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59)
“근데 너 서준이 형이랑도 연락하냐?”
“하긴 하지. 그 형이랑 게임 친구인데.”
“게임도 같이해?”
“너도 하면 우리 둘이 버스 태워줌.”
“······됐어.”
유연서는 히죽 웃는 이태겸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안색이 조금 안 좋아지면 형이 참견하는 게 귀찮기도 하고 수상하다. 형과 백서준은 친한 사이니 혹시 수사 과정에서 에둘러 그를 배제할 수도 있었다.
“너한테 별말 안 해?”
“뭐?”
“범인 찾는 거라던가 그런 거 있잖아.”
“없는데? 내가 알아서 뭐 해.”
반응이 즉각 나오는 것을 보니 사실인 것 같다. 만약 숨기고 있는 게 있다고 하면 말을 더듬으면서 그런 거 아니라고 우겼을 것이다.
“나보다 네가 더 잘 알지 않아?”
“그래?”
“너 설마 형들 의심해? 야······ 설마 그러겠냐? 네가 목격자라며.”
유연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한 생각이었나······.
“너무 그러지 마라. 그 형 지금 퇴근하고 범인 잡는다고 잠복한다더라.”
“그래?”
어쩐지 실마리를 잡았다고 말한 이후에 연락도 잘 안 되는 게 그런 일 때문이었나. 괜히 마음이 무거워졌다.
“······야, 혹시 말이야.”
이태겸은 백서준과 임승현에게 했던 말을 그에게도 전했다. 당시에는 술에 취해 아무 말이나 하긴 했는데 듣는 두 사람이 제법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어쩌면 유연서도 제법 잘 들어줄지도 모른다.
얘기를 다 들은 유연서가 제 턱을 쓸어내렸다. 제법 일리 있는 말이다.
“너 뭐냐?”
“참고가 될 거 같아?”
유연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관점이었다. 하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는 것에 분노해 경비가 살벌한 저택에 들어가 죽일 정도면 어지간한 집착 아니면 그럴 리가······.
‘잠깐.’
이태겸의 추측이 만약 사실이라고 치고······ 여차하면 나를 미끼로 쓸 수도 있겠는데?
***
자신을 미끼로 쓴다는 그 생각은 염두에 두고 일단 ‘스네이크’의 미팅을 위해 M 사 근처로 향했다.
“여기야? 잘못 온 거 아니고?”
“맞는데.”
그냥 대충 구색 맞춘 식당에서 밥이나 먹으며 대화나 하고 끝일 줄 알았다. 주연 배우는 이런 식으로 캐스팅되니까. 사실 안 나와도 됐는데, 꼭 나와달라는 요청에 어쩔 수 없이 나왔다.
눈앞의 장소는 그의 기억 속에도 남아 있는 고급 식당이었다. 과거의 내가 자주 찾던 곳이니 제법 가격이 나갈 것이다.
“연서 씨!”
“작가님, 오랜만이네요. 안에 들어가 계시지.”
밖에 서 있던 김대성이 그를 발견하자마자 헐레벌떡 뛰어왔다. 유연서는 그의 행색을 빠르게 살폈다. ‘백호함’ 미팅 때는 정돈이 안 된 느낌이긴 해도 건강해 보였는데, 지금은 실루엣이 홀쭉했다.
“고생 많이 하셨나 보네.”
“뭐, 그렇죠.”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유연서의 긍정적인 연락으로 숨통이 트여서 그런지 표정은 밝았다.
“근데 나한테 직접 대본 보낼 생각을 왜 했어요? 내가 잡고 안 놓아주면 어쩌려고.”
“설마 연서 씨가 그런 짓을 하시겠어요?”
“어, 나 그렇게 착하지 않은데, 예전의 날 모르시나?”
“지금은 예전이 아니잖아요. 게다가 요즘 이쪽에서 연서 씨 이미지 진짜 좋던데요.”
아, 이정훈 감독의 시사회에서 했던 말은 여러 개의 기사로 나왔고, 그 덕에 JSENM으로 들어오는 지망생의 원고도 늘어났다고 한다. 막상 쓸 만한 건 아직 안 보였지만.
“소문이 뭐라고 도는데요?”
“유연서 그는 신이야.”
“네?”
“거의 그런 반응이던데요.”
이정훈 감독의 시나리오 강탈 사건은 알음알음 소문으로 퍼져 있어서 주목도가 높았는데, 유연서가 그걸 해결해주고 촬영과 개봉 때도 지원을 아끼지 않아서 점점 그를 우상화했다고 한다.
‘다만’이 진짜로 800만을 넘긴 것도 유연서가 거의 독점 수준으로 상영관을 배정해줘서 그런 거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다.
