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144
제144화
144화
미국 정부의 정보 요원과의 면담 뒤에 창수는 지루한 시간을 보내었다.
하는 일이라고는 격리소를 산책하는 정도였다.
다른 동료들과 족구라도 할까 싶었지만 왠지 반칙인 것 같아서 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창수처럼 엔젤이든 강화 물약이든 신체가 항시 강화가 된 이들도 이런 게임에 참가하는 것이 반칙이라는 생각이 들고는 했다.
“캡틴! 미국에서 아이스크림 보내 줬는데 하나 드실래요?”
“아이스크림?”
“예! 아이스크림도 있고. 아! 플레이 보이도 있는데 하나 챙기세요.”
창수는 세계가 엉망인 상황에서도 아이스크림과 도색 잡지를 병사들에게 공급하는 미국의 저력에 혀가 내둘러졌다.
세계 2차 대전에서도 군인들을 위해 아이스크림을 제공하던 미 국방부였다.
세계 대공황 때도 다른 나라에서는 먹을 것이 없을 때 미국은 미트볼을 만들어 먹을 정도였으니 미국 땅이 축복받은 땅은 확실한 듯했다.
“멕시코 땅이라.”
창수는 힐끔 누가 듣지는 않을까 싶어서는 주변을 두리번거리고서는 멕시코 땅을 떠올렸다.
뮤턴트로 인해 멕시코 정부는 사라진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결국 무정부 상태로 각 지역마다 군벌이나 마피아들이 통치하고 있었다.
과거에도 무정부 상태나 다를 바 없을 정도로 마피아들이 판을 치는 동네였지만 지금은 뮤턴트 사태까지 겹쳐서는 통제 불능의 상태였다.
미국 정부로서도 엔젤과 구분이 되지 않는 마약으로 인해 신경이 곤두설 만큼 곤두서 있었다.
그런 땅에 한국 국민들이 들어간다는 것이 과연 현명한 판단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중국에서 뮤턴트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면 유라시아 대륙 자체가 뮤턴트들로 완전히 장악되어 한국이 아무리 발버둥을 친다고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은 분명했다.
창수는 그렇게 복잡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아이스크림 박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남미의 더운 날씨는 육체적으로 지치지는 않아도 정신적으로 지치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나만 줘 봐.”
“예! 캡틴!”
창수의 아이스크림 하나 줘 보라는 말에 아이스크림 박스에서 아이스크림을 꽉꽉 눌러서는 작은 통에 담아주었다.
모든 물자가 다 부족하다 보니 콘은 사치였다.
‘그 부족한 물자에도 아이스크림이라니. 사치 중의 사치잖아.’
환경 따위는 고민조차 하지 않는 미국답게 일회용 플라스틱 수저까지 하나 꽂아 주었다.
창수는 입안에서 살살 녹는 아이스크림을 떠먹으며 그늘진 곳으로 향했다.
“캡틴! 플레이보이요!”
“어! 생큐!”
도색 잡지를 던져 주는 것을 받아서는 옆구리에 하나 끼는 창수였다.
여자 본 지가 언제인지 떠오르지도 않았다.
“이러다가 결혼은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창수에게 관심을 보이는 여군들이 있기는 했지만 여군을 여자로 보지는 않는 창수였기에 여자를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렇게 그늘진 나무 아래에 앉아 도색 잡지 안의 매끈한 여자의 각선미를 보며 아이스크림을 퍼먹으려고 할 때였다.
“…….”
“…….”
창수는 격리소의 철장 너머에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을 보았다.
‘근처에 마을 있다고 했지?’
대부분은 경비를 보는 군인들이 쫓아내고는 했지만 격리 중인 군인들이 던져 주는 물건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몰래 다가오기는 했다.
창수가 먹고 있는 아이스크림에 완전히 시선이 돌아간 아이들이었다.
창수도 한 번씩 초콜릿을 던져 주기도 했기에 아이들이 뭘 원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식량도 부족한 시기에 아이스크림이었으니 얼마나 먹고 싶을지는 충분히 예상이 되었다.
창수는 빤히 아이들을 보며 수저로 크게 아이스크림을 떴다.
그리고서는 자신의 입에 넣자 아이들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변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는 좀 더 놀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 여자아이가 두 눈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에 장난은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리 꺼져!”
