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15
115. 모두 오해야
└ 친구 누나잖아
└ 열애설 때도 아니라고 부정함
└ ㅇㅇ 유진이 근처에 있었을걸
└ 응 아냐
└ 근데 둘이 괜찮은데
└ 행운아 좀 잘 해봐 ㅋㅋㅋ
└ 그냥 아는 친구 누나 ㅎㅎㅎㅎㅎ
└ 지금도 잘하는 유행운에게 분유파워까지 더하면……???
└ 미친 분유파워……! 당장 결혼시켜
└ 분유파워? 생각만 해도 설렌다
└ 아들이면 무조건 야구 시켜야 함 ㅇㅇㅇ
* * *
유행운의 인터뷰가 끝난 후에는 오늘 생애 첫 홈런을 기록한 이정우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오늘 경기도 끝났으니 퇴근하기 전에 샤워를 하고 돌아가서 푹 쉴 생각이었는데, 백유진이 그 앞을 막았다.
“야.”
눈빛이 삐딱했다.
어딘가 화도 난 사람처럼 보였다.
“얘기 좀 해.”
“지금? 숙소 가서 하자. 나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쉴 생각이야.”
“지금 해.”
“무슨 일인데?”
“나와.”
지금 백유진은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어찌나 이를 악물고 있는지, 목에 핏줄이 설 정도였다. 그 이유를 모르겠다. 오늘 경기도 이겼고 백유진이 흔들리기는 했지만, 어쨌든 동점이나 역전을 내주지 않고 마무리했다.
그 과정에서 유격수인 유행운도 도움을 주었다.
두 번의 호수비로 아웃카운트를 만들어 줬으니, 오늘 승리의 일등 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나 핸드폰 좀 가지고 가면 안 되냐? 경기 끝나고 누나한테 연락 못 했어.”
“야!”
백유진이 갑자기 소리를 빽 지른다.
그 순간, 유행운이 화들짝 놀라 백유진을 보았다.
아무리 야구장이 소란스럽다고 해도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 그 목소리가 주변에 안 들릴 리가 없었다.
“미쳤냐?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그러냐?”
“너 우리 누나가 우습냐?”
“뭐?”
이게 무슨 소리야?
유행운은 당최 알 수 없다는 듯 백유진을 보았다.
“없다며.”
“뭐가.”
“여자친구 없다며.”
“그건 유정이가 걱정할까 봐 그렇지.”
“백유정한테 반말하지 마.”
“너도 지금 반말하고 있잖아.”
“어장 관리 하는 너와 같아? 나는 백유정 친동생이야.”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나와. 여기서 처맞고 싶은 거 아니면.”
지금 유행운은 가만히 있다가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경기도 이겼고 기분 좋게 인터뷰도 했고 이제 여자친구에게 문자를 보내고 난 후에 퇴근할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그 친동생이 날뛰고 있다.
“이 개새끼!”
사람이 없는 곳으로 유행운을 데려온 백유진이 갑자기 멱살을 잡았다.
“야, 놓고 얘기해. 지금 뭔가 단단히 오해…….”
말을 끝낼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백유진이 울분을 참지 못하고 주먹을 날렸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얼굴을 얻어맞고 바닥에 나동그라진 유행운이 당황한 눈으로 눈을 끔뻑거렸다.
“너 지금 나 쳤냐?”
씩씩거리며 노려보고 있는 백유진을 쳐다본다.
“내가 널 너무 믿었나 보다. 네가 이렇게 개같은 새끼인 줄도 모르고…….”
“진짜 오해라고. 누나는 일반인이잖아. 유정이는 나와 연애하는 거 알려지면 오히려 피곤해진다고, 생활이!”
“그렇게 쉽게? 아무리 그래도 돌려서 이야기할 수도 있는 거잖아! 그렇게 여자친구 없다고 하면 그렇게 부정하면! 백유정은 뭐가 되는데!”
백유진은 인터뷰를 보는 순간,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백유정의 연애를 방해하기는 했지만, 적어도 유행운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유행운의 인터뷰는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여자친구가 있음을 말하지 않는 것 자체가, 제 누나를 가볍게 보는 것만 같았다.
“야, 투수한테 손이 생명인데 주먹질을 하냐? 넌 투수 실격이다, 새끼야.”
유행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살짝 입술이 찢어졌는데 크게 다친 건 아니었다.
몸을 소중하게 여기는 유행운이었기에 순간 열이 올랐지만, 백유진이 여자친구의 친동생인 만큼 오해가 있는 상황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나 누나한테 청혼했어.”
“뭐?”
“아직 대답 못 들었고. 적어도 방송에 대고 여자친구가 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애매했다고.”
“넌 지금 나이가 몇 살인데, 벌써 결혼을 얘기해? 우리 누나 그렇게 꼬셨냐? 결혼 같은 감언이설로!”
“그런 거 아니라니까.”
한숨을 쉬던 유행운이 짧게 생각에 잠긴다.
