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13
113. 재능의 차이
1회 초.
박준용은 보기 드물게 삼구삼진으로 타석에서 물러났다.
선구안도 좋고 컨택률도 높은 편인 박준용이었기에 이렇게 힘없이 물러나는 건 드문 일이었다.
컨디션이 안 좋을 수도 있고 아니면 투수의 공이 그만큼 좋았을 수도 있었다.
“마지막 커터였죠?”
유행운이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마지막 헛스윙한 구종에 대해서 물었다.
“응, 컷 패스트볼.”
“네.”
오늘 광주 아이언스 선발 투수는 영규원이다.
좌완 투수로 강속구 투수는 아니었다. 포심을 포함해 커터, 슬라이더, 체인지업에 커브까지 소화하는 기교파 투수로 제구가 좋은 유형이었다.
그거와 별개로 오늘 선발 투수에게는 특이점이 하나 있다.
[영규 또 보네 ㅎ 잘 지내니…….]└ 시발
└ 쟤만 보면 개런트 갈아 엎어버리고 싶어
└ 영규야…… 그립다
└ 다시 돌아와 줄래? 근데 선발 자리는 없고 필승조는 쌉가
└ 미친 새끼들ㅋㅋㅋ 광주에서 선발 교육 받는 애를 불펜으로 써먹으려 하네
└ 우리 거다 규원이
└ 영규야 영규야
└ 칰나쌩 ㅋㅋㅋㅋ
바로 대전에서 팔려 온 유망주라는 점이다.
영규원은 3라운드 출신으로 대전에서는 그저 그런 유망주 중에 하나였다. 이미 전체 1라운드 1번 출신이 줄줄이 들어왔고 키워야 할 젊은 영건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영규원은 1시즌을 마치고 군 입대를 준비 중이었다.
그 과정에서 대전 호크스는 부족한 외야를 채우려 했고 트레이드 후보에 영규원이 올랐다.
영규원은 이미 팀이 최하위권에 처진 데뷔 시즌 후반기에 패전조로서 마운드에 올랐고 배짱이나 제구력은 인정을 받은 상태였다.
광주 아이언스는 여러 유망주를 확인했고 그중에서 어린 영규원을 선택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새가슴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아무리 구속이 빨라도 공을 던지는 투수가 새가슴이면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어차피 광주 아이언스의 외야는 포화 상태였고 그중에 가장 처지는 매물을 대전에게 넘길 생각이었다.
즉, 나이도 어리고 배짱도 두둑한 유망주라면 한번 긁어 볼 만하다는 판단이었다.
[행운아 똥볼러 참교육 부탁한다]└ ㄱㄱ
└ 홈런 ㄱㄱ
└ 갈겨줘요 홈런
└ 지금 바로 홈런이 나와야 할 때
└ 가즈아
지금 광주 아이언스에서 온 외야수는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방출당했다. 그리고 영규원은 미래의 선발 자원으로서 경험을 쌓아 가고 있었다.
트레이드 결과는 이미 나왔다.
광주의 일방적인 승리였고 대전 호크스는 선수를 보는 눈이 없음을 또다시 증명했다.
“스트라이크!”
초구는 커터였다.
일직선으로 날아오다가 스트라이크 존 부근에서 급격히 휘어진다. 우타자에게는 몸쪽으로 들어오고 좌타자에게는 바깥쪽으로 흘러간다.
유행운은 초구를 지켜보았다.
컷 패스트볼의 궤적을 확인해 볼 참이었고 구속도 어느 정도 찍히는지 가늠하는 게 먼저였다.
빠르지 않다.
휘어지는 궤적은 날카롭지만, 못 칠 것 같지는 않았다. 구속이 여기서 3, 4km/h 정도만 더 빨랐다면 까다로웠겠지만, 영규원은 그런 유형도 아니었다.
2구, 뚝 떨어지는 느린 커브.
“볼.”
영규원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대전 호크스는 그에게 있어서 그리 정이 쌓인 팀은 아니었다. 정이 쌓이기도 전에 트레이드되었고 광주 아이언스에 오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것과 별개로 팔려 나갔다는 건 선수로서 그리 기쁜 일은 아니었다.
묘하게 투쟁심이 마음에 깃들게 된다.
왜 사람은 첫정을 잊지 못한다고 하지 않나?
지금 영규원도 딱 그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전의 선택을 받았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했다.
쉽게 말하면 애증이었다.
“흐읍!”
숨을 거칠게 내뱉으며 공을 뿌렸다.
상대는 대전 호크스가 자랑하는 슈퍼 루키.
지난날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1라운드 지명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묘하게 차별받았던 그 순간들이 마음 깊숙이 남아 있었다.
