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03
104화
재환은 우선적으로 한결이 조사한 정보를 재차 확인해 나가는 데서 시작했다. 이 정보를 조사한 게 한결이라 신뢰도가 높지만, 발자취를 쫓아가며 동선을 파악해 봐야 했다.
일단 천일교가 있는 건물로 가면서 인터넷을 통해 천일교에 관한 기초적인 정보를 얻어내려 했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그야 이런 걸로 자신들에 대해 전부 알려주면 아무도 안 오려 할테니 두루뭉술하게 써놓을 수밖에 없을 터다.
“그럼 직접 가봐야 하나.”
천일교는 3층짜리 상가 건물에서 한 층을 차지하고 있었다. 건물 자체는 지은 지 오래된 티가 났지만, 새로 페인트 칠을 한 건지 세련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류 종교가 아닌 이상 사람들은 거부감이 상당하기 때문에 외견은 멀쩡해야 했다. 본당 같은 건 허름할지 몰라도, 이런 대로변에 있는 건물은 깔끔한 게 일반적이었다.
“혹시…… 천일교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건물을 올려다보고 있으니 한 여성이 다가왔다. 개량형 한복을 입은 그녀는 상당히 순한 인상이라 경계심이 자연스럽게 옅어지는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이런 사람들이 보통 뭣도 모르는 사람을 꾀어내는 역할을 맡곤 한다.
재환은 슬쩍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나가다 보여서 뭔가 싶어서요.”
“호호, 마음 수련하는 곳이죠. 요즘 살기 팍팍하잖아요? 그러니 이런 데 와서 숨 돌리는 거죠.”
“그래요? 궁금하네요.”
재환이 관심있어 보이는 모습을 보이니 그녀는 슬쩍 재환과의 거리를 좁혔다.
“안 바쁘면 잠시 구경하시고 갈래요? 안 그래도 지금 명상시간이라 조용히 분위기 보긴 좋아요.”
“음…. 지금은 제가 바빠서 그렇고요. 다음에 한 번 올게요.”
한 발 물러선 뒤 재환은 등을 돌렸다. 그리고 길 따라 가다가 한 번씩 뒤돌아봤다. 그걸 쭉 지켜본 여성은 다시 위로 올라갔다.
전도를 하러 나갔던 여성이 다시 들어오자 다른 신도들이 의아해 했다.
“보살님, 뭐 놓고 가셨어요?”
“그게 아니고, 통통한 생선 한 마리가 있더라고.”
대어란 말에 그들은 눈을 빛냈다. 안 그래도 요즘 새로 들어오는 사람 수가 저조했고, 지난 번 웬 기자 하나가 설쳐댄 탓에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이럴 때 분위기를 바꾸는 건 새로운 먹잇감이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작업 쳐야지.”
그들이 어떤 모의를 하는 지 재환은 몰랐지만 알았다. 사이비 종교가 어떻게 사람을 홀리는 지는 지겹도록 조사했기 때문이다.
‘조만간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접근해오겠지.’
그렇게 가볍게 접근해서 신상을 알아내며 친분을 쌓는다. 쌓인 친분을 이용해서 그들은 점차 빠져 나올 수 없는 늪으로 사람을 유인하는 것이다.
“그게 잠입의 가장 정석적인 루트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
사람이 의심을 할 수 없도록 본격적인 교리를 가르치기까지 짧으면 3달, 길면 반년을 넘게 공을 들이곤 한다.
하지만 재환에게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 한결이 무사할 거란 막연한 기대감이 있다고 해도 최대한 빨리 구조해야 한다. 그러니 재환은 색다른 방법을 택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을 두고 재환은 다시 천일교의 건물로 향했다. 이번에도 입구에 서 있던 여인은 재환을 보고 곧바로 아는 체 했다.
“어머, 아침에 지나가셨던 분이시죠?”
“절 기억하세요?”
“제가 눈썰미가 좋거든요.”
그녀는 웃으며 다시 재환과의 거리를 좁혔다. 살갑게 다가오는 게 아마 재환과 친분을 쌓는 역할은 이 사람으로 정해진 듯 했다.
“근데 이 근처에 살아요?”
“아뇨, 따로 일이 있어요. 사는 건 제 친구가 이 근처에 살고요.”
“어머, 그래요? 무슨 일하는데요?”
