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22)
세 사람의 성화에 못 이겨 춤 연습실에 들어온 유연서는 전면 거울을 보고 뒤늦게 제 옷차림을 눈치챘다.
“이 상태에서 춤을 추라고?”
“가볍게 춰 봐. 그냥 실력만 보는 거니까.”
“나 트레이닝 복 있는데, 빌려줄까?”
그것까지 빌려 입긴 싫어서 유연서는 손을 저었다. 일단 정장 자켓을 벗고 구석에 던져둔 유연서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소매를 걷었다.
“팬 미팅 구성을 어떻게 할 건데? 생각해 둔 거 있어?”
일단 앨범의 곡 수는 그렇게 많지 않을 거다. 곡의 첫 공개는 당연히 팬 미팅 당일 공개할 예정이었다. 물론 그의 곡뿐만 아니라 팬들의 신청 곡을 받을 예정이다.
“아예 앨범까지 내는 거면 뮤비도 찍나?”
“아마도.”
“음방도 도는 게 어때?”
“음방? 글쎄······.”
김이준의 제안에 유연서는 애매한 듯 눈을 가늘게 좁혔다. 팬 미팅을 위해서 앨범을 내는 거지 음악 방송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아이돌로 첫 데뷔는 했지만, 지금은 배우로 불리는 게 익숙하다. 음악 방송은 내가 갈 자리가 아니라고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었다.
“요즘 음방도 괜찮지. 직캠 나오고 미니 팬 미팅도 하고······ 팬 서비스로는 좋을걸?”
“스페셜로 한 번쯤은 괜찮지 않나?”
그런가······ 유연서는 볼에 바람을 넣다 빼며 고민했다. 점점 스케일이 커지는 거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일단 봐서. 요즘은 어떤 게 인기야?”
“요즘은 이거지.”
“이거 아직도 유명해?”
최준영이 내민 태블릿 패드에서는 두 아이돌 그룹의 음악 방송 영상이었다. 각각 안무와 컨셉으로 큰 인기를 얻었고, 2년이 넘은 지금도 내 배우 혹은 내 아이돌이 커버해줬으면 하는 곡으로 유명했다.
“와 끼 부리는 유연서라니, 상상이 안 되는데.”
“일단 대충 해 볼래? 가르쳐 줄까?”
“일단 음악 틀어보자.”
세 사람의 말을 무시한 유연서는 무심한 얼굴로 화면 속 그룹의 안무를 대충 따라 했다.
“이렇게 하면 되나?”
“그렇게 하는 거 맞······ 와, 뭐냐?”
김이준은 거울 속 유연서의 모습을 보고 멍하니 입을 벌렸다. 대충하는 것처럼 보여도 동작만 크게 키우면 영상 속 그룹과 별반 차이 없는 안무였다.
“벌써 안무 땄어?”
“보면 아는 거 아냐?”
아예 안무 영상을 찾아 유심히 관찰했다. 그리고 바로 음악에 맞춰 본격적으로 안무를 춰 봤다.
“어우, 재수 없어.”
“칭찬 고맙다.”
재수 없다고 투덜거리는 건 김이준 나름의 칭찬 방법이었다. 유연서는 피식 웃으며 가볍게 넘겼다. 최준영은 좋은 동영상 소스를 얻었다며 좋아했다.
“너 원래 이렇게 안무 습득이 빨랐나?”
“난 몸 쓰는 거 다 잘해.”
이한결의 질문에 유연서는 뻔뻔하게 대답했다. 아마 교통사고 이후로 혼의 영향을 받아서 몸 쓰는 건 제법 잘하게 되었다.
“하긴, 예전에도 만사 귀찮은 표정 해도 춤 선은 예뻤지.”
“맞아. 표정은 저래도 팬 사인회 반응도 좋았잖아.”
“근데 쟤 왜 저래?”
“연서야?”
이한결과 김이준이 데뷔 초 일화를 풀며 추억을 곱씹고 있을 때, 안무를 대충 따라가던 유연서는 갑자기 멈춰 서서 고개를 숙였다.
교통사고, 강진후에 관한 생각을 하자마자 망치로 내려치는 충격을 받았다. 입가를 틀어막은 손가락 틈새로 피가 뚝뚝 떨어졌다.
“어, 나 휴지 좀.”
“헉······.”
최근 무리한 영혼 조정 때문에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 유연서는 후다닥 달려와 자신의 안색을 살피는 세 사람을 무시했다.
“야 너 괜찮은 거 맞냐?”
“괜찮아.”
유연서는 손을 들어 그들을 안심시켰다. 그 손에 붉은 액체가 가득 묻어 있어서 설득력이 있지는 않았다.
“일단 실력 파악은 끝났으니까 여기서 해산할까?”
