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257
제257화
257화
여객기를 탔다면 하루면 도착을 했을 땅이었지만 여객선인지 화물선인지 모를 배를 타고서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야! 육지다! 육지야!”
망망대해만 봐야 했다.
간혹 섬들을 보이기는 했지만 섬에서 멈추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것은 쉽지 않았다.
연신 흔들리는 바다에 사람들은 멀미로 고통을 받았다.
대형 선박들이어서 바다가 잔잔할 때는 그나마 크게 요동을 치진 않았지만 날씨가 험할 때는 당장이라도 바다로 뛰어내리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몇몇 이들은 돌아가게 해 달라고 외쳐대었지만 돌아갈 수 없었다.
그렇게 다들 지칠 대로 지쳐 갈 때쯤 마침내 육지가 보였다.
“이제 다 왔다! 이제 다 왔어!”
아직 한참을 더 가야 했지만 육지가 보이자 다들 고통스러운 여정이 끝났다고 여겼다.
이주 선박은 다섯 척이었다.
한 척마다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가득가득 채워져 있었다.
한 선단에 오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태평양을 건너고 있었고 선단의 뒤로도 여러 항구에서 이주민들이 계속 이동을 해 오고 있었다.
그렇게 수만 명의 한국인들이 바다 위에 있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이주를 해 올지는 알 수 없었지만 생존을 위해 태평양을 건너고 있는 것이다.
“멕시코에는 괴물 놈들이 없겠지요?”
“없으니까 우리를 보내는 것 아닐까요? 그러지 않고서는 이 고생을 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러면 좋겠네요.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풍토도 지리도 모르는 땅에서 어린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괴물들에게 잡아먹히진 않을 것이라는 희망에 안심을 하려 했다.
하지만 세상에 낙원은 존재하지 않았다.
쾅!
다섯 척의 선단 중에 한 척에서 커다란 소리가 울렸다.
몇만 톤씩 하는 여객선과 수송선이었다.
고래가 부딪쳤다고 해도 꿈쩍을 할 물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휘청인 여객선의 선상 위에서 바람을 쐬고 있던 사람들이 바닷속으로 빠졌다.
“까아악! 살려 줘요! 살려 줘!”
“사람이 빠졌어요!”
바다에 빠진 사람들은 구해 달라며 외쳤다.
그나마 바다에 빠져서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은 운이 좋은 것이었다.
여객선 위에서 바다로 떨어지며 충격으로 기절을 한 이들이 상당수였다.
작은 선박이 아니었기에 선박 위에서 바다 아래까지는 꽤나 높이가 있었다.
그렇게 기절을 한 이들은 깊고 깊은 바닷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들이 살아나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었다.
기절을 하지 않은 채로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사람들은 순간 바다 아래에서 무언가 커다란 그림자가 지나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거대한 무언가였다.
“고…… 고래? 사…… 상어는 아니겠지?”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이 고래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물론 직접 눈으로 본 이들은 많지 않았지만 고래가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일부의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물론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일부의 사람들과 알아도 자신의 발아래에 엄청나게 커다란 생물이 있다는 것에 물에 빠진 사람들은 공포에 질렸다.
하지만 그 공포는 길지 않았다.
“까아아악! 꼬르륵!”
무언가가 잡아당긴다는 느낌과 함께 물 위에 떠 있던 사람들의 몸이 바닷물 속 아래로 빨려 들어갔다.
바다 위에 떠 있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전부 사라져 버렸다.
“뭐…… 뭐야! 뭐야! 사람들이 사라졌어요!”
“바…… 바다 아래 뭔가 있어! 뭔가 있다고!”
여객선 위에 있던 사람들은 연신 바다 아래에 뭔가 있다고 외쳐대었다.
“다들 객실로 들어가세요! 빨리! 다들 객실로 들어가요!”
선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선상 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당장 객실로 들어오라고 외쳐대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뭔가에 홀린 듯이 바다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또다시 커다란 충돌이 일어났다.
