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brother ever RAW novel - Chapter 382
사상 최강의 오빠 386화
악몽 (3)
하얀 연기에 뒤덮인 백금의 사자가 순식간에 양의 강철 털을 찢어버렸 다.
속수무책으로 밀려나는 최강혁. 아 무리 정신 지배에 당한 파일럿이 제 기량을 백 프로 못 낸다고 하나, 그 래도 최강혁은 엄연히 플래티넘 랭 크의 파일럿이었다.
동급의 대상에게 저리 압도당할 인 재가 아니란 소리였다.
그러니 답은 하나였다.
상대방이 최강혁은 감히 넘볼 수조 차 없는 역량의 소유자라는 것.
“라하르. 너도 합류해라.”
대궁의 암살자가 뒤에서 소리 없이 움직이며 저격을 준비했다.
굉음과 함께 김세훈의 옆구리를 노 리는 화살.
그러나 그는 소리만으로도 공격의 궤적을 읽기엔 충분하다는 듯, 시선 조차 돌리지 않은 채 몸을 비틀어 화살을 피했다.
‘탐이 난다.’
갑주의 조종석에 앉아 있는 새뮤얼 이 보석에 매료된 귀부인처럼 김세 훈을 바라봤다.
그간 얼마나 많은 이들을 지배해 왔던가?
하나, 이런 감정은 처음이었다.
비효율이라곤 한치도 없는 움직임. 상대방의 급소를 한치도 망설이지 않고 물어뜯는 과감함.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집요함. 그의 모든 게 새뮤얼의 취향을 저 격했다.
카앙!
쇳소리와 함께 불의 날개를 펼친 대검이 강철 털을 찢음과 동시에 최 강혁의 팔도 함께 갈라 버렸다.
그때, 직선으로 날아오던 화살이 유려한 드리프트와 함께 김세훈의 뒤통수를 노렸다.
김세훈은 볼 필요도 없다는 듯 공 중제비를 빙글 돌며 화살을 피한 후, 자신의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화살의 깃을 대검으로 후려쳤다.
까앙! 야구공을 배트로 후려친 것처럼 통 제 불가 상태로 쏘아져 간 화살이 최강혁의 심장을 노렸다.
썩어도 준치라던가?
최강혁은 그 긴박한 상황에도 간신 히 팔로 화살을 막는 데 성공했다.
그때, 성난 사자가 최강혁에게 달 려들어 대검으로 화살의 깃을 후려 쳤다.
쿠 대못에 망치질하는 것 같은 일격이 백금의 화살을 최강혁의 팔 깊숙이 박아넣었다.
쿵!
다시 한번 후려치는 대검.
다시금 파고든 화살이 팔을 뚫고 흉갑의 표면에 닿았다.
최강혁은 다른 어빌리티를 사용해 위기를 어떻게든 모면하려 했으나, 평소와 달리 반응이 느렸다.
정신 지배의 유일한 약점이랄 수 있는 기량 저하 때문이었다.
쿵!
“쿨럭.”
흉갑을 파고든 화살촉이 파일럿의 육체를 꿰뚫었다.
그것으로 끝. 최강혁의 육신이 썩 은 나무처럼 천천히 기울더니, 차가 운 바닥에 몸을 뉘었다.
그 모습을 차가운 눈빛으로 똑똑히 바라보는 김세훈의 뇌리에 오늘 자 신의 손에 죽어간 이들의 목소리가 무수히 스쳐 지나갔다.
하나, 그는 감상에 젖는 대신 눈앞 의 적에 몰두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렇게 전진했다.
사냥감 하나의 숨통을 물어뜯은 사 자가 반인반마를 향해 질주하는 걸 보며 새뮤얼이 입술을 탐스럽게 핥 았다.
‘가지고 싶다.’
투덕거리는 사자와 말.
하나, 둘이서도 잡지 못했던 김세 훈을 혼자서 어찌할 수 있을 리 만 무했다.
결국, 특유의 기동력과 유리한 사 거리를 이용해 치고 빠지던 라하르 는 김세훈이 과감하게 던진 대검에 다리 하나를 다치고 기동력의 일부 를 잃었다.
