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orld After the Withdrawal of the Warrior Party RAW novel - Chapter 164
EP.164 자세한 것은 – 1
여덟 별의 추구자는 출시된지 오래 된 게임이지만 DLC를 계속 출시하고, 또 패치와 업데이트도 꾸준히 해주는 장수 게임이다.
게임을 즐기는 코어 유저들이 꽤나 많으니, 계속 유지보수를 해주는 것이다.
솔직히 유저 입장에서는 감사할 따름이었지만.
그런 유저 친화적인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유료 재화는 있었다.
누군가가 물었다.
PvP같은 것도 없고, 유저간 교류도 안되고, 그냥 캐릭터 데이터 보내서 알아서 치고박게 싸우게 하는 수준인 패키지 게임에 왜 유료재화가 있냐고.
그 질문에 나는 한마디 밖에 해줄 수 없었다.
그러게.
양친은 내가 안계시는데 왜 개발사가 양친이 부재중인 짓을 할까?
근데 뭐, 다른 패키지 게임 중에 유료재화 따로 안파는 게임이 없는 것도 아니고.
개발사도 먹고는 살아야 할테니 그냥 그러려니 했다.
아무튼, 이 게임에는 분명 유료재화가 존재했고, 그것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꽤나 많았다.
일단 게임 내에서 일반적으로는 절대로 만들 수 없는 영약을 만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게임 내 유니크 무기들보다 훨씬 좋은 유니크 무기들을 입수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게임의 난도를 대폭 하락시켜 게임의 정체성을 어그러지게 만들었다.
그것에 일부 유저들은 분노했다.
아니 이 게임은 랜덤성과 더러운 난이도를 즐겨야 하는 게임인데 왜 그딴 짓을 하냐고.
그리고 그런 이들을 달래듯.
개발사에서는 유료재화로 구매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을 출시했다.
게임 내에서 존재하지 않는 종족으로 시작한다거나.
아예 그 종족의 특징을 현재 캐릭터에 입히거나,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미래기술의 장비들이나 탈것을 착용할 수 있게 해준다거나.
밤이 되면 반짝거리는 개쩌는 야광 날개 같은 것을 준다거나.
출시된지 십년이 훌쩍 넘은 게임을 잡고 있는 망자들에게 있어서 캐릭터를 치장할 수 있는.
특히 밤만되면 반짝반짝 빛나는 개쩌는 야광날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 19,200원만 지불하면 야광날개를 얻을 수 있는데 그걸 어떻게 참냐고.
당연히 나도 참을 수 없었기에 하나 샀다.
물론 부모님 복수 끝나고 돈에 좀 여유가 있었기에 할 수 있었던 사치였지만.
아무튼, 이 게임에서 유료재화는 상당한 가치를 상징하는 것이고, 당연하겠지만 현질 안하면 얻을 수 없었다.
정상적이라면 말이지.
사이론과 케루빔을 연금술의 도시 알케인으로 보냈다.
이 세계를 여행하며 얻은 것들 중에서 위험하다 싶은 것들, 그리고 언젠간 쓸지 모르겠다 싶은 것들을 모아 둔 비밀거점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을 보내고 난 곧장 전장으로 순간이동했다.
“앗? 현자님?!”
“어서오십시오!”
얘들은 언제까지 이렇게 다치려나. 난 성역을 펼쳐 그들을 치료해준 후 물었다.
“클레어 어딨냐.”
“…아. 클레어님이요. 저기 중앙 사령부에 계십니다. 그런데 저… 용사님 괜찮으실련지 모르겠네요.”
“왜?”
“그때 돌아오신 이후로… 계속 마물만 잡고 계십니다. 레벤티아님과 에반젤린님과 같이.”
“그래?”
난 고개를 끄덕이고 중앙사령부로 향했다. 레오덴 장군이 머무는 중앙사령부의 막사에 들어가자.
그곳에 세명의 미녀들과 한 사람의 장군이 있었다.
“엇? 현자?”
레오덴 장군은 놀란 듯 나를 바라보았고, 그보다 더 놀란 클레어, 레벤티아, 에반젤린은 날 보며 주춤거렸다.
“저기 셋. 좀 데려가도 됩니까?”
“어… 뭐. 요새 마물들의 움직임이 크게 줄어서 괜찮긴 한데… 무슨 일인가? 혹시 저번과 같은 일?”
“그런 건 아니고.”
난 클레어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내 시선을 피하는 그녀에게.
난 손을 내밀었다.
“나랑 좀 같이 가자. 너희 셋 모두 함께.”
“…어딜? 그, 괜찮은… 거야?”
“응.”
“…알겠어. 무슨 일인데?”
심호흡을 한 클레어의 질문에 난 웃었다.
“여덟별. 집합.”
클레어와 함께 나머지 여덟별의 추구자들을 모았다.
다들 특별히 할 일 없이 놀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었고, 아닌 이들도 일단 억지로 끌고왔다.
