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331)
제331화
#331. 그땐 제거하십시오.
토마스가 산둥반도에 도착하기 3시간 전.
[AM 02:17]영종도 왕산마리나항.
영종도 서쪽 끝자락에 자리한 왕산마리나항은 일몰 명소로 잘 알려진 곳이었다.
수도권 근교에 위치했다는 입지 덕분에 한때 선박 레저의 최전선으로 불렸으나 한창 떠오르던 시기에 게이트 대전쟁이 터지면서 유령 항만으로 전락해버렸다.
이후 소전쟁을 거치면서 세계는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동안 추락을 거듭했던 관광과 레저 산업에 순풍이 불면서, 타국에 비해 일찍 몬스터 보안 체계를 갖춘 한국은 다시금 왕상마리나항을 개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아직 바다에서의 위협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불식시키진 못했죠. 그래서 이 항만은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강무혁의 설명에 고을지는 텅 빈 요트 계류장을 둘러보며 말했다.
“하긴 아무리 겁대가리가 없는 사람들이라도 해양 몬스터한테 비빌 순 없으니까요.”
“글쎄요. 사람들의 도전 정신이란 게 참 이상해서요. 동북아시아야 덜하지만, 지중해 쪽은 몬스터 때문에 난리인데도 해양 관광 사업이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강무혁은 그런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옆에 있던 노송린이 그의 말을 받아 덧붙였다.
“그 왜 가끔 뉴스에도 나오지 않습니까? 등산가가 지형이나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죽는 것보다 산에서 만난 몬스터 때문에 죽는 일이 더 많다고. 그런데도 산에 올라가는 사람이 줄지 않는 걸 보면 신기하죠?”
“어? 그 뉴스 나도 본 적 있어요.”
고을지가 아는 체하며 손을 들었다. 그녀는 항만을 다시 한번 돌아보곤 걱정된다는 듯 혀를 찼다.
“하여튼 여긴 곧 망하겠네요. 이렇게 장사가 안돼서야. 쯧쯧. 누가 주인인지 진짜 걱정된다.”
“좀 걱정이 되긴 하죠. 여길 어떻게 굴려야 흑자로 만들까 싶긴 합니다.”
“그걸 왜 단장님이 걱정?”
“아이언윌 소유지이니까요.”
“네?”
“샀습니다.”
“뭘?”
“여기요. 항만.”
“샀다고요?”
눈을 동그랗게 뜨는 고을지를 향해 강무혁이 부연해 설명했다.
“조용히 일을 진행해야 해서 완전히 비워둬야 했습니다. 만약에 이번 작전 중 누군가 다칠 경우, 서해에 배도 띄워야 하는 데다가 남의 이목에 걸리지 않고 몰래 들어올 창구가 필요하기도 했고요.”
“여기 얼만데요? 아니, 얼마인진 관심 없고. 그래도 작전 한 번에 항구를 사요? 와아, 우리 길드 능력 좋네. 이러다 레이드할 땐 산도 사겠어.”
“실제로 게이트도 거래되는데 산이라고 못 살 건 없죠. 우리 아이언윌, 그 정도 능력은 됩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중국 쪽 일도 봐야 하거든요. 그래서 샀습니다.”
“중국 쪽 일? 중국 때문에 배 타는 델 살 일이라곤 밀항 말곤 없잖아요. 그러니까 불법적인 일을 하려고 샀다는 거네요? 와아, 우리 무슨 마피아 같아.”
고을지가 놀라서 말하자 노송린이 손가락을 좌우로 까딱이며 비웃었다.
“아직 어리구만. 원래 헌터는 예비 마피아야. 구원자니 영웅이니 해도 그게 진실이지.”
“아저씨는 예비 딱지 뗐잖아. 진짜 범죄자. 난 아니고. 누굴 도매금으로 넘겨요?”
“야, 너도 단장님 아니었으면 우중도 갈 뻔했어. 어디서 아닌 척 세탁을 해?”
