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71)
패널의 농담에 모두가 작게 웃었다.
화면 속 유연서와 임승현이 진지하게 자산 불리기에 열중하고, 가끔 유은호가 조언을 주기도 했다. 그동안 이태겸은 냉장고를 뒤적이며 간단한 식사를 준비했다. 보통 자주 온 게 아닌지 행동이 자연스러웠다.
“되게······ 자연스럽네요. 아침마다 이러세요?”
“네. 어차피 다 만들어진 거 그냥 꺼내서 데우면 되는 거라······.”
능숙하게 아침 식사를 데우고 그들의 앞에 밀어넣은 이태겸은 유연서에게 작게 만든 주먹밥을 슬쩍 내밀었다. 유연서는 그걸 입에 넣고 우물거리면서 서류를 검토했다. 임승현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이 건은 지시하신대로 처리하겠습니다.)
(네, 수고해요.)
드디어 긴 논의가 끝났다. 이태겸이 벌떡 일어나서 물과 무언가를 챙겨 유연서의 앞에 내밀었다.
(야, 이거. 안 먹었지? 그대로 있던데.)
지금 보니까, 저거 일부러 저런 거네. 형이랑 임승현이 같이 있으니까. 말 그대로, 화면 속 세 사람은 유연서가 그걸 먹을 때까지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형 출근 안해?)
(그거 먹는 거 보고.)
(하아······.)
이런다고 내 몸이 나아지진 않는데, 유연서는 체념의 한숨을 쉬고는 그것을 입에 털어 넣었다. 쓰지도 않은지 그냥 씹는 모습에 임승현이 물을 건넸다.
“연서 씨 챙김 받는군요.”
“지금 모습이 모성애를 자극하긴 해요, 그렇죠?”
한 여성 패널은 유연서가 옆에 있음에도 부끄러운 말을 잘 내뱉었다. 이러니 진행자 하나 보다.
“근데 저게 뭐예요?”
“이런저런 건강 보조제요. 왜 먹는지는 모르겠는데······.”
“하긴, 연서 씨도 슬슬 관리하실 때가 됐죠!”
패널들은 신나서 자기가 뭘 먹는지, 어떻게 관리하는 지를 말했다. 유연서는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어 저거 나도먹는건데ㅋㅋ의외로 서민적이네
-경쟁사 브랜드 홍보해도되는거임?ㅋㅋㅋ
-형제 한 프레임에 들어오는거 극락이다
-매니저님 죄송한데 오징어같아요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생겼냐ㄷㄷ
-하긴 쓰러진적도 있으니 건강관리 잘해야할듯
방송이후 반응도 대체로 비슷했다. 두 형제가 방송에 나온 것 때문에 순간 시청률은 역대 최대로 찍혔다고 한다. 게다가 범상치 않은 유연서의 집 내부에 여기 나온 연예인들 자기 과시하느라 애쓰던데, ‘진짜’를 보니까 역시 다르다는 반응도 있었다.
(좀 있어 봐.)
화면 속 유연서가 제 방으로 들어가고, 얼마 안 돼서 거실로 나왔다. 검은 바지와 깔끔한 셔츠, 그리고 윤기가 흐르는 검은 코트를 걸쳤다. 키 크고 비율 좋은 몸에 어우러져서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흘렀다.
“우와······.”
“역시 패셔니스타 답네요.”
“근데 스케쥴 가려면 아직 시간 있지 않았나요? 어디 가시나 봐요?”
패널들은 리액션을 아끼지 않았다. 다들 화면에 몰입한 표정이었다. 유연서는 연예인의 연예인이라고 심심치 않게 불렸었다. 그의 일상을 패널들도 궁금해했다.
화면 속 이태겸과 유연서가 향한 곳은 바로 JSENM 본사였다.
(좋은 아침입니다.)
(이사님!)
유연서가 모습을 드러내자, 차윤호가 벌떡 일어나서 그를 반겼다. 자막은 라고 쓰였다.
“비서가 또 있었어요?”
“와, 이사님이래. 사무실 보세요. 장난 아니다······.”
유연서가 제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자, 자료를 챙긴 차윤호가 뒤따라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영화제 출품은 어떻게 됐어요?)
(그건 어제 다 접수해 놨습니다. 그런데, 해외 수출 건 말인데요······.)