‘그건 내가 아니라 어머니가 하신 거 같은데······.’
김대성은 유연서 그는 신이고 배곯는 작가 지망생을 위해 내려온 하늘의 선물이다. 따위의 과장된 소문을 줄줄 늘여놓았다. 그의 말을 듣던 유연서는 눈살을 찌푸렸다.
뭐 그런 해괴한 소문이······ 다시금 생각하지만, 너무 성실하게 살았다. 조만간 사고 한 번 쳐 줘야겠는데.
“잘 될 시나리오만 고르겠다는 거였는데.”
“그래서 이렇게 오셨잖아요. 저는 합격인 거죠?”
“뭐, 그렇죠. 근데 진짜 여기에요?”
“그······ 일단 들어가 보시면 알아요.”
뭐지? 유연서는 김대성의 몸짓에서 머뭇거림을 읽었다. 그를 따라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종업원들이 유연서를 보고 작게 환호성을 지르고 손으로 입을 막았다. 이런 반응은 이제 일상이었다.
가장 구석진 곳의 단독 룸에 들어가니,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벌떡 일어났다.
‘왜 이렇게 많아.’
단순 드라마 사전 미팅치고는 사람이 많았다. 유연서는 일단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연서 씨.”
정장을 입은 중년 남성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허허. 이렇게 보기는 처음이네.”
“저희 국장님이세요.”
“박철호라고 합니다.”
오, 드디어 국장이 올 급이 됐나. 생각보다 늦게 왔네. 유연서는 내민 손에 악수하고 국장을 대신 소개한 사람과도 인사했다. 그녀는 자신을 홍보팀 팀장이라 소개하며 옆에 앉은 여성을 가리켰다.
“이분이 우리 ‘스네이크’의 감독님.”
“안녕하세요. 이슬기라고 합니다.”
“네, 반갑습니다.”
얼추 인사가 끝나고서야 자리에 앉았다.
“사실 저희끼리 연서 씨 연락 왔을 때 소리 질렀어요.”
“그래요? 대본 보면 하겠다는 배우들 많을 거 같은데.”
“그분들보다는 연서 씨가 제일 1순위죠. 아, 이따가 사진 찍어주시겠어요?”
홍보팀 팀장은 밝은 목소리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묵묵히 듣고 있던 국장, 박철호도 제 딸을 위해 사진 좀 찍자고 요청했다.
“작가님이 연서 씨랑 친분이 있어서 다행이네요.”
“친분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시놉이 좋아서인데요.”
“그거 최고의 칭찬이네요.”
김대성이 히죽 웃었다. 그에 국장의 표정이 밝아졌다. 작품 잘 보기로 유명한 유연서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것은, 드라마가 성공할 확률도 높다는 거니까.
“다행이네요, ‘스네이크’는 저희가 사활을 걸고 만들 거거든요. 제작비도 많이 들어가고.”
“그거 때문에 반발이 좀 심하긴 했지만, 여러분이 아실 일은 아니지.”
박철호가 점잖게 말했다. 기대작이라 말하기는 제작진의 힘이 약한 거 같은데······ 감독이 앞에 있으니 따로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어떤 생각을 할지 예상됐는지, 박철호가 조심스레 말했다.
“그······ 사실 연초에 저희 쪽에 이런저런 사건이 있어서.”
“그랬었나요? 아······.”
그때는 ‘비속 살해’ 촬영 때문에 인터넷도 끊고 배역에 몰입해서 잘 몰랐다. M 사는 연초에 파업 때문에 잠시 술렁이던 때가 있었다. 어떻게 잘 마무리됐긴 했지만, 주요 스태프들이 다른 방송사나 제작사로 이적한 상황이었다.
“그 일 때문에 어수선하긴 한데, 그래도 ‘스네이크’팀은 문제없이 잘 될 겁니다. 제가 약속하죠.”
시놉시스는 느낌이 좋았는데, 지금은 좀 안 좋다. 그리고 이런 직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감독이 신인인 건 문제가 안 됐다. 어차피 그는 신인의 작품을 자주 했으니까. 다만, 신인이라 힘이 없어서 다른 스태프와의 마찰도 배제할 순 없었다.
하지만 국장이 저렇게 단언하니 할 말이 없어서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여기서 제작사 관계자도 아니고, 투자자도 아닌 단순 주연 배우로만 참여한다.
“저희 홍보 일정은 어떻게 할까요?”
눈을 굴리며 그들의 대화를 듣던 홍보팀 팀장이 넌지시 말했다. 그의 출연을 거의 확정 짓고 한 말이었다.
“어떤 게 있나요?”
