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183
#183화
불과 얼마 전 뮌헨에서 상대에게 질질 끌려다닌 것과는 대비되는 현재 상황.
세상은 전쟁이 도래한다며 난리 법석을 떨지만 난 되려 여유와 냉정한 시선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틀 밤낮 쉬지 않고 로마에 폭격을 이어갔더니 로마는 항복을 해왔다.
10월 1일 선전포고하고 10월 29일 아침에 끝난 이탈리아 침공. 정확히 4주 걸렸다.
이제 이탈리아 침공에 투입된 병력을 또 둘로 쪼개 하나는 이탈리아 점거에 투입되고 나머지 하나는 빠르게 귀국하여 빈자리를 메꾸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오늘도.
독일은 선전포고를 하지 않았다.
후르릅.
‘이게 맞지.’
모두가 두려워하는 세계 대전을 코앞에 두었지만 차 한잔할 여유는 충분하다.
왜냐면 그 전쟁의 시작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국가는 이제 딱 한 곳.
바로 우리 프랑스뿐이니까.
그래서 소련이 당장 무언가를 할 수 있는가?
없다.
나치 독일이 물리적인 방법으로 판을 뒤엎을 수 있는가?
없다.
영국이 자신들이 원하는 구도로 끌고 갈 수도, 현재 외부 세력이 끼어들 틈도 없다.
난 이탈리아의 모가지를 4주 만에 따버림으로 증명했으니까.
벨기에,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의 모든 국가들에게 우리 프랑스는 전쟁이란 수단을 두려워하지 않음을.
그리고 우리의 뜻을 그 어느 국가에게도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이 있음을 말이다.
‘무솔리니. 그래도 꼴에 정치인이라고 로마를 버리진 않았군.’
만약 무솔리니가 시민들을 버리고 제 혼자 살겠다고 해외로 도망쳤다면 파시즘 또한 끝장났을지 모르나, 그는 그 와중에도 정확히 상황을 파악했다.
이번 전쟁은 이념이나 민족의 싸움이 아닌, 순전히 국가 안보적 선택이었다는 것을.
무솔리니가 여전히 가치 있어 더욱 애매해졌지만, 이탈리아 처리는 당장 시급하지 않으니 나중에 처리해도 전혀 문제될 것 없다.
대통령 집무실 가운데 위치한 거대 탁상. 그곳에는 상세한 유럽 지도와 각종 말이 위치하고 있다.
난 일어나 이탈리아 지도 위 노란 말을 치우고 프랑스의 파란색 말을 올려놨다.
이제 다시 집중되어야 할 곳은 바로 우리 프랑스의 국경.
“돌고 돌아 라인란트군.”
우리의 경고에 그들은 무응답으로 답했다.
공격할 의지보다는 어떻게든 수비하겠다는 생각 같은데 아무튼 그들은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겁먹었지만, 쉽게 물러나진 않겠다라.”
참으로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잃고 싶지는 않고. 뺏을 힘은 없고. 그럼에도 욕심 또한 버리지 못하였다.
가장 큰 증거가 바로 주데텐란트다.
“끝내 주데텐란트를 포기하지 못하였군.”
우리가 이탈리아 점령에 힘쓰는 와중 독일은 독일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하였다.
저 일본발 소식통에 의하면 나치는 일본에게 동맹 제의를 하였으나 보류로 끝났다고 한다.
그다음 독일이 한 선택이 바로 주데텐란트 점령이다.
물론 이건 우리 쪽 주장이고, 나치는 아주 독특한 방법을 택했다.
바로 주데텐란트 주민들에게 강제로 투표하게 만든 것이다.
“투표로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라.”
그럼 여기서 당연히 나설 놈은 하나밖에 없다.
똑똑.
“각하, 잠시 들어가겠습니다.”
“들어오게.”
허락을 받은 빅터는 한 가지 소식과 함께 방으로 들어왔다.
“현재 윈스턴 처칠 경께서 파리로 향하고 계십니다. 오늘 저녁에 도착 예정이고, 바로 각하를 뵙고 싶다고 합니다.”
“어찌 예상을 벗어나질 않아.”
“만나시겠습니까?”
“새로운 총리께서 직접 오신다는데 그래야지.”
대영제국. 일본을 끌어들이지 못한 독일은 또 한 번 대영제국을 끌어들였다.
중재자 역할을 바라던 영국으로서는 그림도 좋다 싶으니 냉큼 달려들었고.
“응접실을 준비하게.”
“알겠습니다.”
일단은 들어나 봐야겠다.
***
처칠과의 마지막 대면이 거의 10년 전쯤이니, 확실히 서로의 위치도 바뀌었고 말의 무게도 달라졌다.