“호적에 빨간 줄 그은 사람이랑 클린한 나랑 같을 수가 있나? 억울하면 빽 만들고 나쁜 짓을 하시던지.”
“어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한 마디를 안 지네.”
“와아, 표현 봐라. 완전 꼰대가 따로 없네. 어디, 아저씨 머리도 피 안 마르게 해줘요?”
“단장님, 얘 좀 봐요. 애가 어쩜 이렇게 폭력적인지.”
“헌터 중에 폭력적이지 않은 사람이 어딨다고? 우리 대장부터 좀 봐. 몬스터고 헌터고 누구 패는 덴 1등이잖아. 그건 대장을 부정하는 표현이라고.”
“어? 길마님 욕?”
“팩트를 그렇게 받으면 곤란하지.”
“아닌데. 길마님 고저스하고 엘레강스한데?”
“허어, 아부 떠는 거 대박. 이 아저씨 지문 사라지겠네.”
“이게 어른의 사회생활이라는 거다, 급식아. 너도 이제 슬슬 익혀두는 게 좋을걸? 크크큿!”
항상 그러하듯 고을지와 노송린의 말싸움이 시작되면 강무혁은 슬그머니 뒤로 빠졌다.
그는 마나중독증에 대비해 약물을 투여하고 있는 토마스에게로 다가갔다.
“몸 상태는 어떻습니까?”
“몇 번 고비가 남았긴 하지만, 본격적으로 치료 시작하면서 많이 좋아졌습니다. 더는 발작하는 일은 없고요. 물론 힘을 최대치로 낼 수 없고, 시간도 제한적이지만요.”
“그래서 고을지 헌터에게 운반책 역할만 맡기기로 했습니다. 먼 거리를 가야 하니 최대한 힘을 아끼세요.”
“싸울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토마스의 바람에 강무혁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 일 하면서 느낀 건데. 항상 최악을 상정하면 더 안 좋은 일이 생기더군요. 헌터들이 그런 건지, 이 세상이 그런 식으로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지만, 조용히 넘어가긴 어려울 겁니다.”
토마스는 고개를 끄덕여 동의하곤 임무에 관해 물었다.
“관홍으로부터 연락은 왔습니까?”
“아직이요. 토마스 헌터가 출발한 이후엔 직접 연락해야 할 겁니다. 위성전화기는 백팩에 넣어뒀습니다. 무선 이어셋으로 연결해뒀으니 언제든 통화해서 위치 확인하세요. GPS 모듈도 있으니 위치 파악도 어렵지 않을 겁니다. 산둥반도 해안선 지리는 숙지해뒀죠?”
“예. 다행히 머리는 나쁘지 않은지라.”
토마스 역시 마나중독증의 영향으로 머리만큼은 비상했다. 그는 위성 사진으로 된 지도를 아예 통째로 암기했다.
강무혁이 토마스와 작전을 점검하는 동안 고을지도 작전 준비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고을지는 고글을 이마에 눌러 쓰곤 평소 입던 아머 코트 대신 아머 자켓을 걸쳤다.
자켓은 방탄조끼와 닮아 있었다. 코트에 비해 방어 면적은 좁았으나 상체에 딱 붙는 형태라 잠입이나 적진정찰에 많이 쓰이는 장비였다.
고을지가 이것저것 장비를 챙기는 동안 노송린이 참견했다.
“뭐 잊은 거 없어?”
“아, 맞다. 앰플킷.”
“스태미너 포션하고 마나 포션은 두 세트 더 챙겨. 아무리 너라도 장거리 고속 이동은 상당히 힘들 거다.”
고을지는 앰플킷을 주섬주섬 허리에 끼우며 말했다.
“아깝다. 공식 작전이었으면 기네스북감인데. 기존 헌터 왕복 비행 거리가 얼마더라?”
“쓸데없는 데 신경 쓰지 말고 집중해. 다시 한번 말하지만, 네 역할은 전투가 아니야. 운반 임무에 치중해. 전투는 토마스가 맡을 거니까.”
“네네. 알겠습니다요. 여기 올 때부터 도대체 몇 번을 얘기하는 거예요?”
