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30
030/ 게리안의 둥지-5
일단 루카스에 대한 생각은 나중이다. 라덴은 자신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4 올랐네.’
레벨 얘기다. 파티로 잡아야 하는 보스를, 그것도 40 레벨의 보스를 20 레벨로 때려잡았으니 그만큼의 경험치를 얻었다.
‘업적까지 얻었으면 추가 경험치도 짭짤했을 텐데 말이야.’
라덴은 혀를 차면서 얻은 스탯을 분배했다. 20의 스탯은 힘에 12, 민첩과 체력에 각각 4씩 분배되었다.
Name: 라덴
LV.24
Title: 짐승의 마왕
백호의 호랑이
무도가
Race: 인간
Sex: 남성
힘 84(+29) 민첩 52(+23) 지력 10(+10) 체력 51(+18) 마력 10(+11)
“섭식으로 스탯이 더 올랐네.”
그것을 확인하니 입가에 히죽하고 미소가 걸렸다. 게리안을 때려잡은 것으로 힘과 민첩 스탯이 2씩 더 올랐고, 체력과 마력도 1씩 올랐다. 6의 스탯을 레벨 업 없이 공짜로 얻은 것이다.
좋은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이템. 라덴은 콧노래를 부르면서 게리안의 시체로 다가갔다. 게리안의 시체는 조금씩 먼지가 되어 사라져 가고 있었다. 라덴은 급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구르면서 게리안의 시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기다렸다.
당연한 말이지만, 보스 몬스터는 일반 몬스터보다 더 좋은 아이템을 드랍한다. 그런 메리트가 없다면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는 이유가 없을 것이다.
‘뭐, 아이템이 너무 많이 풀려버렸으니까. 지금 게리안이 드랍하는 무기라고 해 봐야 몇 십 만원 정도겠지.’
이 역시 MMORPG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레벨이 계속 오르고 새로운 보스 몬스터가 나오는 이상, 이전의 보스 몬스터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레벨 40짜리 보스가 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떨어트린다고 해도 레벨 50의 보스 몬스터가 드랍하는 아이템보다는 성능이 나쁘다. 만약 레벨 40의 보스 몬스터가 드랍한 아이템이 성능이 더 뛰어나다면 사람들이 뭣하러 레벨 50의 보스 몬스터를 레이드하겠는가.
‘당장 돈 급할 것도 없고. 팔아봤자 용돈 벌이 정도일 테니까.. 내가 쓸 수 있다면 쓰는 쪽으로 가는 것이 낫겠지.’
드랍된 아이템은 네 가지였다.
게리안의 날카로운 부리.
게리안의 억센 깃털.
-아티팩트 등급 아이템.
-제작 아이템.
제작 관련 전문 기술을 습득한 플레이어나 NPC에게 의뢰한다면 장비로 제작할 수 있다.
쌍두괴조의 단검.
-아티팩트 등급 아이템.
-레벨 제한 40.
-공격 시에 일정 확률로 상대의 레벨에 비례하여 스탯을 하락시키는 디버프를 걸 수 있다.
아티팩트 등급의 제작아이템이 둘, 그리고 단검이 하나. 스택 하락 디버프는 매력적으로 보였지만, 설명에 명시되어 있는 ‘낮은 확률’이라는 것이 뒷맛을 쓰게 만들었다.
‘일단 가지고 있어야지.’
단검의 필요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지만, 가지고 있으면 어떻게든 쓰는 법이다. 라덴은 제작 아이템 둘과 쌍두괴조의 단검을 인벤토리에 넣고서, 라덴은 마지막 남은 아이템에게 다가갔다.
낡은 반지.
-??
-알제른의 NPC 카타레나에게 가져다주면 무언가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이건 또 뭐야?”
라덴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반지를 내려 보았다. 손가락에 끼워 보려고 했지만 잘 들어가지도 않았고, 애초에 장비 아이템이 아니라 착용한다고 해도 뭔가를 얻을 수는 없다.
‘퀘스트 아이템이잖아.’
게리안이 드랍하는 아이템에 대해서는 조사하고 왔다. 하지만 그 중에서 퀘스트와 연결되는 아이템은 하나도 없었다.
‘조건식 드랍이군.’
라덴의 눈이 빛났다. 흔하게 존재하는 아이템이다. 퀘스트를 받고서 사냥해야 드랍되는 아이템처럼, 어떠한 조건이 만족되어야 드랍되는 아이템이 조건식 드랍 아이템이다.
‘이 경우라면 조건은 게리안 솔플인가. 아니면 레벨 제한이 붙었을 지도 모르고. 과연, 그러니까 소문이 안 났지.’
명예의 전당에서 게리안을 20 레벨에 혼자서 잡은 것은 루카스 뿐이었다. 루카스가 입을 다물고 있었다면, 당연히 게리안에게서 파생되는 특수 퀘스트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낡은 반지도 인벤토리에 넣어두고서, 라덴은 반대쪽 벽을 힐긋 보았다. 게리안의 죽음으로 던전으로 바로 빠져나갈 수 있는 포탈이 만들어져 있었다.
