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56
156. 그것만은 못 참지
대전 호크스.
유행운이 입단하기 전까지는 만년 꼴찌였던 팀. 유행운은 이 팀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
[크보 역사상 대전 호크스 같은 ㅎㅌㅊ 팀은 없었습니다 2년 연속 3할승률 달성 4연꼴 달성한 그 팀이 왕조를 세웠습니다.]└ 그거 이제 돌아온대 최악의 ㅎㅌㅊ
└ ??
└ 유행운 가고 내년에는 윤규민도 가잖아
└ 지랄 노
└ 아직 서노와 혁준이가 있다
└ ㅋㅋㅋㅋㅋ 강우성 은퇴하면서 이미 한 차례 휘청함
└ 돌아가도 설마 그 암흑기 같겠냐 ㅎ
└ 맞아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댔다
└ 행운아 행복해라
유행운은 작년부터 미국 진출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았다. 올 시즌, 서비스 타임이 끝나는 유행운은 포스팅 시스템을 이용하여 미국 진출을 노리고 있었다.
마감까지는 20일 정도 남았고 채리원과 의논하며 느긋하게 협상을 이어 가고 있었다.
포스팅 시스템.
KBO에서 뛰는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위한 제도로 소속 구단의 동의가 필요했다.
구단은 포스팅을 통해 이적료를 챙길 수 있다. 대전 호크스는 이미 한 차례 강우성을 통해 거액의 이적료를 챙겼다.
[두 번째 소년가장 유행운……. 얼마나 주고 갈거니……?]└ 존나 짭짤할듯;;;
└ 대형 퐈 두 명은 지를 수 있다
└ 외야랑 유격수 사자
└ 유격 매물 좀 있나??
└ 다음 시즌에 대구에서 풀리는 애 있음 ㅇㅇ 걔 사야함
└ 시바 소년가장 집 떠날 때도 생활비 주고 가네 ㅠㅠㅠㅠ
└ 행운이 보내고 쇼핑이나 하자…….
└ 근데 유행운 대체제는 평생 없을듯;;;
└ 없지…….
└ 홈런 치는 유격수가 뭐 흔한 줄 아냐 ㅠㅠㅠㅠㅠ
└ 좋은 시절이었다
└ 킁킁 어디서 암흑기 냄새 난다 ㅋ
12월 초.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했다.
턱시도를 갖춰 입은 유행운이 뒤를 돌아보았다.
“집에도 쉬어도 되는데…….”
“턱시도 입은 거 내가 먼저 봐야지.”
“작년에도 봤잖아.”
유행운이 미소를 지었다.
눈앞에는 백유정이 아이 손을 잡고 서 있었다. 그 긴 세월 동안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둘이었던 가족에 한 명이 더 늘어났다.
애는 최대한 늦게 가지려고 했다. 둘 다 일을 해야 살 수 있는 사람들이었고, 애를 바로 가지기에는 어린 나이였다.
조금 더 즐기다가.
즐기다가.
그렇게 생각하다가 재작년에 동남아 여행을 떠났고, 그렇게 아이가 들어섰다.
“압빠!”
아직 말을 능숙하게 할 나이는 아니었다. 옹알이를 시작한 아이가 엄마 손에 의지해서 손을 흔들고 있다.
“응, 우리 이현이.”
이름은 장인어른이 지어 주셨다.
작명소에서 받아 왔다고 하는데, 요즘 유행하는 이름보다는 그래도 덜 유행하는 이름이 좋았다.
“아빠 턱시도 입었어.”
유행운이 나비넥타이를 보여 주며 웃었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백유정이 머리를 툭 건드린다. 그러다 슥슥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마치 홀린 듯한 손길이었다.
“자기, 오늘 좀 예쁘다.”
그 말에 유행운이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예뻐?”
“응. 나비넥타이 잘 어울리네.”
“종종 이렇게 입을까?”
“서비스야?”
“응, 누나에게만 하는 서비스.”
아이가 생기면서 유행운의 책임감이 한층 더 강해졌다.