다리 한쪽을 쩔뚝거리며 사자에게 서 도망치던 말이 사자의 앞발에 모 가지가 부러지고 바닥에 쓰러지기까 진 고작 몇 분여.
하지만 새뮤얼은 라하르가 쓰러지 면 다음 타깃은 자신이라는 걸 알면 서도,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일련의 과정을 지켜봤다.
흡사, 홀려 버린 것처럼.
‘그래. 오너라. 와 보거라. 내… 품 으로.’
자신에게 맹렬히 달려오는 김세훈 을 보면서 새뮤얼은 들뜬 호흡을 몰 아쉬었다.
흥분을 한 건지, 발정이 난 건지 모를 정도로 헐떡거리던 새뮤얼의 몸에서 붉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안개 화산이 폭발한 것처럼 뿜어져 나온 연기와 함께 갑주, 레드 아이 의 사지에 박혀 있는 백안의 눈꺼풀 이 일제히 닫혔다.
스르륵.
새뮤얼은 평소, 정신 지배에 레드 아이의 모든 에너지를 할당한다.
그가 가진 능력의 특성상, 그 자신 이 직접 전투에 나설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나, 그렇다 하여 레드 아이의 전 투력이 낮은 건 아니었다.
그저, 필요를 못 느끼기에 움직이 지 않을 뿐.
새뮤얼이 앞으로 한걸음 내디뎠다. 쿠웅-!
바닥이 쩌억, 하고 갈라지며 새뮤 얼의 발을 기점으로 거미줄 같은 금 이 퍼져 나갔다.
대지에 상흔을 입힐 정도로 거창한 진각에 이어 새뮤얼의 몸이 빨랫줄 처럼 앞으로 쏘아져 나가더니, 김세 훈의 가슴에 정권을 쑤셔 박았다.
새뮤얼의 피니쉬 스킬(Finish Sk) 디아블로(Diablo) 였다.
콰드득.
강철이 뒤틀리는 불쾌한 소리와 함 께 김세훈은 대형 트럭과 부딪친 것 처럼 뒤로 날아갔다. 물수제비처럼 대여섯 번이나 땅을 튕긴 후, 강철 차단막에 볼썽사납게 처박힌 김세훈의 몰골은 걸레짝이나 다름없었다.
단 일격.
그 한 방에 김세훈은 무력화됐다.
분명 김세훈은 인지했고, 반응까지 했다.
하나, 안타깝게도 사자좌의 갑주가 그의 반응을 따라가지 못했다.
공격을 완전히 흘리지 못하고 허용 해 버린 것이다.
무참히 찌그러진 백금의 갑주 속에 서 김세훈이 메마른 기침과 함께 피 를 토했다.
문득, 이정협의 목소리가 아른거렸 다.
-대장. 그래서 그들의 갑주가 미스 테러급이라 불리는 겁니다. 그 강대 함을 정의할 수 있는 건 불가사의라 는 네 글자 말곤… 딱히 없으니까 요.
기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황도십이궁이라곤 하나, 상 대는 넘버링 이상의 출력을 지녔다 고 평 받는 미스테리급 갑주.
그 격차를 생각할 때, 상대가 지독 히 나빴다고밖에 할 수 없었으니까.
물론 드라마틱한 기량의 소유자인 김세훈이니만큼, 원래라면 이리 허 무하게 승부가 끝나진 않았으리라.
그래. 새뮤얼이 대부분의 에너지를 일격에 소모하는 피니쉬 스킬, 디아 블로를 일수에 쏟아붓는 강수를 두 지 않았다면 말이다.
“실망할 것 없다. 너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으니. 그래, 혼자서 기사 단 하나를 전멸시키고 황도십이궁 둘을 처리한 것도 모자라, 내게 디 아블로까지 쓰게 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그러니… 인정하마. 네가 내 생애 위기감을 느꼈던 몇 안 되 는 위인 중 하나란 걸.”