송곳부리 66/150
억센 깃털 30/100
하지만 아직 퀘스트를 완료하지 못했다. 여기까지 해놓고서 포기할 수도 없으니, 라덴은 한숨을 푹 쉬며 몸을 돌렸다.
출구 쪽으로 나가는 길을 선택해 봤자 몇 번을 반복해야 할 것 같았기에, 라덴은 갈림길까지 와서 왼쪽 길로 들어갔다. 이쪽 길로 간다면 송곳부리가 잔뜩 리젠되는 길로 이어진다. 그곳을 쭉 돌파하다가 길의 끝에서 던전 밖으로 나가는 포탈을 탈 생각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아까 그 여자들도 이쪽 길로 갔는데. 괜히 마주치면 귀찮잖아.’
그런 생각을 하고서 몸을 돌리려다가, 라덴은 미간을 찡그리면서 결국 왼쪽 길로 들어갔다. 자신이 피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페페로, 로일, 사켄, 아올은 모닥불을 피워두고 앉아 있었다. 이 모닥불은 도시의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설치형 아이템으로, 던전 안에서 사용한다면 몬스터의 접근을 막을 수 있다.
페페로는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망치를 휘둘렀다. 아올이 쓰던 방패는 너무 심하게 손상되어서, 망치질을 아무리 해도 손상이 복구되지 않았다.
“소재가 너무 부족해. 장비도 부족하고. 그냥 이쯤에서 접고 돌아가는 것이 어때?”
“여기까지 와서 돌아가는 것은 너무 늦어. 어거지로라도 뚫고 나가서 끝에 있는 포탈을 타는 것이 훨씬 빨라.”
아올의 대답에 페페로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표정으로 드러나는 노골적인 불만에 아올은 뚱한 얼굴로 페페로를 노려 보았다.
“너무 그런 표정 짓지 말지? 방패가 저 꼴이 된 건 딜이 부족해서야. 내가 버티는 동안 딜러가 몬스터를 정리해야 되는데, 딜이 부족하니까 내가 버티는 시간이 늘어나고 방패 내구도가 빨리 떨어지는 것 아냐?”
“넌 왜 또 내 탓을 하는 거야?”
파티에서 유일한 딜러를 맡고 있는 로일이 욱한 감정을 삭이지 못하고 쏘아붙였다. 그 말에 아올은 흥 코웃음을 치면서 로일을 흘겨보았다.
“맞는 말이잖아?”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애초에 잠깐 구경하려고 온 거였는데, 왜 게리안의 둥지를 돌파하는 파티가 된 거야?”
“파티장을 맡았던 건 너잖아. 안되겠다 싶으면 진즉에 후퇴했어야지!”
“이 년, 이 년 이거 말하는 것 좀 봐. 파티 질질 끌고다녀야 되는 것은 탱커라고 할 때는 언제고, 지 불리할 때는 나한테 책임을 덮어 씌워?”
“너희는 왜 또 서로 싸우고 지랄이야?”
듣다 못한 사켄이 뾰족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사납게 올려 뜬 사켄의 표정을 보고서 로일과 아올은 찔끔하여 눈을 아래로 깔았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결국 가장 진정하고 있는 것은 레벨인 낮은 페페로였다. 그녀는 최대한 수리를 끝낸 방패를 아올에게 건네며 물었다.
“이대로 계속 돌파하고 나갈 거야? 아니면 뒤로 후퇴할 거야?”
“..으음.. 뒤로 빽하는 것은 무리야. 이미 리젠 다 끝났을 테니까.”
“그건 나도 알아. 그래서 앞으로 가자고? 네 방패 내구력 지금 10밖에 안 돼.”
“그러면 오래 못 버티는데..”
“너 말고 로일도 마찬가지야. 칼 내구도도 바닥이고, 그나마 멀쩡한 것은 사켄인데.. 어쩔래? 힐 믿고 그냥 무작정 앞으로 뛸까? 포션도 있잖아.”
“그러면 송곳부리 몰려서 우리 다 죽어. 힐이랑 포션으로 버티는 것도 어느 정도지, 한 번에 다섯 마리씩 튀어나오는 송곳부리 두 번만 지나쳐도 열 마리가 우리 쫒아오는데..”
“그러면 뭐 어쩔 건데?”
“너는 도움도 안 되면서 왜 자꾸 따지는 거야?”
“아니 이 미친년이 뭐라는 거야?”
입을 다물고 있던 로일이 목소리를 냈다. 그 말에 페페로는 눈을 치켜 뜨고서 로일을 노려 보았다.
“가만히 있는 나 끌고 와놓고선 뭐? 그리고 도움이 안 돼? 야 이 골빈 년아, 네 칼 수리한게 누군지 그새 까먹었어?”
“싸우지들 말라니까!”
