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ycoon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90
제90화
90.
‘왜?’
이해가 가지 않았다.
킬리아드라가 갑자기 왜 도망을 친단 말인가?
기운을 과하게 발산한 것도 아니다.
딱 시선을 끌 정도만 발산했다.
‘그린 등급 정도에 쫄았을 리가 없는데?’
킬리아드라는 블루 등급이다.
거기다 완전한 용족이었다.
방금 강림이 보인 기운에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다.
도망을 선택한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단.’
강림은 정신을 차렸다.
도망치는 이유를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킬리아드라와의 거리가 지금도 쭉쭉 벌어지고 있었다.
놓칠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안전지대로 킬리아드라가 진입이라도 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강림은 전속력으로 킬리아드라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빠르긴 하네.’
킬리아드라의 비행 속도는 빨랐다.
‘20초면 잡을 수 있겠다.’
그러나 강림이 더욱 빨랐고 눈에 보일 정도로 거리가 빠르게 좁혀지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스악! 스악! 스악!
마법진이 나타났다.
킬리아드라가 만들어 낸 마법진이 분명했다.
이어 마법진에서 불, 얼음, 전기 등으로 이루어진 창, 구체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슉! 슉! 슉!
당연하게도 목표 대상은 강림이었다.
강림은 무신기에 의지를 담았다.
그리고 무신기가 튀어 나갔다.
무신기는 단 하나의 마법도 놓치지 않았다.
최적화된 동선으로 물 흐르듯 자연스레 마법들을 소멸시켰다.
순식간에 모든 마법을 소멸시킨 강림은 생각했다.
‘목적이 뭐지?’
킬리아드라의 마법은 겉보기만 화려했을 뿐이다.
실속이 없었다.
기운이 얼마 담겨 있지 않았다.
무신기로 파괴하지 않고 전부 맞았다고 해도 상처 하나 입지 않았을 것이다.
킬리아드라가 그걸 모를 리 없다.
즉, 킬리아드라가 마법을 쏟아 낸 것은 강림을 죽이기 위해서가 아닌 저지하기 위해서가 분명했다.
어째서 전투를 피하는 것일까?
‘곧 들을 수 있겠지.’
싸우다 보면 킬리아드라가 말을 할 것이다.
말을 하지 않으려 하면 말을 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아둔, 자르도 그렇고 메리가드도 그렇고 멸망의 근원들은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기에.
이내 공격할 수 있을 정도로 거리가 좁혀졌고 강림은 무신기에 의지를 담았다.
그러자 무신기가 킬리아드라를 향해 날아갔다.
‘뚫기 힘들 테니까.’
거기서 끝이 아니다.
김철수가 말하기를 킬리아드라의 ‘방어’ 능력은 아둔, 자르와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했다.
즉, 빠르게 잡기 위해서는 무신기 말고도 다른 공격 수단을 사용해야 했다.
강림은 무형검을 만들었고 이어 무형검을 휘둘렀다.
퉁!
-큭!
이내 무형검이 작렬했고 킬리아드라가 짧게 비명을 내뱉었다.
그리고 강림은 어이없는 눈빛으로 킬리아드라를 보았다.
‘보호막이 무슨…….’
킬리아드라는 보호막을 두르고 있었다.
그것도 일정 부분이 아닌 전신이었다.
육체 크기가 엄청나기에, 그 넓은 부분을 전부 보호하고 있기에 보호막 자체 방어력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무형검이라면 충분히 보호막을 찢어발기고 육체에 상처를 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었다.
그런데 상처는커녕 보호막조차 뚫지 못했다.
보호막의 반발력이 엄청났다.
이내 무신기가 킬리아드라의 보호막에 도착했고.
끼기긱! 끼긱!
굉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무신기를 통해 느껴지는 감각에 강림은 확신했다.
‘그 녀석들보다 더 단단해.’
처음에는 착각인가 했다.
그러나 착각이 아니었다.
단단함의 종류가 다르긴 했지만 적어도 강림에게는 아둔, 자르보다 킬리아드라가 더욱 단단했다.
