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ycoon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96
제96화
96.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다.
그리고 강림은 백지호를 볼 수 있었다.
‘익혔구나.’
예상대로 백지호는 현사심법을 익힌 상태였다.
‘하긴 감찰관이 됐으니.’
차성진이 죽어 감찰관의 자리가 공석이 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백지호가 차지했다.
감찰관이 된 백지호가 현사심법을 익힌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백지호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강림은 의아해했다.
갑자기 왜 저러는 것일까?
그 순간 백지호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강림은 백지호와 눈이 마주쳤다.
‘……눈치챘다고?’
눈이 마주친 순간 강림은 미간을 찌푸렸다.
기운을 철저히 감춘 채 움직였다.
그런데 어찌 눈치를 챈 것일까?
우연이 아니다.
고개를 돌리기 전 백지호의 반응을 생각하면 뭔가를 느낀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감각이 예민하다고 해도 백지호의 수준을 생각하면 말이 되지 않는다.
백지호는 강림을 인지할 수 있을 수준이 결코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이상했어.’
강림은 환상의 숲에서 백지호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당시 백지호의 반응에서 위화감이 느껴졌었다.
백지호에게 뭔가가 있는 게 확실했다.
‘확실히 처리해야겠는데.’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혹시 모르는 일이다.
후에 백지호에게 있는 ‘뭔가’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강림은 무신기에 의지를 담았다.
첫 번째 무신기가 백지호에게 날아갔다.
고양이 앞 쥐처럼 굳어 있던 백지호는 무신기를 피하지 못했다.
푝!
이내 무신기가 백지호의 가슴을 뚫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쿵!
백지호가 뒤로 쓰러졌다.
강림은 백지호를 주시했다.
배교의 교주, 호법 같은 간부들은 쉬이 죽지 않는다.
가슴이 뚫려도, 목을 베어도 다시 살아나는 경우가 있었다.
죽음을 확실히 확인해야 했다.
스아아…….
이내 백지호의 가슴에서 검은 연기가 뭉실뭉실 흘러나왔다.
“……!”
강림은 검은 연기를 보고 인상을 구겼다.
검은 연기가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다.
‘사신지체였어?’
강림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백지호를 보았다.
‘그래서…….’
기운을 숨겼음에도 백지호가 어찌 찾아낸 것인지 이해가 됐다.
사신지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타고난 특유의 ‘감각’ 때문이었다.
‘귀찮아질 뻔했네.’
강림은 빠르게 기운이 빠져나가는 백지호를 보며 안도했다.
사신지체는 배교인에게 최고의 육체였다.
강림의 손에 죽은 배교의 교주 역시 사신지체였다.
만약 백지호가 조금만 더 일찍 현사심법을 익혔다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존재가 됐을 것이다.
물론 강림의 발목을 붙잡을 정도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발가락 정도는 붙잡았을 것이다.
스아아…….
이내 백지호의 몸에서 마지막 기운이 빠져나왔다.
백지호의 죽음을 확인한 강림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백지호가 다가왔던 방향을 보며 생각했다.
‘자기 집무실에서 온 걸까.’
백지호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고 있던 것일까?
‘산책 나왔을 리는 없고.’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돌아다닌 것은 아닐 것이다.
‘음…….’
강림은 잠시 고민했다.
‘꼭 정해 둔 대로 갈 필요는 없으니까.’
한 곳도 빠짐없이 확인해야 했기에 동선을 짜 두었다.
그러나 꼭 동선대로 움직일 필요는 없다.
융통성 있게, 상황에 따라 바꿔도 된다.
강림은 백지호가 왔던 방향으로 동선을 변경했다.
‘……확실히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강림은 동선 변경이 옳은 선택이었음을 깨달았다.
이지를 상실한 교인들의 수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아닌 곳에 이리 많은 이들이 있을 리 없다.
푝! 푝! 푝!
강림은 이지를 상실한 이들에게 안식을 선물하며 계속해서 전진했다.
