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142
142화
내가 스페인군에게 요구한 것은 딱 두 가지였다.
하나는 보병지원.
스페인은 우리 프랑스 외인부대를 따라 만든 스페인 외인부대를 붙여주었다.
두 번째는 현 대치를 깨고 우월한 병력차를 이용한 전방위적인 압박이다.
“저희가 치고 들어간 만큼만 사방에서 조여주시면 됩니다.”
“적이 만약 포위를 뚫고 나올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스페인 외인부대의 사령관 프란시스 프랑코는 내 방법에 신뢰를 보이지 않았지만 난 고개를 저었다.
“저들은 게릴라도, 정규군도 아닙니다. 그저 용감한 반란군일 뿐이지요.”
“그게 어쨌다는 겁니까?”
“지킬 것이 많고, 도망칠 곳은 없다는 소립니다.”
만약에 그들이 사보타주와 기습 암살을 주로 삼는 단체였다면 내가 여기 오는 것부터가 부적절한 인사였을 거다.
그러나 저들은 똘똘 뭉친 반란군이다.
“가스탄, 발사.”
“발사!”
아주 싼 가스탄은 저들이 뭉쳐있는 것만으로도 죽음을 선사할 것이다.
“호오, 참호도 파고 도주로도 보이는군요. 이거, 전쟁을 아는 사람이 반군에 있어 보입니다.”
“아브드 엘크림(Abd el-krim). 반란군을 이끄는 지휘관으로 유럽에 대해 아주 잘 아는 친구입니다. 분명 이번에도 그 자겠지요. 매복과 기습에 능한 자입니다.”
“엘크림이라면… 반란군들이 대통령으로 내세운 자군요.”
왜 라베라 사령관이 프랑코를 내게 붙여주었는지 알겠다.
이미 반군과의 여러 교전으로 감각이 극한으로 오른 프랑코 중령은 적에 대해 모르는 게 없어 보였다.
사실 이번 전쟁은 내가 없어도 어차피 스페인의 승리로 돌아갔을 거다.
반군의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불안정한 보급과 항전 능력인데 지브롤터 위에 떡하니 본국이 있는 스페인은 이 부분이 비교적 튼튼하니까.
그럼 결국 이번에도 나의 역할은 언제나와 같다.
“저런 외딴 마을도 위험합니다. 무조건 적이 잠입해 있다고 보셔야 하며 아마 원주민들도 정상적인 원주민이-”
“공격.”
쾅.
콰광.
누런 스모그 한번 일으켜 주고 지켜보니 헐레벌떡 튀어나오는 놈들이 보인다.
손에 총을 든 것을 보아하니 반군이다.
“도망치는 이들은 저격과 박격포로 처리해라. 이후는 스페인 기병들이 추격을 이어갈 테니 우린 다음 전투나 준비하고.”
왜, 굳이 이미 소강상태에 가까운. 사실상 스페인의 힘만으로 승리가 가능해 보이는 이 전장에 나를 집어넣었을까.
스페인에게 안도감을 주기 위해? 아니. 이곳은 전장을 보는 시야만 충분한, 현재 아프리카 식민지를 전전하고 있는 가믈랭이 왔어도 될 수준이다.
이유는 오직 하나다. 빠른 종결. 스페인도, 우리 프랑스도 이 지긋지긋한 북아프리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고 싶기에 날 해결사로 보낸 것이다.
앙리 구로 총독의 말대로 협상은 내 역할이 아니다.
안타깝지만 난 학살자로 보내졌다. 가스를 매우 잘 알고, 대처도 가능하며 대규모 지휘에 능한, 내가.
“…….”
“프랑코 중령님. 미리 말씀드리지만 전 원주민에 대해 관심이 없습니다. 혹시 제 방식에 불편하실까요.”
“아, 아닙니다. 빠른 진격이 매우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계속 가지요.”
어차피 이번 전쟁 시작 자체가 리프 산악지역에서 스페인 광산 노동자들이 공격받아서이다.
‘빠르게 전쟁을 끝낸다.’
딱히 경제적으로 크게 이득이 없어 보이는 곳이지만 군사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위치이기도 하다.
지브롤터 해협. 그 아래턱이 바로 이곳의 최북단이니까.
내가 필요한 것은 그저 기동성이 매우 좋은 소중형 포와 충분한 가스탄이다.
“발사.”
“전군 발사!”
쏘고 나서 터지는 소리보다 비명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면 내 착각일까. 아마 아닐 것이다.
“아직은 괜찮네.”
진격하면서 난 끊임없이 스스로의 상태를 확인했다. 내가 괜찮은지. 잠은 잘 자는지. 혹시 예전처럼 손이 떨리진 않는지.
