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42
142. V2
유행운 투런포.
헤이든이 결국 마운드를 내려가고 김준서가 등판한다. 김준서는 한국 시리즈에서 단골손님이었다. 성적도 괜찮았고 가장 믿을 만한 불펜을 기용하는 건 서울 썬더스로서는 당연했다.
팽팽했던 분위기가 대전 호크스로 흘러간다.
유행운의 홈런으로 호크스에 불이 붙었고, 조석찬은 김준서의 투심을 밀어 쳐 담장을 맞히는 장타를 만들었다.
그 이후에는.
따아아악!
지선호가 지지 않겠다는 듯 매섭게 배트를 돌려 다시금 홈런을 생산했다.
김준서는 투피치 투수였고 구종이 두 개밖에 없었기에 한국 시리즈 동안 타자들은 조금씩 공에 익숙해진 상태였다.
투수가 고개를 떨구고 지선호는 멀리 배트를 날려 보냈다.
산보를 하듯이 베이스 러닝을 시작한 지선호에게 거대한 함성이 쏟아져 내렸다.
[유행운의 투런포에 이어서 지선호의 호쾌한 한 방이 터졌습니다! 빅이닝을 만드는 대전 호크스!] [이건…… 이 홈런은 쐐기를 박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두 점을 더 보태면서 대전 호크스가 5점 차로 훌쩍 달아납니다. 이제 호크스는 불펜을 가동하는데, 시즌 2점대 자책점을 보유한 코리 윈스턴이 후속 투수로 나섭니다. 썬더스에게는 아쉬운 결과일 수밖에 없어요. 그간 잘해 준 선수고 그만큼 김준서를 믿었습니다. 오늘 공은 좀 구위가 가볍다, 약간 지친 듯한 느낌이 있었는데요. 아쉽네요.] [결국 김준서가 내려갑니다. 모두 경험이에요. 김준서 선수도 아직 젊은 투수니까, 너무 실의에 빠지지 않았으면 합니다.]“우와아아악!”
“가자!”
대전 호크스 더그아웃도 소란스러워졌다.
유행운은 이미 애정의 손길을 잔뜩 받았기에 너덜해진 상태였고 지선호도 같은 운명이었다. 하지만 그는 웃고 있었다. 얻어맞는 순간에도 기쁨에 젖어 있었고 강우성도 이제야 긴장이 한결 풀린 얼굴이었다.
“우승 가자!
* * *
[시발 돌성철 쓸놈쓸 지려 이럴 줄 알았다 ㅡㅡ]┕ ㅋㅋㅋ 쓸놈쓸
┕ 김준서만 계속 쓸 때부터 알아봤다
┕ 준서 투피치라 자주 쓰면 독인데…….
┕ 고맙다 김준서 땡큐 김준서
┕ 준서는 욕 못해 존나 갈렸어 ㅅㅂ
┕ 하루 쉬었다고 바로 김준서 투입 ㅋㅋㅋㅋㅋㅋ
┕ 감독 입장에서는 김준서가 가장 믿을 만했겠지 ㅅㅂ
┕ ㄹㅇ 조졌다
┕ 망했다 썅
┕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 꺼져 꼴칰
┕ 꼴칰? 꼴칰한테 져놓고 말이 길다 ㅋ
┕ 응 패배자
┕ 역전승 불가능???
┕ 시발 되겠냐? 윈스턴 나온대잖아
┕ 윤규민도 나올지도 모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시바 조졌네
경기 후반.
분위기는 완벽하게 대전 호크스에게 흘러왔다.
투수 교체 이후에도 문혁준이 공략에 성공하며 출루했고 프레드릭이 적시타를 날려 1점을 더 보탰다.
화력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고 서울 썬더스 김성철 감독은 계속 불펜진을 기용하며 벌떼야구를 시도했지만, 그 이후에도 하위 타순에서 득점이 나오며 점수 차는 7점으로 벌어졌다.
“윈스턴!”
“삼진!”
“윈스턴!”
“삼진!”
코리 윈스턴이 7회에 등판하여 깔끔하게 상대 타선을 막아 냈다.
오늘 윈스턴이 던지는 포심이 위력적이었다. 높은 타점에서 내려앉는 포심은 긁히는 날에는 타자가 쉽게 공략하기 어려웠다.