“잡지 화보랑 예능도 있고, 게릴라 데이트 같은 것도······.”
“게릴라 데이트요?”
“원래 연예 프로그램에서 하던 건데, 폐지되고 마이튜브 채널에서 운영 중이거든요.”
예고 없이 길거리에 등장해 행인과 인터뷰하고, 팬 서비스를 하면서 홍보 활동을 겸한다고 한다. 유연서는 눈을 반짝 빛냈다. 나를 미끼로 쓰는 그 작전, 아마 빨리할 수 있을 거 같다.
“좋네, 다 잡아주세요.”
“네?”
홍보팀 팀장이 눈을 크게 떴다. 사실 지금껏 유연서는 작품의 홍보 일정이라 봤자 잡지 화보나 간단한 인터뷰가 다였다. 예능도 한두 번 나왔지, 그 뒤로는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홍보 일정에 다 참가한다니.
“의외네요. 생각이 바뀌신 건가요?”
“주연 배우가 계속 안 할 순 없잖아요.”
“어머······ 저희야 좋죠.”
홍보팀 팀장은 황급히 계획을 수정했다. 이것 때문에 퇴근이 늦어지겠지만, 예능국에서도 유연서 섭외에 목말라 했으니 희소식이다. 옆에서 듣고 있던 국장의 입이 좋아서 찢어졌다.
“단, 야외활동 위주였으면 좋겠는데요.”
“야외활동이요?”
“말씀하신 게릴라 데이트처럼 거리에 있는 팬들도 만나고 싶은데······ 조금 힘드시겠지만.”
“어우, 아뇨. 힘들 일이 뭐가 있겠어요. 제가 잘 조율해 볼게요.”
요청사항이 조금 특이하긴 했지만, 그거야 어렵지 않다. 그가 나온다고 하면 버선발로 맞이하면서 레드 카펫을 깔아줄 예능 프로그램이 많았다. 사실, 예능국 전체가 그를 환영할 것이다.
“그럼, 잘 부탁합니다.”
“저희야말로 잘 부탁합니다.”
식사가 끝나고 일어선 유연서는 이슬기 감독과 김대성 작가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유연서, M사 하반기 기대작 ‘스네이크’ 출연 확정
‘악귀’서 만났던 父子, 이번엔 동료로 만난다 ‘스네이크’ 유연서·정현식 출연 확정
···‘스네이크’에서 유연서는 과거 모종의 사고 이후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된 전직 특수부대원이자 현직 경찰을 연기한다.
└악미친 드디어
└내배우도 차기작 떴다!!! 으아악!!
└불안하다ㅋ 요즘 공중파 영 아니지 않나 여긴 파업때문에 베테랑 다 나간거로 아는데
└차기작 소식 기다렸는데 영화는 아니네..
└└난 영화 아니어서 좋은데ㅋㅋ 곧 볼수있잖아
└유연서 작품 보는 눈 좋아서 기대됨
└와 유연서도 뜨는데 내배우는 왜 안뜨냐..
└캐릭터가 백호함이랑 조금 겹치는거 같은데 드까알이니까
└감독 이름 처음듣는데? 누구 아는사람?
└└광고판에서는 유명하다던데 이번이 장편 첫 데뷔래
└└└아ㅋㅋ 불안한데ㅋㅋㅋ
└유연서라면 덮어놓고 패는애들 왜 안보이나 했다ㅋㅋ 아직 촬영도 안시작했는데 불안하다 ㅇㅈㄹ
***
차기작도 확정됐고, 배역의 몰입을 위해 오랜만에 액션 스쿨을 찾았다. 그가 맡은 배역은 전직 특수부대원, 파트너로 등장할 정현식이 두뇌파라면, 그는 직접 발로 뛰는 역할이었다.
‘몸도 만들어야겠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다음 동작을 시작했다. 확실히, 원 없이 몸을 움직이니까 정신적 피로감이 풀리는 느낌이다. 요새 ‘머리’ 찾기 때문에 혼란스럽긴 했지.
“이야······ 날아다닌다 날아다녀.”
“전보다 더 는 거 같은데?”
천하액션스쿨의 무술 감독, 박성진은 유연서의 몸놀림을 보며 작게 감탄했다. 사실 더 가르칠 게 없어서 그냥 훈련장만 빌려주는 격이었다.
유연서가 벽면을 박차고 허공에서 회전하자, 감독과 수련생들이 손뼉을 쳤다.
“저게 와이어 없이 가능한 거였냐?”
“그러게 말이에요. 감독님이 가르친 거 아니에요?”
“몇 번 가르치긴 했는데······ 저런 건 저 사람밖에 못 하지. 드라마 잘 빠지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