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80
00080 일단 정리 =========================
21층에 존재하는 워로타섬은, 빌론이 지배하되 빌론족이 지배하는 땅은 아니였다.
타락한 빌론 주술사 모몬토는 자신의 지적 탐구심을 위해 종족마저 배신해버린 이였다.
휘이이잉
을씨년스런 기운이 맴도는 동굴.
그 곳은 마치 고기박람회를 연것만 같았다.
섬에서 볼 수 있는 동물의 시체란 시체는 다 정육점의 고기마냥 고리에 걸려져 전시된 상태였다. 개중에는 빌론의 것도 인간의 것도 있었다.
아니, 아직은 살아있는 것들도 걸려있었다.
“끄으으..”
“으으으…”
낮은 비명을 지르는 그들과, 걸려있는 사체들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동굴안은 항상 서늘한 온도를 유지시키는 주술이 걸려있었다.
그 상황은 동굴의 바깥쪽으로 갈수록 악화되었다.
내부로 갈수록 중요한 것들을 걸어놓고, 외부에는 이제는 관심밖으로 밀려난 것을 매달아두었는지, 생명을 유지시키는 주술진이 그 힘을 다해 서서히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목숨줄이 붙어서 끄끄거리며 신음을 뱉어내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동굴의 주인인 자가 제법 방부처리에 조예가 있음을 보이는 듯 했다.
“흠…”
그 한복판을 걷는 스테인은 주변에 펼쳐진 광경을 보며 나지막이 침음을 흘렸다.
다른 사람의 눈엔 단순한 시체거나 시체예비자겠지만, 그의 눈에는 그 육체에 행해진 실험들의 흔적이 보였다.
비슷한 종족의 시체를 대충 걸어놓은 듯 하지만 각각 조금씩 달랐다.
그 때, 동굴 저 안쪽에서 쇠를 긁는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끌끌, 예술을 감상할 줄 아는 놈이로군.”
느긋하기 그지 없으며, 자신의 것을 과시하는 듯한 그런 목소리.
“이 곳의 주인이신가?”
오래되어 바싹 마른 로브.
그 위에 덮인 먼지와 그 아래로 가려졌으나 숨길 수 없는 피와 고기의 냄세.
“그래, 내가 바로 이 대지의 왕 모몬토다.”
마찬가지로 오래된 나무지팡이를 땅에 끌며 웃었다.
“아, 그 전에 잠깐.”
“음?”
“생체계열연구의 종사자 같은 데, 그렇게 먼지나 타 생물체의 흔적등을 신체에 제거하지 않은채 실험을 한다면 원하는 예상값에 오차가 생기지 않나?”
바벨을 오르며 당연시 되는 것은 적자생존.
그것은 이 탑은 오르는 인류도 마찬가지며 살아남은 모든 생물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그런 생물들은 설혹 죽더라도 세포에 강한 고유특성을 소유하고 있어 타 생물을 실험하는 중에 섞인다면 영 다른 결과를 보이고는 했다.
그런데 저 처럼 오염된 복장을 끼고 하는데 실험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클클, 이 몸의 위대한 주술에 그 정도는 문제의 축에도 끼지 않지”
모몬토는 웃으며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그의 주변에 걸려있던 시체들이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관절 범위를 벗어났다. 연골이 버텨줄 수 있는 한계도 지났어’
들썩.
상대의 조종하에 있는 시체를 이리저리 들며 구석구석을 구경했다.
만약 모몬토가 공격의사가 있었다면 스스로 호랑이 입안에 머리를 들이민 격이였으나, 지금 당장은 괜찮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호오…네 놈은 다른 놈들과는 다르구나.”
그 모습에 모몬토가 흥미가 동했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다른 놈들은 천륜이니 인륜이니 뭐니하며 지껄이던데 말이야.”
아마도 다른 인류가 여기서 했던 말인 듯 싶다.
저기 안쪽에 걸려있는 이들은 아마도 먼저 이곳에 왔다가 죽어버린 자들인듯 했다.
“흠, 동양쪽에 그런 말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네.”