오늘 그는 컨디션이 좋았고 무엇보다 커터가 손에 잘 잡혔다. 손끝에서 빠져나온 실밥의 느낌은 제대로 긁혔음을 느끼게 했다.
따아아악!
하지만 이건 악수였다.
차라리 체인지업을 던졌어야 했다. 이미 유행운은 투수가 컷 패스트볼에 자신감을 느끼고 있음을 깨달은 후였다.
앞서 초구에 던진 커터를 지켜본 이유는 궤적과 스피드를 확인하기 위해서였고 그에 대한 대응 방법도 머리에 그려 놓은 상태였다.
포수는 처음에는 슬라이더를 권했다. 그걸 거부했고 두 번째 체인지업도 거절했다.
해서, 투수의 뜻대로 컷 패스트볼을 선택했다.
[어! 갑니다! 갑니다! 갑니다아아아아! 27호 홈런! 유행운이 사흘 만에 다시 홈런포를 가동합니다!]재능의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영규원이 재능이 없는 투수는 아니었다. 재능이 있기 때문에 프로에 진출했고 1군에서 공을 던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재능에도 차이가 있었다.
유행운은 그 재능의 크기가 달랐다.
타고난 재능을 키우는 방법도 알고 있다.
유행운은 미소를 지으며 그라운드를 돌았다. 타격을 하는 순간, 홈런을 직감했고 팬들의 함성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잘하긴 하네.”
더위를 가시게 할 시원한 홈런이었다.
장주성은 그라운드를 도는 유행운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러다 고개를 푹 숙인 영규원에게 다가가 등을 두드린다.
“1점이잖아.”
장주성이 어린 투수를 위로했다.
“형이 이따가 홈런 쳐 줄게.”
“네?”
“똑같이 쳐 줄게, 걱정 마.”
“형…….”
안타깝게도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근데 형은 똑딱이잖아요.”
그는 홈런을 만들 수 없는 유형의 타자였기 때문이었다.
* * *
김이성이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영규원의 늙은 버전으로 볼 수 있는 김이성은 포크볼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피네스 피처였다.
그는 보통 선발진 구멍을 메꾸는 거대한 바위 같은 투수였다. 실력이 거대하다는 건 아니고 구멍을 메꾸기에 적합한 투수라는 뜻이었다.
선발진 한 자리를 차지하기에는 모자라지만, 구멍이 났을 때는 대체 선발로 사용하기에는 딱 좋은 투수였다.
[근데 이재희는 얼마나 던졌다고 벌써 휴식 줌???]└ 그걸 믿냐? 광주한테 개 털려서 뺀 거지 ㅉㅉ
└ 이걸 믿노…….
└ 도망간 거다
└ 김땡중 모르냐? 땡중이처럼 숨긴 거야 ㅋㅋㅋㅋ
└ 광주 상대 자책점 보고 와
└ 돌정환 존나 착하네 나 같으면 실력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 거르는 거라고 할 텐데 ㅋㅋㅋㅋㅋ
└ 광주하고 붙을 때는 이재희보다 김이성이 낫다
오늘은 이재희를 대신해서 마운드에 오른다.
잘 던져 줘도 고맙고 조금 흔들리더라도 4이닝만 채워 주면 계산이 선다. 물론 승리를 위해서 5이닝 1실점 정도만 해 주길 바라는 최정환 감독이었다.
“이익!”
1구, 포크볼.
2구, 포크볼.
3구, 포크볼.
1번 타자 임원일을 초구 땅볼로 가볍게 처리한 김이성은 2번 타자에게는 포크볼을 연달아 던졌다.
부웅!
타자는 초구에 포크볼에 속아 배트를 냈고.
두 번째에는 참았다가 세 번째에 초구와 똑같이 배트를 휘둘렀다.
[세 번 연속 포크볼! 타자 배트가 안 나올 수가 없었어요. 김이성의 포크볼은 예술이죠. 아트 그 자쳅니다.] [순식간에 투 스트라이크를 잡았고요. 지금 타자가 어이없어서 웃고 있어요. 세 번 연속 포크볼은 예상 못 한 거죠.] [네, 4구. 볼을 하나 뺍니다. 투앤투.]눈높이에 맞춰 공을 하나 던진 김이성이 결정구를 손에 쥔다. 김이성은 직구와 포크볼, 커브에 이어 체인지업을 사용한다.
사실 주로 쓰는 건 직구와 포크볼이었고 체인지업은 가끔 섞어 쓰는 정도였다.
“흐으으읍!”
김이성이 온 힘을 다해 공을 던진다.
그 순간, 타자의 배트가 헛돌았고 이번에도 포크볼이었다.
[헛스윙 삼진! 김이성이 이번에도 포크볼을 던져 타자를 돌려세웁니다!]기가 막히다는 표정이다.
