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spicious little prince is a world's top ten masters RAW novel - Chapter (133)
◈ 133화. 처절한 싸움
전방에서 맹위를 떨치던 상위겸의 죽음은 혈교도에게 찰나의 두려움을, 사천의 무인들에겐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선사했다.
“과, 광공께서…….”
멈칫한 혈교도가 떨리는 음성을 내뱉을 때 그의 등 뒤에서 진무립의 섬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우면 너도 따라가라.”
서걱!
번뜩이는 은광검이 단숨에 그의 목을 잘라냈다.
고개를 휙 돌린 진무립은 적이 밀집한 곳으로 몸을 날렸다.
“광룡이다!”
“마, 막아라!”
“크악!”
귓전으로 단려화의 다급한 전음이 틀어박힌다.
[천천히 좀 가요!]단려화가 서둘러 뒤를 따르는 사이 진무립은 종횡무진 적진을 쏘다니며 맹렬한 검초를 흩뿌렸다.
콰콰쾅!
은광검이 새하얀 검광을 흩뿌릴 때마다 두세 명씩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진다.
후방을 따르던 단려화의 귀에 진무립의 전음이 도착했다.
[삼 장 밖으로 물러나.]그녀는 두말없이 뒤로 빠졌다.
적이 밀집한 공간으로 훌쩍 뛰어오른 진무립에게서 활화산 같은 기세가 줄기줄기 쏟아져 나왔다.
“위다!”
누군가의 외침이 날카롭게 터져 나오는 순간.
진무립의 신형이 은광검과 함께 벼락 치듯 내리꽂혔다.
콰아아앙!
지축이 요동치며 경천동지할 폭음이 솟구친다.
저항할 겨를조차 없었다.
순식간에 열 명이 그 자리에서 즉사하며 움푹 꺼진 웅덩이로 핏물이 쏟아져 내렸다.
가라앉은 흙먼지 너머로 피에 젖은 진무립의 광기 어린 미소가 드러난다.
눈이 마주친 사사대주 장백관은 저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었다.
‘정말 마도림에서 이런 자를 키웠단 말이냐?’
질퍽이는 핏물을 박찬 진무립이 웅덩이 밖으로 몸을 날린다.
장백관은 가슴 속 떨림을 억누르고 달려나갔다.
“멈춰라!”
혈검과 은광검이 교차하는 순간, 두 사람은 동시에 손목을 틀었다.
치잉!
두 자루 검신이 위아래로 밀려난다.
장백관은 솟아오른 검신을 힘으로 찍어누르며 은광검에 부딪쳐갔고.
순식간에 보폭을 벌린 진무립은 떨어지는 은광검을 사선으로 올려쳤다.
카앙!
힘과 힘의 충돌.
선명한 쇳소리가 귓전을 울리며 장백관의 검신이 튕겨 나갔다.
‘큭!’
그는 이를 악물었다.
손목에서 느껴지는 지독한 한기와 눈앞에서 느껴지는 오싹한 살기.
그러나 그 느낌은 찰나에 불과했다.
서걱!
장백관의 검을 올려친 은광검이 어느새 횡으로 그어지며 그의 손목을 스쳐 간 것이다.
힘이 풀린 손아귀가 검파를 맥없이 떨구는 순간,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쾌검이 그의 전신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크아악!”
참지 못한 장백관이 끔찍한 비명을 토해냈다.
“놈!”
살기 짙은 일갈과 동시에 사방의 적이 물밀듯 쏟아진다.
서걱!
장백관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린 진무립은 짓쳐 드는 검신을 피해 자세를 낮췄다.
슈우욱!
그의 머리 위로 날카로운 검신들이 빨려드는 순간이었다.
“어서 와라.”
슈슈슈슉!
강렬한 빛을 토해낸 검광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주변의 적을 꿰뚫기 시작했다.
“아악!”
“컥!”
경화사검 연무사해(演武死海)의 초식.