“호오, 설마 네 놈도 이 예술을 이해하는가?”
“정작 그들은 다른 생물체의 가죽을 벗겨서 자신의 몸 주위에 두르지.
어떻게하면 방어구의 효율이 좋을까하며 살아있는 것들을 대상으로 갖가지 실험을 다
해.”
“크크, 그건 타종족이기 때문이 아닌가? 나는 나와 동족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는데 말이야.”
“당신이 그런말을 하니 주객이 전도된것 같군. 글쎄, 동족이니 뭐니해도 결국에는 편가르기 일 뿐이지. 내가 볼때 차라리 그런 편가르기를 할꺼면 단위를 우주단위로 했으면 좋겠어. 적어도 최고의 단위니까.”
“우주? 그게 무엇이지?”
“음? 이건 아직 자네들에게 관측되지 않은 개념인가? 신기하군, 역사속에 잊혀진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이들이 발달된 문명이 편향된 것인지. 그가 말해준 신화에 따르면 분명… 아니, 지금 당장은 크게 의미가 없겠군.”
스테인은 말을 하다가 고개를 저으며 다시 걸려있는 육체를 이곳저곳 찌르다가 고개를 들었다.
“더 안쪽도 내가 구경할 수 있겠는가?”
“클클, 네 놈 배짱하나 두둑하구나.”
우주라는 새로운 단어에 의문을 표했으나, 지금 당장 모몬토에게는 자신의 위대한 예술을 공감해줄 수 있는 남자의 만남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졌다.
“뭐, 좋다. 따라오도록.”
모몬토는 이내 몸을 돌려 그가 건너온 방향으로 걸어들어갔다.
***”허…”
내부의 풍경은 더욱 신기했다.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꽃은 봉오리를 아래로 향한채 수정을 품고 있었다.
수정의 안에는 가지각색의 액체가 담겨 있었고, 안에 여러가지 육체를 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인큐베이터와 같았는데, 수정안에 있는 여러 줄기같은 것들이 내부의 육체들과 연결되어 조금씩 움직이게 하며 근육과 관절이 굳는 것을 예방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실험관을 만드느라 꽤 고생했지. 신체내부에서 알을 수정하고 알이 깨지기직전에 출산한 탕과놈들을 산채로 잡아 신체내부에서 아직 덜 왕선된 알을 채취해서 내부의 놈을 끄집어내고는 가공해서 만들었어. 영약액이야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지만 알이 가지고 있던 개개인의 영약액과 농도와 성질을 맞추는 부분은 꽤 번거롭거든.”
탕과라고 하면 날개를 폈을 시 크기가 50m에 달하는 새다. 부리의 강도가 두께 1M 철판도 종이마냥 뚫어버릴 정도로 강대하고, 무리생활을 하기에 특히나 난해한 놈들이다.
“산체로 잡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목숨줄만 붙어있으면 되니까. 애초에 내부의 알을 보호하는데 특화된 놈들이라 날개를 다날리고 머리가 반쯤으깨져도 내부의 알은 보호되지. 임신기간에는 식욕이 강해지다보니 반시체폭탄 몇 마리 던져주니 가뿐하더군.”
“대단하군.”
손을 들어 피처럼 붉은 수정액이든 실험관을 만졌다.
물컹물컹하면서도 끈적끈적하다.
그러한 반투명한 실험관 너머에 있는 것은 사람의 형체를 가진 것. 허나 거대한 날개가 달려있었다.
“이건?”
“인체연성人體鍊成이지, 너희 인류란 놈들에게 탕과놈의 날개를 붙여보고 있었어.”
인체연성.
실로 놀라운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현대과학으로도 아직 초입에나 들어선 영역이다.
“같은 종이라도 다른 개체라면 면역체계가 반발할텐데, 다른 종끼리 그게 되나?”
팔이 잘렸다고 아무팔이나 같다 붙인다고 되는게 아니다.
하나의 생명개체는 자신과 다른 것을 적으로 간주하고 면역체계가 이에 반발한다.