이번에도 포크볼을 던질 줄 몰랐다는 듯, 타자가 김이성을 쳐다보고 있었다.
김이성은 씩 미소를 지으며 모자를 벗었다.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머리칼을 심은 김이성이 풍성함을 자랑하며 땀을 닦았다.
따악!
마지막 타자는 유행운이 직접 처리한다.
백핸드 캐치를 시도한 유행운이 스텝을 밟으며 공을 빼 사이드 송구를 시도했다.
공이 부드럽게 1루수 미트에 꽂혔다.
[저 수비 보세요. 백핸드 캐치 할 때 글러브질이 얼마나 능숙합니까. 공 빼는 속도도 좋고 원스텝 밟으며 사이드 송구까지! 아주 부드러운 수비입니다. 유격수가 사이드 송구를 할 때, 공이 날리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근데 유행운 선수는 그런 게 없어요. 사이드로 던지든, 강하게 오버 핸드로 던지든, 공이 날리는 일이 적습니다. 아니, 제가 중계할 때는 공이 날린 적이 없었던 거 같아요. 타격도 대단하지만, 정말 수비까지 잘하니까……. 진짜 모자란 게 없는 유격수네요.]오늘 후반기 처음 등판한 김이성은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이재희가 아닌 김이성을 마운드에 올린 선택이 적중했음을 지금까지는 보여 주고 있었다.
* * *
“너 또 야구 봐?”
요즘 백유정은 프로야구를 매일 챙겨 보고 있었다.
예전에는 남동생이 야구를 한다고 해도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은 달랐다.
처음에는 백유진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 야구를 보았다면 이제는 유행운 때문에 야구를 보고 있었다.
“응.”
“이기고 있어?”
“아니.”
아슬아슬한 점수 차였다.
1회 유행운의 솔로 홈런으로 점수를 먼저 따낸 대전 호크스는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그 이후에 김이성은 2회까지는 잘 막았고 그 이후에 피홈런을 맞으며 두 점을 내주었다.
1:2.
한 점 차의 승부가 계속 이어졌고 대전 호크스는 간간이 안타를 쳐 내며 출루를 하긴 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없었다.
늘 그렇듯 한 점 차는 속을 뒤집어지게 한다. 예전에는 야구를 보며 욕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백유정인데, 이제는 이해할 수 있었다.
대전 호크스에게는 5회 초, 1사 1, 2루 득점 찬스가 있었지만 박준용이 병살타를 치면서 득점 기회를 날렸다. 그 순간, 백유정의 입에서는 격한 욕설이 터져 나왔다.
[6회 초. 2번 타자 유행운 선수 타석에 섭니다. 오늘 솔리런을 터트리면서 대전 호크스의 유일한 득점을 만든 선순데요. 3회에도 볼넷으로 출루했지만, 그 뒤에 조석찬 선수가 침묵했습니다. 자, 이제 경기 후반,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기대가 됩니다.]오늘 백유정은 친구들과 가볍게 맥주 한잔을 하기로 했다.
핸드폰을 세워 두고 음소거를 해 뒀다가, 유행운 공격 타이밍이 오면 바로 음량을 키우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네 남친이지? 응?”
백유정은 대답 없이 화면에 집중했다.
여전히 투수는 영규원이었고 어느새 89구가 넘어가며 교체를 생각할 시점이었다. 하지만 영규원이 유행운에게 맞은 홈런 외에는 잘 버텨 주고 있기 때문에, 계속 마운드에 세우고 있는 광주였다.
[LIVE] 대전 호크스 1 VS 2 광주 아이언스– 1구, 슬라이더 (볼)
– 2구, 파울 (포심)
– 3구, 파울 (체인지업)
└ 행운아 너밖에 없다
└ 변비 호크스
└ 아오 존나 잔루 호크스
└ 얘가 출루하면 그다음은 누가 쳐줌?
└ 조석찬 맛 간 거 같음
└ 요즘 조돌찬 서산가고 싶다고 시위하나 봄 ㅅㅂ
유행운은 좋은 공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리 요즘 조석찬 폼이 좋지 않다고 해도 3할 타자였다. 그 뒤는 지선호다. 여기서는 출루에 목표를 두는 게 맞았다.
[따아악!]유행운이 가볍게 커터를 받아 쳤다.
타격하고 휘두르는 동작에서 타구 방향을 조정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왼손을 놓은 유행운이 배트를 던지고 1루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비어 있는 삼유간을 노린 타구였다.
광주의 3루수는 수비가 부족하다. 수비 범위도 좁은 편이었고 그걸 유격수가 커버해야 했다.
장주성은 깊은 타구를 몸을 던져 잡아 냈다.
나이를 먹을수록 반응 속도와 체력이 뚝뚝 떨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장주성은 무시할 수 없는 수비력을 보여 주고 있었다.
