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ycoon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97
제97화
97.
“…….”
강림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김청운을 바라볼 뿐이었다.
갑작스레 나타나 갑작스레 사라진 카디악이 어이없기도 했고, 카디악과 나눈 대화도 무척 혼란스러웠다.
“이, 이게…….”
정신이 돌아왔는지 김청운이 말을 더듬었다.
그리고 당혹스런 표정으로 강림을 보았다.
강림은 굳이 김청운에게 무신기를 날리지 않았다.
스아아…….
김청운의 갈라진 피부가 먼지로 변해 사라지고 있었다.
카디악의 강신을 육체가 버티지 못한 것이다.
강림은 죽어가는 김청운을 보며 생각했다.
‘대사제도 소모품으로 사용할 줄이야.’
김청운은 일반 교인이 아니다.
카디악교 한국 지부 대사제였다.
‘하긴…….’
그러나 잠시 생각해 보니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든 만들어 낼 수 있을 테니.’
누구든 카디악이 임명하기만 하면 대사제가 될 수 있다.
즉, 카디악에게 대사제는 언제든 만들어 낼 수 있는 소모품이나 마찬가지였다.
“아…….”
이내 김청운이 탄성을 내뱉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탄성을 끝으로 김청운은 완전히 먼지로 변해 사라졌다.
스윽.
그렇게 김청운이 사라지고 강림은 고개를 돌렸다.
굳게 닫혀 있는 진열대가 시야에 들어왔다.
‘뭘까.’
진열대 안에서 더러운 기운이 느껴졌다.
뭔가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것도 카디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저벅!
이내 진열대 앞에 도착한 강림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기운을 끌어올리며 문을 열었다.
끼이익!
“…….”
문이 열리자마자 강림은 인상을 구겼다.
진열대 안에 있는 것은 황금으로 만들어진 심장이었다.
심장에는 카디악의 기운이 가득 담겨 있었다.
카디악교의 신물이 확실했다.
‘근데 심장이라니.’
강림은 심장을 바라보며 배교를 떠올렸다.
‘애초에 중원에 없었던 거였나?’
배교가 중원에서 활동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신물’이었다.
죽음의 검.
죽음의 심장.
죽음의 손.
죽음의 뇌.
등등 신물을 찾기 위해 배교는 어떠한 짓이든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배교에서 그토록 찾아 헤매던 신물 중 하나인 ‘죽음의 심장’이 ‘중원’이 아닌 ‘지구’에 있다니?
‘알고 있었을 텐데 무슨 생각으로…….’
배교는 카디악이 만들었다.
카디악이 죽음의 심장 위치를 몰랐을 리가 없다.
무슨 생각으로 배교에 전하지 않은 것일까?
‘설마 신물이 하나가 아닌 건가?’
신물이 각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배교에서 죽음의 심장을 찾아 헤맨 것이 설명된다.
‘그러면 배사검도 있을 수 있다는 뜻인데…….’
강림은 인상을 구겼다.
인상을 구긴 이유는 5대 요검 중 하나이자 배교의 신물인 배사검 때문이었다.
심장이 두 개라면 배사검도 두 개일 수 있다.
배사검에는 사혈검이 담겨 있다.
사혈검은 매우 위험한 무공이었다.
‘아니야, 있었으면 벌써 소식이 퍼졌겠지.’
그러나 누군가 배사검을 가지고 있다면, 사혈검을 익혔다면 벌써 세상에 소문이 퍼졌을 것이다.
미친 살인귀가 나타났다는.
즉, 지구에 배사검이 있다고 해도 누군가의 손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근데 이건 뭘 알려 주려나?’
배사검은 무공을 알려 준다.
죽음의 심장 역시 소유자에게 뭔가를 제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뭘 주든.’
물론 강림은 관심 없었다.
강림에게 배교의 신물은 철천지원수나 마찬가지였다.
없애 버려야 할 요물이었다.
강림은 주먹을 쥐며 기운을 모았다.
그리고 파천의 묘리를 담아 주먹을 뻗었다.
쩡!
이내 강림의 주먹이 죽음의 심장에 작렬하며 청명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쩌저적!