“그래. 그렇게 하자.”
세 사람은 호들갑을 떨며 유연서의 겉옷을 챙기고 그를 밖으로 이끌었다. 그 사이 피를 다 닦은 유연서가 작게 항의했다.
“나 진짜 멀쩡한데.”
“그 꼴로 말해도 설득력 없는 거 알지?”
“그렇긴 하네.”
뭐, 일단 실력을 확인했으면 됐다. 가벼운 마음으로 최준영의 작업실을 나온 유연서는 집으로 향했고, 남겨진 세 사람은 무거운 한숨을 내뱉었다.
“저거 진짜 심각한 거 아니야?”
“본인이 괜찮다는데 우리가 어쩌겠어.”
***
-실시간 주성전자 본사에 도련님 목격
-(속보) 사장님 도련ㄴ미랑 주성전자 로비%%%
└사진 미쳤다
└오타 뭐냐 얼마나 급했으면ㅋㅋ
└빛밖에안보여
최준영의 연습실을 다녀온 다음 날, 유연서는 벽면을 가득 채운 화면을 보고 허탈한 듯 웃었다. 저게 그 아이맥스보다 크고 화질 좋다는 디스플레이인가······.
하지만 그는 주성의 외계인 고문급 기술력 때문에 웃은 게 아니었다. 화면에는 ‘연좌제’에 나온 자신의 얼굴로 가득 차 있었다.
“······저거 원래 저렇게 컸었나?”
“아버지가 회장 취임 기념으로 더 키웠다는데.”
“아 진짜······.”
내가 못 산다. 유연서는 제 관자놀이를 쓸며 한숨을 쉬었다. 외향적인 직원 중 몇몇은 유연서를 알아보고 크게 환호했다.
“우와악!”
“드라마 잘 봤습니다!”
점심시간에 찾아온 게 실수였나? 아니, 왜 아직도 도련님이야? 유연서의 뚱한 표정에서 불만을 읽은 유은호는 웃으며 제 동생을 게이트로 안내했다. 유연서는 형에 의해 거의 끌려가다시피 걷다가도 투덜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 차라리 형 영상을 틀지 왜 내 영상을 틀어? 회사가 이래도 되는 거야?”
회사 로비를 회장의 아들 덕질 공간으로 쓰다니, 사원들은 항의 안 했을까? 유은호는 동생의 심정을 안다는 듯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저건 이미 할아버지도 포기하신 거라서.”
“형, 이참에 형도 뭐 찍을래? 아 이미 뭐 찍었네······ 근데 저걸 아직도 틀어줘?”
“그러게 말이다······ 계속 여기 있으면 사람 몰리니까 바로 올라가자.”
유연서의 ‘연좌제’ 영상이 끝나자마자 바로 나온 건 유은호가 사내 방송으로 각 부서의 실적과 성과금을 발표하는 영상, 그리고 사장 취임 연설 영상이었다. 형제는 아버지의 팔불출 짓 때문에 갑자기 머리가 아파져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어제 할아버지랑 뭐 했어?”
“그냥 회사 얘기하고 너 나오는 거 보고. 그런데, 이렇게 찍어도 되는 거야?”
“형은 나와서 숨만 쉬고 있어도 괜찮아.”
유은호는 아직 방송이 어색한 모양이다. 요즘 카메라 기술이 좋아져서 관찰 카메라도 감쪽같이 숨길 수 있었다. 아무튼, 예능 베테랑 이재학 피디가 알아서 편집해 줄 것이다. 캐릭터는 만들기 나름이니까. 유연서는 형을 따라 회사 내부로 들어왔다.
“그런데, 진짜 그거 하려고?”
“재밌잖아. 신기술 홍보할 기회 생기고 좋지.”
“이런 방식으로 홍보할 생각은 없었는데······.”
의도와는 다르지만, 제법 색다른 기획이라서 해당 부서도 흔쾌히 수락했다. 말릴 이유는 없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네, 점심 맛있게 드세요.”
보통 둘이 함께 걸어가면 일단 연예인인 유연서에게 관심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달랐다. 형을 향해 선망의 시선으로 인사를 건네는 사원들, 자연스럽게 받아치는 형의 모습에 유연서가 히죽 웃었다.
“형, 인기 많네.”
“너만 할까. 이쪽이야.”
유은호는 피식 웃으며 문에 카드키를 찍었다. 미리 연락을 받았는지 사무실 직원들이 입구 앞쪽에 모여있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괜히 시간 뺏는 거 아니죠?”
“아닙니다.”
유연서는 사무실 분위기를 보고 내심 놀랐다. 사장이 까라면 까야지 같은 분위기가 아니라 진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유연서가 웃으며 직원들과 악수했다.
