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97)
“연서 씨 병원 다녀왔다며, 몸은 괜찮아요?”
“네, 그냥 건강검진이었어요.”
“그래? 술은 별로지?”
“네.”
베드로 신부 역의 류창훈이 물통을 들었다. 서로 술을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술잔에 물을 채웠다.
“연서 씨, 몸은 어때요?”
“병원은 왜 갔어요? 어디 아프세요?”
눈이 마주치는 사람마다 유연서의 안부를 묻고 있었다. 유연서는 대체 내 병원 방문 소식이 뭐가 그리 이상한 건지 이해할 수 없어서 물만 들이켰다.
그는 류창훈의 옆에서 덤덤히 술을 들이켜고 있는 배우를 향해 조심스레 질문했다.
“근데 선배님은 매체 연기 처음이라고 하셨죠?”
“뭘, 선배님씩이나······ 편하게 불러.”
교주 역할을 맡은 배우, 정현식은 쑥스러운 듯 웃었다. 전체 분량만 따지면 1시간도 안 나오는 장면을 위해 10kg을 감량했다고 한다.
“얼마 안 나온다고 신나서 따라왔더니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네······ 최 감독이 날 속였어.”
“그래도 형님 요즘 반응 좋잖아요.”
류창훈이 웃으며 대답했다. 정현식은 얼마 안 나오는 장면에서도 화면을 잡아먹을 듯 존재감이 엄청났다. 라파엘의 어린 시절에 일찍 죽는 단역인 줄 알았다던 그는 교주가 되어 답답한 화상 분장까지 해야 했다고 한다.
‘이게 연륜인가.’
하지만 그 짧은 분량에서도 정현식이 많이 나온 거로 착각한 사람이 있을 만큼 화면 영향력이 엄청났다. 유연서는 이런 분위기와 무게감을 아직 쉽게 흉내 내지 못할 거로 생각했다.
“평생 연극만 하다가 카메라 앞에 서니까 왜 그렇게 긴장되는지······.”
“그렇게 안 보이시던데요. 이제 아예 매체로 오시는 건 어때요?”
“생각 중이에요. 애가 내년이면 고 3되거든.”
정현식은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유연서의 얼굴을 흘끔 바라봤다.
매체 데뷔가 ‘악귀’로 처음인 데다가 뉴스 기사를 그리 접하지 않았는데도 유연서에 대한 얘기는 주변에서 하도 얘기해서 알 정도였다. 유연서의 소식을 안 들으려면 인터넷이 터지지 않는 촌에나 살아야 가능할 정도니까.
‘역시 소문은 과장된다니까······.’
하지만 역시 소문은 믿을 게 못 되었다. 촬영하는 동안에도 유연서는 안 그런 척하면서 스태프와 배우를 챙기고 그걸 전시하지 않았다. 정현식은 잘생기고 젊은 애가 성격까지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럼 언제 한 번 대학로 놀러 와요.”
“그래도 될까요? 무대 연기가 궁금했거든요.”
“그러고 보니, 연기 선생이 현정이라고 했었죠? 걔도 우리 극단에서 첫 공연 했었지.”
정현식이 놀러 오라고 말한 건 반쯤은 립 서비스였으나, 유연서는 제 스케쥴을 생각하며 언제 대학로에 갈지 미리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제가 가면 사람이 워낙 몰려서······.”
“사람 몰리면 우리야 좋은데······ 우리 애들이 그걸 다 감당 못 하겠지, 연습할 때 와요.”
미래 시대에 남아있던 과거의 자료는 많았다. 연극과 뮤지컬을 영상화한 것들을 자주 보기는 했지만, 직접 무대 연기를 현장에서 볼 기회는 없었기 때문이다. 막상 보러 가려고 해도 사람이 몰리는 것 때문에 꺼려졌고.
“근데 하준 씨는 무슨 생각 해요? 고기 다 익었어요.”
홍민아는 멍하니 고기에 시선을 두고 있던 서하준을 깨웠다.
“아, 아뇨 결말 생각하고 있었어요. 좀 찝찝해서.”
“결말?”
“레오 신부의 몸 안에 악마의 일부가 들어가서 교주를 보냈다는 건 이해하겠는데······ 그럼 레오는 그대로 계속 악마의 일부를 끌어안고 사는 건가 해서요.”
아, 그건 나도 궁금했는데. 유연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류창훈은 그들의 어깨너머로 시선을 보냈다.
“뒤에 사람에게 물어보면 되겠네.”
세 주연이 고개를 들자,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건네고 있던 두 사람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무슨 재밌는 얘기 하세요?”
“안녕하세요.”
최상훈 감독과 임예나 작가였다. 대본을 집필하느라 리딩 외에는 볼 수 없었던 임예나는 밤샘작업의 여파로 다크 서클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서하준이 결말에 관한 얘기를 꺼내자, 임예나는 그럴 줄 알았다며 작게 웃었다.
“아 그거요? 사실 뒤늦게 각성한 라파엘 신부가 퇴마 의식을 하면서 교주와 레오 신부의 안에 있던 악마를 몰아내는 거였거든요.”
