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409
00409 백운산맥 =========================
무한한 것은 있을 수 없다.
아니, 있을 수는 있다.
다만 스타이너가 보기에 백운을 만든 천재가 있던 세계에서는 없다.
무한을 구현할 수 있다면 백운산맥이란 가상의 공간에 사람들을 집어넣어 그들의 욕망을 실현시키려 하지는 않았을테니까.
그렇기에 모든 사람을 집어 넣은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도 관리하는 자가 없다면 백운산맥에 들어간 이들이 어떻게 끝없는 시간을 살 수 있게할것인가.
물론 관리하는 자는 있을 것이다.
그 관리를 위해 백운이라는 시스템을 만들었을테니.
하지만 그 백운이 영우너히 잘 작동하리란 것은 어떻게 확신한다는 말인가.
분명 그는 별 하나 단위로 실험을 진행했지만 존재의 욕망이 존재해온 것은 아득한 세월이며 그 세월이 어떠한 체계도 어떠한 혁명도 영원한 평화를 보장할 수 없음을 증명해왔거늘.
스타이너는 이런 놈들이 어떤 놈들인지 대충안다.
스케일만 다를 뿐이지 비슷한 놈들은 수두룩하게 봐 왔으니까.
“이상에 미쳐서 현실을 져버렸군.”
굳이 탑을 오르며 보아왔던 멸망한 세계의 잔재들을 찾지 않아도 된다.
탑을 오르던 과거에는 사용자니 부랑자니 하는 구분을 두었다.
표현만 다르지 그냥 그나마 무너져가는 법망이라도 지키는 이들이 사용자고 그것조차 안지키고 자기 맘대로 하는 이들이 부랑자였다.
부랑자라고 하면 집없이 범법 행위만을 하는 악인같지만, 선악의 구분을 다 떠나서 그들중에 그저 남을 괴롭히는 것을 좋아하는 악인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 중에는 의도는 정말로 선인이라 할 수 있었던 이들도 존재했다.
다만 그 방식이 미쳤다.
육공의 하나였던 마력은 마나를 왜곡시켜 사용하는 것이고 그것은 악마놈들이 하는 거랑 비슷하니 뭐니 하며 마력을 익히는 자들을 때려죽이던 강체수련자도 있었고, 힘을 가진 이들이 일으킬지 모를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절대적인 선을 가진 자신이 확고한 제어를 하려 다른 이들을 살려는 두되 마나를 다를 수 없게 불구로 만드는 이도 있었다.
‘그 놈이 진짜 역겨웠던 것은, 그렇게 불구로 만들고서 의식주는 챙겨주려 노력했다는 것이었지.’
자신이 반신불구로 만든 자들에게 온갖 욕은 다 먹어가면서도 의식주를 챙겨주려고 얼굴에 웃음을 지우지 않고 노력하던 남자.
처음 그가 지배하던 지역에 갔을 때는 스타이너는 그런 착각을 했다.
그 지역은 그 남자만 빼고 전부 전투에서 괴멸적인 피해를 입은 집단이라고.
다른 반신불구의 사람들이 그 남자를 욕하는 것은, 전투에서 입은 정신적인 데미지가 그들을 미쳐버리게 만든 것이라고.
하지만 자고 있던 자신을 습격하며 싸우게 되고, 습격이 실패로 돌아간 뒤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들을때는 스타이너는 세상에 정말 미친놈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을 기습해놓고는 자신을 위한 행위였다는 것을 진심을 담아 말하는 모습에 세상의 다양성을 느꼈으니까.
“미치려면 혼자 미칠 것이지.”
별 수십개를 말아먹어버린 스케일에 스타이너가 혀를 찰 때 운성은 웃으며 다른 곳으로 손을 뻗었다.
그 행위에 또 다시 공간이 일변하며 어떠한 기록들이 스타이너에게 몰려들었고 스타이너는 순간적으로 쏠리는 구토감을 느꼈다.
“이게 뭐야?”
어느 한 행성의 지역, 그 지역을 가득 뒤덮은 살덩어리들.
정확한 정체를 알수는 없지만, 그저 딱 봐도 그게 살아있는 생물들의 무언가임은 느낄 수 있었다.
끔직하다는 듯이 말하는 그를 위한 설명은 옆에서 들려왔다.
“대뇌피질이군.”
그저 흥미로운 것을 본다는 듯이 말해온 자는 인류최고의 마도공학자 스테인이었다.
“긴긴시간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뭘 사용했을까 싶었더니 생물들의 대뇌피질만 벗겨왔군. 이 정도면 확실히 압도적인 가성비를 가져올 수 있겠지. 기억, 집중, 사고, 언어, 각성 및 의식 등의 중요 기능등은 다 거기 담겨있으니까. 다만 이 정도 규모는 나도 안해봐서 시뮬레이션으로만 돌려보는 것이지만, 이 쪽의 시스템은 그걸 실제로 구현했군.”
“너…”
그저 흥미로운 대상을 본다는 듯한 스테인의 말투에 스타이너의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스테인의 말을 들은 운성의 일행의 대부분의 반응이 그저 그러려니 하는 듯한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괴리감.