‘보호막만 뚫으면 될 것 같은데.’
보호막보다 육체가 더 단단할 것 같지는 않았다.
만약 육체가 더 단단하다면 지금처럼 킬리아드라가 도망을 칠 이유가 없다.
즉, 보호막만 뚫으면 수월하게 킬리아드라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끙.’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바로 킬리아드라가 계속해서 도망을 친다는 점이었다.
무형검이 작렬했을 때 잠깐 멈칫했고 무신기로 인해 속도가 조금 느려지긴 했지만 킬리아드라는 멈추지 않았다.
‘이 속도면 금방 안전지대에 진입할 텐데.’
아직 안전지대까지는 거리가 꽤 남아 있었다.
그러나 속도를 생각하면 5분, 늦어도 10분 안에 안전지대에 진입할 것이다.
그 안에 킬리아드라를 잡을 수 있을까?
보호막을 뚫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킬리아드라를 죽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완전히 틀어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강림이 앞을 막아서면 방향을 튼다.
즉, 동선을 제한해 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도 완전히 막아 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무영이를 데리고 올 걸 그랬나.’
만약 제갈무영이 있었다면?
지금보다 속도를 대폭 늦출 수 있었을 텐데 참으로 아쉬웠다.
‘잠깐.’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강림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생각해 보니 제갈무영은 없지만 도와줄 조력자가 있었다.
바로 카리우스와 마르가스였다.
레드 등급이었고 용신족인 카리우스.
블루 등급이었고 용인인 마르가스.
카리우스와 마르가스라면 킬리아드라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마친 강림은 카리우스와 마르가스를 소환했다.
굳이 명령을 내릴 필요는 없었다.
무신기와 마찬가지로 강림의 의지가 곧 명령이었기에.
바로 그때였다.
-……카리우스?
킬리아드라가 자신의 앞을 막아선 카리우스를 보고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생각보다 유명했나 보네.’
자르도 카리우스를 알고 있었다.
킬리아드라가 카리우스를 아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네 녀석! 카리우스를!
이내 킬리아드라가 분노의 목소리를 토해 냈다.
강림은 눈을 번뜩였다.
혹시 킬리아드라가 도망에서 전투로 노선을 변경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이었다.
그러나 희망이 이루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분노를 토해 낸 킬리아드라는 다시 방향을 틀었다.
‘에휴.’
강림은 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무형검을 휘둘렀다.
퉁!
-큽!
무형검이 작렬했고 킬리아드라가 비명을 내뱉었다.
그리고 강림은 느낄 수 있었다.
보호막의 반발력이 미세하게 줄었음을.
강림은 카리우스와 마르가스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킬리아드라의 동선을 제한했다.
그리고 무신기와 무형검을 통해 계속해서 보호막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됐다.’
무형검이 작렬할 때마다, 무신기가 계속해서 전해 주는 감각 덕분에 강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잡을 수 있겠어.’
안전지대에 진입하기 전 킬리아드라를 끝장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이거…….’
문득 든 생각에 강림은 미간을 찌푸렸다.
‘방법을 좀 찾아야겠는데.’
이번 일은 카리우스, 마르가스가 동선을 제한한 덕분에 가능했다.
혼자였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결국 죽이기야 했겠지만 킬리아드라가 안전지대에서 많은 피해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카리우스, 마르가스 또한 강림의 힘이라 할 수 있지만 동력원이 없는 상황이라면?
그리고 카리우스, 마르가스가 막아 낼 수 없는 강한 존재가 나타난다면?
‘더 강해져야 해.’
강림은 결심했다.
지금보다 더욱 강해지기로.
* * *
“소영 양, 결정은 내렸습니까?”
제갈무영이 물었다.
“음…….”
한소영은 침음을 내뱉었다.
스윽.
그리고 고개를 돌려 구석에 널브러져 있는 장종석의 시체를 보았다.
‘……믿기지가 않아.’
장종석이 왜 온 것일까 의문이었다.
그런데 제갈무영이 의문을 해결해 주었다.
‘카디악이 왜 날?’
장종석이 온 이유는 카디악의 신탁 때문이었다.