실제로 새뮤얼 또한 김세훈을 일격 에 침묵시키기 위해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일종의 필살기랄 수 있는 피니쉬 스킬은 갑주의 에너지 대부분을 소 모하기에, 지금의 그는 정신 지배는 커녕 정신 교란도 쓸 여력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아마, 새뮤얼의 이런 모습을 헨리 가 봤다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
아직 시온을 벗어나지 못한 마당에 피니쉬 스킬 같은 강수를 두는 건 명백한 무리수였던 탓이다.
tt하아…으 하아**,.方
거친 숨을 몰아쉬는 김세훈의 귓가 에 차분한 걸음 소리가 들렸다.
저벅저벅.
승리를 만끽하듯, 느긋한 걸음으로 김세훈에게 다가가며 새뮤얼이 말했 다.
“넌 내 컬렉션의 제일 윗자리를 차 지할 거다.”
김세훈이 핏물 섞인 기침을 뱉으며 말했다.
“-X 까.”
새뮤얼이 상상만으로도 오금이 짜 릿하다는 듯 두 팔로 자신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중얼거렸다.
“넌 영원히 나와 함께 할거다.”
김세훈은 남은 힘을 끌어모으기 위 해 욕조차 뱉지 않았다.
거친 호흡이 반복될수록 답답한 가 슴이 안정화됐고 팔과 다리에 힘이 돌아왔다.
“후욱… 후욱….”
솔직히 답은 보이지 않았다.
단 일격에 자신을 침묵시킨 새뮤얼 을 어찌 극복해야 할까?
답은커녕, 감도 오지 않았다. 하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포기할 수 없었다. 벌써 포기하기엔 그가 걸어온 길이 지나치게 파란만 장했으니까.
‘길이 있을 거다. 생각해라, 김세 훈. 어떻게든… 생각해.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절대로.’
다행히 적은 자신을 생포할 생각인 지, 바로 손을 쓰지 않았다.
이 틈.
이 잠깐의 틈이 그에게 기회가 되 어줄 것이다.
때를 엿보며 웅크리고 있는 김세훈 에게 새뮤얼이 손을 뻗자마자, 하늘 에서 검은 강철의 깃털이 비처럼 쏟 아져 내렸다.
후두둑.
검은 깃털의 비가 대지를 적시자, 위력이 얼마나 강맹한지 강철 차단 막이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다.
뱀을 보고 놀란 쥐처럼 황급히 뒤 로 물러나며 검은 죽음의 비를 피한 새뮤얼이 소리쳤다.
“어떤 놈이냐!”
밤의 파편으로 조각한 듯 검은 갑 주의 오른쪽 어깨에서 숫자 2가 은 빛으로 빛났다.
촤르륵 펼쳐진 검은 날개에서 은은 히 뿜어져 나오는 오오라.
밤 까마귀의 갑주, 크로우가 김세 훈을 보호하듯 앞을 막아서며 말했 다.
“악몽. 같잖은 짓은 여기까지다.”
새뮤얼이 사냥감을 포식하기 전 방 해를 받은 맹수처럼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넘버링? 게다가 숫자 2라니…. 너 같은 놈,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거지?”
크로우가 잠든 것처럼 눈꺼풀을 닫 고 있는 레드 아이의 백안을 확인하 며 중얼거렸다.
“역시 에너지를 대부분 소모해서 어빌리티를 쓸 여력이 없군. 큰일을 해줬어, 김세훈. 덕분에 유다에서 제 일 위험한 사내를 처리할 기회를 잡 았으니…. 라플레시아! 김세훈을 부 탁하지.”
크로우가 날아오르며 두 손바닥을 새뮤얼에게 뻗었다. 그러자, 그의 손 에서 뻗어 나온 무형의 기운이 새뮤 얼을 잡아채선 허공으로 던져 버렸 다.
크로우의 어빌리티, ‘염동력’이었다.
새뮤얼은 자신을 압박하는 무형의 기운에 적잖게 당황했다.
“…뭐지? 이런 어빌리티는 듣도 보 도 못 했….”
크로우가 손을 아래로 휘두르자, 무형의 손바닥이 새뮤얼의 몸통을 향해 스파이크를 날렸다.