당사자가 아닌 친동생도 이렇게 화를 내는데, 그 당사자는 어떤 기분일까?
문득 그 생각이 든 탓이었다.
“지금 누나도 이렇게 오해하고 있을까?”
“뭐라고?”
“오해하겠다…….”
그 말과 함께 유행운이 달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 백유정에게 연락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야!”
백유진이 그 뒤를 따라가다가 구단 관계자가 지나가자 발걸음을 멈추었다.
지금까지 백유진은 친누나의 연애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특히 그 상대가 고등학교 동창이자 같은 야구선수라는 사실이 더더욱 싫었다.
그럼에도 유행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건 안다. 오늘 그가 이토록 분노하고 폭력까지 휘두른 이유는 배신감 때문이었다.
쉽게 말하면 좋은 놈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는 배신감.
친누나를 정말 좋아한다고 믿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배신감.
모든 것은 오해였다. 하지만 유행운이 오해를 받을 만한 행동을 했기에 백유진의 분노가 납득이 된다.
“진짜 저 새끼한테 백유정 맡겨도 되는 거야?”
백유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 * *
“다 먹어. 맥주, 더 시켜. 안주도 더 먹자.”
백유정이 폭주한다.
오늘은 친구 한 명과 커피를 마시며 수다나 떨 생각이었는데, 도저히 술이 없으면 안 될 상황이 만들어졌다.
백유정과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은 모두 남자친구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당연히 입단속이 필수이니 믿을 만한 친구들에게만 그 사실을 알렸기에 유행운의 존재를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
오늘 야구를 보면서 유행운의 활약에 기뻤다.
유니폼을 입고 야구를 할 때가 가장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결혼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하게 될 정도였다.
그랬던 사람이 폭탄을 날렸다.
한순간에 백유정은 없는 사람이 되었다.
“괜찮아……?”
“그럼 괜찮지. 이 세상의 절반은 남자야, 남자. 여기도 남자 되게 많다? 너 알지, 나 인기 많은 거.”
“알지…….”
친구 박지윤은 평소 같으면 이런 대화에서 조용히 하라는 말부터 했을 텐데, 오늘만큼은 수긍했다.
친구가 있는 자리에서 존재 자체를 부정당했으니, 이럴 때는 그냥 잠자코 비위를 맞추는 게 상책이었다.
“근데 걔가 어떻게 나한테 그래? 어?”
“뭔가 오해가 있지 않을까? 아무래도 좀 조심스럽긴 하니까…….”
“조심? 무슨 조심? 뭐, 지가 연예인이라도 돼? 아이돌인가? 유행운 아이돌이었어? 아, 대전에서 아이돌 취급 받긴 하더라! 황태자라더라, 유행운이!”
맥주를 마신다.
분노에 차서 맥주를 들이켠 백유정이 한숨과 함께 잔을 내려놓았다.
차가운 맥주를 속에 들이부어도 뜨겁게 타오르는 화가 가라앉지를 않았다.
“야, 너 전화 와.”
그 와중에 유행운에게서 연락이 왔다.
백유정은 대충 핸드폰을 확인하고 통화를 거부했다. 지금 이 감정으로 통화를 했다가는 화를 주체하지 못할 것 같았다.
“너한테 결혼까지 하자고 했다며. 그 사람도 뭔가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너한테 들은 걸로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랬을 것 같지 않은데…….”
“너 누구 편이야? 너 내 친구 아니야? 그럼 그냥 내 편 해.”
“이게 편 가르고 그럴 일은 아니잖아.”
백유정을 위로하며 친구가 맥주를 마신다. 괜히 눈치를 보게 된다.
“결혼 그냥 해 본 말인가 봐. 그날 이후로 관련 얘기 입 벙끗도 안 하더라고.”
맥주를 마시고 또 마신다.
어느새 점점 술에 취해 간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긴다. 친구의 말대로 유행운에게도 이유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야구선수는 단순히 운동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중계방송에도 나오고 심지어 유행운은 유명 선수였다.
앞으로 국대 차출도 될 것이며 언젠가는 미국에도 진출할 수도 있다.
그 모든 것을 생각하면 여자친구 존재를 숨길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섭섭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갈래.”
술에 취했지만 정신은 또렷했다.
상한 속이 달래지지 않는다. 차라리 집에 가서 자는 게 속 편할 듯했다.
“데려다줄까? 취한 거 같은데…….”
“멀쩡하거든? 그리고 집도 가까운데, 뭘 데려다줘. 네가 내 남친이야?”
“끔찍한 소리 그만해.”
걱정하는 친구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간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 백유정은 잠시 꺼 두었던 핸드폰 전원을 켰다.
엄청난 부재중 전화 기록과 깨톡 메시지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유행운: 전화 좀 받아 봐 다 오해야] [유행운: 설명할 수 있어 누나 제발 응?] [유행운“ 미안해 누나 내가 잘못했어]주루루룩.
