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193
#193화
대전쟁 당시 국토가 유린당했으나 이후 전후 처리 과정에서 역대 가장 큰 영토를 보유하게 된 루마니아.
비록 공산당의 세력이 적지 않고 슬라브 민족의 피 또한 많이 섞여 있지만, 루마니아는 명백히 기독교를 중시하는 공화정 국가였다.
유고슬라비아, 소련과 국경을 맞댄 입장에서 루마니아 역시 그나마 대전쟁의 유대감이 남아있는 프랑스에 조금 더 친화적이었다.
당연히 유고슬라비아, 스페인, 이탈리아는 힘을 합쳐 루마니아 내부를 온전히 최전선으로 만들고 싶었다.
‘저곳이다. 저곳이 다음 전장이야.’
‘흑해를 틀어막고 루마니아 공산화만 막으면 유럽은 안전해진다.’
당연히 내정 간섭의 위기를 느낀 루마니아는 반발하고 싶었지만 그들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너무나 큰 두 세력 사이에 낀 그들은 선택을 해야만 했고, 루마니아는 그나마 대화가 통하는 프랑스 측에 가담하기로 마음먹었다.
유고슬라비아와 루마니아 사이에 새로운 국가방위 협정이 체결되었고 프랑스는 이에 크게 기뻐했다.
서유럽 전체가 소련보다 한발 먼저 움직였다고 자축하는 분위기.
루마니아만 틀어막으면 발칸과 중유럽 전체가 소련으로부터 안전하다.
독일 견제에 프랑스가 그 어떤 요구도 하지 않으니 남은 동맹 국가들은 온전히 루마니아만 잘 지키면 되는 일이었다.
‘우린 버티는 입장이다. 비록 마음엔 안 들지만 튀르키예의 협력까지 얻어내고 프랑스가 독일을 끝장낼 때까지 버티면 돼!’
‘소련이 그리 강력한 국가인지 알 수 없지만 하나는 안다. 프랑스는 강하다.’
소련은 동토에 갇힌 삐쩍 마른 곰이고 프랑스는 지난 20년을 칼만 갈아온 국가다.
각국의 정치 체제나 이념에 관심도 없고 내정 간섭도 적다.
프랑스가 원하는 것. 그것만 적당히 협력하면 프랑스는 온전한 미래를 보장하는 수준.
이른바 제2의 프랑스 체제로 불리는 ‘반공 체제’의 대통합 아래에 모두가 힘을 합치니 소련은 동토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온 것 같은 구도가 완성되었다.
이대로 유지만 해도 반은 먹고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상황.
프랑스조차 한발 빠른 대처에 아주 만족하고 있었다.
허나 그런 모두를 비웃듯, 소련은 기어코 움직였다.
발칸이 아닌, 다른 곳으로.
“카리알라, 라플란드 지방, 핀란드만 및 인근 주요 섬, 발트해에 속한 모든 핀란드 영토와 주요 항구에서 소련군 주둔권과 권리를 보장하시오.”
사실상 소련과 가까운 모든 항구, 섬, 만, 영토, 그리고 국가의 핵심 공업지대까지 요구한 격.
소련은 레닌그라드의 안전을 위해서라지만 핀란드는 단 한 번도 레닌그라드에 위협이 될만한 국가가 아니었다.
뱌체슬라프 몰로토프의 무리한 요구에 핀란드 대통령 퀴외스티 칼리오(Kyösti Kallio)는 아주 짧게 답했다.
“안 되오.”
“그럼 내 역할은 끝났소. 나머지는 붉은 군대가 말할 것이오.”
마치 거절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한 말도 안 되는 요구. 바로 예정된 것처럼 시작된 붉은 군대의 움직임.
프랑스의 전성기를 달리는 지금에도 철저한 중립을 외치던 핀란드는 하루아침에 국가의 명운이 달린 전쟁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결말은 너무나 뻔했지만, 핀란드는 기어코 전쟁을 택했다.
소련 또한 더는 대화를 하지 않았다.
39년 11월. 북유럽의 추운 겨울이 진작 시작돼 그 무엇을 하기도 힘든 계절.
겨울 전쟁이 시작되었다.
***
“이번 사태는 불가항력이었습니다.”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난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인정했다.
오를레앙 체제도, 지금의 반공 체제에도 절대 안 끼는 국가들이 몇 곳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북유럽 국가들이다.
이들은 굳이 아쉬울 것 하나 없는 국가들이었고 적당히 서유럽 국가들과 두루두루 관계를 맺었으며 특정 국가로부터 안보나 경제가 크게 휘둘리지 않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아무도 자기들은 안 건드는 것이었고 패권이니 식민지니 하는 소리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특히나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위치상으로도 우리와 떨어져 있으며 바다를 포기했던 입장으로 우리 영향권 안에 있지도 않았다.
그래서, 딱히 어찌할 수 있는 방도가 없었다.
“아주 교묘합니다. 저희가 절대 손 쓰지 못할 거란 확신이 있는 거지요.”