사켄이 다시 고함을 질렀다. 씨근거리던 사켄은 머리를 벅벅 긁더니 시스템 창을 두드렸다.
“..있어 봐. 내가 우리 오빠한테 도와달라고 할 테니까.”
“너희 오빠? 아.. 너희 오빠 발할라 한다고 했지.”
“레벨 58이야. 너희 건동 타이거스라는 길드가 어딘지 알아?”
“뭔지는 모르는데 길드 이름 엄청 쪽팔려.”
“..우리 오빠가 건동고 졸업했잖아. 거기 선후배들끼리 만든 길드인데, 제법 잘 나간데. 우리 지역에서는 손에 꼽힌다는데?”
“그래서, 도와달라고 하면 와줄까?”
“오겠지.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 도와달라고 하는데! 안 와도 제 후배들 불러서 도와주려고 할 거야. 그리고 나 혼자 있는 것도 아니고.”
사켄의 눈이 로일과 페페로, 아올을 보았다. 그 묘한 시선에 셋은 꿀꺽 침을 삼켰다.
“우리 오빠가 페페로, 현지 너보고 예쁘다더라.”
“싫어. 나 공부할 거야. 남자친구 사귈 생각없어.”
“공부한다는 년이 주말에 발할라나 하고 잘하는 짓이다. 그냥 그렇다는 줄 알아. 아니면 건동고 애들한테 번호나 알려 주던가.”
“나 좋아하는 애 따로 있는데..”
“그럼 걍 여기서 죽고 나흘 동안 패널티 받을래?”
“싫어. 나 발할라 중독이야. 하루라도 안 하면 진짜 죽을 걸.”
로일이 넉살을 떨었고, 결국 사켄은 접속해 있는 오빠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귓말 보냈으니까 일단 기다려 보..”
사켄의 목소리가 멈추었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몸을 일으켰다. 사켄의 반응에 로일과 페페로, 아올도 머리를 돌려 뒤쪽을 보았다.
얻어 터지고 있는 송곳부리가 보였다. 피를 길게 뿜으며 나뒹군 송곳부리는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아올은 주먹을 털면서 길을 걸어오는 라덴을 보고서 입을 쩍 벌렸다.
“저 아저씨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로일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다가오던 라덴은 멈춰서더니 모닥불을 빙 둘러 앉아있는 여고생 넷을 바라보았다.
“거기서 뭐합니까?”
라덴이 미간을 찡그리며 물었다. 그 말에 아올이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그건 저희가 물어볼 말인데요. 아저씨, 게리안 잡으러 가는 것 아니었어요?”
“왜 자꾸 나보고 아저씨라고 부르는 거야?”
라덴은 투덜거리면서 어깨를 으쓱거렸다.
“잡았습니다.”
“..잡았다고요? 잡았는데 왜 여기로 와요? 설마 우리 도와주러 온 건가요?”
“그건 자의식 과잉같은데. 내가 도와줄 이유도 없고. 그냥, 퀘스트 아직 다 안 끝나서. 마저 수행하러 온 겁니다.”
“퀘스트?”
라덴의 말을 듣고서 아올의 눈이 반짝 빛났다.
“억센 깃털 모으는 퀘스트 맞죠?”
“네.”
“얼마나 모으셨어요?”
“41개요.”
송곳부리는 150마리 중에서 91마리를 잡았는데, 억센 깃털은 100개 중에서 41개밖에 모으지 못했다. 드랍률이 낮아도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 라덴의 대답에 아올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걸렸다.
“아저씨. 이렇게 하는 것이 어때요? 저희 데리고 던전 끝까지 가주시면, 저희가 부족한 억센 깃털 아저씨한테 줄게요.”
“댁들한테 안 받아도 내가 잡아서 얻을 수 있는데요.”
“억센 깃털 드랍률 엄청 낮은거 아저씨도 알잖아요. 아저씨가 이 길 끝까지 가도 억센깃털 다 못 모을지도 모르고. 그리고 억센깃털 퀘스트 연계로 은색깃털 하나 구해야 되는 건 알아요?”
“압니다.”
라덴은 심드렁한 얼굴로 대답했다. 은색깃털은 송곳부리를 잡으면 극악한 확률로 드랍되는 아이템이다. 게다가 저 은색깃털은 은색깃털을 모아오라는 퀘스트를 받은 상태가 아니라면 아무리 송곳부리를 처잡아도 드랍되지 않는다.
“제가 마침 은색깃털이 두 개 있거든요. 아저씨가 저희 도와주면, 제가 은색깃털 하나 드릴게요.”
“야! 뭐하러 그래? 우리 오빠가 도와주러 올..”
“너희 오빠 아직 대답도 안 했잖아. 여기서 계속 죽치고 있느니 저 아저씨 따라서 던전 나가는 것이 낫지!”
아올의 대답에 사켄은 결국 입술을 다물었다. 아올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말에 턱을 만지작거리던 라덴의 입이 열렸다.
“템 먼저 주시죠.”
거래가 성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