투덜거리는 친과 레이시, 카린을 무시한 채 그들을 데리고 난 사이론과 케루빔과 합류했고, 이어 알케인의 지하수로로 향했다.
“여기에 뭐가 있는데?”
알케인에 터를 잡고 있는 케루빔이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여긴 쟤도 모르는 곳이니까.
복잡한 지하수로를 지나 가장 깊은 수로로 들어간 나는 축축한 이끼들로 가득한 곳에 손을 올렸다.
그와 동시에 마법진이 펼쳐지며 잠금장치들이 풀리기 시작한다.
“…오.”
벽 안쪽은 꽤나 넓은 공간이었다. 그곳에 들어온 이들은 감탄하다가 숨을 들이마셨다.
놀랄 줄 알았다.
“…혀, 현우야. 저거…”
“그래.”
난 벽에 걸려 있는 거대한 뿔과 촉수 몇개를 보여주었다.
저거.
마왕의 파편이다.
“…아니 그것 뿐만이 아니잖아? 뭔데? 여긴? 보물창고냐?!”
“우오오옷! 이건 마검이잖아?!”
“…저주받은 주술병기까지? 너 이거 어떻게…!!”
다들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감탄하거나, 기겁한다.
그 사이 난 염동력으로 테이블을 세팅한 후 모두를 불러모았다.
“구경은 나중에 해.”
“크흠. 그래. 그래서? 우리를 부른 이유가 뭐지?”
클레어.
레벤티아.
에반젤린.
사이론.
친.
케루빔.
레이시.
그리고 카린.
여덟 명의 중요한 캐릭터들을 앞에 둔 채.
난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혀, 현우야?!”
“현자?!”
그들에게 허리를 숙였다.
“너희들이라는 이름의 칩을 나에게 걸어다오!!”
“…….”
침묵이 이어졌다. 다들 당황하는 모양이다. 한숨을 푹 쉰 레이시가 나와 날 일으켜세워주었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어. 하지만… 이건 세상을 구하기 위한 것도 아니야. 힘든 사람을 도우려는 것도 아니야. 하물며 혼란을 막기 위함은 더더욱 아니지.”
“…그럼?”
“순수하게 나를 위한 일이야.”
그렇기에 머리를 숙였다.
물론 이들이 날 돕는다면 대가를 지불할 생각이다.
아마, 어쩌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보다 더 많은 것을 줄수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궁극적으로 보자면 내가 하려는 일은 꽤나 위험하고, 오로지 내 욕심을 위한 일 뿐이다.
전부 선택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억지이고, 욕심이다.
그 개인사정에 힘을 보태달라고 하는 것이니,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흠…”
잠시 침묵이 자리한다.
그 속에서 사이론이 일어나 담담하게 말했다.
“야. 현자. 네가 지금까지 우리를 도운 적이, 세상을 구한 적이 몇번이냐?”
“글쎄.”
사이론은 씩 웃었다.
“그런거면 그냥 해달라고해도 괜찮아.”
코를 쓱, 훔치며 사이론은 우쭐해했다.
“친구잖냐.”
그 말에 난 어깨를 으쓱였다.
“다른 사람들은?”
“나도 동의.”
“나 역시.”
다들 별다른 불만없이 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클레어와 레벤티아, 에반젤린 역시 잠시 날 뜨거운 눈으로 바라보다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자리의 모두가.
나를 돕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뭘 하려고?”
“아.”
생각해보니 그걸 말해주지 않았군.
“마왕을 부활시킬 생각이야.”
“…….”
갑자기 분위기 싸해진 거 보소.
난 날 바라보는 시선에 고개를 저었다.
“물론 마왕을 부활시켜서 세상을 뒤집어 엎겠다. 그딴 건 아니야.”
“그럼?”
“마왕을 부활시켜서. 다시 잡을 거야.”
“…허.”
사이론은 짧게 탄성을 터트렸고 레이시는 한숨을 쉬었다. 카린은 잠시 생각하다가 손을 들었다.
“그럼 마왕 처치를 한다는 얘기겠군. 왜? 마왕 처치 후 나오는 파편을 얻기 위해?”
“음. 그래. 그 파편 중에 몇개 필요한 것들이 있어.”
“얼마나 해야하지?”
“좀 많이.”
“위험하지 않으려나?”
친이 걱정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문제될 것은 없다.
이 또한 대책 정도는 마련되어 있으니까.
“그리 위험하지는 않을거야. 마물들이 날뛰지도 못할거고. 마왕이 다시 생성되어도 바로 잡을거니까.”
“그래? 그럼 다른 세력의 도움은?”
“필요 없어. 우리 아홉이면 충분히 끝낼 수 있는 일이니까.”
이미 게임에서 검증도 해봤다. 물론 인터넷 안되는 지역에 파견 갔을 때 심심해서 해본 것이고, 제대로 써먹은 적은 없었다.
버그로 만들어낸 재화를 인게임 내에서 사용하면 계정 정지 먹으니까.
