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14
114. 죽여 버릴까?
따악!
조석찬이 힘을 빼고 간결하게 밀어 쳤다.
이 상황에서 안타를 치는 것도 좋겠지만, 주자가 3루에 있다. 게다가 아직 아웃카운트가 하나도 올라가지 않은 상황이었다.
[조석찬이 바뀐 투수를 상대로 희생 플라이 타점을 올립니다! 유행운! 걸어서 홈인! 계속 끌려가던 대전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습니다!] [요즘 광주 아이언스가 상승세 아닙니까? 오늘 경기에서도 그 기세가 살아 있었는데, 결국 이렇게 다시 원점이 되었습니다. 광주 아이언스 입장에서는 아쉬워요. 오늘 선발 투수 영규원이 잘 던졌거든요. 결국 유행운이 영규원을 울립니다.]“아.”
광주 선발 투수 영규원이 머리를 싸맨다.
승리가 눈앞에서 날아갔다. 영규원의 책임 주자였기에 오늘 잘 던지고도 승리 투수가 될 수 없었다.
따아악!
이제 시작이었다.
지선호는 공을 유심히 지켜보았고 중앙에 몰리는 실투를 그대로 받아 쳤다.
홈런일 수도 있는 타구가 멀리 날아갔지만, 담장 상단을 맞고 떨어진다.
2루 베이스를 밟으며 지선호가 아쉬움에 미간을 찌푸렸다.
[지선호 2루타! 대전 호크스의 반격은 끝나지 않았습니다.]5번 타자 문혁준.
초구를 좋아하는 문혁준은 요즘 자제하고 있다.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트레이드로 팀에 합류했고 그만큼 보여 줘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다.
두 번째는 FA였다. 지금도 이영호 단장이 매일 전화하며 장기 계약을 설득하고 있지만, 문혁준은 시장 평가를 제대로 받을 생각이었다.
따아악!
문혁준이 오랜만에 초구를 강하게 밀어 쳤다.
[1, 2간을 꿰뚫는 안타! 우익수, 홈 송구! 세이프! 문혁준, 1타점 역전 적시타!]지선호가 슬라이딩을 하며 홈 플레이트를 손으로 쓸었다.
이미 포수가 태그하기에는 늦었기에 지선호가 바닥을 강하게 내리치며 소리를 지른다.
숨을 몰아쉬며 몸을 뒤집었다. 마치 그 모습이 배를 드러낸 개구리 같았고 얼굴이 붉어진 채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은 또 술 취한 아저씨 같았다.
“형, 거기 침대 아니에요.”
유행운이 다가와 손을 내민다.
지선호가 유행운의 손을 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쯧.”
장주성이 혀를 찬다.
문혁준은 홈 송구를 노려 재빠르게 2루에 안착했고 순식간에 역전을 허용했다.
대전 호크스는 대체로 광주 아이언스에게 약했지만, 문혁준은 대전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된 타자였다. 게다가 문혁준은 광주 상대로 아주 잘 쳤다.
“아, 저 자식은 왜 대전에 와서는…….”
이영호가 욕을 먹어 가며 문혁준을 데려온 이유는 바로 이 공격력 때문이었다.
물꼬만 트이면 무섭게 흐름을 탄다.
지금까지는 고구마를 먹은 공격력이었지만, 유행운의 허슬 플레이를 시작으로 사이다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자, 광주 아이언스 투수 교체를 진행합니다.]긴 수염.
유니폼 단추를 풀어 헤친 프레드릭이 타석에 등장한다.
수염이 움직일 때마다 흔들린다.
후반기를 시작하고 아직 홈런을 개시하지 못한 프레드릭은 신중한 눈으로 투수를 응시했다.
따아악!
프레드릭은 있는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랐는지, 신경질스럽게 배트를 집어 던지며 1루로 달렸다.
마음은 홈런이었지만, 결과는 3루수 키를 넘기는 페어 볼.
“노오우!”
만족스럽지 않다는 듯 프레드릭이 인상을 찌푸린다. 문혁준이 여유롭게 3루에 안착했다. 좌익수가 전진 수비를 하고 있었기에 타구를 빨리 수습했고 홈으로 달릴 여유가 없었다.
프레드릭 역시도 발이 느린 타자답게 1루에 안착했다.
[프레드릭 안타로 여전히 찬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최정환 감독은 대타 카드를 내는군요.] [이정우 선수인가요?] [네, 이정우 선수가 준비를 하고 있네요.]승부처 상황에서 최정환 감독이 고심 끝에 대타 카드를 낸다.
오늘 선발 출장한 강수호를 빼고 이정우를 투입했다. 이정우가 배트 손잡이에 스프레이를 뿌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타석에 섰다. 지금 그의 타율은 0.269였다. 간간이 안타를 치며 존재감을 서서히 보여 주고 있지만, 아직 임팩트는 없었다.