점수 차가 벌어지자 서울 썬더스는 더욱 무기력해졌다. 윈스턴은 단 공 10개로 7회 초를 마무리 지었으며 우승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갔다.
따아악!
7회 말 선두타자 유행운이 1, 2간을 꿰뚫는 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그 이후에 조석찬이 삼유간을 꿰뚫는 안타를, 지선호가 담장 앞에 잡히는 뜬볼을 만들어 내며 다시 1점을 보탰다.
[8회 말, 윈스턴이 볼넷을 내주었지만 그 이후에 삼진을 곁들이고 땅볼 유도에 성공하며 주자를 삭제합니다. 오늘 윈스턴 폼이 좋네요. 구위도 남다르고요.] [지금 서울 썬더스 타선이 조급해요. 경기 후반 아닙니까? 아무리 점수 차가 벌어졌어도 후회 없는 경기를 해야 하거든요.]이제 단 한 순간만 막으면 완벽한 우승을 결정지을 수 있다.
오늘 서울 썬더스는 타선이 터지지 않으며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다. 강우성이 선발 투수로서 제 몫을 해냈고 후속 투수였던 윈스턴 역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대전 호크스, 마무리 투수 백유진을 마운드에 올립니다.] [지금 불펜장을 보시면 알겠지만, 윤규민 선수도 몸을 풀고 있어요. 점수 1점도 내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이는데요.] [네, 8점 차로 앞서고 있고 백유진을 기용했지만, 경험은 아직 부족하거든요. 최정환 감독은 압도적인 승리를 가져오겠다는 판단으로 보입니다.]점수 차가 많이 벌어진 상황.
마무리 투수로서 긴장이 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이 상황에서 대전 호크스 투수 코치는 윤규민을 마무리 투수로 올리는 것을 건의했다.
고민하던 최정환의 선택은 백유진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 중 가장 큰 건 경험을 부여하기 위해서였다.
우승을 따 놓은 상황으로 보이지만, 야구는 방심하면 안 된다. 백유진에게는 이런 상황에서 공을 던지는 경험이 필요했다.
아무리 올해 좋은 성적을 냈다고 해도 아직 신인이었으며 내년 시즌은 어떨지 알 수 없다. 신인은 한 해 반짝하고 다음 해에 부진하는 경우가 아주 많았기 때문이었다.
따악!
백유진이 가랑이 사이로 빠지는 공을 수습하려 글러브를 댔지만, 이미 늦었다. 유유히 내야를 빠져나가는 타구를 지켜보던 그 순간, 유행운이 몸을 던졌다.
이미 안타라고 생각했던 순간.
유행운은 급하게 글러브로 타구를 막아 내고 벌떡 일어나며 송구했다. 타자 주자는 전력 질주를 하고 있었고 강속구가 1루수 미트에 박혔다.
“아웃!”
백유진의 눈이 커진다.
완벽한 수비였다. 유행운이 유니폼에 묻은 흙을 털어 내며 투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긴장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다. 하지만 야수의 도움은 투수에게 큰 도움이 된다. 백유진이 공을 던진다.
따아악!
하지만 서울 썬더스는 강우성과 윈스턴에게 막혔던 분풀이를 하듯이 매섭게 배트를 돌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1루수 키를 넘기는 타구였고 우익수가 커버를 위해 내달리고 있었다.
그사이, 주자는 2루에 안착했다.
“시발.”
글러브로 얼굴을 가리고 짧게 욕을 내뱉는다.
자신에 대한 책망을 늘어놓는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막지 못하는 마무리 투수는 클로저 자격이 없다.
심호흡을 하며 스파이크에 박힌 흙을 박박 긁어낸다. 아직도 최정환 감독은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백유진에게 한 타자 더 상대해 보게끔 경험을 주었고 점수 차가 벌어진 만큼 조급해하지 않는다.
따아악!
투 볼 원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타자가 배트를 냈다.
체인지업을 공략한 타구가 멀리 날아갔고 중견수 지선호가 뒤로 물러서며 뜬볼을 처리했다. 그사이 2루 주자가 3루를 향해 달려갔고, 이제 아웃카운트는 단 하나만 잡으면 된다.
“교체하자.”
최정환 감독이 움직인다.
