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ycoon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88
제88화
88.
‘이게 무슨…….’
뒤로 날아가는 장종석은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혼란스러웠다.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혹시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어떻게 된 거지?’
대충 보고 있던 게 아니다.
허튼짓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제갈무영을 놓쳤다.
이후 제갈무영이 머리 위에 나타났고 공격해 왔다.
그런데 공격을 피할 수가 없었다.
사라졌을 때와 마찬가지로 빨라도 너무 빨랐다.
쩍!
이내 땅에 떨어진 장종석은 충돌로 인해 느껴지는 고통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며 죽음의 기운을 사방으로 방출했다.
혹시나 제갈무영이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다가온다면?
죽음의 기운에 갈기갈기 찢길 것이다.
‘……어?’
그러나 이어진 상황에 장종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제갈무영이 다가왔기 때문이 아니다.
장종석이 당황한 이유는 방출한 죽음의 기운이 바로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기운이 왜…….’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혹시 기운을 방출하지 않았는데 방출했다고 착각한 것일까?
장종석은 다시 한번 기운을 방출했다.
스아아…….
착각이 아니었다.
방출된 기운은 곧장 흩어져 자연으로 돌아갔다.
‘……설마.’
장종석은 문득 든 생각에 제갈무영을 보았다.
제갈무영은 장종석을 보며 실실 웃고 있었다.
‘저 녀석 짓인가?’
처음 제갈무영은 ‘오기활진’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꺼림칙한 기운이 바로 오기활진일 것이고 기운을 흩어 버리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게 확실했다.
‘이게 무슨.’
그래서 더 당황스러웠다.
죽음의 기운을 흩어 버리다니?
당황해하는 장종석을 보며 제갈무영은 흡족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아주 잘 먹히는군.’
오기활진.
배교를 말살하기 위해 제갈무영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진이었다.
‘약식으로 만들었는데 이 정도면.’
제대로 만든 것도 아니다.
이곳은 라숨교.
제갈무영의 개인 장소가 아니었기에 한소영에게 양해를 구하고 간단히 만들었다.
그럼에도 대사제 장종석의 기운을 완벽히 억제했다.
정식으로 혼신을 다해 만들었다면?
장종석의 몸에 있는 기운도 흩어 버리려 했을 것이다.
‘일단 중요한 곳에는 다 깔아 둬야겠어.’
오기활진의 효능을 확인했다.
심처에는 전부 깔아 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지금처럼 약식이 아닌 정식으로.
물론 힘들 것이다.
그리고 비용도 어마어마하게 들 것이다.
그러나 그건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
힘든 것이야 제갈무영이 감수하면 되는 것이고 비용은 강림이 해결해 줄 것이다.
생각을 마친 제갈무영은 장종석을 보았다.
“…….”
장종석은 말없이 눈알을 굴리고 있었다.
허튼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일단 좀 말랑하게 만들어야겠군.’
지금 상황에서는 입을 열지 않을 것이다.
제갈무영은 일단 정신을 무너뜨리기로 결심했다.
스앗!
그리고 제갈무영이 사라졌다.
사라진 제갈무영이 다시 나타난 곳은 장종석의 코앞이었다.
“……!”
장종석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제갈무영은 장종석의 목을 잡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대로 장종석을 내리꽂았다.
쩌적!
“컥!”
장종석이 땅에 처박히며 고통을 토해 냈다.
고통을 토해 낸 장종석의 눈빛에는 전의가 일말도 보이지 않았다.
제갈무영 역시 보았다.
그러나 제갈무영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애초에 제갈무영이 원한 것은 장종석의 항복이 아니었다.
제갈무영은 장종석의 발목을 밟았다.
뽀각!
만근추의 묘리를 담아 밟았기에 당연하게도 장종석의 발목은 그대로 박살이 났다.
“커억!”
장종석은 재차 고통을 내뱉었다.