그러니 내가 생각한 우리의 대담은 좀 더 신사적이고, 생산적이며, 진중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그랬는데…
“퉤, 더글러스 그 자식이 없으니 이번에는 대화가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맥혐을 아직도 못 버리셨군요.”
“혐오가 아니라 사람 보는 눈입니다. 외교라고는 조금도 모르는 멍청한 군바리 아닙니까? 아, 절대 대통령님을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일단 서로 존칭까지 붙여주며 대화가 이어지긴 하는데 어찌 좀 이상한 것 같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확실히 프랑스 음식이 맛있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러십니까?”
“최소한 송아지 내장으로 감염될 것 같은 요리나 술로 잼을 만들어 돌 같은 빵에 발라먹진 않지 않습니까?”
“어 음, 그렇지요.”
한평생 상류층으로 살았으면서 그딴 맛은 어떻게 아는 건데. 우리 군대에서도 그런 음식은 보급 안 한다고.
시간이 많이 흘렀어도 체면 따위는 예전에 진작 내려놨음을 서로 확인하자 처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치고 들어왔다.
“루르, 고작 공장 지대 하나의 문제가 이리 커질 줄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확실히 시작은 루르였지요.”
루르에서 끝날 문제를 독일은 주데텐란트로 키웠고, 여기에 소련까지 끼어들며 얼마든지 더 키울 의향을 보였다.
이에 난 그냥 이탈리아를 점령해버렸고.
“여기서 끝내는 게 맞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이 정도면 충분히 보여주시지 않았습니까?”
“처칠 경.”
마치 날 만류하는 듯한 처칠의 태도에 난 나지막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지금 누가 누구한테 끝내라고 하는 겁니까?”
“설마 더 하실 생각이십니까?”
“무언가 착각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우리 총리께서는 주소를 잘못 찾아오셨습니다.”
내가 이탈리아를 점령했다고 과연 독일이 주데텐란트를 점령할 정당한 명분이 되는가?
아니지. 그건 아니지.
만약 그들이 잠자코 라인란트에 주둔한 채 기다렸다면 난 여기서 충분히 끝낼 의향이 있었을 거다.
비록 나치가 조약을 어기고 비무장 지대를 무장한 것은 마음 아픈 일이지만 그래도 난 관대하니까. 이 베르게르 모헬은 전쟁을 싫어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아마 이탈리아 또한 적당히 조약으로 목줄만 달고 끝냈겠지.
그러나 그 와중에 나치는 한 발짝을 더 나아갔다.
“주데텐란트. 투표가 끝나자마자 48시간 안에 체코슬로바키아인으로 남겠다는 이들에게 떠나라고 통보했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리 우리 프랑스가 건재함을 보였지만 주데텐란트 주민들에게 프랑스는 멀고 독일의 주먹은 너무나 가까웠다.
“우리가 확인해본바, 주데텐란트에 거주하는 독일인이 실제로 적지 않습니다. 프랑스가 내세운 전쟁 명분에 비하면… 솔직히 합리적이지 않습니까?”
“하아, 이거 보십시오. 우리 프랑스의 동맹인 영국부터 이리 생각하면 어쩌자는 겁니까?”
이탈리아 침공까지는 정당하다고 여겨줄 테니 주데텐란트를 눈감아라? 그리고 너흰 중재함과 동시에 그 사이에서 이권을 뜯고?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한 놈들이 자꾸만 끼어들려는 게 아니꼽지만 대영제국까지 적대할 만큼 내가 눈이 돌아가진 않았다.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 만약 저를 설득하겠다면 폴란드, 벨기에, 체코슬로바키아 삼국이 인정할만한 조건을 가져오셔야 할 겁니다. 물론 예, 어렵겠지요. 그러나 전 기다리지 않을 겁니다.”
“…기다리지 않겠다는 의미는?”
“대영제국이 함께하지 않아도 우리 프랑스는 독자적인 행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확실히 말해두겠습니다.”
비록 이탈리아가 내 손에 들어왔지만 여전히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루르.
라인란트.
주데텐란트.
어느 곳도 내 눈에는 해결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걸.
분명 우리 프랑스는 수십 년간 경고했었다.
선을 넘으면, 전쟁하겠다고.
이는 모두가 인정한 20년대 유럽의 국제 정세의 상식이나 마찬가지인 개념이었다.
근데 고작 군축 조금 했다고.
우리가 독일을 조금 풀어줬다고.
이 내가 한물갔다고 여기면 안 되지.
“한번 이빨을 보였으면 해결책은 둘입니다.”
“…. 무엇입니까?”
“하나. 확실하게 이빨을 뽑거나.”
순수하던 10년 전 독일은 참으로 우리 프랑스와 잘 지냈었다.
그땐 분명 힌덴부르크 대통령이 나치가 권력에 접근도 못 하게 막았었지.