상처난 부위에 이물질이 끼면 그를 처리하기 위한 면역체계가 작동하는데, 팔이 잘렸다고 아무 팔이나 같다 붙이면 그 팔자체를 이물질로 판단해버린다.
그런데 종도 다른 것을, 게다가 있지도 않은 부위를 합성시킨다고?
“면역체계? 개체존재력을 말하는 건가?”
“개체존재력? 그건…”
이번엔 그가 처음 틀어보는 단어다.
“쯧, 아까부터 느꼇지만 네 놈의 세상은 발달된 방향성이 다르군.”
그는 중간에 대화가 끊긴게 아쉽다는 듯이 혀를 차고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괜히 이 탕과의 알을 쓴게 아니다. ‘알’이라는 것은 ‘탄생’을 상징하지. 이를 매게로 주술을 쓴다면 개체존재력을 낮춰서 새로운 ‘탄생의 순간’을 재현하는게 가능해지는 거야.”
“놀랍군.”
지금 저 유리관의 속은 모체의 자궁속에서 난자와 정자가 결합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과학의 영역이 아닌 주술의 영역, 그것이 과학과 합쳐지며 놀라운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었다.
“정말, 예술의 경지군.”
스스로 이 곳에서 마도공학의 길을 겪으며 나름 깨어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내심으론 지구상에서 익혔던 과학을 최고로치고 있는 것 같았다.
주술도 마도공학도 더 없이 훌륭한 학문인 것을.
스테인은 자신이 등한시했던 것의 훌륭함에 감탄을 흘렸다.
모몬토는 그것이 마치 자신의 행위에 대한 공감과 존경으로 느껴졌다.
물론 그것은 전적인 오해였다.
스테인이 감탄한 것은 학문에 대한 것일뿐이다.
하지만 모몬토는 스스로의 생물체를 뒤섞는 행위에 대한 공감을 얻은 것이라 착각한 것이다.
“큭큭, 그 놈 참 맘에 드는군!”
비록 방향성은 다르게 달려왔으나 놈 또한 제법 견문과 지식이 있는 자였다.
자신의 종족은 이러한 것을 받아들이지 못해 어둠의 숲에 항상 밀려 힘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개개인의 욕망의 성취는 모두 단절시키고 오로지 종의 보존을 위한 단촐하기 그지 없는 삶.
모몬토의 눈에 그것은 실로 어리석었다.
그것은 진취적이고 개척하는 종으로서의 마음가짐으로서는 탈락이였다.
그러한 것은 자신의 실험용으로나 쓰일 종들이 가질마음가짐일 뿐이다.
그렇기에 모몬토는 반란을 일으켰다.
지식의 전수와 종족의 보존이 그들의 소망이라면 이루어주도록 했다.
자신 홀로만 살아남아도 종족의 보존은 충분할 것이다.
아니, 자신이 행하는 실험과 연구에 의해 더욱더 강성한 종으로 재 탄생할 것이다.
그 지식은 자신의 두뇌속에 전부 기록되어 있었다.
그 증거로 종족이 전부가 모여도 연전연퇴하기만 하던 어둠의 숲과의 전쟁도, 자신이 반란을 일으키고 난 뒤로는 연전연승하여 저 한 구석으로 몰아넣은 상태였다.
이제는 실험체들의 훈련용이나 샘플 채취용으로 남겨두고 있는 상태이니, 종족이 그렇게나 원하던 것은 다 자신이 이룬 것이였다.
이제 어리석고 쇠퇴되는 빌론 종족은 없다.
자신에 의해 더욱 강성하고 진화한 빌론 종족만이 남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 길에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한 스테인을 향해 그는 손을 내밀었다.
“네 놈, 제법 마음에 드는 군. 나와 함께 하지 않겠나?”
흉흉한 눈빛을 발하며 쇠를 긁는 소리를 모몬토.
그를 보며 스테인을 턱밑을 긁더니, 허허하며 웃으며 답했다.
“음, 거절하지.”
========== 작품 후기 ==========
모두가 각자의 시간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