백유정은 언론사에 취업해 일을 했다. 사실 스포츠 기자 따위는 관심이 없었는데, 남편의 기사를 직접 쓰고 싶다는 생각에 스포츠 기자가 되었다.
실제로 유행운은 처음에는 백유정하고만 인터뷰를 하겠다고 했지만, 백유정이 칼 거절했다.
생각할수록 남편의 유명세에 기대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가끔 유행운의 기사를 다루면서 미국에 눈길을 돌렸다.
언젠가는 유행운이 미국에 간다.
그때를 대비한 행동이었다.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칼럼을 쓰기도 했고 여러 선수들을 소개했다. 무지했던 메이저리그에 대한 지식이 쌓였고 가끔은 유행운에게 조언도 해 주곤 했다.
이 선수는 이렇게 한다더라.
이 아시아 선수는 미국 진출 전부터 영어 공부를 했다더라.
아무래도 더 늦기 전에 너도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
“민현웅 칼럼 썼더라. 어제.”
“…….”
“칭찬 엄청 했더라.”
유행운은 아내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보기 좋다.
사진도 배워서 직접 메이저리그 현지에 날아가 취재하는 열정적인 모습이 좋았다. 여자라고 해서 집에서 애나 키우고 집안일만 하는 건 고리타분한 생각이었다.
유행운은 아이를 갖는 일에도 백유정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랐다. 임신과 출산은 여자 몸을 갈게 된다. 그 이유도 있었고 백유정이 원하지 않는다면 딩크족으로 평생 살아도 상관없었다.
동남아 태국.
비시즌을 맞이해서 함께 떠난 휴가.
행복하게 수영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여유를 즐긴 그날 밤. 백유정은 은근하게 유행운에게 다가왔고 그렇게 아이가 생겼다.
“네 기사도 썼잖아. 최근에.”
“난 사진도 없었는데.”
“사진 있었어. 올 시즌 홈런 친 스틸컷.”
“당신이 직접 찍은 사진이 아니잖아.”
“유치해. 이럴 때 보면 엄청 유치해.”
유치해도 어쩔 수 없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는 사람의 기사는 그냥 기분이 나빴다. 질투심이 느껴졌고 한발 앞서 미국에서 성공한 민현웅이 얄밉기도 했다.
“이현아, 아빠한테 유치하게 굴지 말라고 해 봐.”
물론 아직 길게 말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빠의 어깨를 솜주먹으로 툭툭 치는 걸 보면 엄마의 말뜻을 아주 조금은 이해한 듯했다.
“아빠 마음 아파. 우리 애기가 이렇게 아빠 때리면 슬퍼.”
그 말에 잡은 엄마의 손을 풀고 아빠를 작은 몸으로 안아 준다. 그 행동에 유행운이 참지 못하고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을 보던 백유정은 언제 카메라를 들었는지, 이 순간을 남기고 있었다.
“오늘 내가 기사 써 줄게.”
“진짜?”
“응. 오늘 가장 취재할 만한 사람은 당신밖에 없지.”
“그건 맞아.”
“가장 뜨거운 야구선수도 유행운이고.”
“그것도 맞지.”
“조회수 장난 아니겠지?”
“누난…… 정말 효율적인 사람이구나.”
* * *
[2035 KBO 골든글러브 수상자]투수 : 윤규민 (대전 호크스)
포수 : 진민형 (서울 스타즈)
1루수 : 문혁준 (대전 호크스)
2루수 : 박선우 (인천 바이킹스)
3루수 : 성정완 (서울 스타즈)
유격수 : 유행운 (대전 호크스)
외야수 : 지선호 (대전 호크스) 박준용 (대전 호크스) 김지호 (수원 매지컬)
지명타자 : 이정우 (대전 호크스)
대전 호크스는 지금이 전성기였다.
그 결과, 골든글러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윤규민은 이견이 없었다. 라이벌 김명중도 수상을 노렸지만, 자책점과 승수에서 밀렸다.
부산 마린스는 다시 하위권에 처져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고 팀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한 김명중이 이번에도 골든글러브를 윤규민에게 넘겨야 했다.