“둘. 다시는 입을 안 열면 됩니다. 그럼 이빨이 안 보이지 않습니까?”
아니면 나치즘이 과거 바이마르 공화국을 답습하면 된다.
아주 순하고 말 잘 들었던 바이에른 공화국.
바로 오를레앙 체제로 다시 들어오는 거다.
난 다시 한번 과거 뮌헨에서 그어놓았던 선을 강조했다.
절대로 독일의 부상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나의 의지를 말이다.
내 말을 잠자코 듣고만 있던 처칠은 이내 답을 주었다.
“대통령님, 제가 방금 느낀 게 하나 있는데 지금 프랑스는 절대 지속 가능한 체제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너무 전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지요. 오해하지 마십시오. 전 체임벌린과는 다릅니다.”
숨을 한번 고른 처칠은 다시 한번 정리된 자신의 의견을 펼쳤다.
“정말 독일과의 관계가 감정적이지 않으십니까? 진심으로 대화로 상황을 해결하고 다시 한번 지속 가능한 체제를 만들 의지가 있으신 겁니까?”
“당연하지요.”
“그게 설령 독일을 짓밟은 방법이어도 말씀이십니까.”
독일 하나를 희생해서 만든 평화는 진짜 평화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 여기에 난 동의할 수 없다.
“총리님.”
“예.”
“지난 20년간. 난 그렇게 평화를 유지해 왔습니다.”
분명 우리 프랑스가 우위에 있을 때 전쟁은 없었다.
“분쟁조차 없었다고 말씀하시진 마십시오. 그것 명백한 거짓입니다.”
“하지만 해결했습니다. 그것도 완벽하게 말입니다.”
오를레앙 체제의 덕을 그래서 독일이 못 보았는가?
절대 아니다.
그들은 40%를 넘기던 실업률을 반절 이하로 줄였고 화폐의 가치를 다시 떨어트렸으며 국방력 또한 끊임없이 키울 수 있었다.
그들이 수백만 프랑스 청년을 죽인 적국이라는 과거가 거짓처럼 느껴질 만큼, 난 충분히 배려해줬다고 본다.
그래서 그 결과가 지금이라면.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나의 양보입니다.”
난 지금도 충분히 잘 참고 있고.
양보하고 있는 거다.
부디 나의 호의를 자꾸 ‘전쟁’이란 단어로 치부하려 들지 않길 난 진심으로 바랐다.
“나중에 다시 뵙겠습니다.”
왜냐면 진짜 전쟁 위협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처칠과의 대화가 무엇하나 결론짓지 못하고 끝나고 난 다음.
난 곧장 베이강을 불렀다.
“이탈리아에서 우리 애들 돌아오는데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합니까.”
“재정비까지 포함해서 말인가.”
“예.”
“최소 일주일.”
“전부가 아니어도 됩니다.”
“그럼 삼일 뒤부터 자기 부대 위치로 돌아갈 거네.”
기껏 전쟁을 끝내고 돌아온 그들에겐 미안하지만 우린 이제 시작이었다.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영국이 주데텐란트를 나치에게 넘겨주기로 작정한 것 같네요.”
“전쟁인가, 아니면 그저 압박인가?”
“일단은 압박까지만입니다.”
국경선 하나만 두고 서로 대치한 상태에서 우리 병력이 돌아온다 한들 저들이 순순히 라인란트에서 물러나 줄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나 또한 바로 전쟁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야.’
딱 전쟁 직전까지만 한 발짝 더 나아가주겠다.
“군을 둘로 나누는 계획을 실행하겠습니다.”
“지휘관은?”
“…. 지금은 상징적인 인물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럼 딱 한 사람 있지.”
나와 베이강의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는 그 이름.
“필리프 페탱 원수님.”
“캬아, 자넨 진짜 쓰레기야.”
“은퇴했어도 원래 전쟁나면 다시 복귀하는 법입니다.”
“쉬고 계신 원수님을 다시 불러올 생각을 하다니. 이 나라에 완전한 전역이라는 게 있긴 한가?”
반쯤 비꼬는 말투지만 웃는 꼴을 보니 본인도 페탱 원수님 떠올렸구먼, 무슨 나만 이상한 사람 만들어.
“벨기에에는 제가 직접 연락하겠습니다. 병력 이동을 준비해주세요.”
라인란트 대치로는 끝날 기미가 안 보이니 다른 곳으로 압박해야지.
그리고 그 후보는 오직 한 곳.
벨기에뿐이다.
그들이 라인란트에 병력을 주둔시킨 것처럼 우리도 벨기에로 프랑스 병력을 배치시키겠다. 여기에 벨기에 병력 또한 당연히 추가되겠지.
그리고 지휘관은 필리프 페탱 원수.
아주 그림이 벌써부터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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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전역 따윈 없다-18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