지금 그는 후배들과 경쟁하고 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포지션은 1루수나 지명타자가 전부였다. 하지만 최 감독은 그를 1루수로는 기용할 생각이 없었다.
1루수가 아무리 쉬운 포지션이라 해도, 투수 출신이기에 믿고 맡기기에는 불안하기 때문이었다.
[초구, 몸쪽 깊게 들어갑니다. 볼.]매 타석 신중하게 대응한다.
1군에서는 모든 것이 달랐다. 서산에서는 3할 타자였고 홈런도 간간이 치며 팀의 주축 선수였지만, 1군에서는 증명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타자.
딱!
커트.
그는 유행운의 조언을 귀담아들었다.
타석에서 배트를 내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던 후배였다. 그 말을 머리에 새기고 히팅 포인트를 조정했다.
따악!
발등에 파울 타구를 맞은 이정우가 미간을 좁혔다.
통증이 느껴졌지만, 내색하지 않고 발을 가볍게 털어 낸 후에 다시 타석에 섰다.
‘왔다.’
그는 계속 슬라이더를 노렸다.
투수 손에서 공이 날아왔고 홈 플레이트 부근에서 바깥쪽으로 휘어지고 있었다.
무게 중심과 함께 배트를 낸 이정우가 공을 따라가며 매섭게 휘둘렀다.
따아아악!
이정우가 쭉 뻗어 가는 타구를 바라본다.
이정우는 배트를 내려놓고 1루를 향해 달려가며 계속 타구를 확인했다.
[잡아당겼습니다! 좌익수 뒤로! 공은 좌측 담장 밖으로! 야구 천재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이정우의 쓰리런! KBO 통산 첫 홈런!]그가 쏘아 올린 타구가 담장을 넘어갔다.
그 순간, 이정우의 눈이 촉촉해졌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홈런을 확인한 이정우의 뜀박질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고개를 들어 보면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정우가 눈물을 참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
“…….”
홈 플레이트를 밟고 더그아웃에 들어온 이정우는 고요한 분위기를 느낀다.
섭섭하지도 않았다. 흔히 하는 침묵 세리머니였다.
구석에 자리를 잡은 이정우가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사실 그리 목마르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갈증이 느껴졌다.
갈증을 해소한 이정우가 자신의 손을 바라본다. 여전히 심장이 세차게 뛰고 있었다.
“아…….”
순간 울컥한다.
고개를 들면 그토록 갈망했던 푸른 그라운드가 눈에 들어오며 계속 야구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찾아온다.
“정우 형, 운다!”
그때, 이정우를 외면하던 주장 지선호가 소리쳤다.
이정우가 황급히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는 그 순간, 여기저기서 손바닥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울긴 왜 울어!”
“홈런 치면 웃어야지!”
강우성은 그의 다리를 걷어찼고 유행운은 그의 머리를 쥐어뜯었다.
여기저기서 애정이 섞인 손길이 다가왔고 이정우는 뒤늦게 고개를 숙이며 기쁨의 웃음을 터트렸다.
“마수걸이 홈런, 축하한다!”
* * *
9회 말.
현재 스코어는 6:2.
이정우의 홈런으로 성큼 달아난 대전 호크스는 아쉽게도 추가 득점은 없었다.
“네 동생이지?”
여전히 백유정은 경기를 보고 있었다.
이제 친구도 함께 보게 되는데, 9회에 친구 동생이 나오자 더욱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네 동생은 얼굴이 어쩜 이렇니? 하나도 안 탔네. 여전히 잘생겼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이번에는 즉각 반응한다.
백유진이 마무리 투수가 되면서 백유정은 요즘 경기를 보는 게 조금 힘들었다.
팀의 마무리 투수는 중요하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역할이 마무리였다. 현재 시즌 1위를 달리고 있는 팀의 마무리가 다름 아닌 신인이었고 아직도 경험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백유진은 나름 잘 던져 주고 있었다.
블론 세이브를 기록할 때도 있지만, 감독이 그를 계속 기용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백유진만큼도 못하는 마무리 투수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새가슴은 할 수 없는 보직이 마무리 투수였고 팀 내에서 가장 마무리 역할을 잘하는 선수가 신인 백유진이었다.
[아, 시작부터 볼넷을 내줍니다. 지금 점수 차가 넉 점이지만, 경기는 아직 안 끝났거든요. 선두 타자 출루!]“이 새끼, 또 볼질이네.”
백유정의 입에서 험한 말이 터져 나온다.
[따아악!]타격음 소리가 경쾌하다.
그와 동시에 백유정이 소리를 지르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 자식은 잘하는 게 뭐야!”
딱 봐도 깔끔한 안타였다.
순식간에 무사 1, 2루.
백유진이 당황한 눈으로 로진백을 주워 들었다.