이 순간, 장주성은 다이빙 캐치로 내야를 빠져나가려는 타구를 잡아 낸 게 뿌듯했다. 아니, 사실은 심취해 있다. 본인의 수비가 너무 멋져서 입가가 자꾸 실룩거린다.
그것도 잠시.
유행운은 타구를 치는 동시에 전력 질주를 했다. 어쩌면 장주성이 빠지는 타구를 잡아 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장주성이 정신을 가다듬고 강하게 송구를 뿌렸다.
[촤아아악!]유행운이 몸을 던졌다.
1루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지 말라는 감독의 명령이 있었지만, 그 순간에는 그런 건 생각나지 않았다.
오직 여기서 출루에 성공하여 찬스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세이프!] [아, 장주성 아깝습니다. 삼유간에 빠지는 타구를 침착하게 잘 잡았거든요. 송구도 정확했습니다. 이게 원 바운드가 아니었다면 타자 주자를 잡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유행운의 손이 먼저 베이스에 닿았습니다.]“다치면 어쩌려고…….”
지금 백유정의 입가가 실룩이고 있다.
그녀는 유행운이 치는 홈런도 좋아하지만, 그보다 더 좋아하는 플레이는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 플레이였다.
물론 걱정이 된다.
아무리 야구를 열심히 보고 있다고 해도 백유정은 아직도 야알못에 가깝다. 그 야알못 눈에도 대전 호크스에서 차지하는 유행운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유행운이 부상으로 빠지게 되면 공격은 물론 수비까지 흔들린다.
[광주 아이언스, 비디오 판독 요청합니다.]백유정의 미간이 팍 찌푸려진다.
비디오 판독은 여러 가지 이유로 요청하게 되는데, 지금 같은 경우는 세이프라는 걸 알면서도 흐름을 끊기 위한 판단으로 보였다.
비디오 판독 결과는 쉽게 나왔다.
세이프.
이미 예상했다는 듯 유행운이 미소를 지으며 리드폭을 늘렸다.
이제 타석에는 조석찬이 들어선다. 중심 타선의 시작. 대전 호크스가 반격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지윤아.”
유행운이 리드폭을 늘려가며 도루 각을 보고 있다.
그 모습에 백유정은 심장이 뛰었다. 자주 만날 수는 없지만, 이렇게 중계방송으로 얼굴을 볼 수 있었고 야구를 하는 모습을 볼 때면 언제나 떨렸다.
“나 고백할 거 있어…….”
“뭔데?”
“나 청혼받았어.”
“헐.”
“근데…….”
“응.”
“아직 확답 안 했어.”
“미, 미친!”
엄청난 도파민이 샘솟는다.
백유정은 청혼을 받았지만, 정확한 대답은 하지 않았다. 당황한 마음이 컸고 무엇보다 결혼 같은 중대사를 쉽게 결정하기에는 아직은 어린 나이였다.
“할 거야? 결혼?”
“지금은 모르겠어…….”
“하긴, 우리 아직 졸업도 안 했는데…….”
“솔직히 하고 싶은데.”
“응.”
“잘 모르겠어.”
“하긴.”
그녀의 친구 박지윤이 납득이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 모쏠이잖아.”
“뭐야?”
“너 남자 사귄 적 없잖아. 고백만 받았지.”
“아니거든! 나 예전에 고등학생 때 민철이랑 연애했어!”
“아, 고작 일주일?”
“…….”
“하긴, 그것도 연애면 지금은 아예 약혼이겠다. 그렇지? 지금 연애한 지 두 달 넘었잖아. 그 정도면 맞네. 모쏠이 그 정도로 사귄 거면 거의 뭐, 식 올렸네!”
백유정이 울화를 참지 못하고 박지윤의 멱살을 잡았다.
사실 청혼을 받았을 때 굉장히 기뻤다. 굉장히 설렜고 학교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유행운과 함께 살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지금 자신을 놀려 대는 친구의 말대로 사랑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고 무엇보다 아직은 너무 어렸다.
“말이면 단 줄 아니? 응?”
[포수! 도루 저지!]멱살을 잡고 탈탈 털던 백유정의 시선이 다시 핸드폰에 꽂힌다. 화면에서 유행운이 슬라이딩을 하고 있었고 송구는 2루수 뒤로 넘어가고 있었다.
유행운이 벌떡 일어나 3루를 향해 맹렬히 달렸다.
[유행운, 송구가 빗나간 틈을 타 3루 베이스를 훔칩니다! 이거 흐름이 묘해지는데요? 유행운의 공격적인 베이스 러닝이 광주 아이언스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시즌 18호 도루!]아.
“그냥 결혼할까……?”
그 순간, 백유정의 마음이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