제갈무영은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장종석의 몸 구석구석을 자근자근 작살내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제갈무영의 공격이 이어졌고.
뚜둑!
얼마 뒤 손가락을 꺾는 것으로 공격이 끝났다.
제갈무영은 장종석을 보았다.
장종석은 넋이 나가 있었다.
처음 보였던 포악함과 건방짐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제갈무영은 품에서 ‘라숨의 숨결’을 꺼냈다.
열심히 채찍을 때렸다.
그러니 이제 당근을 줄 차례였다.
제갈무영은 라숨의 숨결을 장종석에게 먹였다.
장종석은 꺽꺽거리며 라숨의 숨결을 마셨고.
스아아…….
라숨의 숨결이 곧장 효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정말 대단하군.’
순식간에 아무는 상처를 보며 제갈무영은 감탄했다.
‘이런 걸 양산할 수 있다니.’
비슷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물품이 중원에도 있다.
그러나 그 수가 많지 않았다.
소수의 사람들만 한두 개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라숨의 숨결은 양산이 가능했다.
‘내공까지 증진되면 이거이거…….’
아쉽게도 라숨의 숨결은 상처 치료에 특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만에 하나 개량을 통해 내공 증진까지 추가된다면?
‘……엄청나겠어.’
상상만으로 짜릿했다.
툭툭.
생각을 마친 제갈무영은 발로 장종석을 건드렸다.
“…….”
그러나 장종석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정신을 잃은 게 아니다.
그냥 말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제갈무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숨결 한 번 더 먹여 줘?”
“……아니다.”
방금 전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이 무서운 것일까?
건드려도 입을 열지 않던 장종석이 답했다.
“아니다?”
“……아닙니다.”
거기다 공손해지기까지 했다.
제갈무영은 장종석을 보며 생각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묻는 말에 충실히 답을 해 줄 것 같았다.
“왜 왔냐?”
제갈무영은 첫 번째 질문을 했다.
장종석이 온 이유를 안다.
미리 연락 없이, 연구소로 곧장 온 것을 보면 한소영을 죽이기 위해서가 분명했다.
그래도 직접 듣고 싶었다.
직접 듣다 보면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내 장종석이 입을 열었다.
“……카디악 님의 뜻입니다.”
“……?”
제갈무영은 장종석의 말에 의아해했다.
‘신탁이라고?’
장종석 개인의 선택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장종석은 카디악 때문이라 말하고 있었다.
‘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 굳이 카디악이 왜 한소영을 죽이라는 신탁을 내린단 말인가?
제갈무영은 장종석의 표정을 살폈다.
개인적으로 진행한 일이라 말하면 험한 꼴을 당할까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닐까?
‘그래도 대사제인데…….’
장종석은 대사제였다.
대사제가 자신이 모시는 신을 팔아 위기를 벗어나려 한다?
아무리 상황이 이렇다지만 그런 거짓말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장종석도 갑자기 이런 일을 벌일 이유가 없긴 하지.’
더구나 생각을 해 보니 카디악의 신탁이 더 일리 있었다.
갑자기 장종석이 무슨 이유로 이런 짓을 벌이겠는가?
“신탁을 내린 이유는?”
“……그건 모릅니다. 말씀해 주시지 않으셨으니까요. 진짜입니다.”
이어진 장종석의 답에 제갈무영은 확신했다.
‘신탁 맞네.’
만약 신탁이 거짓말이었다면 이번에도 거짓말을 했을 것이다.
“그럼 다음 질문.”
제갈무영은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 나갔다.
그렇게 문답이 이어졌고.
“흠.”
마지막 질문의 답을 들은 제갈무영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스윽.
그리고 발을 들었다.
모든 질문을 했고 모든 답을 들었다.
“……사, 살려 주시는 거 아니었습니까?”
장종석이 외쳤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제갈무영은 인상을 구기며 그대로 장종석의 가슴을 밟았다.
쩍!
“꺽…….”