“네가 시원찮으니까 그러는 거지. 사고 좀 치지 말고.”
“내가 평소엔 좀 그럴지 몰라도 임무는 또 확실하게 한다구요.”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 안 샐까? 평소에 넋 놓고 있는 게 버릇될까 봐 그런 거 아니냐?”
“알았어요, 알았어. 정신 바짝 챙기고 다녀올게요.”
“어디 다치지 말고.”
“웬 걱정?”
“당연히 걱정되지. 이제 졸업도 했겠다. 앞으로 나 대신 할 일이 많은데, 쓸데없이 죽으면 나만 피곤하다고. 제발 몸 건강히. 알았지? 절대 다치면 안 돼. 응?”
노송린이 진심 어린 표정으로 당부하자 고을지가 인상을 구겼다.
“살짝 감동했는데. 내 감동 물어내.”
“얼만데?”
“1억.”
“도둑놈 심보네.”
“놀부 심보 아닌 게 어디야? 한 10억 부르려다 말았는데.”
“헛소리 말고 이거나 챙겨 넣어.”
노송린은 스태미너와 마나 포션을 몇 개 더 챙겨 고을지의 허리에 찬 키트에 구겨 넣었다.
하지만 고을지는 키트 덮개를 닫으며 포션을 밀어냈다.
“앰플킷 양쪽으로 꽉 찼어요. 이러다 깨져.”
“수정석으로 만든 거라 어지간해선 괜찮아.”
“지금도 많다니까.”
“키트에 못 넣으면 배낭에라도 넣어. 원래 이런 건 여유분이 많을수록 좋은 거야. 뭔 일이 터질지 모르니까.”
“이잉, 날아갈 때 뭐 있으면 걸리적거리는데.”
평소 몸에 걸치는 장비조차 최소화하던 고을지는 배낭도 거치적거린다며 투덜거렸지만, 노송린이 직접 어깨끈을 바짝 조여 억지로 등에 메게 하자 못 이기는 척 넘어갔다.
그렇게 소란스러운 작전 준비가 끝나고, 강무혁은 토마스와 고을지를 불러와 정식으로 오더를 내렸다.
“최대한 충돌 없이 관홍 헌터를 데려오는 게 1순위 목표입니다. 충돌이 일어나면 압도적인 화력을 제압하는 게 플래B고, 이때 고을지 헌터는 관홍 헌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세요. LA사건으로 인해 이미 고을지 헌터 능력이 노출된 상황이니 전투는 피하고요.”
“어쩔 수 없이 힘을 써야 할 경우엔요?”
“최대한 마법사인 것처럼 위장하세요. 그 때문에 얼굴도 고글하고 위장 마스크로 가리는 거니까.”
“으음, 힘들 것 같은데…. 뭐, 할 수 있는 만큼 해 볼게요.”
강무혁이 토마스를 돌아봤다.
“만약 관홍 헌터의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포기하고 빠져나오세요. 가장 중요한 건 두 사람의 안위니까요.”
“확보할 순 있지만, 변수가 발생할 땐 어쩌죠? 제 판단을 우선할까요?”
“현재로썬 변수 대부분이 관홍 헌터가 벌인 일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와 대화가 가능하고 타당한 내용이라면, 그의 의견을 따르세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다면, 그대로 퇴각해도 됩니다.”
“만약 관홍이 이상한 술수를 부린다면 어쩝니까? 가령 저흴 이용해서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 위험한 공작을 펼치려고 하면요.”
“그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겠지만, 황룡 길드가 관홍 헌터를 받아주긴 어려울 겁니다. 가장 나쁜 가정은, 그 공작 때문에 우릴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수작일 경우인데…….”
강무혁은 토마스에게 가까이 다가가 귓가에 대고 소곤거렸다.
“그땐 제거하십시오. 전투 중엔 피치 못할 사고라는 게 발생하기도 하니까요.”
토마스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강무혁은 다시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그럼, 무사히 다녀오세요.”
