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ycoon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64
제64화
64.
얼마 뒤 근처에 도착한 강림은 황서연을 볼 수 있었다.
황서연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급해 보이지는 않는데?’
뒷모습이라 표정을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걸음걸이가 매우 느긋했다.
강림은 황서연과의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3m 정도 떨어진 곳에서 걸음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여긴 어쩐 일입니까?”
강림이 말을 한 순간 황서연이 움찔했다.
“하…….”
이어 황서연은 깊게 한숨을 내뱉으며 뒤로 돌아섰다.
“기척 좀 냅시다! 깜짝 놀랐네!”
황서연의 표정에는 놀람과 안도가 반반 섞여 있었다.
표정을 보고 강림은 확신했다.
황서연이 온 것은 상황 악화가 아닌 다른 이유 때문이라는 것을.
“고려해 보죠. 근데 진짜 무슨 일입니까?”
강림은 황서연의 말에 답한 뒤 재차 물었다.
“엣헴.”
“……?”
황서연의 반응에 강림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선물 가지고 왔어요.”
“……선물이요?”
이어진 황서연의 말에 강림의 의아함은 더욱 커졌다.
뜬금없이 나타난 이유가 선물을 주기 위해서라니?
“강서구, 양천구, 구로구. 강림 님이 한 거죠?”
“네, 협약을 맺었으니까요.”
강림은 ‘협약’을 강조했다.
솔직히 말해 협약 때문에 정리한 것은 아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그룹을 지키기 위해 정리했다.
그러나 그건 강림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어찌 보면 거짓말도 아니다.
의도가 다르긴 했지만 협약을 아주 잘 지키긴 했으니까.
“역시 그랬군요.”
황서연은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매우 힘드실 거라 생각해요. 체력적인 부분에서.”
“…….”
전혀 힘들지 않았다.
그러나 강림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황서연이 선물을 준비했다고 했다.
물론 사실대로 말해도 선물을 줄 것이다.
하지만 강림이 알고 있는 황서연이라면 말하지 않는 게 더 낫다.
오래 본 것은 아니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저희가 준비한 선물이 있어요. 잠시만요.”
황서연은 강림에게 양해를 구하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강림은 주머니에 집중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공간 주머니가 분명했다.
스윽.
이내 황서연이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꺼냈다.
“……!”
그리고 그 순간 강림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황서연이 꺼낸 것은 작은 유리병이었다.
중요한 것은 유리병이 아니다.
유리병에 담긴 액체가 중요했다.
‘뭐야 저건?’
액체에서 엄청난 기운이 느껴졌다.
현재 강림이 가지고 있는 황금 잔 생수나 드래곤 하트보다 훨씬 순수하고 강렬했다.
정체가 너무나 궁금했다.
“라숨 님의 눈물이에요.”
귓가에 들려오는 황서연의 목소리에 강림은 고개를 들었다.
황서연이 매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은 생명의 눈물이라 부르죠.”
그리고 이어진 황서연의 말에 강림은 액체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라숨교 보물?’
강림은 생명의 눈물을 알고 있다.
‘이걸 선물로 준다고?’
생명의 눈물은 라숨교의 보물이었다.
그런데 강장제 챙겨 주듯 선물로 준다니?
그래서 의심이 들었다.
‘가짜는 아닌 것 같은데.’
생명의 눈물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느껴지는 기운은 ‘진짜’였다.
생명의 눈물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 해도 상관없다.
매우 만족스러운 선물이었다.
스윽.
강림은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황서연은 생명의 눈물을 넘겨주지 않았다.
“……선물이라 하지 않았나요?”
강림이 물었다.
그러자 황서연이 씨익 웃으며 답했다.
“이거 저나 소영이 도움 없이는 못 먹어요. 뚜껑 여는 순간 증발해 버리거든요.”
“아아.”
강림은 이해했다는 듯 탄성을 내뱉었다.
‘그 말이 진짜였나 보네.’
생명의 눈물은 훔칠 수 없다는 소문이 있었다.
무슨 이야기일까 궁금했는데 이제 이해가 됐다.