윤규민이 투입된다. 아웃카운트가 단 하나 남은 시점 젊은 에이스 윤규민의 손에 경기를 매듭지을 기회를 주었다.
백유진은 어딘가 분한 얼굴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점수 차가 넉넉한 상황에서 2루타를 맞은 게 속이 쓰렸다. 윤규민이 백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잘했어. 장타 맞고 바로 수습했잖아.”
“형이 나가잖아요.”
“야, 이건 서비스야. 지금 세이브 상황도 아니었고 너도 서비스 차원으로 나간 거야. 아니다, 너는 경험 차원.”
“네…….”
“괜찮아. 잘했어. 장타 맞고 볼질 안 한 걸로 충분해.”
짧은 사담을 뒤로하고 윤규민이 마운드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마운드에 선 윤규민은 주변을 살펴보았다.
마지막 순간을 기념하듯 관중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를 치고 있었다. 강우성이 마운드를 내려갈 때도 기립 박수가 쏟아졌고 코리 윈스턴에게도 마찬가지였으며 백유진에게도 격려가 이어졌다.
윤규민이 손을 들어 관중의 환호에 화답했다.
“이런 날이 다 오네.”
뭉클해지는 순간이다.
공을 손에 쥔다. 대전 호크스에서 우승할 거라 생각지도 못했고 한국 시리즈 우승의 마지막 순간을 장식하게 될 줄도 몰랐다.
윤규민이 공에 키스하며 눈을 감았다.
“쟤 뭐 하냐?”
“미친놈이네.”
“야구공이랑 키스는 왜 해?”
“도라이.”
그 모습을 보는 투수진은 혀를 차고 있었다.
쇼맨십이라기에는 너무 과하다. 하지만 윤규민은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 있었다. 윤규민이 투구 자세에 들어간다.
3루 주자는 거의 신경 쓰지 않고 삼진으로 잡아낼 생각을 한다.
1구, 아웃라인에 걸치는 포심.
“스트라이크.”
단 한 타자만 상대한다는 기분으로 전력투구를 한다.
“좋다.”
몸 상태가 좋음을 확인하고 이번에도 포심을 선택했다.
몸쪽에 깊게 박히는 포심. 상대가 엉덩이를 뒤로 빼며 피했고 판정은 볼이었다.
[스윙! 투 스트라이크를 만드는 윤규민! 슬라이더 궤적이 좋습니다. 상대 배트가 따라가려고 했지만, 스치지도 않았네요.]여유가 있다.
윤규민이 공을 받아 들고 마운드를 가볍게 한 바퀴를 돌았다. 외야도 한번 살펴보았고 1루는 물론 원정석도 눈으로 새긴다.
그 순간 자존감은 물론 자신감까지 차오르는 윤규민이었다.
“흡!”
숨을 내뱉으며 공을 던졌다.
아웃라인 하단에 박히는 포심이었고 상대의 배트가 나왔지만, 그대로 공기만 갈랐다.
“으라차아아아!”
다리를 쩍 벌리고 하늘을 향해 주먹질을 한 주심이 경기가 끝났음을 알렸고 윤규민은 제 몫을 제대로 해내며 글러브를 하늘 위로 던졌다.
[윤규민이 강하게 뿌렸고 타자의 배트가 나옵니다! 그대로 헛스윙! 경기 종료! 윤규민이 제 손으로 경기를 끝냅니다!]그 순간.
“미친놈아!”
“관종 새끼야!”
“우승이다!”
더그아웃에서 대전 선수들이 쏟아져 나왔고.
유행운을 비롯한 야수들도 윤규민을 향해 달려왔다.
[우승, 완벽한 우승, 이보다 더 완성도 높은 우승은 없습니다! 대전 호크스가 5차전 완벽한 승리를 가져오며 통합 우승을 이뤄 냅니다! V2! 그동안 날개가 꺾여 비상할 수 없었던 매와 독수리가! 드디어 창공을 향해 날아갑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전 호크스의 우승! 21세기 첫 우승을 거머쥐는 대전 호크스! 이제 그 누구도 호크스를 최약팀이라 부를 수 없습니다! 어두운 하늘에 불꽃이 터집니다! 불꽃 대전! 최강 대전 호크스! 2028 시즌! 챔피언 대전 호크스입니다!]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는다.
“흐어어어어어엉…….”
“시발, 존나 사랑한다…….”
