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130
130화
비록 많은 가산을 팔았지만 여전히 오를레앙을 본가로 두고 있는 모헬 가문이다.
이제는 단순히 대리 업무라고 칭하기도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지만 프레드릭은 언제나 제게 맡겨진 일에 충실했다.
“다시 미국으로 출장을 떠날 때가 되었나.”
지사에서 보내온 종이를 책상에 펼쳐놓고 프레드릭은 턱을 쓰다듬으며 내용을 읽어갔다.
“프랑스의 보호 무역은 불가능하겠어. 미합중국으로부터 공산품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지만 이를 대체할 자국산이 없으니…”
국토 피해가 거의 없던 영국이라고 다를 거 없다.
5년이란 시간은 국가의 모든 공장을 전쟁을 위한 부품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기간이었으니.
결국 이번 전쟁은 미합중국이 승리했다고 프레드릭은 평가했다.
“채권은… 아마 각국이 미국과 협상하여 줄이고 수십 년 만기로 돌리겠지. 그럼 남은 것은 금본위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외국에 있는 모헬가의 자산을 국내로 들여와도 되는지다. 그리고 이를 안정적으로 시행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금본위가 재정착하는 시점이 중요하다.
미합중국의 생산력은 고작 8년 사이 40%가 증가했다. 말이 안 되는 수치이지만, 문제는 이 생산한 것들이 전부 잘만 팔리고 있다는 점이다.
분명 달러를 지탱할만한 금이 부족하여 존 P. 모건이 유럽에 돈 빌리러 온 게 그리 오랜 과거가 아니거늘 전쟁 한 번이 지나니 대륙의 구도가 바뀌었다.
달러는 파운드만큼이나 전 세계에 멀리 퍼졌고 탄탄한 금본위 위에 지어진 화폐가 되었다.
반면 프랑스 프랑은?
“올해도 가치가 떨어지고 있지. 여기서 더 떨어졌다간 채권만도 못한 취급을 받을지도 몰라.”
당장 일상에서 쓰이고 모든 거래의 기본이 되는 현금이 언제부터 만기도래 전까지는 리스크라 평가받는 채권만도 못하게 되었나.
이런 상황에 정부가 갑자기 금본위를 다시 수면 위로 올린다?
“경제가 무너지겠군….”
파운드는 금이라는 주춧돌이 없어도 앞으로 몇 년은 화폐를 찍어낼 수 있을 거다.
그러나 프랑은 아니다. 화폐를 떠넘길 식민지도 부족하고 이웃 국가를 경제적으로 종속시키지도 못했으며 무엇보다, 프랑스는 6년 새 가난해져 버렸다.
정부의 개짓거리가 판을 치고 파업이 매일 이어지며 국내가 나락으로 가지만 전쟁 말기부터 그나마 프랑이 가치를 유지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달러, 파운드, 그리고 프랑.
개중 오직 프랑만이, 무력으로 마르크 위에 있기 때문이다.
우습지만, 이제 미국과 영국은 절대 무력으로 독일이란 나라를 통제할 수 없다.
그들의 병력은 집으로 돌아가 버렸고, 너무 많은 피해와 소모된 비용에 앞으로 10년은 육군을 키우려는 시도조차 못 하리라.
자, 상황이 이러하니 프레드릭은 자신에게 두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다고 결론지었다.
“하나, 비록 지금은 혼란스럽지만 프랑스 경제가 앞으로 성장할 것이며 이를 믿고 외국 자본을 국내로 들여온다.”
이럴 경우, 모헬 대령님의 재산과 영향력은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다.
알자스-로렌 지역 중공업과 프랑스 북부 공업지대의 시너지는 이제 시작이다.
한때 마른까지 밀리자 북부의 모든 공장이 멈춰버리지 않았던가. 정부가 적극적으로 그곳들을 되살리려 하는 지금, 돈을 가진 자라면 얼마든지 좋은 것들을 집어삼킬 수 있다.
심지어 그게 전쟁 영웅이라면 더 쉽게 말이다.
“헌데 우리 대령님은 왜인지 직접 경영은 꺼려하신다는 거지. 그렇다면 지금의 모헬 컴퍼니를 투자사로 완전 전향시켜서 단순히 개인이 주식을 보유하는 것만이 아닌 대출, 외부 자본, 주식 거래를 하여 돈을 벌어들이는 게 최선이야.”
그럼에도 여전히 아쉽다.
지금은 기회의 시대다. 자본을 가졌다면 얼마든지 주인을 잃은 공장들을 사들여 물건을 찍어내는 게 가장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길이다.
비록 모헬이 프레드릭에게 전권을 쥐여주다시피 했다만 어찌 되었든 결정권자는 모헬이다.
게다가 프레드릭은 절대 모헬 대령의 돈버는 감각이 자신보다 떨어진다고 여기지 않았다.
“에휴, 그러게 왜 하필 사관 학교를 진학하셔서… 그냥 영국으로 유학이나 가시라니까.”