“어디 근처 안전한 곳에서 드시죠? 오래 걸리는 건 아니니까.”
“…….”
강림은 바로 수긍하지 않고 잠시 생각했다.
영약을 먹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황서연을 믿을 수 있을까?
‘……믿을 수 있지.’
오래 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황서연은 믿을 수 있다.
“그럼 저기서 하죠.”
생각을 마친 강림은 대한 에너지 본사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서요?”
“예,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까요.”
대한 에너지 본사 반경 200m 안에는 단 한 마리의 몬스터도 없었다.
셸터에 대피하고 있는 이들이 있지만 그들은 상관없다.
그리고 솔직히 있다고 해도 문제없다.
황서연은 강자였다.
물론 황서연만 믿는 것은 아니다.
무신기가 두 개나 있었다.
컬러 몬스터가 나타나도 괜찮다.
죽는 것은 컬러 몬스터가 될 것이다.
“……알겠어요.”
황서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강림과 황서연은 대한 에너지 본사 건물로 들어갔다.
“빛이 날 거예요. 오래 못 버텨요. 20초 정도?”
“그 안에 마시면 되는 겁니까?”
“네, 맞아요.”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활성화시킬게요.”
“아, 그 전에.”
강림은 무신기에 의지를 담았다.
그러자 두 무신기가 밖으로 나와 강림을 호위하기 시작했다.
“……그건 뭐예요?”
당연하게도 황서연이 무신기에 대해 물었다.
“제 호위입니다. 시작하시죠.”
“…….”
강림이 짤막히 답했고 황서연은 말없이 무신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입을 열었다.
“시작할게요.”
스아악!
그와 동시에 유리병이 빛났다.
황서연은 뚜껑을 딴 뒤 유리병을 내밀었다.
강림은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고 유리병을 받아 생명의 눈물을 마셨다.
생명의 눈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고 강림은 가부좌를 틀었다.
정확히는 틀려고 했다.
‘……신기하네.’
강림은 가부좌를 틀지 않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지?’
영약을 먹을 때에는 집중을 해야 된다.
그러지 않으면 영약에 담긴 기운이 날뛰어 오히려 해를 입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명의 눈물은 그런 게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레 강림의 기운에 녹아들어 육체를 복구하기 시작했다.
이러면 집중할 필요도 없다.
그냥 지켜보며 할 일을 해도 된다.
‘응?’
이어진 상황에 강림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강림이 놀란 이유는 생명의 눈물이 가진 회복력 때문이었다.
‘온전히 회복에 특화된 건가?’
기운의 크기가 같아도 성질에 따라 회복 수준이 다르다.
그런데 생명의 눈물은 앞서 복용했던 그 어떤 영약보다 강한 회복력을 가지고 있었다.
중원에서의 기억을 되짚어 봐도 이 정도로 회복력이 뛰어난 영약은 없었다.
‘이러면…….’
강림은 생각해 봤다.
이대로 회복이 쭉 이어진다면?
‘80%.’
짜릿함이 전신을 엄습했다.
아무리 못해도 육체 상태를 80%까지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거 뭡니까?”
강림은 황서연에게 물었다.
그냥 마시기만 했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미친 효과를 보이다니?
“라숨 님의 눈물이요.”
“…….”
황서연의 답에 강림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진짜 내가 그걸 물어본 거라 생각하나?’
생각지도 못한 답이었다.
“이건 뭐예요? 엄청나게 위험해 보이는데.”
“제 호위라고 말씀드렸습니다.”
“…….”
이번에는 황서연이 말을 잃었다.
그리고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강림은 황서연의 반응에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효과가 좋네요.”
복용 전 느껴진 기운의 크기가 엄청나 강림도 조금 긴장했다.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일말의 집중력도 필요 없었다.
알아서 최고 속도로 움직이며 육체를 치료하고 있었다.
집중을 한다고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도 아니다.
“바로 움직여도 될 것 같은데…….”
즉, 가만히 있을 이유가 없다.
“바로요?”