‘전쟁을 원하는 건가?’
카디악의 신탁은 라숨교와의 전쟁을 의미했다.
‘근데 왜 하필 지금 상황에서…….’
라숨교와 카디악교는 사이가 좋지 않다.
전쟁을 할 수도 있다.
‘다 같이 죽자는 느낌이잖아.’
문제는 현재 상황이 전쟁을 일으킬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단 라숨 님께서 신탁을 내려 주실 때까지 기다려 봐야 될 것 같아요.”
기도를 통해 라숨에게 지금 상황을 전했다.
머지않아 신탁이 내려올 것이다.
“신탁이 내려오지 않거나, 너무 늦으면 어쩌실 생각입니까?”
제갈무영이 재차 물었다.
그리고 한소영은 잠시 생각하고 답했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죠.”
마냥 기다릴 생각은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띠띠띠띠띠띠.
스피커에서 경고음이 터져 나왔다.
한소영은 고개를 돌려 몬스터 지도를 보았다.
‘킬리아드라!’
부산에 있던 짙은 붉은 점이 이동을 시작했다.
“시작됐나 보군요.”
제갈무영의 말에 한소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마지막이기도 하구요.”
킬리아드라의 준동은 이번 작전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빨라.’
한소영은 킬리아드라의 속도를 보며 침을 삼켰다.
부산, 정확히는 해운대 근방에 머물고 있던 킬리아드라는 얼마 지나지 않아 부산을 벗어났다.
엄청난 속도였다.
‘이대로라면 곧…….’
속도를 생각하면 곧 강림과 마주칠 것 같았다.
예상대로 킬리아드라의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강림을 만난 것이 분명했다.
“……?”
한소영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왜 계속 움직여?’
느려지긴 했다.
그런데 킬리아드라는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1분이 지나도 2분이 지나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설마……?’
혹시 강림이 실패를 한 것일까?
불안함이 엄습했다.
‘아니야, 믿자.’
한소영은 불안함을 떨쳐 냈다.
다른 이도 아니고 강림이다.
강림을 믿지 않으면 누굴 믿겠는가?
그리고 5분이 지났을 때.
“휴…….”
한소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다행이야.’
드디어 킬리아드라가 이동을 멈췄다.
그러나 긴장을 놓지는 않았다.
말 그대로 이동을 멈췄을 뿐이다.
아직 킬리아드라는 죽지 않았다.
한소영은 침을 꿀꺽 삼킨 채 몬스터 지도를 주시했다.
이어 붉은빛이 서서히 옅어지기 시작했다.
킬리아드라의 기운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내 붉은빛이 완전히 사라졌다.
킬리아드라의 죽음을 의미했다.
‘정말…….’
한소영은 긴장을 놓았다.
그리고 감정이 벅차오름을 느꼈다.
‘이게…….’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한소영은 과거를 떠올렸다.
기나긴 시간 금지 수복을 외쳤다.
그러나 한소영은 알고 있었다.
수복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수복을 외친 이유는 경각심을 심어 주기 위해서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결국 모든 땅을 몬스터들에게 빼앗길 것이기에.
‘강림 님, 정말 감사드려요.’
그런데 모든 것이 강림의 등장으로 바뀌었다.
대재앙이라 할 수 있는 대침공도 별 피해 없이 막아 냈고 금지까지 수복했다.
물론 국내 한정이기는 했다.
아직 세상은 혼란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강림과 함께라면?
세상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 * *
쿵!
킬리아드라가 추락했고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강림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킬리아드라를 보았다.
몸을 보호하고 있던 보호막은 진즉 사라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킬리아드라 몸 곳곳에는 상처가 가득했다.
물론 아직 죽은 것은 아니었다.
이제 강림은 대화를 나눠 볼 생각이었다.
바로 그때 킬리아드라가 입을 열었다.
-……대체 왜 이러는 거지?
“……?”
강림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왜 이러냐니?
설마 자신을 왜 공격하냐는 뜻일까?
강림의 표정을 본 킬리아드라가 이어 말했다.
-너 또한 우리와 같은 존재가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