“칠 거면 유격수 방향으로 치라고.”
“유격수가 뭐야?”
“…….”
“그게 뭔데?”
“……내 남친.”
“응?”
“유격수가 내 남친이라고.”
“아하.”
살짝 붉어진 눈으로 백유정이 다시 화면을 보았다.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한다. 시작부터 제구 난조로 주자를 내보냈고 그 이후에는 안타를 맞아 무사 1, 2루를 만든 백유진이었다.
아직 역전 주자까지 출루한 건 아니지만, 아웃 카운트를 만들어 낸 건 아니었기에 불안한 상황이었다.
[포수, 마운드를 방문합니다. 지금 점수 차가 벌어져 있기는 하지만, 지금 광주 분위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거든요. 오늘 백유진의 컨디션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네요.]“투같새 같은 놈.”
투덜투덜.
지금 백유정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아무리 미운 남동생이어도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남자친구였다.
오늘 그녀의 남친은 잘했다.
늘 잘하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특히 빛났다.
이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 짓는다면 유행운의 인터뷰가 진행될 것이다. 그걸 봐야 하는데, 지금 계속 백유진이 방해하고 있었다.
백유진이 1루를 눈으로 확인하고 세트 포지션에 들어간다. 이를 악물고 공을 던진 백유진이 처음으로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그 이후에는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고, 유리한 카운트가 되자 서서히 백유진의 긴장이 풀려 갔다.
[스윙! 삼진! 백유진 선수 대담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정면 돌파했어요. 마지막 몸쪽을 찌른 직구가 정말 좋았거든요. 구속도 아주 좋았습니다.]후우.
백유정이 놀란 마음을 쓸어내린다. 하지만 아직도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초구 강습! 1타점 적시타! 1루 주자 3루에서 스톱! 점수 차는 이제 석 점! 큰 거 한 방이면 다시 경기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배팅볼이야? 뭐야?”
욕을 간신히 참는다.
백유정이 크게 한숨을 쉬고 커피를 벌컥벌컥 마셨다.
9회만 되면 화가 치민다. 동생이 등판하는 그 순간부터 가슴이 답답했다.
[따아아악!]“아.”
[큽니다! 커요! 넘, 넘, 넘, 넘, 넘……!]“아악!”
이승준은 내친김에 홈까지 내달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선호의 홈 송구가 좋았다.
정확히 포수에게 전달되었고 그대로 뛰었다면 아웃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주루 코치가 멈춤 지시를 내린 건, 이승준이 득점에 성공한다고 해도 동점에 이를 수 없기 때문이었다.
지금 흐름이 좋은 만큼, 무리수를 두는 것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했다.
[어느새 점수 차는 두 점. 투수 교체는 없습니다.]“차라리 교체해 줘…….”
백유정이 시름시름 앓는다.
아무리 못된 남동생이라도 공을 제대로 못 던지고 힘들어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투수는 매일 잘 던질 수 없다.
백유진은 그래도 뒷문을 지금까지 잘 지켜 왔다.
누군가는 신인에게 너무나 막중한 임무를 주는 건 아닌지 걱정했지만, 이 또한 경험이었다.
최정환 감독의 생각은 그러했지만, 화면에 보이는 그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자, 상위 타순이 돌아왔습니다. 사실 오늘 경기 광주 아이언스가 쉽게 따라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9회 말, 하위 타순부터 시작 아니었습니까? 올 시즌 백유진이 기록한 블론 세이브는 단 두 개였습니다. 이렇게 흔들리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아요.] [네, 백유진 선수가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경기 모두 터프 세이브 상황이었죠. 지금 불펜에서 몸을 푸는 선수가 있긴 한데, 지금 당장 교체를 진행하지는 않습니다.]백유진이 심호흡을 한다.
물러설 곳도 없었고 투수 코치가 올라와 의견을 물어도 마운드에 있겠다고 고집을 부렸을 것이다.
사인을 받고 세트 포지션에 들어간다.
초구는 슬라이더였다.
바깥으로 휘는 슬라이더에 손이 나간 타자가 그대로 허공에 스윙했다.
마치 바람 소리가 들리는 듯한 매서운 스윙이었다.
[원일아……. 탐욕 부리지 마라]└ 네가 거포냐?
└ 똑딱질이나 잘해 원일아
└ 아오 탐욕이 그득그득
└ 끝내기 치고 싶어서 안달 났냐?
└ 올 시즌 홈런 4개 원일아 홈런이 치고 싶어……?
└ 저러다 병살 나오면 뒤진다 임원일
└ 주인공병 좀 고쳐라 ㅅㅂ
백유진이 인터벌을 살짝 길게 가져간다.
평소에는 타자가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는 백유진이지만, 지금은 의도적으로 한 박자 느리게 공을 던지고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타자가 한 방을 노리는 모습이었기에 타이밍을 뺏기 위한 방법이었다.