창수를 불편하게 하는 아이들을 본 경비 대원이 다가와서는 아이들을 쫓으려고 했다.
“됐어. 쫓지 마.”
“하지만 원사님께서 불편해하실 것 같은데.”
“애들이 얼마나 불편하면 그러겠어.”
창수는 아이들을 쫓아내려는 경비 대원을 만류하고서는 철조망 쪽으로 다가갔다.
“흐음! 그냥 던져 주면 엎어질 것 같은데.”
초콜릿이나 과자였다면 신경 쓰지 않고 던져줬겠지만 아이스크림을 제대로 못 받으면 먹지 못하게 될 것 같았다.
철조망은 대충 4m 정도 되었다.
“나 잠시만 넘어갔다 올게.”
“예?”
창수는 직접 전해줘야겠다는 생각에 훌쩍 철조망을 잡고서는 밖으로 넘어갔다.
“와!”
“어떻게?”
“자! 이거 나눠 먹어라. 싸우지 말고.”
창수는 훌쩍 4m가 넘는 철조망을 뛰어넘어 온 창수에 경악하는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 통을 건네주었다.
그리고서는 다시 철조망을 넘어 격리소 안으로 들어왔다.
“원사님.”
“보고 하려면 보고해.”
창수는 보고하려면 하라는 말을 하고서는 그늘진 나무 아래에 앉아서는 도색 잡지를 보았다.
“나는 서양보다는 동양 쪽이 더 취향인데.”
이것저것 가릴 처지는 아니었지만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창수였다.
스마트폰이 있어도 인터넷에 접속하기 힘들었다.
순식간에 문명이 쇠퇴한 것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창수가 규정을 어긴 것을 본 경비 대원은 도색 잡지에 집중하는 창수의 모습에 고개를 내저으며 몸을 돌렸다.
이미 아이들은 창수가 준 아이스크림 통을 들고서는 숲 속으로 달려가 버린 뒤였다.
규정을 어겼다고 자신이 한마디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고 보고를 해도 위에서 창수에게 뭐라고 할 일도 없었다.
격리소의 소장과도 커피 얻어먹으며 시간을 때우는 창수였다.
그렇게 도색 잡지를 계속 보고 있을 때 아이스크림을 다 먹었는지 아이들이 텅 빈 통을 들고서는 철조망으로 다시 왔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창수에게 고맙다고 미소를 지어주었다.
너무나도 위험해진 세상임에도 동심이 남아 있는 모습에 창수는 안쓰러움과 함께 아직 인간들에게 희망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전 세계에 얼마의 인구가 남은 것인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지만 아직 인간들은 지구에 존재하고 있었다.
수십만 년 동안 사나운 맹수들과 생존 경쟁을 벌여 왔던 인간이었다.
그리고 인간은 최종적으로 승리를 쟁취했다.
지금은 흔들리고 있었지만 아직 패배하지 않은 이상 이겨 낼 수도 있었다.
창수는 조금 부족해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에 호주머니를 뒤적였다.
움직임에 따른 칼로리 소모가 워낙에 많았기에 이것저것 먹을 것들을 호주머니에 많이 넣어두는 창수였다.
창수의 호주머니를 검사할 상관이 있을 리 없었으니 다른 대원들에게 창수의 호주머니는 간식 창고로 불렸다.
그런 간식 창고가 지금 도움이 되는 것이다.
‘하긴 그 때문에 애들이 나한테 많이 몰려오는 것이기도 하지.’
먹을 것도 잘 주는 군인들만 줬다.
아이들이나 주민들에게 화를 내며 쫓아내는 군인들도 있었다.
더욱이 경비 대원들은 외부인들이 철조망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 때문에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던져 주려고 해도 미군 소속이 아니거나 계급이 낮은 경우는 경비 대원들의 고압적인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었다.
그런 면에서 창수는 경비 대원들에게 있어서 꽤나 골치인 군인이었다.
창수는 경비 대원들이 보든지 말든지 호주머니에서 꺼낸 주전부리들을 철조망 너머로 던져 주었다.
아이들은 철조망을 넘어온 먹을 것을 주우면서 창수에게 고마워했다.
넉넉하다고는 보기 힘들었지만 조금이나마 허기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챙길 것은 다 챙기고서는 자신들을 노려보는 경비대원들에 마을 쪽으로 도망을 가는 아이들이었다.