“……!”
그리고 얼마 뒤 강림은 눈을 번뜩였다.
강렬한 기운이 느껴졌다.
백지호보다 경지가 몇 단계는 높았다.
감찰관인 백지호보다 확실히 강한 존재.
현재 카디악교에서 그런 존재는 하나뿐이었다.
‘김청운!’
새롭게 대사제가 된 김청운이 분명했다.
‘대어네.’
강림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김청운은 이번 작전의 제1표적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이야?
강림은 속도를 높였다.
거리가 쭉쭉 좁혀졌고 강림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김청운이 머무는 건물에 도착할 수 있었다.
‘……확인해 볼까.’
강림은 잠시 고민했다.
‘수준이 낮다고 했지만 직접 확인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제갈무영을 통해 장종석의 수준을 전달받았다.
그러나 직접 본 게 아니다.
한 번쯤 확인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 이번이 끝이 아닐 테니.’
카디악교는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전 세계에 퍼져 있었다.
직접 확인해 보기로 결정을 내린 강림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장 김청운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끼이익.
이내 목적지에 도착한 강림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문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김청운을 볼 수 있었다.
“……!”
눈이 마주치자마자 김청운은 움찔했다.
“어, 어찌!”
그리고 이어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강림은 당황해하는 김청운을 스윽 훑었다.
‘기운의 크기만 보면 말단 장로 수준인데…….’
멀리서 보았을 때에도 강렬함을 느꼈다.
그런데 직접 마주해 보니 더욱 강렬했다.
배교 말단 장로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실력은 어떠려나.’
기운이 전부가 아니다.
제갈무영은 장종석이 가진 기운에 비해 실력이 터무니없이 모자란다고 했다.
김청운은 어떨까?
장종석과 같을까?
“그대로 가만히 있을 건가?”
강림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김청운에게 물었다.
정신을 차린 김청운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며 검을 뽑았다.
그리고 이어 자세를 취했다.
“…….”
강림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죽마검…….’
김청운이 취한 자세는 죽마검의 기수식이었다.
배교의 검법 중 사혈검 다음으로 위력이 강한 검법이 바로 죽마검이었다.
‘확실히 어설퍼.’
물론 완벽하지 않았다.
이제 막 배운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빈틈이 많았다.
강림은 무신기에 의지를 담았다.
슉!
그러자 무신기 하나가 김청운을 향해 날아갔다.
물론 최대 속도는 아니었다.
김청운이 반응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였다.
속도를 낮춘 이유는 확인을 위해서였다.
강림은 김청운을 통해 카디악교의 수준을 파악할 생각이었다.
“흥!”
김청운은 코웃음을 치며 검에 기운을 담아 휘둘렀다.
이내 김청운의 검이 무신기에 작렬했다.
끼기긱!
그리고 무신기가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
예상했던 것과 다른 상황이 펼쳐지자 김청운은 당황했다.
당황한 것은 김청운뿐만이 아니다.
‘뭐지?’
강림 역시 진심으로 당황했다.
‘아예 전투를 안 해봤나?’
어설퍼도 너무나 어설펐다.
강림은 잠시 무신기를 회수했다.
그리고 김청운을 보았다.
김청운은 여전히 당황한 표정과 눈빛으로 강림을 바라보며 눈알을 굴리고 있었다.
강림은 김청운이 허튼 생각을 하지 못하게 재차 무신기를 보냈다.
더 이상 김청운은 코웃음을 치지 않았다.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
처음보다는 나아졌다.
그러나 처음이 워낙 처참했기에 나아졌다는 것이지 처참한 것은 여전했다.
‘다른 곳도 이 정도면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카디악교의 수준도 김청운과 같다면?
딱히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됐다.’
알아볼 것은 전부 알아봤다.
강림은 마무리 짓기로 결정을 내렸다.
바로 그때였다.
“컥!”
김청운이 비명을 내뱉었다.
그리고 눈이 뒤집혔다.