그 와중에 운다.
관중석에서 팬들이 울었고 큰 목소리로 응원을 주도하던 응원단도 운다.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지선호는 윤규민의 등을 두드리다가 이내 바닥에 푹 쓰러져서 오열했고 강우성도 눈물을 참으려는 듯 하늘을 보고 있었다.
그 와중에 문혁준은 샴페인을 가져와 쏘아 올렸고 최정환 감독은 조석찬에게 끌려와 헹가래를 받았다. 그 와중에도 지선호는 엎어져 울고 있다.
[지선호 왜 저래?]┕ 이해해줘라…….
┕ 오열하네
┕ 짠하다
┕ ㅋㅋㅋㅋ 팀 주장이 존나 울보야 ㅋㅋㅋㅋㅋ
┕ 아무도 엎어져 우는 지선호를 챙기지 않앜ㅋㅋㅋㅋ
┕ 아 근데 나도 눈물나 ㅠㅠㅠㅠㅠㅠ
┕ 그간 설움이 싹 씻긴다…….
┕ V2 ㅠㅠㅠㅠ 너무 오래 걸렸자나 ㅠㅠㅠㅠ
┕ 행복하다 오늘은 진심 행복함
┕ 통합우승이요??? ㅠㅠㅠ 아 시발 눈물버튼
┕ ㅋㅋㅋㅋㅋ 시발 직관러인데 다 운다 ㅋㅋㅋㅋ
┕ 좋은 날에 다 울어 시발 ㅋㅋㅋㅋ
┕ 똥칰 팬이면 알지……. 우리가 얼마나 무시당하며 살았냐 ㅠㅠㅠ
┕ 시발 사랑한다 진심
┕ 버킷 리스트 달성했다 죽기 전에 대전 호크스 우승 보는 거였는데 ㅠㅠㅠㅠ
┕ 이게 되는구나……. 우리도 우승할 수 잇구나…….
┕ 28시즌 대전 우승 ㅇㅈ 잘하더라
┕ 서울 썬더스는 준우승 전문인겨?
┕ ㅋㅋㅋㅋㅋㅋ 왜 썬더스 우승도 많이 함 ㅋㅋㅋㅋ
┕ 준우승 전문이랰ㅋㅋㅋ ㅅㅂ
┕ 뒤질? 준우승이 뭐 어때서 한국시리즈까지 갔음 됐지
┕ ㅋㅋㅋㅋ 확실히 번개 놈들은 명품 조연이야
┕ 나 진짜 호크스 사랑하는구나 중계 보면서 나도 오열 중임
┕ 행복하다
┕ 나는 행복합니다 진심으로 행복합니다
┕ V2V2V2V2V2V2V2V2V2V2V2V2V2V2V2V2V2V2V2V2!!!!!
* * *
귀가 터질 듯한 큰 함성 소리.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아름다운 불꽃.
다들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는 순간, 더그아웃으로 향했던 유행운이 잠시 그대로 멈추었다. 눈에 보이는 그라운드. 항상 이 안에서 야구를 하고 싶었고 모두와 함께하고 싶었다.
“유행운!”
저 멀리 보이지 않는 신인 선수를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 눈을 감고 있었던 유행운이 서서히 몸을 일으킨다. 더그아웃에서 나와 주변을 둘러보았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이 순간, 꿈처럼 펼쳐졌다.
“야, 유행운.”
백유진이 맥주 캔을 양손에 들고 유행운에게 다가왔다.
“넌 기쁘지도 않냐?”
휙휙.
맥주를 흔든 백유진이 동시에 맥주 캔을 따면서 말했다.
“좀 웃어라!”
머리 위로 맥주가 쏟아진다.
거품이 흘러내리고 유행운이 눈을 질끈 감으며 웃었다. 모든 것이 현실이다. 다시 시작된 인생에서 유행운은 과거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지난 생, 야구 선수로서 손을 내밀었던 유일한 팀이 대전 호크스였다.
그때의 대전 호크스는 최약팀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지금은 우승을 거머쥐며 새로운 강팀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기뻐.”
유행운이 미소를 지으며 얼굴에 묻은 맥주를 손등으로 닦아 냈다.
“정말 행복하다.”
더한 말은 필요 없었다.
앞으로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매일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유행운은 달라질 미래가 기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