“플랑댕 장관의 말대로 언뜻 보면 욕심에 저지른 일 같지만 철저한 계산이 깔려있습니다. 영국도, 저희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웃긴 것은, 알았어도 우리가 무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단 거다.
나였다면 굳이 적을 늘리지 않으려 했겠지만 스탈린은 달랐다.
‘훤히 보이는 빈틈이라 이거지.’
핀란드라는 국가와 우리 프랑스가 큰 연관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소련의 확장과는 아주 큰 관계가 있다.
“그래서 우리 군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참모총장님, 저곳에 국력을 쏟았다간 소련이 원하는 전장에 아까운 병력만 내다버린 꼴입니다. 개입은 절대 안 될 일입니다.”
“총리, 핀란드가 절대 끝이 아니오. 분명 북유럽 전체가 위험한 상황이란 말이오.”
“그래도 안 될 일입니다. 굳이 유리한 현재 구도를 버리고 저곳에 참전할 이유가 없습니다.”
어제 핀란드 대사가 날 찾아왔었다. 무엇이라도 내줄 것처럼 백지수표를 내밀며 부디 대육군을 여기로 보내달란 이야기였다.
아마 핀란드를 돕기 위한 파병이라면 대영제국도 도우면 도왔지 절대 막진 않을 거다.
‘얼마나 급했으면 나치 독일한테도 도움을 청했겠어.’
뻔히 소련과 독일이 관계를 알면서도 정보국에 의하면 핀란드는 독일에도 병력을 요청했단다.
핀란드를 버린다는 의미는 베이강의 말대로 북유럽 전체를 버린다는 의미다.
“만약 우리가 핀란드를 버린다면 동맹들이 동요하겠습니까.”
“그리 크지 않을 겁니다. 폴란드는 저희의 참전을 원하는 것 같지만 핀란드는 본래 저희와 동맹이 아닙니다. 참전할 의무도, 이유도 없습니다.”
“이제와서 동맹을 맺는 것 또한 받아줄 이유가 없습니다.”
“하긴.”
에두아르 총리를 비롯한 장관들은 전부 관망을 주장한다.
반대로 군부 쪽에서는 북유럽 전체를 내줘야 한다는 게 많이 불편한 듯하다.
‘분명 30년대 초 공업화에 성공한 이후 붉은 군대는 크게 강력해졌다. 그러나 얼마만큼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어.’
이탈리아와 전쟁을 한 지 불과 1년. 역시 동맹도 아닌 핀란드를 우리가 지켜줄 이유는 없어 보인다.
‘가입도 안 한 보험사한테 보험금을 달라는 거잖아.’
핀란드에 악감정은 없지만 그들은 너무 늦었다.
“프랑스는 참전하지 않겠습니다.”
크게 지리상으로 우리한테 위협이 되지도 않으며 폴란드가 느끼는 위협이 한층 크겠지만 그것만으로 움직이긴 어렵다.
무엇보다 핀란드라는 나라 자체가 딱히 반공 체제에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투자할 가치도 없지.’
우리 프랑스는 유럽의 경찰이 아니다. 남이 처맞고 달려와 도움을 청한들 이득 없는 싸움에 휘말릴 필요는 없단 거다.
“원조. 그 정도 선에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반공을 외쳤다고, 소련으로부터 무조건 지켜주는 것은 아니다.
난 일말의 거리낌 없이 핀란드를 버리기로 했다.
***
후고 외스테르만(Hugo Österman) 중장. 그는 핀란드의 6개 사단을 이끄는 지협군 사령관이었다.
“사령관님, 프랑스가 파병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 우리의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군.”
볼데마르 헤글룬드 사령관이 이끄는 2개 사단이 라도가 호수 북쪽을 수비하고 있다.
적의 주요 공격은 어차피 남부일 게 뻔했지만 그럼에도 핀란드는 없는 병력을 쪼개야 했다.
“적은 최소 25개 이상의 사단이 동원될 것으로 보입니다. 병력으로는 50만 이상입니다.”
“설령 그들을 물리쳐도 더 많은 병력이 쳐들어오겠지.”
하루아침에 소련을 철천지원수로 대하던 프랑스마저 파병을 거부했으니 핀란드는 홀로 거대한 공산 국가를 상대해야 한다.
“우린 버틴다. 적이 얼마나 되었든 버틴다.”
연료 비축량은 60일 치도 없었고 20년 전 내전으로 이미 군대는 끝도 없이 약해졌지만. 외스테르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험난한 지형 덕에 적이 공격할만한 루트가 몇 곳 없다. 안 밀리고 틀어막기만 하면 돼.’
다행히 적의 상륙 걱정은 없으니 지상에서만 막으면 이 전쟁에 희망은 있다.
“버티면서 외부로부터 쉬지 않고 원조를 받으면 된다.”
계절도 아주 좋다. 절대 적이 눈 덮인 산악 지형을 돌아올 수 없으며 공격해올 곳은 산골 사이의 좁은 길목 몇 개가 전부.