그의 말과 동시에 고을지가 토마스를 자신의 영역 안으로 끌어들였다.
토마스는 그녀의 기운을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이내 두 사람의 몸이 공중에 떴다.
고을지가 고글을 꼈다. 토마스도 따라서 고글을 썼다.
“고을지 항공, 출발합니다.”
슈이잉, 퍼엉!
고을지는 출발부터 급가속해 날아갔다. 그 충격파로 강무혁은 비틀거렸다.
노송린이 강무혁의 등을 받쳤다. 그는 고을지가 바닷물에 남긴 궤적을 따라 수평선 너머를 바라봤다.
“저 녀석, 걱정되네요.”
“잘할 겁니다.”
짤막한 대답이었지만, 강무혁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서 그런지 노송린은 어쩐지 안심이 되었다.
‘잠깐. 내가 안심을 해? 저 녀석을 걱정한다고? 아니야. 그래. 아니지. 난 그저 일꾼 하나 없어져서 내가 고생할까 봐 그런 거라고.’
노송린은 고을지를 걱정했다는 사실을 절대로 부정하며 입을 앙다물었다.
“갑시다. 여긴 여기대로 바쁘게 움직여야죠.”
강무혁은 다시 적막해진 항만을 뒤로하고 서울로 발길을 돌렸다.
* * *
온갖 방해 공작 속에서도 관홍은 끝내 산둥반도에 발을 들였다.
‘예상은 했지만, 미라주를 언급한 것만으로 이렇게까지 효과를 볼 줄이야.’
황룡 길드가 미라주에게 넘어갔다는 폭탄 발언이 산둥성 전역에 퍼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그 여파는 강렬했다.
당장 대여 창고에서의 전투에서도 후폭풍이 몰아쳤다.
그 앞뒤 가리지 않는 자칭린이 손발을 멈췄고, 류시시는 팔이 날아간 와중에도 어찌할 줄 몰라하며 흔들렸다.
구동존이 동맹의 위샤오광은 경악해서 입을 벌린 채 물러났다. 관홍을 가장 죽이고 싶어 하던 백귀의 수하 이한철조차 명령대로 암살 임무를 마쳐야 할지 위에 보고해야 할지 갈팡질팡한 모습이었다.
각자의 이유야 어찌 됐든 대형 세력들이 모인 가운데 미라주를 입에 담은 건 관홍의 기대 이상으로 성공적이었다.
덕분에 관홍은 포위망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미라주 소식이 이렇게 빨리 산둥성 전체로 퍼진 건 백귀 아니면 동맹 둘 중 하나겠지.’
관홍은 동맹보다 백귀 쪽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동맹은 상황을 파악한 뒤 이를 이용하려 들겠지만, 백귀는 한반도와 가까운 중국 동부가 어지러운 게 이로울 테니까.’
미라주만큼 한 국가를 들었다 놓을 세력이 어딨겠나. 게다가 그들이 황룡 길드를 먹었다는 건 세기의 스캔들이라 할 수 있었다. 아니, 국가의 존망이 걸린 위협일 터였다.
문득 관홍은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국가 게이트 안보의 제일선에서 뛰는 대형 길드가 미라주와 엮였는데. 다들 이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저마다 이해관계를 따져 움직이다니. 헌터로서 정말 부끄러운 일이야. 이득은 챙기더라도 최소한 대책은 마련해야 하지 않은가.’
한때 관홍은 마경에서 일을 벌여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었으나 그때의 실패로 인해 길드로부터 한 번 내쳐진 이후엔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달라져 있었다.
욕심을 버렸기에 비로소 깨닫는 것이 있었던 것이다.
‘하? 내가 남 욕할 때가 아니지. 나 역시 그런 위선자였는데.’
이후 그는 최대한 정도를 지키며 길드를 운영하고자 노력했다.
강무혁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지속적으로 공조해왔던 것도 그런 깨달음 덕분이었다.
‘내 문제는 둘째치고. 지금 각 세력은 도를 넘어서고 있어. 국가와 인민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조직의 이익만을 꾀하다간 언제고 큰일이 날 거야.’