바로 업무적인 얘기를 시작했다. 유연서는 대중의 생각보다 회사 일에 관여하는 게 많았다.
“또 회의인가요?”
“착실히 일하시네요.”
-오 뭐야 그냥 로열이라 자리하나 내준건줄 알았는데 ㄹㅇ 이사님이네
-생각보다 하는일이 많네
-나는 그냥 주식만 받은줄 알았어
-방송이니까 보여주기용 아님? 쇼하는거겠지ㅋㅋ
-근데 주성일가 방침이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뭐 그거라던데?
-와미쳤다진짜 이사님 유연서를 방송에서 볼줄이야ㅠㅠㅠ
화면 속 유연서는 집에서 임승현에게 보고받았던 자세와 표정 그대로 태블릿 패드와 서류를 뒤적였다.
(그럼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쪽으로 들어온 시나리오는 어떻게 됐어요?)
(그건······.)
계속 핸드폰만 쳐다보던 이태겸이 그들 중간에 끼어들었다.
(잠시만요, 시간 다 됐어.)
(그래? 차 비서, 그거 나한테 전송해줘요.)
(알겠습니다.)
차 비서가 물러나고, 유연서와 이태겸도 회사 밖으로 빠져나와 화보 촬영을 할 스튜디오로 향했다.
“드디어 스케쥴 가시네요.”
“이제는 연예인 연서 씨인가요?”
촬영장에 도착한 유연서가 촬영 컨셉을 듣고, 머리와 화장을 손봤다. 촬영 컨셉은 꽃과 남자, 소년과 남자의 경계라는 다소 난해한 컨셉이었다.
“이야······.”
소품은 꽃이었는데, 유연서는 사진 작가가 따로 지시하지 않았는데도 꽃을 이리 저리 바꿔 들거나 꽃을 손으로 우그러뜨리면서 강렬하게 카메라를 쳐다봤다.
‘매니저 24시’ 제작진은 어떻게 하면 유연서를 더 멋있게 보이게 할지 연구한 듯 공들여서 유연서의 얼굴을 찍었다. 패널들의 감탄사가 귀에 딱지 얹을 정도로 이어졌다.
반면, 이태겸은 촬영장 구석에서 유연서의 얼굴을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태겸 씨는 계속 연서 씨를 보고 있네요?”
“너무 일 열심히 하시는 거 아니에요?”
이태겸이 멋쩍게 웃었다. 저때는 임승현도 없으니 그가 유연서의 건강 상태를 예민하게 체크했어야 했다.
화보 촬영이 끝날 때 쯤, 이태겸은 유연서에게 물을 건넸다.
(오늘 스케쥴은 끝?)
(어, 다른 데 들를 곳 있어?)
(아니. 집으로 가.)
유연서를 집으로 바래다준 이태겸은 곧바로 다른 곳으로 향했다.
(Q. 담당 연예인 스케쥴이 끝났는데 그냥 집에 안 가시네요?)
(A. 요즘 소속사에서 일을 배우고 있거든요.)
이태겸이 잠시 기다리자, 소속사 건물에서 박 실장이 나왔다.
(어? 태겸. 여기서 뭐 해?)
이미 메시지 받았을 거면서 모르는 척 연기하는 게 유연서의 눈에는 너무 잘 보였다.
(미팅 가시죠?)
(어, 마침 ‘스네이크’ 미팅이야. 같이 가려고?)
(네.)
(너도 열심이다. 연서 걔가 이걸 알아줘야 할 텐데······.)
“저 발언, 어떻게 생각하세요?”
“뭐, 저도 잘 알고 있는데요.”
“태겸 씨는?”
“쟤도 알아요. 이유는 제 월급이 말해줍니다.”
“뭐라고요? 하하!”
긴장이 풀린 이태겸의 너스레에 스튜디오에 있는 모두가 웃었다.
***
“뭐 봐? 아, 이거. 나도 봤다.”
“형도?”
“주구장창 저것만 틀어주는데 어떻게 안 보냐?”
유연서는 질색하는 백서준을 보고 작게 웃었다. 방송 이름은 ‘매니저 24시’지만 주인공은 매니저가 아니라 유연서였다. 이태겸은 자기에게 관심이 쏠리지 않아 안심한 듯 보였다.
‘스네이크’도 콘크리트 시청자층을 확보해서 시청률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게다가 역대 최대 시청률을 달생한 ‘매니저 24시’로 역시 유연서는 드라마든 예능이든 시청률 보증 수표라고 소문이 자자해졌다.