“근데 생각한 대로는 잘 안 나왔지.”
왜 잘 안됐지? 유연서는 한쪽 눈을 살짝 찡그렸다.
“제작비 부족하면 더 드릴 수 있었는데요.”
“어우 우리 투자자님 돈이야 남아돌았죠.”
유연서의 말에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오올, 하면서 감탄했다. 천 감독도 두 손을 비비며 과장된 어조로 대답했다.
“사실 CG 처리할 시간이 너무 부족했어요. 그렇다고 너무 날리면 짤로 박제돼서 죽을 때까지 인터넷을 떠돌아다닐 텐데, 그건 원하지 않고.”
“그건 끔찍하죠.”
“우리가 1,2회에 공을 많이 들였잖아요. 그 퀄리티를 유지할 수 없을 거 같더라고요.”
‘악귀’가 처음에 화제 된 것도 주연이 유연서라는 점과 완성도 높은 CG 덕분이었다. 시간에 쫓겨서 막판에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건 투자자인 유연서도 바라지 않았다.
“그리고 위쪽에서도 퇴마 장면 반응 별로라고 지루하다고 한 소리 들어서 막판에 액션으로 틀었죠. 엄청 힘들었어요.”
“그거 때문에 생략된 장면 꽤 많죠.”
‘악귀’는 OTT 플랫폼과 케이블 티비에 밀려 침체되어 있던 3사 방송국에서 오래간만에 준수한 시청률을 올린 지상파 드라마였다.
유연서와 서하준의 이름으로 방영도 전에 판권이 수출됐고, 동시 방영한 일본에서는 작은 신드롬이 일어날 정도라고 한다.
유연서는 의자를 가져와 제 옆에 앉는 최 감독을 보며 말했다.
“저한테 말하지 그랬어요.”
“뭐, 그래도 나름 괜찮은 결말 아니었나요? 시청자의 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거죠. 악마의 조각이 남아있는 김레오는 제2의 교주가 되는 걸까? 아니면 베드로 신부의 뒤를 잘 이을까?”
“라파엘도 그걸 알고 있을 텐데 왜 미련없이 떠났을까?”
“네, 그런 거죠.”
유연서는 열린 결말, 생각할 거리가 많은 결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미래의 그가 여운이 깊게 남아있는 영화나 드라마를 봤을 때, 감독의 의도가 도대체 뭘까? 자료를 찾아내려면 한참은 걸렸기 때문에 아예 포기했었던 게 이유였다.
게다가 온전한 결말은 창작자만이 맺을 수 있을 텐데 혼자 아는 건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위에서 잘 밀어주면 시즌 2로도 갈 수 있고.”
그래도 감독과 작가의 말을 아예 부정하지는 않았다. 마지막에 힘이 빠질 것 같던 설정을 감독의 연출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했다.
“사실 ‘악귀’의 초기 설정은 누구나 마음속에는 악함을 품고 있다······ 가 의도였거든요.”
대화의 주제는 ‘악귀’로 시작해서
“저는 ‘말하기, 듣기, 쓰기’ 좋아했어요.”
“아, 그 감독님 작품 저도 좋아해요.”
영화에 관한 이야기로 활발히 이어졌다. 세 주연 배우를 빼고는 거의 연극배우였는데, 연기에 대한 열정이 상당해서 유연서도 즐겁게 맞장구쳐줬다.
“여러분 2차는 연서 씨가 쏩니다!”
“우와!”
유연서는 ‘드리밍’때와 똑같이 카드를 맡기고 일찍 집으로 가기로 했다.
“나도 먼저 가봐야겠다.”
“태워 드릴까요?”
“아냐, 됐어. 나중에 우리 극단 놀러 와.”
“네, 들어가세요.”
정현식은 배울 게 많은 연기자였다. 그를 뒤로한 채 밴에 탄 유연서가 눈을 감았다.
남겨진 정현식은 전화가 울리는 핸드폰을 보더니 반가운 듯 웃었다.
“아이고 형님 오랜만입니다!”
(오랜만이다. 드라마 잘 봤다. 아예 매체로 나가는 거야?)
“글쎄요······ 우리 딸이 좋아하긴 하더라고.”
(하긴, 너랑 창훈이 정도 연기력이면 늦은 감이 있지.)
정현식은 연극판에서도 자리를 잡아 그래도 굶지는 않았지만, 역시 매체 연기를 할 때의 수익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잘 됐다. 너 내 영화에 나오는 게 어떠냐?)
“슬슬 복귀하시게요?”
(해야지.)
“이번에는 제작사 잘 골라 가세요. 친척 너무 믿지 마시고.”
정현식의 말에 상대방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거 때문에 골치 아프다. 이번엔 좀 제대로 투자받아서 기깔나게 만들고 싶은데.)
“오랜만의 복귀니까 당연히 그러셔야죠. 음······ 투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제가 아는 사람 소개해 줄까요?”
(네가 아는 사람?)
“이번에 드라마 하면서 친해졌는데, 애가 사람이 괜찮아요. 연기도 잘하고.”