마을 쪽에서 어른들도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그렇게 이제 그만 숙소로 돌아가려고 할 때였다.
덩치가 무척이나 작은 아이 하나가 하나도 챙기지 못한 것인지 우물쭈물한 채로 창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나도 못 챙겼니?”
약한 아이들 중에서도 약한 아이에게 돌아갈 몫은 없었다.
꽤나 서글픈 일이었다.
창수는 우물쭈물하고 있는 아이를 위해 자신의 호주머니를 뒤졌다.
초코바 하나 있을 법했지만 조금 전에 다 던져 줘서인지 뒤져봐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군복의 호주머니가 꽤나 많았기에 이곳저곳 다 뒤적이는 창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런 창수의 표정만큼이나 왜소한 아이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없네. 아! 평소에는…….”
“캡틴!”
창수는 때마침 자신에게 다가오는 호주 팀의 대원 하나에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 덕분에 살았다며 호주의 코만도 대원들은 창수를 생명의 은인으로 모시고 있었다.
다들 병원으로 후송 보내야 한다고 했지만 푸른 고사리 때문에 호주의 코만도 대원들도 격리소에서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혹시 초코바 남는 거 없어?”
“초코바요?”
“그래. 전부 내놔 봐.”
“아우! 저희는 캡틴처럼 달라고 한다고 쟤들이 주지도 않아요.”
창수의 특별대우만큼 넉넉하게 주전부리를 받지는 못한다고 투덜댔지만 호주머니에서 초코바 몇 개를 꺼내었다.
“나중에 챙겨 줄게.”
“예. 예.”
챙겨 준다고 약속했지만 챙겨 주지도 않았고 챙겨 받을 생각도 없었다.
그도 창수가 뭘 하려는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전장에서는 그 누구보다 무섭고 뛰어난 군인이었지만 평소에는 순박하고 마음씨 착한 청년이었다.
그렇게 창수는 아이에게 초코바를 건네주려고 했다.
“자! 맛있게 먹어.”
“고맙습니다.”
창수가 초코바를 건네주자 그제야 환하게 웃는 아이였다.
그렇게 창수에게 초코바를 건네받아서는 자신의 마을로 돌아가려는 아이였다.
창수는 그런 아이가 향하는 숲 쪽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려다가 숲 속 그늘에서 성인 크기의 그림자를 보았다.
‘부모인가?’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아이들에게 시키는 부모나 어른들이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기에 알고서도 눈을 감아주는 것이다.
하지만 창수의 너무나도 좋은 눈은 숲의 그림자에 숨어 있는 존재를 선명하게 알아보았다.
“뮤턴트!”
“예? 캡틴!”
코만도 연대의 대원이 창수를 부르는 그 순간 창수의 몸은 철조망을 넘어 아이가 뛰어가고 있는 숲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초코바를 두 손에 쥔 아이는 기쁜 마음에 주변이 보이지 않았고 뮤턴트도 아이를 발견하고서는 숲의 그림자에서 나와 아이에게 달려갔다.
순간의 찰나가 생과 사를 가르는 위기의 순간이었다.
아무런 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은 창수였지만 창수는 아이를 덮치려던 뮤턴트의 몸을 후려쳤다.
퍼억!
뮤턴트의 몸이 다시 숲 속으로 튕겨 나갔다.
“어?”
“괜찮니?”
아이는 조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자신에게 맛있는 과자를 준 고마운 아저씨가 자신의 옆에 있자 과자를 다시 돌려달라는 것인 줄 알았는지 우물쭈물했다.
“뺏어 가는 것이 아니니까 잠시만 기다려 줄래?”
창수는 뮤턴트가 튕겨 나간 숲 속을 노려보며 아이를 자신의 몸 뒤로 숨겼다.
격리소에서는 비상이 걸려서는 무기를 든 군인들이 달려 나오고 있었다.
세계 어디라도 뮤턴트로부터 안전한 곳은 없었다.
‘신종 뮤턴트다.’
창수는 또다시 지금까지 보지 못한 뮤턴트에 입술을 꾸욱 다물었다.
이번 뮤턴트는 막무가내로 돌진하는 타입이 아닌지 타격을 받고서는 숨었는지 숲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