“형, 축하해요.”
이정우가 운다.
사실 우는 모습은 처음 보는 듯했다.
“나 결혼한다.”
“네?”
눈물을 닦으면서 이정우가 말했다.
“이제 청혼해도 될 것 같아…….”
여자친구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직도 사귀고 있을 줄은 몰랐다. 이제 나이가 제법 찬 이정우였는데, 결혼을 할 거라면 진작 했어야 했다.
“아직도 청혼 안 했어요?”
“내가 보잘것없잖아.”
“FA 계약도 했고 계속 잘해 왔잖아요.”
“그래도 나 따위가…….”
“형수님 속앓이 많이 하셨겠어요.”
“…….”
“형, 지금 당장 가서 청혼하세요. 반지는 준비하셨고요?”
이제 보니, 이제 청혼할 자격이 생겨서 우는 건가 보다.
이정우다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다렸을 그분을 생각하면 답답할 지경이었다.
계속 만남을 유지했다면 그 사람은 줄곧 청혼을 기다렸을 것이다.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 주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을 것이다.
“형, 좋은 사람 만나셨네요.”
그 말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이정우는 재작년에 FA 자격을 취득했고 대전 호크스와 3년 계약에 성공했다. 옵션 포함 15억이라는 거액을 손에 쥐었고 그 돈으로 아파트를 한 채 장만한 걸로 알고 이었다.
사실 이정우는 미리 반지를 준비했었다. 다이아 반지를 준비하고 신혼집도 준비했다. 이제야 비로소 자격이 생겼다고 생각한 이정우가 골든글러브 트로피를 들고 여자친구에게 달려갔다.
뒤늦게 그가 뒤풀이 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그의 볼이 붉게 손자국이 남아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너무 늦게 말했다고 뺨 맞았어.”
울면서 뺨을 때렸단다.
“평생 결혼 못 할 줄 알고 마음 내려놨었대.”
그 말을 하면서 이정우는 밝게 웃었다.
야구밖에 모르는 바보였지만, 지금 이 순간 그의 모습이 굉장히 행복해 보였다.
“나 이제 거지야.”
“왜요?”
“모아 둔 돈 다 줬거든.”
“오.”
유행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명해요. 저는 이미 다 맡겼어요.”
물론 유행운도 이미 옛날에 거지였다.
“형, 용돈은 무조건 최대한 많이 당기세요. 초반에 넉넉하게 받아야 나중에 용돈 인상할 때 마음이 편해요.”
“아, 그래?”
“결혼은 언제 하실 거예요?”
“이제 알아봐야 해.”
“행복하세요, 형.”
대전 호크스에서 머물며 함께했던 시간은 모두 추억이 되었다. 여기서 얻은 것이 많았다.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많은 것을 배웠다.
“유행운이.”
어느새 다가온 지선호가 유행운의 머리를 꾹 눌렀다.
“오늘은 무슨 일로 뒤풀이를 다 참석했냐? 와이프 보러 안 가고.”
“오늘이 마지막일 테니까요.”
“야, 말을 뭐 그렇게 섭섭하게 하냐.”
“형도 잘 지내시고요.”
“새끼…….”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저는 대전 호크스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 * *
골든글러브 시상식 다음 날,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유행운 포스팅이 신청되었다. 그 직전까지 채리원의 물밑 작업이 있었고 주로 빅마켓 위주로 구단을 돌아다녔다.
“시작됐군.”
보스턴 레드삭스는 유행운을 아주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유행운을 밀착 관찰하기 위해 한동안 한국에 머물렀던 메이슨도 바로 보스턴으로 돌아왔다.
처음 유행운은 미국에서는 무명에 가까운 선수였다. 하지만 점차 KBO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렸고 국제 대회에서 홈런쇼를 터트리며 마치 쇼케이스처럼 보여 주었다.
이제 보스턴 역시도 유행운의 필요성을 느낀 상황이었다. 현재 보스턴은 유격수 자리의 세대교체가 필요했다. 그 자리를 유행운이 채울 수 있을 거라 보았다.