“부동산을 작게 하는데, 이번에 이쪽에 건물을 몇 개 얻게 생겨서요.”
“와, 젊어보이는데 대단하네요.”
그녀는 재환을 치켜세우며 혀로 입가를 살짝 훑었다. 이번 물고기는 대어다. 잘만 뽑아 먹으면 이전에 자잘하게 뽑은 것들의 몇 십배는 뽑아 먹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 확신이 들자 그녀는 어떻게든 재환을 안으로 끌어 들이려 했다.
“시간 괜찮으면 차 한 잔 하고 갈래요?”
그렇기에 평소라면 하지 않을 무리수까지 던졌다. 던지고 나서야 아차 싶은 심정이었지만, 재환은 옳다구나 했다.
“그럴까요? 안 그래도 계속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재환이 어수룩한 모습을 보이자 여성은 얼른 재환의 손을 잡았다. 혹여나 맘이 바뀌는 건 아닐까 걱정하며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커피 마실래요? 아니면 홍삼차?”
“아, 커피면 됩니다.”
“호호, 잠시만 기다려요.”
그녀가 얼른 믹스 커피를 타는 사이 재환은 쭉 둘러봤다. 내부는 한결이 찍어서 보낸 사진 그대로의 모습이었고, 다른 점은 없었다.
“여기요. 이런 곳에 와보신 적 있으세요?”
앞에 놓인 커피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재환은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는 약을 팔 시간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 손에 끌려 이런 곳에 와 본 적이 있죠. 그래서 관심이 좀 갔던 거 같아요.”
“어머, 어머어머 부모님이 저희 신자셨던 거에요? 이런 우연이….”
“그건 아닐 거에요. 거긴 사기꾼들이 하던 사이비라 돈을 홀라당 먹고 날랐어요.”
“저, 저런….”
순간적으로 여성은 표정 관리가 안됐다. 재환은 그걸 캐치했지만 굳이 짚지 않았다. 지금 자신은 돈 많은 어수룩한 호구다. 그런 걸 알아차릴 눈치가 있어선 안됐다.
여성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말을 꺼냈다.
“요즘 사이비 종교가 많긴 하죠.”
“혹시 여기도 그런….”
“어유, 절대 아니에요. 저희는 순수하게 마음을 수양하기 위해 모였죠.”
여성은 어떻게든 사이비란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약을 팔았다. 재환은 미심쩍어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넘어가줬다. 그리고 이내 관심이 있다는 자세를 어필했다.
“그럼 여기는 그냥 다니면 되는 건가요? 저도 간간히 다닐 수 있겠는데요.”
“그것도 괜찮아요. 그러다가 좀 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다하면 속세에서 떨어진 곳에 마련된 본당으로 가서 수련을 하죠.”
“아, 그래요? 거기도 궁금한데….”
따로 마련된 본당이란 말에 재환의 감이 날카로워졌다. 속세에서 떨어졌다는 말은 곧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한다는 말이다. 누군가를 숨기기도 좋고, 가둬두기도 좋다.
아마 한결과 사라졌다는 가족은 그곳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실은 제가 좀 일찍 결혼을 해서 그런데, 그런 곳에 가면 가족들하고 연락은 하고 지내나요?”
“절대 안 되죠. 그곳에서는 모든 걸 잊고 세상과 동떨어져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곳인데요. 그런 속세의 물건은 전부 두고 가죠.”
“그렇군요.”
“차라리 아내분하고 같이 한 번 와봐요. 같이 가면 걱정할 것도 없잖아요.”
이제야 사건의 모든 흐름이 눈에 들어왔다. 재환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렸다.
이제 남은 건 하나다.
‘기사화 할 큰 건덕지만 찾으면 돼.’
그리고 그 건덕지는 외부에 있는 여기가 아니라 속세와 떨어져 있다는 곳에 있을 확률이 컸다.
그냥 한결을 구출해서 갇혀 있는 동안의 이야기를 풀어내도 될 것이고.
그러려면 확실하게 떡밥을 깔아야 했다.
“그럼 저도 본당으로 가서 수련을 해 볼 수 있을까요? 일이 있으니 길게는 안 되고 한 이틀 정도만이라도요. 아내도 제가 한 번 설득해 볼게요.”
“으음…. 사실 바로 본당으로 데려가는 건 안 되거든요.”