몰아치는 일진광풍에 뒤섞인 시뻘건 피가 용오름 치듯 솟아오른다.
적들의 찢어질 듯한 비명에 사천 무인들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졌다.
‘나타났구나.’
눈을 치켜뜬 무천극은 들끓는 살심을 억눌렀다.
아직은 자신이 나설 차례가 아니다.
자인경이 조심스럽게 허락을 구했다.
“실혼인을 써야겠습니다.”
“음.”
명령이 전해지자 가진천은 즉시 부대주 금위상을 불렀다.
“절반을 이끌고 실혼인을 보조해라.”
혈교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수라대가 실혼인을 돕는다면 절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예.”
혈검 금위상은 즉시 수라대 절반과 함께 실혼인의 봉인을 해제했다.
텅! 터터터텅!
관뚜껑이 일제히 솟아오르며 실혼인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가자.”
“예!”
실혼인이 나타나자 원진의 내측에 있던 적모개는 즉시 강유월을 찾았다.
“단주님. 움직이셔야 합니다.”
“알겠네.”
목숨 건 제자들의 분전을 지켜보며 가까스로 투기를 억눌러온 그들이다.
명령이 떨어지자 호천단의 노고수들은 일제히 내력을 개방하며 사방으로 치달았다.
“계획대로 움직이세!”
“그리하리다!”
단숨에 일선으로 나선 노고수들이 달려드는 실혼인을 향해 매서운 일격을 퍼부었다.
장력에 도풍, 쏟아지는 섬뜩한 검광들이 장대비처럼 실혼인을 강타한다.
쿠콰콰콰쾅!
쩌렁쩌렁한 굉음과 함께 원진의 주변으로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오른다.
흙먼지 사이로 적들의 흐릿한 그림자가 가까워질 때였다.
전장을 주시하던 초평천이 일갈을 토해냈다.
“이계(二計)!”
그와 함께 당가의 무인들이 일선으로 나서자 전방에서 싸우던 이들이 썰물처럼 뒤로 빠졌다.
진무립은 즉시 단려화에게 전음을 보냈다.
[물러나!] [당신은요?] [난 독에 당하지 않아.]진무립에겐 그 어떤 독이라도 순식간에 태워버릴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원진으로 들어가던 그녀의 곁으로 당소소가 달려 나왔다.
“실수하지 말아요.”
당소소의 당부에 당우는 결연하게 눈을 빛냈다.
“압니다. 누님!”
독탄을 던지려던 당우의 눈이 누군가를 발견하고 부릅떠졌다.
“자, 잠깐…….”
그의 눈에 비친 것은 태광삼귀의 첫째 마사추와 싸우는 육군명이었다.
계획대로 뒤로 빠져야 할 그가 남아있으니 당혹스러운 것이다.
그 마음을 알았는지 뒤를 힐끔 쳐다본 육군명이 빠르게 전음을 보냈다.
[던져!]원진의 주변으로 일제히 독탄이 떨어지는 가운데 당우는 눈을 질끈 감고 손을 휘둘렀다.
파파파파팡!
흙먼지 사이로 매캐한 냄새가 피어오르자 적들이 다급하게 외쳤다.
“독이다!”
“숨을 참아라!”
이어서 당가 무인들의 소매가 거칠게 부풀어 오르더니 일제히 시꺼먼 독장을 쏟아냈다.
쏴아아아- 콰콰쾅!
서릿발 같은 독장이 연이어 쏟아졌으나 피해는 크지 않았다.
사전에 독장을 감지한 혈교도들이 일제히 물러난 탓이다.
그러나 적모개의 노림수는 그들이 아니었다.
그들이 독장에 멈칫하는 사이, 독에 면역을 가진 실혼인들이 앞으로 튀어나온 것이다.
강유월이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
“지금이오!”
미리 해약을 복용한 호천단의 노고수들이 피어오른 독무(毒霧) 사이로 뛰어든다.