“안녕하세요, 형들.”
“왔냐?”
앞에서 마주쳤는지 임승현과 이태겸이 현관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유연서는 아직 제 얼굴이 나오고 있는 TV를 껐다. 유은호까지 자리에 앉자, 백서준이 큼큼 목을 가다듬고 설명을 시작했다.
“아무튼, 통화 기록에 남은 사람. 박경원.”
유연서는 백서준이 내민 사진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동기화를 계속하다 보니 익숙해진 얼굴이었다. 박경원도 그가 아저씨라 부르며 잘 따랐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이제 좀 기억나나 보네, 뭐 특별한 건 없어?”
“······몰라.”
유연서는 마음이 허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게 배신감이라는 건가.
동생의 행동을 관찰한 유은호가 백서준을 바라보며 화제를 돌렸다.
“이 사람도 그 날 갑자기 그만 뒀네.”
“수상하지? 그리고 은호, 네가 붙여준 사람 통해서 박경원의 계좌를 추적했어.”
“결과는?”
“뭐, 뻔하지.”
백서준이 인상을 쓰며 한 서류를 던지듯 탁자위에 내려놓았다. 박경원의 계좌 내역에 형광펜으로 줄이 그어진 부분이 있었다. 박경원이 평생 일해도 만져보지 못할 액수가 몇 차례에 걸쳐서 입금된 흔적이었다.
“돈 보낸 사람은 당연히 대포통장이었겠지?”
“그렇지. 추적이 불가능했어. 그런데 또 문제가 있어.”
“뭔데요?”
소파에 앉은 모든 사람이 백서준을 쳐다봤다.
“소재지는 얼추 파악했는데, 지금 잡을 수 없잖아? 어디다가 가둬?”
지금 잡아서 공범이 누구냐고 털어봤자 ‘머리’쪽에서 알아차리면 그건 그거대로 복잡하다. ‘머리’쪽이 꼬리를 자를 수도 있고, 여러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다. 게다가 경찰서 기록까지 없앤 사람인데 구류중인 용의자 하나 제거 못할까.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
백서준은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어이없지만, 주성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이미 며느리도 죽인 전적이 있는데 뭐······.
“그건 걱정 마.”
“연서, 무슨 생각 있어?”
사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만들어 둔 게 있는······ 유연서는 말을 하려다 말았다. 대신 눈을 크게 뜨고 허공을 응시했다.
“연서야.”
“······.”
“연서야?”
유은호가 그의 어깨를 살짝 흔들었지만, 유연서는 미동도 없었다.
최종 전언? 유연서는 떨떠름했지만, 일단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저것 때문에 꿈자리가 뒤숭숭했는데, 대체 뭐 때문에 시간을 끌었는지 당장 확인해야겠다.
강진후는 인공적으로 태어난 개조 인간이었다. 비약적인 신체 능력과 뛰어난 두뇌. 그건 2022년의 인간에게는 전혀 없는 특징이었다.
‘설마 그거 가지고 이러는 거야?’
아니 내가 의도한 게 아닌데 어떡해? 유연서는 억울해졌다.
뭐?
베타는 그때의 기록을 유연서의 머리속에 집어 넣었다.
T 최종 결론, ‘강진후’의 시간 여행 권한을 회수. 혼을 회수하고 환생 절차를 밟는 것으로 시간 여행 권한을 대신하라.
B9 거절한다. ‘강진후’의 공로는 시간 여행 조건에 넘치고도 남는다. 그 대가를 회수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T 그 공로는 본 서버도 이해하는 바. 하지만 이대로 미래의 기술을 과거에 행사하는 것을 두고 볼 순 없다.
B9 하지만 혼이 신체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우리도 확인하지 못했다. 내 주인은 아직 공로에 비해 미흡한 대가를 받고 있다. 다른 해결책을 줘야 한다.
베타······ 아예 깡통은 아니었군. 그것 때문에 해석에 오래 걸렸나. 유연서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 뭔가 불안한데.
뭐? 야, 잠깐······.
“······어?”
유연서는 제 무릎에 피가 후드득 떨어지는 것을 느끼고 멍하니 입을 벌렸다. 아, 설마. 그가 재빨리 제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틀어막아도 피가 넘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욱······.”
“연서야!”
아, 이건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