그래.
사용만 안하면 된다.
인터넷이 되는 상태, 즉. 개발사와 연동되는 상태에서 비정상적으로 재화를 만들어 놓으면.
그것을 알아내고 고객센터에서 회수해간다고 연락이 온다.
이미 몇차례 다른 고인물들이 다른 방식으로 도전해 그걸 회수하려는 개발진과 대화를 한 스샷을 본 적이 있다.
그것을 노린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개발사가 올지 안올지는 나도 모른다.
창조신이 진짜 개발사인지도 알 수 없고.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법.
죽음이 말하길 창조신은 이 세계를 만들었고, 이 세계를 고친다 말했다.
개발사는 게임을 만들고, 패치를 통해 게임의 오류를 수정한다.
그렇다면, 일말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볼 생각이다.
“그래서? 뭘 해야 하는데? 애초에 마왕을 부활시키는 법 조차도 모르잖아. 아니, 그보다 애초에 마왕의 부활이 가능해?”
호기심 많은 마법사라 그런지 카린은 다른 것보다 마왕부활에 관심이 있어보였다.
그 흥미에 난 대수롭지 않게 알려주었다.
“사실 부활이라고 말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새로운 마왕을 탄생시키는 거나 다름없어. 마왕은 혼돈의 집합체지. 그 혼돈의 씨앗을 머금은 채 각성시키는 것으로 마왕이 된다 이말이야.”
“그래? 그래서 어떻게 만드는데?”
“혼돈의 중심을 만들고, 그것으로 혼돈의 씨앗을 만들어. 그리고 마왕의 파편을 집어 넣은 호문클루스를 마왕의 육체로 삼은 뒤 혼돈의 씨앗을 심으면 짜잔. 마왕이 완성되었습니다! 가 되는거지.”
“혼돈의 중심과 씨앗…? 그건 어떻게 만드는데?”
“자. 재료. 여기.”
난 서랍에서 양피지를 꺼내 내밀었다. 그것을 읽어 본 이들은 모두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재료들, 모두 구하기 힘든 것들 뿐이니까.
“그래도 걱정 마. 몇가지만 빼면 거의 다 구해놨어. 일단 바이콘의 두개의 뿔과 유니콘의 말발굽, 장화고양이의 발소리. 소녀의 노랫소리만 구해오면 되겠네.”
“…그게 제일 힘든 것들 아냐?”
그러니까 내가 안하고 그냥 업적작 했지.
저거 구하는게 혼자하기는 위험하고 복잡해서 그냥 때려쳤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레이시, 친, 클레어, 에반젤린, 레벤티아. 너희들은 재료 구해와. 마왕의 육체가 될 호문클루스는 우리가 만들테니까. 그리고 중간중간 인원 바꿔가면서 움직이자고. 어떻게 구할지, 어디서 구할지는 내가 다 알아.”
“문제는 마왕이 나타났을 때야. 그걸 어떻게 상대하지?”
“그러니까 특별한 호문클루스를 만들어야지.”
난 호문클루스 제작용 설계도를 보여주었다.
예전에 해보려다 때려쳐 초안 뿐이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오… 이거 꽤 재밌겠는데?”
케루빔은 눈을 반짝였고, 사이론은 한심하다는 듯 그를 보았으며 카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이따위로 만들어? 호문클루스의 밸런스가 아주 엉망인데?”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은 정상적인 마왕이 아닌, 재료를 내놓기 위해 개량된 마왕일 뿐이라고.”
“아. 그렇다면.”
난 이후로도 차분히 계획을 설명했고, 다들 듣고 어이없어했지만 씩 짖궂게 웃었다.
“그거 좋네.”
대표로 레이시가 말하자 난 박수를 쳤다.
계획은 세워졌고, 인원도 모였으니, 이제 움직이는 것만 남았다.
“자. 그럼 시작하자고. 무브. 무브.”
“그 전에 여기 있는 물건들 좀 가져가도 되냐? 괜찮은 거 많은 것 같은데.”
“필요한 거 있으면 나 보여주고 써. 진짜 위험해서 여기 박아둔 것도 있으니까.”
친과 레이시, 클레어, 에반젤린, 레벤티아가 무기들이 놓인 쪽으로 향한다. 케루빔과 사이론, 카린 역시 설계도면을 보며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자.
이제 시작이다.
“야! 그런데… 이 호문클루스 설계도… 뭐 어깨가 더럽게 크고 허리는 얇은데 팔다리가 기형적으로 길고… 뿔은 기묘하게 큰데다가 이래가지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할 것 같은 것 까진 좋아. 다 좋은데.”
케루빔은 떨떠름해하며 호문클루스의 설계도 가슴을 가리켰다.
“가슴에 호랑이 얼굴은 왜 있냐?”
무슨 그런 당연한 질문을.
“멋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김포고촌치킨님 후원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3번 3연참 약속은 지켰네요.
그럼 내일 만나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