그것을 느끼는 순간 드는 감정은 의문.
저처럼 인륜이고 나발이고 신경쓰지 않고 일어난 이 끔찍한 광경을 그저 교과서에 서술된 어떠한 사건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들이라면 자신이 어떠한 반응을 할지는 뻔히 알텐데도 자신을 이 곳으로 데려온 이유가 무엇일까.
그런 의문이 그의 머리속을 가득 채울 때.
“왔군.”
운성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그 상대가 누구일까 하는 것은 의미없는 고민.
그들을 둘러싼 공간이 순식간에 일변하더니 하얀색의 방으로 변화했다.
“이거 손님맞는 준비가 됬군?”
운성이 그 곳을 향해 웃으며 돌아보자 그 곳에는 거대한 짐승이 있었다.
크기는 3M를 넘는데 그 모습은 호랑이와 비슷했고 사자의 갈기를 가지고 있었으며 파충류의 눈으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앉으시지요.”
그런 맹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가 상대에게서 울려퍼지자 곧 그들 사이에는 정갈한 테이블과 의자들이 나타났다.
‘이건 또 무슨.’
스타이너가 당황한 것처럼 레이븐도 적잖은 당황을 느끼고 있었다.
다만 그가 느끼는 것이 조금 다른 것은, 이것으로 3번째로 보는 듯한 저 시스템이란 존재의 다른 인격같은 모습이었다.
처음 만났던 인격은 장 리안이 한판 붙었던 백견이라는 인격.
인격이라 이름붙이는게 우습지만 그 인격은 정말 기계적인 모습을 보였었다.
자신을 소개하는 것 부터 시작해 대화하는 것 자체가 인간이랑은 확실히 동떨어져있었다.
두번째로 본 인격은 황제가 전쟁을 선포하고 설전을 나누었던 인격.
보이지 않은 우주와도 같은 공간에서 수 많은 군세를 찍어내던 그 인격을 오만한 권력자와 같았다.
그리고 세번째로 보는 인격인 저 맹수같은 모습이 보이는 것은 차분한 커리어우먼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맹수가 권하는 대로 운성은 테이블에 다가가 의자에 앉았다.
“뭐 해? 너희들도 앉아?”
그리고는 천연덕스럽게 뒷편에 있던 이들에게도 손을 까닥이며 의자에 앉을 것을 권유했다.
“차라도 마시겠습니까?”
모두가 자리에 앉자 맹수가 권유했다.
그에 운성은 그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의미가 있나?”
“의미는 두기 마련이지요.”
“것 참, 그건 그것대로 명답이군.”
자신이 졋다는 듯이 박수를 치는 행위에 스타이너는 인상을 찌푸렸다.
‘저게 뭔 소린지.’
하는 행동이 상리를 벗어나는 것을 보자면 자신과 비슷한 과지만 말할 때 마다 배배 꼬아서 뱉는 것을 볼 때는 영감님이라 부르는 장 리안보다 더 했다.
자신도 이 세계 저 세계의 흔적을 돌고 눈치밥을 먹었지만 저 남자가 하는 말은 도저히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다과는 어찌할 것인가요?”
재차 해오는 권유에 운성은 피식 웃으며 아무것도 들지 않은 맨손으로 마치 무언가를 마시는 듯한 흉내를 냈다.
그리고는 말했다.
“이게 내 답이다.”
“그렇습니까.”
그에 맹수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통만 1M가 넘는 맹수가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은 B급 영화의 연출과 같았다.
그리고는 그것으로 됬다는 듯이 몸을 내밀어 테이블 가까이 다가왔다.
“당신이라면 알아주리라 생각합니다. 돌아가주시겠습니까.”
맹수가 요청해왔다.”
“너라면 알잖아. 안 되.”
“그렇습니까.”
“언젠가 이런 날이 올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니?”
“수 많은 분석 중의 하나로 존재했습니다.”
“그럼 마음을 편히 먹도록.”
“아쉽게도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마음이 뭔데.”
“마음이 무엇입니까.”
“네가 여기 있는 근거다.”
“그런 것입니까.”
“그런 것이지.”
“그렇군요.”
맹수는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그것은 체념과 같았다.
짧은 시간이 지난 후 맹수는 고개를 들었다.
“제가 이 곳을 숨긴 것은 이 곳이 제 약점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알아.”
“그저 숨기고 싶었을 뿐입니다. 어쩌면 약점이었을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다만 당신의 말로 이제는 약점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알아.”
“당신은 무엇입니까.”
“뭐긴, 인간이지.”
운성은 확신을 담아 말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스타이너는 확신했다.
‘그냥 포기하면 편하다.’
이제는 그냥 운성이란 남자를 이해하려 드는 것 자체를 포기했다.
다만 하나 알 수 있는 것은 있었다.
이제 짧은 대화가 끝나려 한다는 것을.
그에게 어려운 대화의 시간은 끝이 나고, 익숙한 투쟁의 시간이 다가왔다.
========== 작품 후기 ==========
붕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