(‘악귀’에 투자자 겸 배우면 한 사람밖에 없지, 유연서?)
“네, 형님도 아세요?”
상대방이 피식 웃었다. 요즘 유연서 모르는 사람이 있나······ 다만, 그에 엮인 소문이 좋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유연서가 투자자 권리를 앞세워 감독을 갈아치울 뻔했다는 얘기는 당시 업계에 있던 모든 사람이 알았다.
“그런 일이 있었어요? 전혀 그렇게 안 보이던데······.”
(뭐, 네가 그렇게 말하니 생각은 해 볼게.)
“넵, 언제 한 번 우리 극단 놀러 오세요.”
(그래.)
통화를 끊은 정현식이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며 택시에 올라탔다.
***
웰메이드 공포퇴마 드라마 ‘악귀’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
유연서 종영 소감 “새로운 경험을 안겨준 작품, 많은 걸 배웠다.” (악귀 종방연)
임승현의 동생이자 ‘러브 레터’의 운영진 중 하나인 임혜주는 충혈된 눈으로 컴퓨터 화면을 응시했다. 화면에는 사제복을 입은 유연서가 한가득이었다.
“진짜 대박이다······.”
같은 장면임에도 다른 보정을 한 사진을 여러 장 저장하고 있던 그녀는 핸드폰이 전화 오듯 빠르게 울리는 것을 느끼고 의자에 기댔다.
-헉 결사 떴어요!
-마이튜브ㄱㄱㄱ
자정이 넘었는데도 활발히 유연서의 드라마 짤을 자신의 하드 디스크에 저장하고 있던 임혜주는 다른 회원의 게시글에 부랴부랴 마이튜브를 들어갔다.
[결핍된 사람들 시즌 2] 드디어 그가 온다! 캐릭터 예고편 ‘이태오’#유연서
“허억······!”
임혜주는 짧게 심호흡하고 영상을 재생했다.
첫 장면은 거리를 걸어가는 한 남자의 뒷모습을 멀리서 비춘다. 거리는 마치 사이버 펑크와 디스토피아 배경이 섞인 오묘하고도 신비한 분위기를 풍겼다.
마치 새벽인 듯 인적 없는 거리, 하수구에서는 수증기가 올라온다. 그의 인기척에 떠돌이 개가 크게 짖는다.
(쉬······.)
화면에서는 코 밑에만 나오지만, 날카로운 턱선과 살짝 젖은 듯한 장발, 그리고 검지를 입술로 가져다 대는 손가락이 유려했다.
(평범하게 살면 재미없지.)
유연서의 나른한 목소리가 내래이션으로 흐른다. 기타와 드럼이 짧게 둥둥, 소리를 내면서 영상의 집중력을 키운다.
그가 걸을 때마다 맨발이 바닥에 닿아서 차박 차박, 소리가 난다. 몸짓은 춤을 추듯 휘청거린다.
(뭐가 하나 모자라야 인간미가 있지 않겠어?)
어깨에 올려놓은 쇠 지렛대, 속칭 빠루를 계단 난간에 깡, 깡 마치 연주하듯 부딪치며 거리를 활보한다.
(뭐, 나는 뺏긴 축에 속하지만······.)
그리고 흥겨운 록 장르의 음악이 크게 폭발하면서 장면이 빠르게 바뀐다. 춤을 추듯 유려하면서도 엉성해 보이는 액션 장면, 이에 그치지 않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엉망이 된 거리를 활보한다.
(뭐, 뭐야 당신.)
(나?)
남자의 코 아래만 보여주던 카메라가 서서히 시선을 올린다. 어깨에 살짝 닿는 장발의 남자, 이태오는 반으로 묶은 머리는 양 갈래로 아무렇게나 묶어 우스꽝스러워 보이지만, 그마저도 패션같이 잘 어울리는 구석이 있었다.
(누굴 거 같아?)
바닥에 쓰러진 남자를 보던 눈동자가 깜빡이더니 화면을 응시한다. 입에 걸린 비열하면서도 장난스러운 웃음, 그리고 둥둥, 마무리 효과음이 들리면서 화면이 검게 색칠된다.
(알고 싶어?)
나지막한 음성과 함께 ‘결핍된 사람들 시즌 2’의 공개 날짜가 박힌다.
임혜주는 침착한 얼굴로 영상을 다시 처음부터 재생했다. 한 다섯 번쯤 돌려보고서야 댓글을 남기러 스크롤을 내렸다.
-미친갭차이ㅠㅠㅠㅠㅠ
-와 하루만에 떡밥이 이게 뭐냐
-방금전까지 신부복 유연서 앓고있었는데 갑자기 뒤통수맞음
-유연서 갭차이 돌았네ㅠㅠ
-미쳤다 이태오 그자체다
-악귀에서 모든씬이 오졌는데 이거보니까 이거도 좋네ㅅㅂ
아직 ‘악귀’속 라파엘 신부에 여운이 남아있던 유연서의 팬들은 정 반대로 나오는 이태오의 모습에 밤을 새워야 했다.
그리고 이 영상은 당연하게도 실시간 인기 동영상 1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