관홍의 우려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당장 당사자인 황룡 길드는 물론이고, 그런 황룡 길드를 무너트리려는 동맹 역시 계산기를 두드리는 게 먼저였다.
백귀야 원래 중국인이 아니니 상관할 바가 아니지만, 지금 뒤를 쫓고 있는 자들은 입장이 달랐다.
‘역시 천명까지 움직인 건가?’
관홍이 산둥반도에 들어서자마자 기습한 길드.
겨우 뿌리쳤으나 그들은 여전히 관홍을 쫓고 있었다.
천명 길드는 심월의 낙일과 혈맹을 맺은 대형 길드였다. 낙일이 황룡의 술수에 당했다는 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것으로 천명이 나설 명분은 차고도 넘쳤다.
‘물론 그 속셈이 복수라는 순수한 이유는 아니지만 말이야.’
천명이 겉으론 복수라는 명분을 내밀고 황룡을 적대했지만, 실제론 랴오닝 반도의 패권 때문이었다.
중국 북동부가 마경에 잠식돼 랴오닝 성으로 향하는 길이 끊긴 상태였다. 그 덕에 랴오닝 성은 마경의 중심부와 가까운 전진 기지 역할을 했다.
그런데 산둥 반도는 랴오닝 반도와 지척에 있었다. 가장 짧은 거리가 110㎞ 내외일 정도. 항공편을 이용하면 금방 넘어간다지만, 인원과 장비, 더해서 대형 몬스터의 부산물까지 대량으로 넘나들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산둥 반도의 전략적 이점은 상당했다.
하지만 랴오닝 반도를 장악하고 마경의 패권을 가져간 것은 황룡 길드였고, 황룡 길드의 본거지인 베이징으로부터 랴오닝 성까지의 거리는 400㎞에 달했다. 누가 봐도 천명이 밀린 모양새였다.
그나마 혈맹인 낙일 길드가 황룡 길드와 손을 잡고 마경을 온전히 중국 땅으로 장악하려 할 때만 해도 데면데면한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심월의 죽음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천명은 선전포고만 하지 않았을 뿐, 황룡 길드 타도를 공공연히 외치고 있었다.
물론 비원쥔의 존재 때문에 정면으로 맞서지 못했으나 관홍이 제 앞마당에 들어왔으니 그냥 넘길 리가 없었다.
‘어쨌건 목적은 추가 달성했어. 조만간 비원쥔 부길마가 게이트에서 나올 테고, 그가 미라주와 관련이 없다면 길드 내 외부 세력을 일소하겠지. 동시에 동맹과 천명과 같이 황룡 길드를 배척하는 세력에선 황룡에 대한 공세를 펼칠 테고, 황룡은 미라주라는 낙인이 찍힌 채로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할 거야. 난 그 틈에 안전을 확보할 거고.’
관홍은 단순히 황룡 길드에게서 도망치는 것만이 아니라 그 뒤에 따라올 추격과 암살의 위협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동시에 중국 제일의 길드라는 황룡 길드가 인민의 원수가 되려는 걸 막으려는 노림수였다.
‘물론, 이건 모두 부길마가 미라주와 전혀 관련이 없을 때 얘기지만.’
관홍의 수는 그 최악의 가정에서도 빛을 발할 터였다.
주변 모든 세력이 황룡 길드를 적대할 터였다.
중국 내 S랭크는 여덟. 심월이 죽었으니 이젠 일곱. 비원쥔 외에도 여섯이 남았다.
황룡 길드가 진정 미라주의 주구라면, 이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으리라.
게다가 베이징은 모든 세력이 군침을 흘리는 지역이기에 나머지 S랭크 중 그 누가 노리더라도 이상하지 않았다.
관홍은 그런 승냥이들에게 대의명분을 쥐여준 것이었다.
“자, 나도 이제 슬슬 망명할 준비를 할까?”
생각을 정리하며 황룡 길드에 미련을 버린 관홍은 강무혁에게 받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