백유진이 이를 악물고 공을 뿌린다.
마치 직구처럼 날아가는 체인지업.
임원일의 배트가 매섭게 따라 나온다.
[딱!]빗맞은 타구였다.
직구를 예상하고 배트를 낸 임원일이 뒤늦게 체인지업을 따라갔지만, 배트 끝에 스쳤을 뿐이었다.
[어, 느린 타군데요……!]유행운이 타격음을 듣는 순간, 빠르게 전진했다.
느린 타구가 애매한 위치로 굴러오고 있다.
유행운이 전진하면서 맨손 캐치를 시도했다. 공을 잡는 그 순간, 유행운은 어정쩡한 위치에 있는 이승준을 눈으로 묶었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고 이승준이 깜짝 놀라 3루 베이스로 돌아간다.
[유격수 러닝 스로우! 정확하게 1루수 미트에 들어갑니다.]유행운이 백유진을 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그리고 백유진도 웃으며 모자챙을 만졌다.
그건 고마움이었다.
평범한 유격수였다면 애매한 위치로 흐르는 타구를 줍는 데 급급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긴박한 순간에도 유행운은 맨손 캐치를 하는 동시에, 3루 주자를 눈으로 묶었다.
이승준은 호시탐탐 홈에 들어갈 틈을 보았기 때문에, 이 작은 모션 하나가 주자의 홈 쇄도를 막았다.
[와! 보셨어요? 지금 3루 주자를 묶으면서 송구를 했어요. 이승준 선수가 지금 틈을 보고 있었거든요. 1루 송구하는 순간 홈 쇄도를 하려고 했는데, 그걸 기가 막히게 묶었습니다.]이승준은 3루 베이스를 밟은 채로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유행운이 공을 잡는 그 순간, 홈으로 스타트를 끊으려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틈을 보는 와중 눈이 마주쳐 도저히 홈으로 뛸 수가 없었다.
홈으로 달려드는 순간 유행운의 타깃은 변경된다.
이승준에게로.
“네 남친 진짜 멋있다.”
“눈독 들이지 마.”
“참나, 칭찬도 못 해?”
“하지 마. 내 거야.”
“알았다, 알았어.”
백유정이 두 손을 모은다.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극복하고 있었다. 백유진이 로진백을 떨어뜨리고 경기를 끝내기 위해 세트 포지션에 들어갔다.
[따악!]타격음이 울리고 그와 동시에 뒤로 물러선 유행운이 날아올랐다.
백유정의 눈에는 그래 보였다.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듯한 느낌.
[유격수 점프 캐치! 경기를 마무리 짓는 유행운의 명품 점프 캐치! 최종 스코어 6:4!!! 광주 아이언스가 집요하게 달려들었지만, 더 이상의 점수는 없었습니다!]끝났다.
백유정이 경기 승리를 자축하는 선수들을 보며 그대로 테이블에 쓰러졌다.
엎드린 채로 놀란 가슴을 진정한다.
오늘도 유행운은 멋있었고 대단한 플레이를 보여 주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는 말 그대로 안타가 될 법한 타구였다.
그 타구가 빠졌다면 경기는 어떻게 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광주가 끝내기 안타를 치며 경기를 뒤집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백유진, 이 개새끼…….”
오늘도 백유정의 수명이 짧아졌지만.
[오늘의 수훈 선수, 대전 호크스의 행운을 가져다주는 남자! 유행운 선수 만나 보겠습니다.]남자친구의 존재 하나로 다시 수명이 길어졌다.
* * *
[유행운 선수, 요즘 인기가 참 많다고 들었는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말이죠?]인터뷰가 계속 진행된다.
[이게 선배로서 너무 궁금해서…….]아나운서 인터뷰에 이어 유행운은 해설위원과도 연결하여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소 주책맞은 해설위원이 아직 젊은 선수에게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여자친구 있습니까?]테이블에 엎드려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던 백유정이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덩달아 커피를 마시며 인터뷰를 보던 친구 박지윤의 눈에도 도파민이 싹 돌았다.
유행운이 대답에 뜸을 들인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백유정은 순간 심장이 떨렸다.
사실 유행운은 조심하고 있다.
여행도 같이 다녀왔지만, 대전에서는 알아볼 위험도 있고 또다시 열애설에 휩싸일 수도 있어서 만남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유행운은 유명 선수였기에 부담이 없지만, 백유정은 아니었다. 여자친구는 일반인이었기에 최대한 연애 사실을 숨기고 있는 유행운이었다.
백유정이 생각하는 유행운의 단점이 바로 이것이다.
지나친 배려심.
[없습니다.]“…….”
“…….”
하.
백유정이 부들부들 떨다가 이내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하!”
“유, 유정아…….”
“죽여 버릴까?”
그 순간, 유행운의 목숨이 위태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