새뮤얼이 천둥소리 같은 타격음과 함께 건물에 처박혔다.
우르르 무너지는 건물의 잔해 사이 에서 간신히 몸을 일으킨 새뮤얼에 게 검은 깃털이 쇄도했다.
“크… ”
새뮤얼은 검은 깃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검은 깃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개별로 움직이며 그의 갑주를 유린했다.
그럴 때마다 갑주의 표면이 우박에 맞은 나무처럼 움푹 팼다.
유다의 갑주가 뛰어난 것은 어디까 지나 파일럿을 브레인 하트로 활용 함으로써 나오는 막대한 출력 덕분 일 뿐, 갑주의 내구성과 같은 기본 스펙 자체는 오히려 황도십이궁보다 못한 면이 있었다.
결국, 배고픈 늑대와 배부른 사자 의 차이였다.
굳이 발전하지 않아도 시온을 압도 하는 지금, 유다는 신의 손과 같은 인재 양성에 힘을 쓸 필요를 못 느 꼈기 때문이다.
그렇게 크로우가 새뮤얼을 쉴새 없 이 몰아붙이고 있을 무렵, 김세훈은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기 위해 안간 힘을 썼다.
‘…내가 가야 해. 난 놈을 잘 알아. 아무리 지쳐 있다 해도, 비장의 한 수를 남겨놓지 않았을 리 없어. 그 러니 이대로라면… 놈을 죽이긴커 녕, 놓쳐 버릴 거야.’
그런 김세훈의 옆에 순백의 갑주가 내려앉았다.
아지랑이가 물결치는 듯한 6장의 날개. 가슴에 박혀 있는 금십자가에 새겨진 7이라는 숫자.
은은한 서기가 비쳐나오는 인간 여 성형의 갑주, 넘버링 라파엘라(Rafa e1a)의 파일럿이 말했다.
“가만히 있어요. 그러다 큰일 나요. 부상도 부상이지만, 갑주가 크게 손 상됐어요. 이대로라면 파손된 브레 인 하트 때문에 불로 세포에 감염당 할 수도 있어요.”
익숙하다 못해 영혼에 각인되다시 피 한 목소리.
단번에 갑주의 파일럿이 에일린이 라는 걸 알아본 김세훈이 중얼거렸 다.
“당신은….” “기다려요. 응급처치부터 할 테니 까.”
라파엘라의 팔에서 수십 가닥의 기 계 촉수가 뻗어 나와 김세훈의 갑주 이곳저곳을 손보기 시작했다.
라파엘라의 어빌리티 ‘수복(修復)’ 이었다.
찌그러진 갑주의 표면을 반듯하게 펴고, 나노머신을 이용해 갑주의 상 흔을 점차 수복해 나가던 그녀가 찢 긴 갑주 사이로 검지를 찔러넣었다.
그녀의 검지에서 날카롭게 뻗어 나 온 주삿바늘이 김세훈의 팔에 치료 액을 주사했다.
점차 평온해지는 김세훈의 상태와 나노머신에 의해 본연의 모습을 찾 아가는 사자좌의 갑주를 확인한 에 일린이 말했다.
“됐어요. 급한 불은 대충 껐어요. 하지만 무리는 금물이에요. 어찌어 찌 수리를 하긴 했지만, 나노머신의 임시 금속은 실버 랭크 급이라서 자 칫 까불다간 경을 치는 수가 있… 이봐요! 뭐해요! 그러다 큰일 난다 니까요?”
에일린은 김세훈이 몸을 일으키자 식겁해선 소리쳤으나, 김세훈은 아 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손에 유명을
달리한 최강혁과 라하르에게 다가갔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앞으로 나아 가는 김세훈의 앞을 막아선 에일린 이 그를 꾸짖었다.
“당신 미쳤어요? 가만히 있으면 크 로우가 알아서 처리해 줄 거예요. 그러니 가만있어요. 그러다 진짜 죽 어요, 당신!”
“…아닙니다.”
“네?”