다행히 멀리서 죽어가는 저들의 고통은 내게 닿지 않았다.
“병력은 있어 보이지만 무기는 충분치 않군요. 좋습니다.”
“모헬 준장님, 이대로는 아군이 먼저 지쳐 나가떨어질지도 모릅니다. 초소를 세우고 전초기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만들 때마다 습격당해서 내주는 초소를 말이죠?”
나와 함께 치고 들어가던 프랑코 중령은 계속 우려를 표했지만 난 안다.
언제나 홀로 강력한 공세를 펼치는 입장이라면, 절대 멈춰선 안 된다는 것을.
멈추는 순간 우린 적의 가늠좌 안으로 들어온 표적이다.
“뒤따라오는 모로코 식민지 정규군을 믿으시는 것이라면 크나큰 착각입니다. 지난 3년간 당해본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의료, 식량, 화력 지원 및 병력 보충까지 모든 게 떨어질 때까지 적은 기다릴 겁니다.”
“기다리라고 하죠. 그 전에 다 죽을 겁니다.”
내가 뿌린 가스탄에 너희가 질식하느냐, 아니면 내가 먼저 고립돼서 죽느냐.
그새 늘어난 스페인 정규군은 약 9만. 식민지군이 1만 2천.
반면 나는 고작 3만 6천의 군을 이끌고 있다.
내가 볼 때 무장한 적은 절대 3만이 넘지 못할 거다. 기관총은커녕 기관단총도 거의 없겠지.
그럼에도 이번 전쟁이 길게 끌리는 이유는 오직 하나밖에 없다.
“중령, 지금 피하면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나중에 더 크게 돌아올 겁니다. 예, 지금 멈추면 저흰 안전해질지 모릅니다. 아마 석 달 안에 프랑스의 대대적인 항공 지원이 이루어질 테고 더해질 전차는 수백 대에 이르겠지요. 그러나 그사이, 우리는 또 죽음을 산맥과 사막에 뿌리며 후퇴해야 할 겁니다.”
고작 모로코의 전쟁 영웅이란 타이틀로 인기를 얻은 그의 말만 믿고 멈출 수 없다.
난 모든 리프 부족들을 죽일 수 없다. 아마 언젠가는 저들과 타협점을 찾아야 하겠지. 그게 아니라면 마지막까지 사보타주에 시달리던가.
그러나 그전까지는, 난 아르덴숲의 지옥을 이곳에 펼칠 것이다.
“잊지 마세요. 길어지면 틈이 생기고, 틈이 하나 생기면 여러 곳이 벌어집니다. 그렇게, 상처가 늘어가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우린 그렇게 계속 모로코 남단에서부터 해안을 크게 거리두지 않은 채 진격해나갔다.
들려오는 소식으로는 라베라 사령관이 오우레글라 강 북쪽에 전초기지와 60개가 넘는 초소를 세웠단다.
그리고 정확히 2주도 되지 않아 개중 40개를 빼앗겼다.
나와 프랑코는 북진했다.
프랑스는 남쪽에서부터 위로 치고 올라갔고 스페인은 북동쪽에 넓게 포진해 적을 압박했다.
물론 마냥 모든 게 내 뜻대로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야습이다! 적의 야습이다! 전부 무기 챙겨!”
“비행 정찰 했다며! 어떻게 적이 야습을 한 거야!”
“미친 새끼들이 설마 일주일을 숲에 숨어 있었나!”
그간 수도 없이 전투를 치러왔음을 증명하듯 언제나 리프 반군은 우리의 틈을 노리려 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난 몇몇의 죽음에 연연할 만큼 감성적인 지휘관이 아니었다.
‘페탱 공세 때 얼마나 죽었더라. 벨기에 진격만 해도 여기 전군 합쳐도 못 비비지.’
어제 기습으로 아군이 죽었다면, 새벽까지 수습하고 짐 챙겨서 나아간다.
그리고, 되갚아준다.
“베르베르 부족 중 한 곳이라고.”
“아주 높은 확률로 그럴 것입니다.”
“그래, 시작하지.”
앞으로 통치하려는 스페인 입장에서는 나의 이런 행위가 불편할지도 모르겠다만 난 최소한 그들이 나한테 뭐라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심심하면 귀와 코를 잘라서 구슬처럼 실에 꿰어 총에 걸고 다니는 것들이 스페인군이다.
반군들의 머리를 손에 들고 웃으며 사진 찍고 적에게 보여주려고 장대에 시체를 보란 듯이 매달아 놓은 이들이다.
그에 비해 나는 아주 신사라고 할 수 있겠다.
“적의 반군이 단 하나도 없는 마을은 사실상 없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다 쏘고 보지요.”
