩌려는 건가요”
“그렇다면 말 그대로 발할라로 활용해야지.”
앨리스가 당연하지 않냐는 투로 대답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멍청한 녀석. 신화도 몰라 북유럽 신화에서 나오잖아. 발할라. 라그나뢰크가 일어나면 발할라의 문이 열리고 죽었던 전사들이 뛰쳐나와서 오딘을 위해 싸운다… 그런 신화 말이야.”
“…라… 라그나뢰크라니. 선배. 혹시 가이아의 괴물이랑 라그나뢰크를 하고 싶은 건가요”
토끼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물었다. 그 말에 앨리스는 헛웃음을 흘리면서 머리를 가로 저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우연찮게 가이아에 갔던 초월자들이 어떤 꼴을 당했는지 너도 잘 알잖아 그곳은 초월자의 무덤이야.”
앨리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직까지 얌전히 있는 괴물을 나서서 건드릴 필요는 없지. 언젠가. 그 괴물이 미쳐 날뛸 때를 대비해서 군대를 모아 둘 뿐이야.”
앨리스의 대답에 토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가이아의 괴물, 천마와 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으니까.
연민서-5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