“놈은 그렇게 만만한 놈이 아닙니 다. 내가 끝내야 해요.” “당신….” 김세훈이 허공에서 춤추는 검은 깃 을 요리조리 회피하는 새뮤얼을 보 며 말했다.
“언뜻 보면 놈이 수세에 몰려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놈은 자잘한 공격은 허용할지언정, 치명 타는 회피하고 있어요. 힘을 비축하 고 있는 겁니다. 이대로라면 곧….”
김세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레 드 아이의 가슴 부근의 눈꺼풀이 서 서히 벌어지며 붉은 안광을 번뜩였 다.
그러자, 크로우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위축됐다.
레드 아이의 정신 교란에 저항하기 위해서였다.
크로우의 정신력도 상당한지 정신 교란에 꽤 저항하고 있긴 했으나, 결국 시간은 레드 아이의 편.
저러다가 크로우의 정신이 지배당 하기라도 하면 끝장이었다.
김세훈이 말없이 최강혁과 라하르 의 심장 부근에 있는 메인 브레인 하트를 떼더니 자신의 가슴에 붙였 다.
“다, 당신! 지금 뭐하는….”
지금 사자좌 갑주의 에너지는 바 닥. 유의미한 공격을 하는 건 무리 였다.
하나,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출력이 부족하면 채우면 되는 거니 까.
황도십이궁의 메인 하트 세 개가 모인 김세훈의 심장 부근이 발광하 기 시작했다.
“이봐요! 정신 차려요! 그런 짓을 벌였다간 백 퍼센트. 불로 세포에 감염되고 말 거라고요!”
“그게 낫습니다.”
“…네?”
“저놈을 살려 보내느니, 그게 낫다
고요.”
김세훈이 자신의 뇌파 허용치를 넘 어서는 브레인 하트를 통제하려 하 자, 눈, 코, 입에서 핏물이 터져나갔 다.
브레인 하트가 피를 펌프질하는 심 장처럼 막대한 에너지를 쏟아붓는 걸 느끼며 김세훈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백금의 화살을 주웠다.
그때, 김세훈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블랙아웃.
의식을 잃을 뻔했던 김세훈은 간신 히 정신을 차렸으나, 순차적으로 엄 습하는 현기증에 눈이 팽팽 돌 지경
이었다.
– 도와줄까?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게 자신의 심상에 잠자고 있던 거대한 존재의 물음이라는 걸 알아 차린 김세훈이 중얼거렸다.
“망명…‘?”
-도와주지. 여기서 네가 죽는 건… 재미없으니까. 뭐, 이곳에서 나와는 다른 길을 걷는 네 엔딩이 궁금하기 도 하고.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숲에 갇혀 있다가 산 정상에 한 번에 올라온 것처럼 시야가 뻥 뚫렸다.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현기증.
황도십이궁의 브레인 하트 3개를 가뿐히 제어해내는 통제력.
마치, 번데기를 벗어던진 나비처럼 그의 정신은 날아올랐다.
우드득.
다시 한번 펼쳐진 오버 드라이브.
그리고, 화살을 굳게 부둥켜 잡은 김세훈이 투창을 하는 것처럼 화살 을 어깨에 걸쳤다.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그러니,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빙글 한 바퀴 돈 김세훈이 원심력 을 이용해 화살에 모든 힘과 체중을 실었다.
남은 에너지 전부를 실은 화살이 일직선으로 뻗어 나갔다.
뻐어억!
까마귀에 온 정신이 붙들려 있는 지금, 새뮤얼은 반응조차 못 할 것 이다.
아니, 반응할 수 있을 리 없다.
이번 일격에 그는 모든 걸 걸었으 니까.
새뮤얼의 흉부를 꿰뚫은 것도 모자 라, 그의 등뼈를 산산이 부수고 관 통한 화살이 강철 차단막에 꽂히는 걸 보며 김세훈이 중얼거렸다.
“내가 말했지 새뮤얼. 널… 절대 살려 보내지 않겠다고.”
그 한마디를 끝으로, 정신을 잃은 채 앞으로 고꾸라지며 김세훈은 생 각했다.
악몽을 꾸는 건, 단 한 번이면 족 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