뒤늦게 후회하고 매일같이 자신에게 눈물의 편지를 보내시기도 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그는 군인으로 너무 성공해버렸다. 이 이상 올라갈 곳이 없을 만큼.
모헬 대령님에겐 어떤 자리든 결국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얻을 것들에 불과하다.
“일단 의중을 여쭤봐야지.”
프레드릭은 펜을 들어 편지에 ‘이번 북부 공업 지대를 되살리는 정부안에 참여하여 기업으로 탄생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고, 이내 며칠 뒤 답장이 왔다.
[프레드릭, 내 주식 팔지 마.]“……”
아주 간단한 한마디에 프레드릭은 자신이 그토록 오래 고민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 그냥 묻어두고 잊어버린다, 뭐 그런 것은 아니겠지?’
설마 나이가 30이 넘었는데 그랬겠냐며 프레드릭은 애써 의심을 지웠다.
***
“모헬 대령은 지금 거래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젊은 놈이 제 몸값을 올리려고 난리를 치는 겁니다!”
내각을 구성하는 각 처부의 장관들과 전 대통령이자 현 총리인 푸엥카레, 알렉산드르 밀랑 대통령까지 모인 자리에서 마지노를 비롯해 비교적 젊은 이들은 모헬 대령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냈다.
“마지노 장관, 그가 거래를 제안했다, 즉. 이번 계획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보오?”
“애당초 모헬 대령은 사익을 위하지 국익을 위하지 않습니다.”
“흐음… 내가 들은 모헬 대령은 그런 이가 아닌데.”
나름 대전쟁 내내 전쟁부를 이끌던 대통령 밀랑은 마지노의 보고에 마냥 동의하기 어려웠다.
비록 직접 만난 적은 손에 꼽지만 모헬의 선구안에 대해서는 그 또한 질릴 만큼 포슈 원수나 클레망소 전 총리에게 들었다.
그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은 모헬의 행동에는 언제나 이유가 있을 거란 말이었다.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독일이 정말 상환능력이 부족할 거라 여기는 건가.”
“총리님, 그렇다 한들 변함은 없습니다. 과거 저희가 배상금을 낼 때는 자발적으로 사유 재산까지 모았습니다. 지금 독일이 이리 배짱을 부리는 것을 저희가 봐줄 상황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 또한 맞지.”
재건의 시대, 전쟁으로 무너졌던 일상을 되찾고 멈췄던 기계를 돌리며 돌아온 노동자들이 노동을 한다.
승전국이라고 배상금으로 돈 잔치를 벌일 것이라 여길지 모르나 사실 국토 피해라면 프랑스가 독일보다 몇 배는 더 입었기에 감히 봐줄 상황이 아니었다.
밀랑의 내각은 아직 흔들리진 않았지만 언제 총리 교체 여론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고 어느 당이 계속되는 실수를 빌미로 불신임을 외칠지 모른다.
그러니, 밀랑은 선택해야만 했다.
이대로 독일에게 한발 물러주고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든가.
아니면 더욱 강경하고 독하게 독일 제국을 몰아치든가.
답은 정해져 있다. 정치와 외교는 기세다. 일단 밀고 나서 조금 양보해줄지언정 처음부터 양보해주는 일은 없다.
“차라리 좋소. 이대로 우리가 전면에 나서서 국내 분위기를 외부로 돌려보지. 저 아래 노동자들조차 루르 공장이 멈추는 것에 반대할 이는 없소.”
이 부분이 밀랑에게 가장 컸다. 바로 반대할 이가 아무도 없다는 것.
그 어느 정책을 시행해도 반대는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이번 일만큼은 누구도 딴지를 걸지 않는다. 아마 영국을 제외하면 국외에서도 쉬이 비판하지 못하리라.
비록 모헬 대령처럼 소극적인 자가 있을지언정 말이다.
“만약 이번에도 우리의 경고를 무시한다면 최종적으로 루르는 우리 손에 들어올 것이오.”
조약을 어긴 것은 그들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정당하다.
밀랑은 순탄한 도로가 앞에 깔려있는 듯하였다.
***
전체 조직 틀을 손보고 전차 같은 세부적인 병과에 손대고 있을 즈음, 드디어 신호가 떨어졌다.
6사단을 필두로 한 병력 국경 배치.
내각에서는 손쉽게 무력을 기반으로 한 최후통첩을 날렸다.
‘감히 디폴트로 우리를 협박해? 그래봐야 망하는 건 너희거든?’
‘미, 미쳤냐! 루르 점령하면 우리 진짜 공산화해버린다!’
나름 자기들 딴에는 절대 타협하지 않음으로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은데 굳이 난 막지 않았다.
“어차피 자기들이 결정 다 해놓고 나한테 왔었네.”
그 증거가 아직 루르 위협하지도 않았는데 마치 ‘루르가 들어올 경우’를 대비하는 저 내각의 태도다.
“웃기고 있네. 배상금이 누구한테 돌아가? 나도 사비 털어서 애들 도와주는 실정인데 무슨 개소리야.”