쿵!
거대한 여객선이었지만 다시 한 번 크게 휘청였다.
선상 위에 있던 사람들의 일부가 다시 바다 위로 떨어졌다.
그들의 운명도 거대한 검은 그림자와 함께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제야 선상 위에 있던 사람들은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선실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포식을 한 거대한 그림자는 이대로 포기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쿵!
여객선은 계속 무언가로부터 충돌을 받았다.
그 충돌의 영향인지 여객선은 기관 고장을 일으키며 멈추어 버렸다.
“이봐요! 배가 멈췄어요! 배가 멈췄다고요!”
여객선이 덜컹거리며 멈추었지만 선단의 네 척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항해를 계속하고 있었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여기 사람 있어요! 여기 사람 있다구요!”
목이 터져라 외쳐 보았지만 마치 제물을 던져 놓고 떠나가는 듯 멈추지 않았다.
쿵!
다시 느껴지는 충격.
“뮤턴트다! 괴물이다!”
마침내 바다 위에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바다 괴물의 모습에 그제야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네 척의 선박이 멈추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상대할 방법이 없었기에 살기 위해서 도망을 쳐야만 했던 것이다.
“어떻게! 어떻게 저 사람들을 구하지 않는 거죠?”
“객실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당장!”
선박의 기관을 풀로 돌리면서 최대한 빨리 사고 해역을 벗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호위 함선이 없다 보니 바다에서 해왕류 뮤턴트를 만났을 때는 대항하지 말고 무조건 도망치라는 지시가 내려와 있었다.
그렇게 4척의 선박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굴리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살아남은 이들은 남겨진 것이 자신들이 아니라는 것에 마음속으로는 안도를 해야만 했다.
그렇게 해왕류들로부터 습격을 받으며 한국인들은 멕시코 땅에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이미 해왕류의 습격으로부터 이곳 또한 안전한 곳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럴 거면 왜 우릴 이곳으로 보낸 거죠?”
그 질문에 그 누구도 제대로 대답을 해 주지 않았다.
단지 한국인들의 피가 조금이나마 더 길고 오래 이어질 수 있는 확률을 올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멕시코 땅을 밟게 되었다.
“마침내 도착했네요. 민정 언니.”
“그래. 혜은아. 도착했어. 고생 많았어.”
“언니가 고생이 많았죠.”
창수의 아내인 혜은과 남편을 잃고 혜은과 함께 지내고 있던 민정은 각자 자신의 아이들을 품에 안은 채로 멕시코 땅에 내렸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대기소로 이동을 한 혜은과 민정은 그다지 친절하지 않은 군인과 공무원들로부터 이주지를 배정받았다.
“저기 한국에 있는 남편한테 저희 이주지를 전할 수 있을까요?”
“그건 일단 이주지로 가신 다음에 하세요. 여기서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사람 기다리는 거 안 보이세요! 빨리 가세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밀려들다 보니 친절하던 공무원들도 피로로 인해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 우리보고 어쩌라는 거예요! 이렇게 강제로 떼어 놓는 것이 어디에 있습니까! 몇 달 기다리면 다른 가족도 보내 주기로 했잖아요!”
문제는 이번 이주에서는 여자와 아이들만 보냈다는 것이었다.
보통은 가족을 함께 보내거나 일단 젊은 남자들을 보내 개척지를 조성하게 했다.
그렇게 각 개척지들마다 젊은 남자들이 들어가 개척 마을을 만들고 있었다.
당연히 젊은 남자들과 함께 살 여자들을 보내지는 않았다.
여자들이 초기 개척지에서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그리고 그런 남자들에게 필요한 여자들을 지금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대부분은 남편이 아직 살아 있는 여자들이었다.
정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한국의 남편들을 잊고 개척지의 남자들과 함께 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매우 반인륜적인 정책이었지만 한국인들의 생존율을 조금이나마 올리려는 행동이었다.