재환이 물었다고 여겼는지 여성은 슬슬 재환에게 빨대를 꽂을 준비를 했다. 느낌으로는 대어가 확실한 데 겉만 번지르르 할 수 있으니까.
재환은 그 말을 이해하고 바로 지갑을 꺼냈다.
“지금 있는 현금이 얼마 없긴 한데요.”
얼마 없다고 말을 하는 것치고 재환의 지갑에는 만 원짜리가 두둑히 들어 있었다. 여성이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참 이런 사람으로 어떻게 사람을 꼬셔서 여기로 데려오나 싶다.
여성은 뱀처럼 돈을 낚아챈 뒤 곧바로 액수를 헤아렸다.
“부족할까요?”
“어…. 그, 그렇네요. 조금 모자라긴 하지만, 그래도 제가 정성을 봐서 한 번 데려다 드릴게요. 언제가 좋으세요?”
선심 쓴다는 듯 한 태도가 웃겼지만 재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내일 볼 시간과 장소를 정한 뒤 재환은 건물을 뒤로 했다.
건물로부터 적당히 떨어진 모텔에 방을 잡은 재환은 곧바로 서진에게 연락을 넣었다.
“네, 회장님.”
“내일 저들의 본거지로 갈 겁니다. 따라붙으세요.”
“보안팀 직원만 대동하면 될까요?”
“형사들도 몇 명 포함시키세요. 제가 불러주는 인원들을 데리고 오면 될 겁니다.”
재환은 수첩을 꺼내 몇 명의 이름을 불러줬다. 서진은 그 이름을 쭉 메모한 뒤 되물었다.
“이 사람들이 협력 할까요?”
“그 사람들 전부 YK 로부터 돈 받은 이들입니다. 말 안 들으면 터트린다고 협박하세요.”
YK의 Y 자만 들어도 사람들이 게거품을 물고 경기를 일으키는 요즈음이다. 그들과 연루되어 있다는 걸 밝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협박이 된다.
“하지만 그들이 역으로 회장님의 신변에 위협을 가하면 어떡합니까. 이들만으로 뒤를 따르는 건 위험합니다.”
“그럼 다른 형사들도 일부 포함하세요. 특히 이번 YK 건으로 얻은 게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그들을 통하면 되겠죠.”
서진은 곧바로 조치하겠다고 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다음 날, 재환은 홀로 천일교의 건물 앞에 도착했다. 어제 재환에게서 돈을 받은 여성은 재환을 보고 환희 웃었다.
“일찍 오셨네요.”
“조금이라도 빨리 본당에 가보고 싶어서요.”
“좋은 마음가짐이네요. 여기 타시죠.”
짙게 썬팅 된 스타렉스에 올라탄 재환은 뒤에 마련된 좌석에 앉았다. 문을 닫기 전 여성은 재환으로부터 전자기기를 포함한 물건들을 회수했다.
“그 품에 넣어둔 건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수첩입니다. 이건 부모님의 유품이라 드릴 수가 없습니다.”
재환의 강경한 태도에 여성은 인상을 쓰고 운전석을 돌아봤다. 운전석에 앉아있던 험악한 인상의 남성이 재환을 돌아보며 그 나름대로 예의를 갖춰 말했다.
“지금부터 가실 곳은 속세와 연을 끊은 곳입니다. 따라서 속세의 물건은 아무것도 들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전 어디까지나 체험을 하러 가는 겁니다.”
“체험을 한다 치더라도 본당에 들어간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런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리스에 가면 그리스의 법을 비켜라.”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지켜라. 겠지.’
재환은 한숨을 내쉬고 수첩을 꺼냈다. 회귀하고 씻을 때와 예희와 같이 잘 때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품에서 떨어트려 놓은 적이 없는 수첩이다.
이 수첩의 다른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면 피곤한 일이 발생할 건 뻔했다.
그렇기에 항상 품에 지니고 다닌 것인데, 이렇게 떨어트리려니 불안하고 찝찝했다.
“소중한 물건입니다.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해 주세요.”
“걱정 마세요. 나가실 때 그대로 돌려드리겠습니다.”
싱긋 웃는 그녀의 얼굴을 보니 괜히 더 불안감만 늘어났다.
짙게 썬팅된 뒷유리창 너머를 한 번 본 재환은 숨을 한 번 고르고 안전벨트를 맸다.
이제 사이비 종교 하나를 파탄내러 갈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