‘……뭐지?’
갑작스러운 김청운의 행동에 강림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끝내기로 마음만 먹었을 뿐이다.
아직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그런데 왜 갑자기 비명을 내뱉는단 말인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빠르게 끝내야 될 것 같았다.
강림은 무신기에 의지를 담았다.
다섯 개의 무신기가 김청운에게 향했다.
스악!
그 순간 보호막이 나타났다.
짙은 검은색의 보호막이었다.
그리고 그 위로 무신기가 작렬했다.
끼기긱!
끼기긱!
보호막에 작렬한 무신기는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쉬이 뚫리지 않았다.
강림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킬리아드라보다 더 단단해?’
그도 그럴 것이 킬리아드라의 보호막보다 더욱 단단했다.
무신기가 전해 주는 느낌이 그랬다.
김청운이 킬리아드라보다 강한 보호막을 만들어 냈다?
말이 되지 않는다.
방금 전 김청운이 보인 수준을 생각하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다.
“잠시 대화 좀 하지.”
이내 보호막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림은 김청운의 목소리를 듣고 생각했다.
‘……김청운이 아니다.’
목소리는 김청운이었다.
그러나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즉, 누군가 김청운의 몸을 통해 말하는 게 분명했다.
김청운이 누구인가?
카디악교 대사제였다.
즉, 김청운의 몸을 통해 말을 할 만한 존재는 하나뿐이었다.
“카디악인가?”
바로 카디악.
“그렇다면 대화를 좀 할 텐가?”
“……!”
강림은 눈을 번뜩였다.
예상대로 김청운의 몸에 카디악이 강신했다.
강림은 무신기를 회수했다.
그리고 검은색 보호막이 사라졌다.
보호막이 사라졌지만 강림은 재차 무신기를 보내지 않았다.
카디악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강림은 김청운을 보았다.
아예 다른 사람이 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김청운, 아니, 카디악 역시 강림을 스윽 훑었다.
그렇게 서로 탐색을 했고.
“네 녀석은 뭐지?”
먼저 입을 연 것은 카디악이었다.
“어디서 온 거냐? 지금 시점에 이 세계에 있어서는 안 될 수준인데.”
매우 익숙한 질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태껏 만났던 멸망의 근원들이 전부 했던 질문이었다.
“…….”
그래서 강림은 굳이 답하지 않았다.
답하지 않으면 알아서 혼잣말을 하며 정보를 내뱉기 때문이다.
“잠깐, 네 녀석…….”
예상대로 카디악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중원에서 내 아이들을 죽인 그 녀석이구나!”
“……!”
그리고 이어진 카디악의 말에 강림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카디악의 입에서 나온 단어 ‘중원’ 때문이었다.
강림은 인상을 구기며 카디악에게 물었다.
“네 녀석이었냐?”
원래는 가만히 이야기만 들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중원이란 단어 때문에 생각이 바뀌었다.
“배교를 만든 게?”
“그래, 내가 만들었지. 네 녀석 때문에 망해 버렸지만.”
“…….”
강림은 잠시 말을 잃었다.
카디악교와 배교의 뿌리가 같은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완전히 같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생각과 달리 완전히 같았다.
‘배교에서 말하던 죽음의 신이…….’
강림은 인상을 구겼다.
“어떻게 벌써 이 세계에 온 거지?”
그리고 그런 강림을 보며 카디악이 이어 말했다.
“아직 연결이 되지 않았을 것인데.”
카디악의 혼잣말은 계속됐다.
“설마 차원을 넘었다?”
바로 그때였다.
쩌적!
카디악의 피부, 정확히는 김청운의 피부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흠, 역시 너무 약해 빠졌군.”
강신한 육체의 피부가 갈라지는 것을 본 카디악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음에 또 보도록 하지.”
그리고 이어 강림에게 말했다.
“그때는 이렇게 평화롭지 않을 거야. 컥!”
그 말을 끝으로 다시 김청운의 눈이 뒤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