시꺼먼 독무 속, 집요하게 쫓아오는 육군명의 모습에 마사추는 잔뜩 인상을 썼다.
‘비겁한 놈. 해약을…….’
그 순간 마사추의 눈이 부릅떠졌다.
싱긋 웃는 육군명의 입가로 검붉은 선혈에 흘러내린 탓이다.
‘중독이라고?’
지면을 박찬 육군명의 신형이 전방으로 폭사하더니 순식간에 마사추의 지척에 도달했다.
자욱한 독무 속에서, 후퇴하던 마사추는 이를 악물고 도파를 휘둘렀다.
카카카카캉!
굉음과 함께 멈춰선 두 사람의 도신이 불꽃 튀는 접전을 펼쳤다.
“큭!”
손목이 부러질 듯한 충격에 마사추의 입이 작게 벌어질 때였다.
육군명의 육중한 도에서 시꺼먼 도광이 피어오르더니 폭발적인 기세가 쏟아져 나왔다.
‘이건…….’
슈아아악!
사방으로 휘어나간 흑광이 일제히 방향을 틀더니 마사추의 전신을 태산같이 찍어누른다.
쿠콰콰콰쾅!
흑무진천도 무진강천(武鎭姜天)의 초식.
마치 지진이 일어난 듯한 굉음과 함께 독무 위로 시뻘건 피가 솟구쳤다.
잠시 후, 걱정스럽게 한 곳을 주시하던 당우의 눈에 마사추의 머리를 움켜쥔 육군명이 보인다.
결국 승리하고 돌아온 것이다.
“아아.”
안도한 당우는 즉시 달려가 육군명을 부축했다.
“해약은 없어요.”
“나도 알아.”
두 사람은 즉시 원진의 안으로 들어왔다.
육군명이 마사추를 처리하고 돌아온 짧은 시간.
강유월과 하종보를 비롯한 일부 고수들은 혈야광인의 시야를 끌어모았고, 그사이 다른 노고수와 당가의 무인들이 무혼광인을 협공하고 있었다.
약점을 노출한 무혼광인이 무서운 것은 누군가 뒤를 지킬 때뿐이다.
쿠콰콰콰쾅!
벼락같이 쏟아지는 날카로운 공격에 스무 구의 무혼광인이 쓰러져 나갔다.
그때까지 여유를 잃지 않던 자인경이 다급하게 외쳤다.
“뭣들 하느냐! 당장 뛰어들어라!”
이대로는 무혼광인이 전멸한다.
그렇다고 약점을 노출한 채 후퇴하라고 할 수도 없으니 부하들을 밀어 넣을 수밖에 없었다.
혈교도들은 중독을 각오하고 전방으로 몸을 날렸다.
‘판단이 빠르구나.’
혈야광인을 밀어낸 강유월은 즉시 동료들과 함께 후방으로 몸을 날렸다.
그 순간 적모개는 붉은 기가 달린 장대를 높게 치켜들었다.
“신호로군. 가세!”
웅크리고 있던 천무대주 구양무의 말에 유대하가 곧장 일어났다.
“예.”
파악산 능선에 몸을 숨기고 있던 천무대와 광룡대가 일제히 신법을 전개해 포위망의 후미를 덮쳐갔다.
자인경의 반응은 빨랐다.
“무봉!”
“예.”
대기하던 가진천과 수라대가 질풍같이 몸을 날렸다.
매섭게 쇄도하는 가진천의 검극에서 가공할 기세가 쏟아져 나온다.
슈와악!
그에 맞선 구양무는 전신 내력을 끌어올려 일검에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하압!”
기합성과 함께 내지른 검이 가진천의 검극에 닿는 순간.
콰앙!
귓전을 강타하는 폭음과 함께 구양무의 신형이 화살처럼 튕겨 나왔다.
“쿨럭!”