이어 죽음의 심장 곳곳에 균열이 나타났고.
툭…… 툭…… 툭…….
조각조각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스아아!
마지막으로 심장에 담겨 있던 카디악의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강림은 손을 휘저었다.
카디악의 기운이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퍼져 나가는 것을 막아야 된다.
스아악!
그러자 사방으로 퍼져 나가던 카디악의 기운이 한데 뭉쳤다.
이어 강림은 한데 뭉친 카디악의 기운을 태워 없앴다.
뒤처리까지 깔끔히 끝낸 강림은 뒤로 돌아섰다.
제1 목표였던 김청운도 죽었고, 신물도 파괴했다.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이유가 없다.
강림은 건물 밖으로 나왔다.
스윽.
그리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고개를 돌려 서쪽을 보았다.
이내 강림의 시야에 제갈무영이 등장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겐가?”
제갈무영은 당황스런 눈빛으로 물었다.
강림은 제갈무영에게 방금 전 상황을 전부 전했다.
카디악이 나타났다는 것.
그리고 카디악이 배교를 만든 존재라는 것.
토씨 하나 빠트리지 않고 전부 전했다.
“……!”
모든 이야기를 들은 제갈무영이 눈을 번뜩였다.
이어 한층 차가워진 표정과 목소리로 강림에게 물었다.
“어떻게 할 생각인가?”
“카디악이야 당연히 죽일 거고 카디악교는…….”
이번 대화가 없었어도 카디악은 죽일 예정이었다.
문제는 카디악교.
배교와 카디악교는 확실히 다르다.
카디악교의 일반 교인들은 대부분 평범했다.
악한 이들은 극소수였다.
악인이 대부분이었던 배교와 달라도 너무 다른 상황이었다.
“……끝까지 남아 있으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카디악이 만든 교단이다.
그리고 카디악을 숭배하는 교단이다.
모든 것을 알고도 카디악교에 남아 있는다?
“바라는 대로 해 줄 수밖에.”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다.
강림은 일정 시점 이후에는 카디악과 관련된 모든 것을 없앨 생각이었다.
제갈무영은 강림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하네. 언제 배교처럼 변할지 모르니까.”
배교 역시 처음부터 악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구휼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떨치며 몸집을 키워 나갔다.
“그런데 자네 사촌 중 하나가 카디악교에 있다고 하지 않았나?”
제갈무영이 무척 진지한 표정과 목소리로 물었다.
“만약 사촌이 그대로 카디악교에 있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
강림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강영림의 장남 김태영.
김태영은 카디악교 소속이었다.
끝까지 김태영이 카디악교에 남겠다고 한다면 어찌 해야 될까?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가족이라고 해도 예외는 없어.”
강림은 단호한 목소리로 답했다.
솔직히 말해 김태영은 가족이란 단어가 어색한 사이였다.
“이미 늦었을 수도 있고…….”
강림은 말끝을 흐리며 주변을 훑었다.
이곳에 김태영이 있다면?
죽마사혈진 안에서 김태영이 온전히 정신을 차리고 있을까?
아니, 현사심법이 없는 이상 죽마사혈진에서 이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미 괴물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답이 됐어?”
“……물론, 미안하네.”
“아니야, 당연히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니까.”
강림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 * *
“큭!”
카디악은 심장을 부여잡으며 비명을 내뱉었다.
이어 인상을 구기며 외쳤다.
“망할 자식이!”
외침의 대상은 방금 전 강신을 통해 만났던 ‘강림’이었다.
“감히 내 심장을 파괴해?”
강림이 죽음의 심장을 파괴했다.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다.
강림은 이미 중원에서 카디악이 만들어 낸 것들을 수없이 파괴했다.
그런 강림이 심장을 보고 가만히 있을까?
아니, 심장 파괴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카디악은 이를 악물었다.
“그때는 개입할 수 없었지만.”
중원에서는 카디악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강림이 하는 짓을 가만히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다른 것을!”
그러나 지금 강림이 있는 곳은 ‘중원’이 아닌 ‘지구’였다.
지구는 중원과 달리 개입이 가능하다.