유행운은 아시아 마케팅에도 효과적이었다. 무엇보다 라이벌 구단인 양키스에서 뛰고 있는 민현웅이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유행운과 민현웅은 라이벌 관계였다.
그 관계를 이용할 수 있는 최적의 구단은 보스턴이었고 기필코 이 기회를 잡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양키스도 뛰어든다 했지?”
“거기만 뛰어들면 다행이겠죠. 다저스도 경쟁에 합류한다고 하니…….”
“쉽지 않겠군.”
예전이라면 가장 높은 금액을 적어서 제출하면 되었다.
비공개 응찰에서 가장 높은 금액을 적은 구단과 단독 협상권을 갖게 됐었다. 그렇게 되면 선수는 그 구단하고만 협상을 진행할 수 있었기에, 가격을 후려쳐서 선수와 계약하는 일도 제법 있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한국 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 포스팅 제도의 문제점을 간파했고 KBO와 논의 끝에 포스팅 제도를 일부 수정한 것이다.
즉, 포스팅 최고 응찰액과 차이가 25% 내에 속한 차순위 구단이 있다면 단독 협상이 아니라 차순위 구단에게도 협상권을 부여하는 방안이었다.
이 제도로 인해 응찰액을 최대로 끌어올려 단독 협상권을 가져온 후에 선수의 몸값을 최저로 후려치는 계획이 무너진 셈이었다.
“음…….”
메이슨은 회의에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비공개 응찰은 결국 금액이 전부다. 현재 유행운에게 덤벼드는 구단은 고작 양키스가 전부가 아니다.
열 손가락을 접어도 모자라다. 30구단 모두 베팅을 할 여지가 있었다. 운 좋으면 협상권을 얻는 셈이고 아니어도 상관없다.
다른 포지션도 아니고 유격수였다.
유격수가 중요한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죄다 똑같다.
“일본은 포스팅 상한선이 2,000만 달러야. 근데 한국은 포스팅 제도를 개선했음에도 상한선이 정해지지 않았지.”
한국은 선수 보호 위주로 제도를 개선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포스팅 금액 상한선에 대하여 의견을 내놓았지만, KBO는 수용하지 않았다.
“애초에 적당히 욕심부렸어야 했어. 이미 우성강이 2,000만 달러 이상 포스팅 금액 제안을 받았는데, 800만 달러라니. 나라도 무시했을 걸세.”
메이슨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KBO가 일본 리그보다 질이 떨어진다는 건 인정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미국에서 뛰고 있는 좋은 선수들이 있지. 협상을 할 거라면 적당선에서 진행했어야 했는데, 어쩌겠는가. 그 포스팅 제도로 그동안 꿀 빤 것도 사실인데.”
사실 메이슨은 유행운에 관해서는 관대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일본과 달리 포스팅 금액 상한선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눈치 싸움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그래도 일본 선수도 아닌데…….”
“뭐, 오타니 정도를 생각하나?”
“…….”
“그 친구는 이제 나이를 먹었고. 대단한 선수인 건 당연히 알겠네. 하지만 처음 오타니도 아시안 선수라는 선입견이 있었어. 승자는 누군가? 결국 그를 잡은 구단이 승리했지.”
“…….”
“지금 현시점에서 유보다 괜찮은 아시안 선수가 있나?”
“…….”
“난 없다고 보는데.”
보스턴 레드삭스의 젊은 단장 데이빗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유행운이라는 선수가 좋은 선수인 걸 알겠지만, 동양 선수에게 많은 금액을 소모해야 하는지는 미지수였다.
한국에서는 슈퍼스타일 수 있어도 미국에서는 이제 고작 신인일 뿐이다. 물론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메이저리그는 다른 무대였다.
“자네가 그렇게 소극적으로 나선다면 어쩌겠나.”
메이슨이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적당하게 베팅하고.”
“…….”
“빌어먹을 양키스 놈들에게 빼앗기면 되지 않겠나.”
“Fuck!”
그것만은 못 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