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orld After the Withdrawal of the Warrior Party RAW novel - Chapter 171
EP.171 천일번째 얼굴 – 2
입술과 입술이 겹쳤다가 떨어지고, 서로의 혀가 입 안을 누빈다.
테크닉 같은 것은 없었다. 그저 서로를 간절히 바란다는 것만이 있을 뿐.
“하아… 하아…”
달콤한 숨결을 토해내는 베로니카의 얼굴은 붉었고, 행복했다.
그녀의 얇은 허리를 끌어안은 채 난 다시 한번 입술을 가져갔고, 그녀는 내 목을 꽉 끌어안으며 입을 벌려주었다.
-츄릅…쪽…
혀과 얽혔다.
조금이라도 더.
한번이라도 더.
서로를 향한 마음이 지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일까?
나와 베로니카는 숨이 찰 때까지 타액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었다.
“하아…”
입술이 떨어졌을 때, 그녀와 내 입 사이에서 은색의 실이 쭉 길어지며 천천히 뚝 떨어져버렸다.
그것에 나도, 베로니카도 시선을 떼지 못했다.
“…한번만 더 해도 될까?”
“물론이지.”
또다시.
또다시.
또다시.
질릴 정도로 키스를 하며 타액을 나눈다. 그러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죽을 것 처럼.
나도 베로니카도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그렇게.
우리의 키스는.
“…추, 축하합니다.”
“…아.”
주인이 올라와 어색하게 웃으며 말릴 때까지 계속되었다.
가게에 들어갔을 때와 나왔을 때, 달라진 것은 거의 없었다.
우리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었고, 그 손의 손가락은 여전히 엮여 있었으니까.
다만 달라진 것은 하나.
베로니카와 내 손의 손가락에 자리잡은 하나의 반지였다.
“우후후후…”
“그렇게 좋아?”
“응.”
왼손을 들어 검지손가락을 보던 베로니카는 해맑게 웃었다. 그 미소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난 순간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현우야.”
“왜.”
“나한테는 안숨겨도 괜찮아.”
“…응?”
“너 없는 사이에 나 도플갱어 잡고 왔거든.”
“…아 그래?”
천개의 얼굴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면, 확실히 숨기는 것이 의미가 없겠지.
그렇기에 난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고 베로니카는 혀를 날름거리다가 살짝 까치발을 하며 내 볼에 쪽 키스했다.
“우후후…”
“하하.”
“그래서? 결혼은 언제 할거야?”
베로니카는 내 팔을 꽉 끌어안았다. 그녀의 살결을 느끼며 난 잠시 생각해보았다.
언제가 좋을까.
“빠르면 빠를 수록 좋겠지.”
“그럼 내일 할까? 응? 내일?!”
“아, 아니. 그건 좀. 최대한 빨리 한다고 하더라도 며칠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그래도 준비는 해야 할 것 같은데.
내 대답에 베로니카는 살짝 시무룩해졌다가 한숨을 폭 쉬었다.
“그래. 이만큼 기다렸는데… 설마 무슨 일 생기지는 않겠지… 그래도. 한가지는 약속해.”
“뭐?”
“이렇게 매일매일.”
어느새 교회의 앞에 도착했다. 몇몇 수녀들과 성기사들이 우리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사이, 베로니카는 내 멱살을 잡아당겼다.
또다시 키스.
몇번이나 해도 질리지 않을 달콤함이 입 안을 누빈다.
그렇게 천천히 입술을 떼어내며 베로니카는 배시시 웃었다.
“날 만나는거야.”
결혼을 한다고 해서 바로 딱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아무래도 그게 그리 쉽지는 않았다.
물론 베로니카와 결혼을 하게 되면 결혼 업적을 따게 되고.
그것으로 모든 업적을 달성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업적. ‘세계’를 얻게 될테니.
실질적으로 결혼 업적을 따게되면 나와 베로니카는 이 세계에서 떠나게 된다.
하지만 남는 이들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세계가 게임이든 게임과 흡사한 세계이든.
그것이 남은 이들을 위한 예의겠지.
그렇기에 하나씩, 나와 연을 맺었던 이들에게 초대장을 주었다.