가만히 지켜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물론 마음대로 개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입 정도에 따라 페널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만약 강림을 죽이기 위해 지구에 직접 강림한다면?
여태까지 일구어 온 것들을 대부분 잃게 될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스윽.
카디악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바라보는 곳에 포탈이 생성됐고, 이내 한 존재가 포탈에서 걸어 나왔다.
카디악은 걸어 나온 존재를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여긴 어쩐 일이냐 제드.”
포탈에서 나온 존재의 이름은 ‘제드’.
“법칙이 된 후 나와의 관계는 완전히 끊은 줄 알았는데.”
“에헤이, 관계를 끊다니. 어르신들 수발드느라 조금 바빠서 연락을 못 한 거지.”
제드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너도 올라오면 알게 될 거다. 차라리 법칙이 되기 전이 나았어~”
“…….”
카디악은 제드의 답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올라오면 알 수 있다는 말은 법칙이 되면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그 말은 법칙이 되지 않으면 모른다는 뜻이다.
그리고 모르면 조용히 하라는 뜻이기도 했다.
“……어쩐 일이냐.”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주제였다.
카디악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다시 본론을 꺼냈다.
“내 아이 중 하나가 한국에 관심을 가져서 말이야. 곧 갈 것 같은데 정보 좀 얻을까 해서.”
“……한국에? 위험할 텐데.”
제드의 말에 카디악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제드가 언급한 ‘아이’는 현재 지구를 양분 삼아 ‘격’을 올리려는 후보들을 말하는 게 분명했다.
그러나 한국은 위험했다.
킬리아드라는 죽었지만 아직 강력한 이들이 몇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제드가 말하는 ‘아이’가 양분이 될 수 있었다.
“아, 아직 모르는 건가?”
제드는 카디악의 반응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전부 죽었다.”
“……!”
카디악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전부’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아둔과 자르 그 두 녀석이 죽었다고?”
“응, 그리고 네 녀석이 귀찮아하던 마스라드의 왕까지. 어떻게 죽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자기들끼리 싸웠나?”
“…….”
카디악은 말을 잃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누가?’
대체 누가 그들을 죽일 수 있단 말인가?
‘설마…….’
이내 한 존재가 떠올랐다.
‘강림?’
바로 방금 전 만났던 ‘강림’이었다.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카디악이 파악한 ‘강림’의 힘으로는 결코 아둔, 자르, 메리가드를 죽일 수 없었다.
‘힘을 숨기고 있었나?’
카디악 역시 직접 강림한 게 아닌, 강신한 상태였기에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강림이 힘을 숨긴 것이라면 모든 게 다 설명된다.
“근데 네 녀석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가슴 한쪽이 휑한 게…….”
말끝을 흐리며 제드가 고개를 갸웃했다.
“흥, 신경 쓸 것 없다.”
카디악은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그 녀석들이 전부 죽었다면 뭐 문제없겠지. 나 역시 한국에서 손을 뗄 생각이니까. 마음껏 날뛰게 해.”
“……갑자기 손을 뗀다고?”
“라숨이 전쟁을 선포했다. 몇몇 곳에 집중할 생각이야.”
“아아.”
제드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제드의 반응을 보며 카디악은 속으로 웃었다.
‘잘됐어.’
한국 내 모든 기반이 날아갔다.
그래서 손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제드의 ‘아이’가 한국에 관심을 갖다니?
‘어떤 경우든 나쁘지 않아.’
제드의 ‘아이’가 한국에서 어떤 짓을 벌일지 안다.
격을 올리기 위해 수많은 생명을 희생시킬 것이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다.
아둔, 자르, 메리가드, 킬리아드라가 죽은 곳이 바로 ‘한국’이다.
제드의 ‘아이’도 같은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
그건 그것대로 마음에 들었다.
“근데 네 아이 중 누가 관심을 가진 거지?”
문득 든 생각에 카디악이 물었다.
“다 자리 잡은 거 아니었나?”
제드의 아이는 지구 곳곳에 자리 잡아 격을 올리고 있었다.
누가 거점을 옮기려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카디악의 물음에 제드가 싱긋 웃으며 답했다.
“솔드럼.”
“……!”
제드의 답에 카디악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