차마 나도 모든 이들을 도울 수 없기에 극소수, 그러니까 오를레앙에 정착했던 이들 위주로만 조금 도왔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1914년부터 극단적 적자 재정 경영을 해온 정부를 밀랑이 이어받았다.
그럼 허리 조이고 따박따박 세금 걷어서 돈 갚고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밀랑 내각은 이전 정부에서부터 쌓여온 빚을 갚을 생각이 전혀 없다.
여기서 더 빚냈다가는 진짜 프랑이라는 화폐 자체가 흔들릴지도 모르니 세금을 더 걷었다.
1916년 도입되었던 소득세의 비중을 늘렸고 1917년부터 걷기 시작한 전쟁 이익세를 더 많이 걷었다.
그 외로 직접세, 간접세, 독점세 등 모든 세금을 늘렸고 이는 노동자도 자본가도 싫어하는 일이었다.
이렇게까지 했지만 돈은 없다. 왜냐고? 더 걷어서 욕은 욕대로 먹었지만 그보다 더한 미친 지출을 하고 있으니까.
결국 모든 문제의 해결책으로 내놓은 게 바로 루르다.
저들은 단순히 배상금을 못 갚은 독일에게 위협을 가하는 게 아니다.
이전 정부들의 문제점, 현 정부의 골칫덩어리, 국내 여론과 지지율. 그리고 진짜 독일한테서 주기적으로 타먹을 목돈.
이 모든 문제를 한데 복합적으로 뭉쳐버린 다음 ‘아, 루르 점령하면 다 해결됨.’이라고 나한테 말하는 거다.
“그래, 좋아. 나쁘지 않아. 너희가 해결하려고 나설수록 난 뒤에 숨으면 되니까.”
사린다. 설령 나의 영향력이 줄고 사람들에게 잠시 잊힐지언정 빤히 보이는 썰물에 헤엄치진 않겠다.
대신 다시 밀물이 들어오면. 그러니까 이미 터질 게 다 터지고 뒤늦게 저것들이 내게 다시 달려올 때가 되면.
“그땐 프랑스 육군은 누구도 못 건들게 되는 거야.”
설령 포슈나 페탱 원수가 전역해도 영향력은 여전하겠지만 그 둘이 과연 군부 모가지를 비틀어 정부 아래로 넣어줄까. 굳이 나서서 그런 짓을 할 위인들은 아니다.
이 정도면 최소 10년간 세계 최강의 육군이 유지되지 않을까.
자국 정부에서 망치지만 않으면 일인자 자리 유지라는 상황이 우습지만 어쩌겠나. 그게 현실인데.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정부는 주기적으로 외쳤다.
공허한 외침. 그러나 그러한 외침은 쌓이고 쌓인다.
슬슬 온도에 익숙해진다 싶으면 밀랑 정부는 천천히 열기를 올렸다.
반전에 목말라하던 프랑스인들의 눈에 밀랑 정부의 방식은 급진적이지도, 과격하지도 않아 보였다.
매우 신사적이었고, 기승전결이 명확한 서사였으며, 무엇보다 정당한 가해자가 되길 자처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어느새 국내 여론이 정부가 원하던 수위에 도달하자 우리 차례가 다가왔다.
“당장 루르로 진격하시오.”
“이 추운 1월에 루르를 점령하란 말씀이십니까?”
“그렇소. 가서 노동자들의 이동을 막으시오. 그리하면 공장들은 계속 돌아갈 것이고 우린 그사이 독일 정부와 협상에 돌입할 것이오.”
“뭐, 그럽죠.”
다시 말하지만, 정부의 선전은 전부 공허한 외침이었다.
즉, 외국에서 봤을 때는.
[지, 지금 선전포고를 하다니. 프랑스는 미친 거요?] “아아, 외교 채널로 연락해봐서 아시겠지만 저희 육군의 뜻이 아니라 밀랑 정부의 의지입니다.”[아니, 그렇다 한들 왜 대령은 가만히 있는 거요? 오늘 6사단이 국경을 건넌다고 발표가 났소!] “헤이그 장군님. 다시 말하지만 이건 우리 육군의 뜻이 아닙니다. 이 점 명확히 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렇다고 달라지는 게 없지 않소! 당신이라면 반대할 수 있지 않소!]
하하, 그게 쉬웠으면 내가 이리 개판인데도 느긋하게 기다리지 않았지.
“아무튼, 갈리폴리 씨 요즘 신나게 입털던데 전해주십쇼. 달라지는 거 없다고.”
헤이그의 정반대편에 있다고 평가받는 윈스턴 처칠은 신나서 해군 개입을 주장하고 있다.
말은 중재라고 하는데 프랑스가 독일 뚝배기 더 깨서 달달하게 루르 먹는 꼴 못 보겠다는 심산이다.
국내, 국외가 모두 제각기 신명나게 입을 털거나 말거나.
“우린 알렉산드르 밀랑 대통령의 정식 명령을 받아 루르 공업 지대를 점령한다!”
난 출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