누군가는 축하하고, 누군가는 우울해하고.
그렇게 초대장을 주기 위해 들린 왕성에서, 초대장을 받은 붉은 머리의 미소녀는 침묵했다.
“……..”
“왜.”
“…진짜 하시는거네요.”
루실은 앞에 놓여진 초대장을 보고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난 웃어주었다.
“축하해줄거지?”
“스승님께서 가장 사랑하시고 믿어주시고 아껴주시는 제자로서 당연히 그래야하지만…”
루실은 풀죽은 표정을 드러냈다.
“조금 아쉽네요. 그래도… 축하드려요.”
시무룩한 얼굴에 자연스럽게 웃음이 깃들었다.
정말 많이 변했다. 예전에 방구석 외톨이였던 그녀가 이제는 어엿한 대마법사가 되어, 국정에 참가할 정도가 되었으니.
난 그녀의 책상 위에 있는 붉은색 지팡이를 가리켰다.
“잘 써.”
“후후. 네… 그런데 스승님.”
“왜.”
“결혼식이 끝나면… 스승님은… 어디서 사실 생각이신가요?”
“아마…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겠지.”
“있던… 곳? 그곳이 어디죠?”
“꽤 먼곳이야.”
“…그렇… 구나. 베로니카 추기경님과 함께요? …굉장하시네요.”
“그렇지. 일단은 신까지 만났으니까.”
“예?”
“그런게 있어. 사람이 하고자 하면 못할게 어딨냐? 그럼 난 가볼게.”
“어? 오래간만에 오셨는데 저녁이라도 드시고 가시지…”
“할 일이 많아서. 그리고…”
난 루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살짝 눈을 감은 그녀를 향해 난 차분하게 말했다.
“고마웠다.”
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스승으로서 마지막 가르침을 내렸다.
“나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신까지 만났어. 사람의 의지는 끝이 없지. 그것을 갈고 닦으렴. 훌륭한 왕이 되어야 한다.”
루실은 웃었다. 아쉬움을 털어내고 그저 웃으며 축복해주었다.
그런 그녀의 머리를 다시 한번 쓰다듬어 준 나는 지팡이를 잡았다.
“그럼. 다음에 교회에서 보자.”
“…네에.”
그렇게 루실을 만나고 다른 이들도 만나고.
여기저기 돌다가 마지막으로 간 곳은 전장이었다.
“결혼… 하는거야?”
“그래야지.”
내 초대장을 받은 것은 클레어였다. 그것을 꼭 쥔 채 신음하던 그녀는 천천히 눈을 뜨며 날 보았고.
“고마웠다. 친구.”
“…응?”
놀란 그녀에게 난 손을 내밀었다.
“이래저래 일이 많긴 했지만, 어쨌든 다 지난 일이니까. 그리고 너희들에게 도움을 받은 것 역시 사실이고.”
“…현우야.”
“그러니까. 고마웠다. 너희들이 아니었다면 마왕을 쓰러트리지도 못했을거고, 너희들이 아니었다면 크로노스를 이기지도 못했을 것이며… 너희가 아니었다면.”
창조신을 만나는 것도 불가능했겠지.
과정이야 어쨌든 내가 클레어와 레벤티아, 에반젤린에게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떠나는 마당에.
친구가 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겠지.
“…넌 진짜 속도 좋구나. 차라리 한대 때리지…”
“사실 아까부터 한대 때리고 싶긴 했는데 말야.”
마음의 벽이 사라져서 그런지 아주 사소한 원한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한대만 때리자는 본능의 외침을 무시하고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말하다니.
클레어는 눈을 감았다. 각오를 한 듯한 그녀를 향해 난 어깨를 으쓱이고.
“오아!!”
붕권에 맞고 튕겨져 나간 클레어가 비척거리며 일어난다.
“후, 후후후…. 아프다… 아파… 흑… 흐흑… 아파아… 흑…”
맞은 곳을 부여잡고 웃다가. 결국 울먹거리는 그녀에게 힐을 써주었다. 이정도면 더 이상 아프지 않을텐데도 클레어는 울고 있었다.
“그동안 흑… 정말 고맙고… 미안했… 흑… 흐윽…”
“나 또한 고마웠다. 자. 그럼. 다음에 또 보자고.”