그와 동시에 흉골이 박살 났고 장종석이 멱따는 소리를 내뱉었다.
이어 제갈무영은 품에서 작은 단도를 꺼냈다.
장종석은 죽어 가고 있다.
그러나 확실히 끝내야 된다.
제갈무영이 알고 있는 배교라면 무슨 기괴한 일을 벌일지 모른다.
스아악!
단도에 내공을 주입해 도강을 만든 제갈무영은 장종석의 목을 향해 휘둘렀다.
스걱!
도강은 물 흐르듯 장종석의 목을 파고들었다.
“…….”
제갈무영은 장종석을 잠시 지켜보았다.
이내 장종석의 몸에 담겨 있던 기운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스아아…….
그리고 빠져나옴과 동시에 오기활진에 의해 분해되어 사라졌다.
사라지는 장종석의 기운을 보며 제갈무영은 인상을 구겼다.
볼 때마다 기분이 더러워지는 기운이었다.
이내 장종석의 모든 기운이 빠져나갔다.
제갈무영은 장종석의 시체를 보며 카디악교를 떠올렸다.
‘당장 작살내고 싶은데.’
장종석의 말에 따르면 현재 카디악교는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기야 한소영을 죽일 예정이었고 전쟁이 예견된 상황에 준비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긴 했다.
‘답답하군.’
그러나 카디악교를 쓸어버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힘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대사제인 장종석도 가볍게 짓밟은 제갈무영이다.
제갈무영은 혼자서도 카디악교를 작살낼 자신이 있었다.
‘여론만 아니었어도.’
카디악교는 ‘악’이다.
쓰레기라는 단어도 아까울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은 제갈무영의 인식이다.
세상의 인식은 다르다.
마냥 좋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이들이 필요한 곳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 일을 벌인다면?
좋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제갈무영이 혼자 움직인다면 시선 신경 쓰지 않고 카디악교를 방문했을 것이다.
그러나 강림과 함께하고 있었다.
강림에게 민폐를 끼칠 수는 없었다.
‘며칠만 참자.’
그렇다고 해서 계속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다.
지금 여론이 그렇다는 것이지 여론은 상황에 따라 바뀌기 마련이다.
장종석이 한 일이 있고 무엇보다 그 대상이 한소영이었다.
라숨교는 카디악교보다 더욱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대한 그룹과 제왕 길드까지.
여론은 며칠 내로 카디악교를 죄인 취급할 것이다.
그 이후에 박살 내면 된다.
스윽.
제갈무영은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장종석의 시체가 두둥실 떠올랐다.
제갈무영은 시체와 함께 연구실로 향했다.
이제 한소영을 안심시키고 향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차례였다.
* * *
“…….”
김청운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시간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내 김청운은 인상을 구기며 생각했다.
‘……잘못됐다.’
장종석이 오지 않고 있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두 가지 중 하나였다.
첫 번째는 한소영과의 전투가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는 것.
두 번째는 이미 실패했다는 것.
어떤 경우든 좋지 않았다.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
김청운은 고민했다.
장종석이 한소영을 죽이지 못한다면?
사자의 코털만 건드린 꼴이 된다.
어떻게 대응해야 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무조건 죽여야 되는데.’
김청운은 부디 오래 걸리더라도 장종석이 한소영을 죽이길 바랐다.
한소영이 죽지 않으면 답이 없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집정관님! 큰일 났습니다!”
노크도 없이 문이 열리며 백지호가 들어왔다.
백지호의 외침에 김청운은 심장이 덜컹했다.
큰일이라니?
“……실패한 거냐? 대사제가?”
지금 상황에 큰일은 장종석에 대한 것뿐이었다.
그러나 이어진 백지호의 말에 김청운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닙니다. 킬리아드라가 움직였습니다!”
“……킬리아드라가?”
김청운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닐까 반문했다.
“예,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퀘스트가 떴다고 합니다. 서울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
김청운은 말을 잃었다.
킬리아드라가 서울로 오고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