메시지가 너무 많아서 눈으로 대충 훑으며 내려가던 백유진의 손가락이 멈추었다.
다시 메시지를 눈으로 훑으며 내려간다.
부재중 전화는 20통이 넘어갔고 깨톡 메시지는 100통이 넘었다. 놀라긴 했는지 꽤 많이 쌓여 있었고, 그 덕분에 마음이 조금씩 풀리고 있었다.
[유행운: (사진)]계속 핸드폰을 붙잡고 있었는지, 실시간으로 유행운에게 메시지가 날아왔다.
[유행운: (사진)]미리 보기에 뜨는 내용에 백유정이 미간을 좁혔다.
메시지를 내려 유행운이 보낸 사진을 본다.
[유행운: 누나, 나 맞았어] [유행운: 백유진이 나 때렸어] [유행운: 여기 입술 터진 거 보여?]“백유진, 이 새끼가!”
그 순간, 섭섭했던 마음과 달리 백유정이 다른 것에 분노하기 시작했다.
아마 이 사실을 알면 백유진은 조금 서러워질 수도 있겠다.
“감히 누굴 때려!”
때맞춰 유행운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잠시 망설였지만, 이번에는 외면하지 않고 통화를 연결한다.
– 누나!
유행운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누나가 이 일로 이렇게 화가 날 줄 몰랐어……. 내가 조금 더 잘했어야 했는데, 정말 미안해.
통화가 연결되자 유행운이 기다렸다는 듯 사과의 말을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유진이한테 왜 맞았어?”
백유정의 첫 마디는 그것이었다.
– 내가 맞을 짓 했지……. 오해할 짓 했잖아. 내 생각이 짧았어.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아직 어쩔 수 없나 보다.
아직도 서운하고 섭섭하면서 화도 나는데, 남동생에게 맞았다는 사실이 또 신경 쓰였다.
“왜 맞고 다녀!”
백유진이 왜 그랬는지 충분히 이해한다.
한편으로는 든든하기도 했다. 보기만 하면 매번 다투기 바쁜 남매 사이였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결국 내 편이었다.
백유정도 똑같다.
남동생이 힘든 일이 생기면 당연히 동생 편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건 그거.
아직 헤어지지 않은 남친을 때린 건 엄연히 다른 일이다.
“나도 안 때려 봤는데 왜 맞고 다녀? 바보야?”
술도 마셨고 아직 감정도 남아 있어서 말이 날카롭게 튀어나온다. 그럼에도 유행운은 한결 마음이 놓이는지 웃고 있었다.
– 누나가 나중에 혼내 주면 되잖아.
“유행운.”
– 응.
“너 나 좋아해?”
– 좋아해.
“그럼 너 나랑 결혼할 거야?”
그 물음에 유행운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 응. 나는 당장이라도 누나랑 결혼하고 싶어.
* * *
광주 아이언스와의 주중 3연전.
결과는 2승 1패.
첫 경기에서는 1승을 거두었고 여자친구와 처음으로 감정싸움을 하게 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두 번째 경기는 10점 차 패배였다. 유행운은 점수가 벌어지자 5회에 교체되었고 마지막 경기에서는 겨우 승리를 거머쥐었다.
1점 차 승리.
그 결과대로 마지막 경기는 쉽지 않았다.
선발 투수 윤규민은 7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지만, 고구마를 먹은 것처럼 타선이 터지지 않았다.
4:3.
1점 차 승리.
이 결과는 유행운이 만들었다.
9회 초, 두 점 차로 끌려가던 상황.
유행운이 2사 1, 3루 상황에서 타석에 섰다.
광주의 마무리 투수 김선재의 슬라이더를 받아친 유행운은 그대로 잡아당기며 경기를 뒤집었다.
그 결과 1점 차로 앞설 수 있었고, 9회 말 등판한 백유진이 다행히 제구 난조를 보이지 않으며 세이브 기록을 추가할 수 있었다.
“오늘 정말 인터뷰하고 싶었거든요. 제가 해명해야 할 일도 있었고요. 어제는 팀이 져서 기회가 없었고 오늘은 어떻게든 이겨서 인터뷰를 하고 싶었습니다.”
[아, 그래요? 무슨 할 말이 있었을까요?]“조금 떨리네요.”
유행운이 심호흡을 하며 마이크를 들었다.
“저 사실 여자친구 있습니다.”
그 순간, 주변이 술렁거린다.
[와우. 이거 정말 폭탄 발언인데요?]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는 팬들도 놀라는 눈치였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해설위원도 마찬가지였다.
“여자친구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말 못 했거든요.”
[허허, 좋을 때네요. 여자친구한테 혼났어요?]“네, 엄청 혼났어요.”
“네.”
유행운이 미소를 지었다.
실수 하나로 마음고생을 했지만, 결론은 모두 다 잘되었다.
이번에는 대답에 뜸 들일 필요가 없었다. 마음이 확고히 잡혔기 때문이었다.
“올 시즌이 끝나면 결혼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