어차피 한국의 모든 사람들을 물리적으로 멕시코로 이주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공간을 덜 사용하는 아이와 함께 가임기 여성을 보내는 것이다.
먼저 개척지를 조성해 놓고 이제 여자가 필요하게 된 남성들은 애 딸린 여자들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여자들과 아이들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물론 당장은 합쳐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 공간에 오랜 시간 같이 있다 보면 멀고 먼 곳에 남겨진 이들을 포기하고 현실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잔인한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 여겼다.
그렇게 멕시코로 넘어온 여인들이 울고 불며 항의를 했지만 군인들과 공무원들은 이주지로 가라는 말밖에는 하지 않았다.
결국 지쳐서 이주지로 떠나는 사람들도 있었고 항구에 남아 한국이 있는 곳을 바라보며 울부짖는 사람들도 있었다.
“엄마! 배고파아!”
하지만 어린 자식들과 함께 온 여인들이었다.
자신은 굶어도 자식들을 굶길 수는 없었기에 울며 식량이 있다는 이주지로 가야만 했다.
그 어디에도 의지할 곳은 없었다.
“당신들은 악마야. 이렇게 살아서. 살아남아서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죽지 못해 살아남으라는 거야? 죽지 못해 살아가라는 거야? 무슨 이유로.”
다들 본능적으로 그리고 이성적으로 두 번 다시 사랑하는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게 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이 지켜야 하는 어린 자식들만 아니었다면 바다로 몸을 던지는 수많은 여인들이 가득했을 터였다.
아니 수많은 군인들이 항구의 선착장에서 여인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었다.
이미 예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혜은은 창수와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멍하니 바다 쪽을 바라보았다.
“혜은아. 괜찮아?”
“…….”
민정은 자신이야 여기에 오기 전에 남편을 잃었기에 상관없었지만 혜은은 강제로 남편과 생이별을 했다는 것을 알기에 안타까워했다.
“괜찮아요. 언니. 약속했는걸요. 꼭 찾아오겠다고.”
“그래. 분명 찾아오실 거야. 그럴 거야.”
혜은은 그나마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있는 자신과 다르게 민정은 그 희망조차 없다는 것을 알기에 너무 충격을 받은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희망 고문이 더 괴로운 법이었다.
그렇게 두 여인들은 서로에게 의지해 이주지로 향했다.
이주지로 가는 것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한국보다 오히려 더 많은 뮤턴트들로 득실거렸다.
군대가 안전 지역 내에서는 뮤턴트들을 소탕했다고 했지만 여전히 뮤턴트가 종종 나오고 있었다.
이주지로 가는 가운데 뒤처지는 사람들을 뮤턴트들이 습격했다.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다.
“언니. 조금만 힘내요. 곧 도착을 한대요.”
“하아! 하아! 그래.”
혜은은 꽤나 가혹한 이주 행렬에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은 그나마 나았다.
체력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른 여인들은 간신히 선두를 따라가고 있었다.
차량이 없느냐고 호위를 해 주는 군인들에게 물었지만 군인들은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언니! 찬혁이는 저한테 줘요. 제가 안을게요.”
“괜찮겠어?”
“걱정 말아요. 저 힘 좋은 거 아시잖아요.”
“미안해. 부탁 좀 할게.”
민정까지 잃을 수는 없었다.
혜은은 끝까지 살아남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다.
그나마 여인들이었지만 흉기를 보유해도 상관없어진 세상이었다.
창수로부터 군용 대검을 받은 혜은이었다.
전투 방법도 교육받았기에 완전히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대검을 사용하는 법은 알고 있었다.
‘되도록 뮤턴트와의 전투를 회피하라고 했지만 싸워야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싸워야만 해.’
그렇게 혜은은 이주지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이주지는 통나무와 바위들로 사방이 성처럼 보호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