최소한 시체 농락은 안 하니까. 마을도 전염병이 돌지 않도록 태워준다.
얼마나 갔을까. 베르베르족들이 어카운(Accawn), 스페인군들이 샤우엔(Chauen)이라 부르는 나름 큰 도시까지 고자 20km를 남겨놓고 전령이 찾아왔다.
“프랑코 중령, 이거 보세요. 교착 상태가 이어지질 않으니 제 발로 찾아오지 않습니까.”
“확실히…”
지도자 아브드 엘크림이 보냈다는 전령의 내용은 아주 평화적이었다.
전쟁을 멈추고 싶다는 아주 단순한 내용. 스페인으로서는 이게 항복인지 아니면 독립을 시켜달라는 것인지 분간이 안 될 소리였다.
그래도 난 그들의 대화 의지를 매우 높게 샀다.
“다시 돌아가서, 협상 내용을 정확히 해서 돌아오라고 하십시오. 단순히 멈춰달라는 애원이 아니라. 우린 언제나 대화할 의지가 있으며 그들을 기다리겠다고도 말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대면하진 않았다. 대신 난 전령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말과 식량까지 챙겨서 보냈다.
반군의 전령이 돌아가고 난 다시 명령을 내렸다.
“역시 도시에 가까워질수록 사람 사는 곳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그럴 겁니다.”
“그럼, 다시 시작하지요. 전군, 공격.”
난 기다렸다. 저 전령이 어서 돌아와서 항복해주길.
부디 빨리 와서 무의미한 피해를 멈춰주길.
***
정확히 내가 모로코에 도착하고 리프 전쟁은 4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교사 출신이라던 아브드 엘크림은 내가 주려던 교훈을 아주 잘 이해한 것 같았다.
그들이 절대 조건을 내세울 상황이 아님을. 그리고 난 절대 멈추지 않을 것임을 그는 끝내 인정했다.
4개월간 일어난 프랑스군 피해는 약 2천.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다. 사망자만 따지자면 얼마 안 되겠지만 마냥 완벽한 승리라 자축하기엔 문제가 있으리라.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스페인군이 만 단위로 병력을 내다버렸음을 생각하면 난 나름 만족한다.
“그래도 아쉽군. 라인란트에 있는 애들을 데려왔다면 이런 피해도 없었을 터인데.”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조금 더 주둔하다가, 떠나야지. 전쟁은 끝났으니까.”
“이로써 악명이 하나 더해지셨군요.”
“파비앵, 장기적으로는 이게 맞아.”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리프 공화국의 고통은 이제 시작이다.
프랑스와 스페인의 갈라먹기가 끝나고 나면 아마 쌓인 게 많은 스페인 쪽은 포로 학살과 색출 작업에 돌입할 것이다.
수많은 베르베르족 사람들이 죽거나 다칠 것이다.
이는 전쟁의 시기와 상관없이, 이곳 아프리카 식민지 대부분의 현실이었다.
감히 나라도 막을 수 없는 아주 잔혹한 현실 말이다.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우리 애들 덜 다치게 하는 것이다.
“악명도 언젠가는 쓸모가 있겠지. 나머지 일은 외교관과 관리들한테 맡기자고.”
아마 페탱 원수님이 왔어도 나와 비슷하게 행동하지 않으셨을까.
대규모 병력 투입으로 적을 사방에서 포위하여 항복을 받아내기보단 그냥 가스탄이나 쉬지 않고 날렸을 거다.
“만약 적들이 군인과 민간인이 구분되는 상황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그랬다면 달랐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파비앵. 내겐 일면식 하나 없는 저 베르베르족 사람들보다 나에게 목숨을 맡긴 병사들이 더 중요하네.”
“압니다, 아주 잘 알지요. 그냥 안타까움에 한 말입니다.”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는 파비앵은 괜히 돌에 발길질을 해댔다.
그런 파비앵이 난 왜인지 모르게 만족스러웠다.
그가 여러 번의 전투에도 변하지 않고 여전히 그대로여서? 아니면 때론 한 목숨의 가치가 납탄 하나와 동등하다는 것을 절대 인정하지 않아서?
그도 있겠지만.
“역시 자넨 내 이정표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깨에 올린 손이 부담스러운지 치우려 하지만 난 더욱 힘을 주었다.
“뒤돌아서 자네만 잘 확인하면 내가 길을 잃지 않을 것 같거든.”
“언제는 다 버리고 집에 가겠다더니. 이제는 이정표라고 하시네? 어느 말이 진실인 겁니까?”
“나도 몰라.”
우리 모두가 변하지 않기를. 변해도 절대 그게 전쟁 때문이지 않기를 난 오늘도 진심으로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