“네, 최대한 빨리 끝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아직 대침공은 끝나지 않았다.
몬스터들의 공격은 현재 진행형이었다.
“그, 그건 맞는데…….”
황서연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
“힘들지 않아요? 아무리 효과가 좋다고 해도 정신적인 부분까지 회복시켜 주는 건 아닌데.”
생명의 눈물은 육체 회복 면에서 최고다.
그러나 정신력까지 회복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
이미 수많은 전투를 치른 강림이다.
정신력이 걱정됐다.
“아아, 괜찮습니다.”
강림은 황서연의 말에 씨익 웃으며 말했다.
중원에서 이보다 심한 전투를 수차례 겪었다.
황서연이 걱정하는 정신력은 애초에 문제가 없었다.
“선물 받은 값은 해야죠.”
거기다 실시간으로 육체가 복구되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부터 5분이면 생명의 눈물로 인한 회복도 끝날 것이다.
강림은 5분 뒤가 너무나 기대됐다.
‘제대로 움직일 수 있겠어.’
그도 그럴 것이 여태까지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항상 축 처진 느낌이었다.
그런데 육체 상태가 80%까지 회복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겠지만 더 이상 처진 느낌은 받지 않을 것이다.
확실했다.
지금도 시시각각 몸이 가벼워지고 있음이 느껴졌다.
강림은 어서 움직이고 싶었다.
“그러시다면야…….”
황서연은 말리는 것을 포기했다.
본인이 괜찮다는데 억지로 말릴 수는 없었다.
“그럼 먼저 가 보겠습니다. 정말 큰 도움 됐습니다.”
“아니에요. 저희가 더 감사드리죠.”
강림은 황서연과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강림은 밖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스악!
그 순간 강림이 사라졌다.
“……!”
황서연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놓쳤다.
넋 놓고 있다가 놓친 게 아니다.
강림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얼마나 빠른 거야?’
황서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협약 맺길 잘했네. 만약 적이 됐으면…….’
상상만으로 끔찍했다.
황서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밖으로 나와 주변을 확인했다.
당연하게도 강림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갔을까?’
황서연은 라숨교로 향하며 생각했다.
‘많이 흥분한 것처럼 보였는데.’
출발 직전 강림의 표정을 보았다.
강림의 표정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표정뿐만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흥분했다는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평소 강림이 보이는 분위기를 생각하면 크게 흥분한 것이 확실했다.
‘라숨 님의 눈물에 그런 효과도 있나?’
바로 그때였다.
저벅!
황서연은 걸음을 멈췄다.
눈앞에 나타난 사내 때문이었다.
“여긴 어쩐 일이에요?”
황서연은 사내에게 물었다.
“제가 묻고 싶은 말입니다. 여긴 어쩐 일입니까? 교단에 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러자 사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사내의 되물음에 강림이 떠오른 황서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이어 말했다.
“내가 먼저 물었어요. 김철수 씨.”
* * *
“푸아!”
한 사내가 바다 위로 나와 숨을 연신 토해 냈다.
“어우, 죽을 뻔했네.”
숨을 고른 사내는 살아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 멀리 육지가 보였다.
사내는 곧장 육지로 향했다.
순식간에 사내는 육지에 도착했고 물기를 털어 내며 주변을 확인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흐음, 이럴 리가 없는데.”
사내는 침음을 내뱉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곧 표지판 하나를 발견했다.
“이 글자가…….”
사내는 표지판을 유심히 보았다.
“그래!”
이내 사내는 활짝 웃었다.
“왕산 해수욕장!”
표지판에 쓰여 있는 단어는 ‘왕산 해수욕장’이었다.
“잘못 떨어진 건 아닌 것 같은데…….”
사내는 표지판에서 시선을 돌려 다시 한번 주변을 확인했다.
아까와 같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강림 이 친구는 어디에 있는 거야?”
사내, 제갈무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죽었을 리는 없는데.”
강림이 누구인가?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강림이 죽었을 리는 없다.
“설마…….”
문득 든 생각에 제갈무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다른 곳에 떨어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