레벤티아와 에반젤린도 만나야 하니까 슬슬 가보자.
난 클레어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녀는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한 채 손을 들어.
-짝.
내 손바닥을 가볍게 친 후 애써 웃었다.
여기서 더 이상 내가 클레어에게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렇기에 난 그녀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긴 후 몸을 돌렸다.
자.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약속을 지켜야 하니 빨리 마무리 짓도록 하자.
교회로 돌아 온 나는 베로니카의 방이 아닌 본관으로 향했다.
“허허…”
본관 입구에 도착하자 허름한 사제복의 곰 수인이 있었다.
베네딕트 3세.
교회의 교황인 그는 시원섭섭하다는 얼굴로 본관에 준비되고 있는 결혼식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현자님.”
“예. 교황님.”
“후후. 이제는 장인어른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도 그렇군요. 장인어른.”
“후후후…”
굉장히 뿌듯해하며 그는 다시 본관을 보았다.
신을 찬양하는 곳에 새롭게 부부가 될 이들을 축복하는 자리가 마련되고 있었다.
그것을 너무나도 흐뭇하다는 듯 바라보던 그는 안경을 벗고 슬쩍 눈가를 훔쳤다.
“드디어 베로니카를 보내게 되는군요…”
“예.”
“…그리고 베로니카에게 들었습니다. 결혼식이 끝나면… 떠나신다고 하셨지요?”
“예.”
“그렇군요…”
그게 다였다. 가지 말라거나, 내 딸은 못 준다거나.
그런 말 따위는 없었다.
“베로니카는 현명하고, 착한 아이입니다.”
“반드시 행복하게 해주겠습니다.”
“행복은 서로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누군가가 주고, 누군가가 받고 그런 일방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는 날 보지도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
“부디. 행복하게 살아주십시오. 그것이 제가 드리고 싶은 부탁입니다.”
그를 향해 난 웃었다.
반드시 그리 하겠다는 맹세를 하며.
교황과 만났고, 내일 치뤄질 결혼식을 위한 식장 상태 확인도 끝났다.
나도 슬슬 자야 하기에 이단심문관 건물로 향한 나는 그곳에서 마주친 몇몇 수녀들에게 활기찬 인사를 받았다.
“형부라고 불러도 되나요?”
“물론이지.”
“헤헤~ 형부. 좋은 남자 있으면 저도 소개시켜줘요!”
“자기 눈으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쳇.”
장난스럽게 투덜거리던 수녀들이 떠나가고, 난 베로니카의 방 앞에 섰다.
그녀와 한 약속.
매일매일 함께 하는 시간을 갖자는 것.
난 문을 두드렸고 잠시 후 빼꼼. 문이 열렸다.
그렇기에 난 손을 뻗어 베로니카를 잡아 당겼다.
“아앗! 잠… 우웁…! 헤으으응…”
그리고 그대로 키스.
벽에 밀어버린 채 베로니카의 손을 깍지끼며 키스하자 잠시 저항하던 그녀가 녹아내린다.
자유로운 한쪽 손을 내 허리를 끌어안은 채 한참동안 혀를 놀리던 베로니카는 천천히 입술을 떼어내며 내 가슴에 톡 머리를 기댔다.
“오, 올웬이 본다고…”
“보면 어때?”
“…그래. 언니. 이런 것도 봤…”
….응? 저게 뭐야?
올웬이 나오며 문 안쪽이 조금 보였다.
아니 저거… 내가 잘못 본 거… 아닐텐데?
“꺄아아악!!”
베로니카는 기겁하며 내 얼굴을 꽉 잡아 돌렸다. 자연스럽게 보이게 된 것은 베로니카의 사랑스러운 얼굴.
새빨개진 그녀는 숨을 헐떡거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봐,봐, 봐, 봐, 봤…어?”
난 대답하는 대신 그녀의 입술에 키스해주었다.
“못 봤어.”
사실 봤지만.
베로니카는 울먹거리며 날 보다가 내 입술에 연신 키스하며 속삭였다.
“잊어버릴 때까지 키스할거야.”
그럼 평생 해야겠는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따 만나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