“한 달만 버티면 된다. 타국으로부터 원조가 도착하고 곧 징집도 끝나면 적은 절대 이곳을 뚫을 수 없어.”
설령 그게 사실이 아닐지언정, 외스테르만은 이미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였다.
그에게 주어진 전차는 영국제 빅커스 E 아홉 대와 구식 르노 경전차 32대가 전부. 적은 최소 수백에서 수천 대가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기 또한 당장 출격할 수 있는 것은 100대도 안 되지만 적이 즉각 동원할 수 있는 항공기는 4천 대 이상일 것이다.
모든 전력이 적게는 3배에 많게는 100배까지 차이 나지만 외스테르만은 오직 한 가지만을 믿었다.
“너희도 추운 곳에서 왔겠지만… 우리 땅도 만만치 않을 거다.”
현재 외스테르만의 지협군이 위치한 곳의 기온은 영하 6도. 밤에는 영하 10도까지 쉽게 떨어진다.
핀란드에서 10월부터 내리는 눈은 4월 전까지 녹지 않는다.
‘어디 눈을 피로 적셔보자고.’
외스테르만은 다시 한번 다짐했다. 절대 버틴다. 모든 것을 쏟아내서라도 버틴다.
한겨울의 핀란드 국토방어전은 그리 시작되었다.
***
프랑스-이탈리아 전쟁에서 우리의 전력이 꽤 많은 부분 공개되었던 것처럼 난 이번 겨울 전쟁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단순 전차나 항공기 숫자로 보면 소련의 전력은 우리 프랑스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야.”
단 일주일 만에 핀란드 국경을 넘은 전차는 1천 8백 대. 최소 두 배의 숫자가 한 달 내로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제국 시절부터 최고 수출품이던 식량을 포기한 소련은 기어코 미친 공업화에 성공했다. 그 결과 미국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무지막지한 물량전이 가능해졌지만… 이건 숫자로만 본 결과고.
“…스탈린은 병신인가?”
듀시엠 뷰로가 총동원되어 뽑은 정보에 의하면 핀란드의 전술은 나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것들투성이다.
예를 들면, 적 전차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통나무란다.
궤도 사이에 조금만 두꺼운 나무나 돌을 끼워 넣으면 곧바로 고장 나버린다고 한다.
“고장난 전차를 화염병으로 무력화 한다라…”
핀란드는 겨울에 되면 주에 한 번씩 폭설이 오는데 현재 적의 주공을 막는 외스테르만은 조금씩 적을 끌어들인 뒤 반격하는 전술을 쓰고 있다.
지형에 익숙하니 절대 이상하지 않을 전략이다만 그럼에도 매주 수십 대의 전차를 눈 속에 버리는 소련군이다.
“심지어 끌고온 붉은 군대도 대부분 우크라이나와 아르메니아 같은 남부 출신이라.”
하필 올해 핀란드가 신박한 기후제라도 지낸 것일까.
아직 1월이 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카펠리야 지역은 영하 20도를 찍어버렸다.
“이 정도면 1월 말에는 최저기온 영하 40도를 넘겠는데?”
눈에 꼼짝 못 하는 적을 포위해서 죽이고 전차 안에는 술 한 병에 종이 꽂은 화염병으로 처리한다.
가히 프랑스의 이탈리아전 이상의 가성비를 보여주는 핀란드군.
“이러면 이야기가 다르지.”
시작부터 펼쳐진 미친 물량전에 아무리 겨울이라 한들 핀란드가 석 달을 못 버틸 것이라 봤다.
내가 왜 별로 친하지도 않은 놈까지 억지로 끌어들이면서 루마니아를 최전선으로 삼았는데.
바로 저 소련의 미친 물량전 때문이었다.
근데 그 물량이 의미 없어지는 전장이 바로 핀란드 같다.
“다를랑, 핀란드 지원을 조금 늘려보는 것도 좋겠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여전히 파병해줄 생각은 없지만 저리 좋은 교환비라니. 베르됭이 생각나는 날이다.
책상 한 켠에 비서가 올려놓은 신문과 해외 소식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위에는 마치 보란 듯이 소련 특유의 밋밋한 옷을 입은 스탈린이 보였다.
기준이 궁금해지는 39년 올해의 인물 선정, 이오시프 스탈린.
핀란드와의 전쟁이 얼마나 어이없었으면 타임지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까지 해줬을까.
한편으로 우습지만, 그만큼 핀란드가 선전하고 있다는 사실이겠지.
잠시 아래쪽에 깔린 신문도 뒤적여 봤지만 스탈린의 표지만큼 강력한 인상을 남기는 사진은 없었다.
홀로 남은 대통령 집무실. 난 서랍을 열었다.
“…. 오늘은 너다.”
이젠 해외 유명 잡지까지 손을 대다니.
어쩌면 이 몸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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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전역 따윈 없다-19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