바닥에 처박힌 구양무의 머리 위로 줄기줄기 뻗어 나온 검광이 유성우처럼 쏟아진다.
‘이런!’
낭패한 기색이 그의 두 눈을 잠식할 때였다.
우측에서 몰아친 광풍이 쏟아지는 검광을 순식간에 휩쓸어갔다.
카카카카캉!
예고 없는 기습에 가진천은 검을 회수하며 훌쩍 물러났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구양무의 눈에 시꺼먼 장포를 두른 듬직한 등이 보인다.
“당신은…….”
“괜찮은가?”
슬쩍 돌아보며 묻는 인물은 바로 마도림주 초무강이었다.
‘마도림주가 이 정도의 강자였단 말인가?’
일찍부터 파성마검이라는 무명으로 이름을 떨친 초무강이었으나 사천에서의 평가는 그리 높지 않았다.
사천 무림이 사대거파를 위주로 돌아가고 있었던 탓이다.
그는 가까스로 몸을 추스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 고맙습니다.”
“이자는 내가 맡을 테니 다른 쪽을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구양무가 접전을 펼치는 부하들 사이로 뛰어들 때, 초무강은 나직이 호흡하며 검극을 세웠다.
“자네가 당가에서 독왕과 싸운 무인이로군.”
쏴아아아!
초무강의 전신에서 피어오른 가공할 기세에 사방의 수풀이 일제히 몸을 누인다.
가진천의 미간이 좁아졌다.
‘마도림주 초무강.’
군사로부터 주의해야 할 인물 중 하나로 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대가 누구든 나를 넘어설 순 없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로군.”
차갑게 눈을 빛낸 두 사람이 동시에 서로를 향해 몸을 날렸다.
쿠구구구구…….
농밀한 내력과 내력이 간격을 좁혀가며 대기의 떨림이 극에 달하는 순간, 정중앙에 도착한 그들이 동시에 서로에게 검초를 쏟아부었다.
쿠콰콰콰콰쾅!
고막을 때리는 웅장한 폭음과 함께 충돌에서 파생된 기파가 사방으로 비산한다.
정면에서 일격을 주고받은 두 사람이 지면에 깊은 골을 패며 주르륵 밀려났다.
초무강을 바라보는 가진천의 눈에 이채가 번진다.
‘그날의 독왕보다 강렬하다.’
결코 방심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초무강도 차갑게 눈을 빛냈다.
‘독왕이 고전할 만하구나.’
손목의 떨림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상대다.
‘여기서 물러설 순 없다.’
결의를 다진 초무강의 돌진으로 잠시 멈췄던 싸움이 재개된다.
그들이 용호상박의 엄청난 격전을 펼치고 있을 때, 원진의 주변에서 독무가 걷혀나갔고 잠시 물러났던 혈교도들이 일제히 공격을 퍼부었다.
살이 떨릴 만큼 섬뜩한 쇳소리와 끊임없이 치솟는 비명, 아군을 독려하는 목소리와 공격을 지시하는 외침이 전장의 하늘에 울려 퍼진다.
전쟁의 시작과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세작들은 그 엄청난 혈투에서 좀처럼 눈을 뗄 수 없었다.
천하대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대회전.
뚫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숨 막히는 접전은 그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었다.
‘처절하면서도 경이롭구나.’
분명 혈야광인을 위시로 한 혈교의 힘은 사천보다 우위에 있었다.
그러나 원진을 형성한 사천 무인들은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필사적으로 맞서 싸웠다.
잘려나간 팔을 지혈조차 하지 않고 검을 휘두르는 청성의 도사, 전신을 피로 붉게 물들인 아미의 여승.
복부에 두 개의 검을 꽂은 채 피를 토하며 싸우는 점창의 도사와 쩍 갈라진 옆구리를 붙잡고 돌진하는 마도림의 무인들.
필사의 각오로 적과 맞선 그들은 좀처럼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