“팬이에요.”
“드라마 잘 봤습니다.”
“나중에 사진 부탁드려도 될까요?”
고급 인재들이니 당연히 해야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 유연서는 책임자에게 넌지시 물었다.
“바로 확인해 봐도 될까요?”
“보고 놀라지 마세요.”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이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이윽고 그들이 향한 곳은 넓고 어두운 공간이었다. 중앙에 사람 모양의 형체가 보였다. 유연서는 그것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오······.”
그것은 바로 증강현실 홀로그램으로 구현한 유연서 자신이었다. 디지털 티가 전혀 없는, 정말 실제 사람을 보는 것처럼 똑같았다.
“오신다고 하셔서 급하게 만들어 봤습니다. 만져보셔도 됩니다.”
“대박인데? 어떻게 한 거예요?”
유연서는 조심스레 홀로그램을 건드려 보았다. 그가 통과했던 부위는 작은 입자가 되어 부서졌다가 다시 형체를 되찾았다. 이렇게 건들지 않으면 홀로그램이라는 걸 모를 정도였다.
‘이 정도면 무대 세트도 꾸밀 수 있겠는데?’
그동안 증강현실을 이용한 공연이 없는 건 아니었다. 메타버스 열풍이 불면서 XR 콘서트를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신기술을 선보였다. 하지만 그런 기술은 VR기기나 핸드폰을 통해 보는 게 필요했다.
‘지금 시대에서도 이게 가능하구나.’
물론 2207년에는 더 많은 기술이 있었다. 미래의 기술을 이미 겪은 터라 기대도 안 했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얻어걸린 거나 마찬가지다.
“출연하신 영상의 뒷배경을 지우고 출력한 겁니다.”
“그럼 제가 이걸 쓸 때는 크로마키를 이용하면 되나요?”
“네. 특수 효과 입히는 거랑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유연서가 판을 벌인다는 건 단순히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하겠다는 게 아니었다. 팬 미팅 기념 앨범을 내는 배우는 유연서 말고도 몇 명 있었다.
-드리밍 춘백이가 백호함 세계로 떨어지는거 보고싶다
-검사 된 한유준과 천오그룹 성현우의 정경유착 배틀 어떰?
팬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그가 나왔던 작품의 캐릭터를 추억했다. 썰로 풀거나 동영상으로 편집해 그럴싸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캐릭터들을 한 번에 모아 무대에서 직접 무대에서 연기를 보여주면 어떨까?
신기술이 들어가는 만큼 자본도 많이 들어가지만, 어차피 팬 미팅에서 금전적 이익을 보려는 건 아니었다. 정말 순수하게 팬 서비스 용이지.
“이참에 간단히 시연해 봐도 되겠습니까?”
“네, 사장님.”
유은호는 입을 벌리고 감탄하는 동생을 위해 제안했다.
“이거, 공연장에서도 활용 가능할까요?”
“가능합니다. 자체 테스트 결과로는 2만 명 수용 가능한 공간에서 충분히 성공했고요.”
책임자는 자신 있게 말했다. 유연서는 개발진이 시키는 대로 중앙에 섰다.
“아무거나 해도 되죠?”
“네.”
큼큼, 목을 가다듬은 유연서는 어느새 타 부서 사람들까지 모여 북적해진 사람들 앞에서 자세를 잡았다.
“모든 건 내가 이 저택에서 머물렀을 때부터 시작됐다······.”
그는 예전에 연극 무대에서 천 감독과 정현식 앞에서 했었던 연기를 해 봤다.
“와······.”
“진짜 배우는 배우다.”
순식간에 감정을 잡고 독백 연기를 선보이는 모습에 지켜보던 사람들이 숨죽여 그의 모습을 감상했다. 유연서의 짧은 연기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손뼉을 치기도 했다.
“하셨던 연기를 저기에 출력해 보겠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 그가 했던 연기가 중앙에 출력되었다.
“목소리는 따로 녹음해야 하는 게 아쉽네······.”
“아무래도 공연장 음향도 신경 써야 하니까요.
그래도 기대 이상이었다. 유연서는 이참에 홀로그램 출력물 옆에 서서 마치 상대 배우가 된 것처럼 연기했다. 유은호는 즐거워하는 동생의 모습을 뒤로한 채 조용히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
주성전자에서 가능성을 본 유연서는 이참에 예전에 했던 캐릭터를 곱씹어 보았다.
‘다음번에는 악역을 해 볼까.’
각 캐릭터의 구성은 어차피 팬 서비스 용이니까 다소 앞뒤가 안 맞고 오글거려도 괜찮았다. 한참을 예전 연기 영상을 돌려보던 유연서는 벌떡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이 느낌은······.
휴면 상태였던 베타가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