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04
105화
차량은 빠르게 도시 외곽을 벗어났다. 점차 인적이 드문 길을 달려갔고, 곧 논과 밭이 이어지는 풍경만 보였다.
그 동안 차에서는 여성이 나지막하게 그들의 기도문을 읊었다. 재환은 그러든 말든 부족한 잠을 보충했다. 사건들이 연달아 터트리며 수면 시간을 대폭 줄였기 때문에 이런 기회에 잠을 충분히 보충해야 했다.
운전을 하던 남자는 그런 재환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자기가 어떻게 될 지도 모르고 태평하군.”
“들을 수도 있으니 그런 말은 하지 마요.”
여성이 질겁하며 남자를 타박했지만 그는 그러든 말든 할 말을 이었다.
“저 놈 코까지 골면서 자는데 깨겠어? 그나저나 저 놈 대어인거 확실해?”
“너 같으면 처음 보는 사람한테 50만원이나 쥐어줄 수 있겠어? 그것도 어릴 때 부모가 사이비한테 홀렸었다는데.”
“그게 참 이상하단 말야.”
남자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재환의 얼굴을 연신 살폈다. 처음에는 새로운 호구려니 했는데, 보면 볼수록 얼굴이 묘하게 낯익다.
묘한 찝찝함을 두고 하려던 말을 이었다.
“생각해봐. 보통 우리 같은 놈들한테 빨렸다가 탈출한 놈이면 지 자식한테는 종교 근처는 얼씬도 하지마라 교육할 건데, 지발로 여기까지 걸어들어 왔잖아.”
“니가 어제 이 인간 모습을 봤어야 돼. 어지간한 호구가 아냐.”
“그리고 그 놈 직업이 부동산 업자? 뭐 집 좀 있는 놈이라며. 그런 놈들은 우리하고 결이 조금 다르지만 같은 과거든?”
그가 사기꾼이란 말을 안 하는 건 그가 정한 철칙이었다. 자신은 사기꾼이 아니라 조금 다른 방식으로 돈을 버는 거라 뻔뻔하게 여기는 셈이다.
“안 그래도 며칠 전에 기레기 놈 하나 잡았잖아.”
“아, 그 놈은 어쨌어?”
“어쩌긴 안 쪽 독방에 가둬놨지. 아는 업자 불러서 처리하려는데 그 쪽도 요즘 난리더라고. YK 그 멍청한 놈들 때문에.”
YK 그룹을 터트린 게 한결의 목숨을 연명하는 데 도움이 됐다.
남자의 허술한 말에 여성이 노기를 드러냈다.
“빨리 처리하라고! 이번 사업 다 말아먹을 생각이야? 남자놈이 그런 거 하나 못하고.”
“남자놈 같은 소리하네. 그렇게 답답하면 네가 하던가. 그냥 칼로 푹 찌르면 되는데, 거기에 남자 여자가 왜 들어가.”
“그럼 그 쉬운 걸 왜 아직까지 미루고 있는데!”
두 사람은 언성이 높아지는 것도 잊고 말싸움을 시작했다. 덕분에 중간에 재환이 잠에서 깼고 지금 한결의 상태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납치, 감금에 살인 모의까지. 얘네도 쎄게 갈아 넣어야 겠네.’
자는 척을 계속하면서 재환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말싸움은 소강 상태에 접어들고, 두 사람은 화제를 돌렸다.
“근데, YK 그 꼴 난 거 보면 우리도 돈 챙기고 사업 정리해야 되는 거 아냐? 우리한테 괜히 불똥 튀면 어떡해.”
“불똥 튈 일이 뭐 있어. 우리가 그 치들 돈을 받아먹었어?”
“안 먹었어? 옆에 주교는 먹었다던데?”
그 말에 재환이 움찔 했다. 덕분에 두 사람은 말을 멈추고 재환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들은 이 이야기의 일편이라도 밖으로 흘러나가면 위험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그렇기에 재환이 그들의 말을 들었는지 조마조마했다.
하나를 가두는 건 괜찮을지 몰라도 둘, 셋을 가두는 건 위험도가 빠르게 상승한다.
재환은 잠꼬대를 하는 시늉을 했고, 두 사람은 잠이 아직 깨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여겼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목소리를 낮춰 이야기를 이어갔다.
“주작교 거기 말하는 거지?”
“그래, 그래서 사업 접고 날랐잖아.”
주작교가 왜 없어졌는가에 대한 해답이 지금 나왔다. 그리고 재환은 카르텔의 발 빠른 움직임에 골이 지끈거렸다.
‘이미 사이비들을 이용해서 언플을 준비하고 있었단 말이지.’
사이비 종교에 홀린 교인들도 국민이다. 그들의 맹목적 믿음을 이용하여 판을 짜려했다 생각하니 지금이라도 이렇게 알게 되 서 다행이다.
그런데 재환이 놀라운 건 전생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는 점이다.
아마 자신이 회귀를 하면서 생긴 나비효과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근데 부럽더라. 돈 좀 만졌다던데.”
“우리도 발 하나 걸치는 게 좋았지 않아? 이렇게 자잘하게 돈 버는 것 보다야 그게 낫잖아.”
“너무 위험하니까 그렇지. 걸려봐라. 지금까지 빵에 갔던 거하고는 비교도 안 될 거다.”
‘그렇게 걱정 안 해도 내가 다 넣어줄거야.’
재환이 그리 다짐하면서 그들의 이야기에 계속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이내 사담으로 바뀌어서 크게 건질만한 이야기는 없었다. 조금만 더 내부 사정을 알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도착했습니다. 이제 일어나세요.”
차량이 멈추고 여성은 재환을 흔들어 깨웠다. 그제야 일어난 것처럼 길게 기지개를 켜고 주위를 둘러봤다. 아직 해가 떠있음에도 산 중턱 즈음이라 그런지 햇살이 들지 않아 어둑했다.
“여긴가요?”
“이제 걸어서 조금 가면 돼요. 따라 오세요.”
재환은 차에서 내려 여성의 뒤를 따라갔다. 운전석에 있던 남자는 재환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뒤에 따라 붙었다.
한참을 가다보니 허름한 건물 몇 채가 나왔다. 아니 컨테이너를 개조해서 만든 이걸 건물이라 부를 수 있을지는 애매했다. 노숙자들이 모여 부락을 이룰 것 같은 건물에서는 여성과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이들이 아마 아무것도 모른 채 사이비 종교에 홀린 교인들이지 싶다. 대충 보면 이상한 점을 못 느끼겠지만, 자세히 보니 다들 밥도 제대로 못 챙겨먹는 지 상당히 수척했다.
어린 아이의 경우에는 영양실조를 의심해 볼 정도다.
“여기서 밥은 어떻게 하나요?”
“교인들이 직접 해요. 저희가 기르는 채소와 나물로요. 아, 아침 예배 시작하기 전에 교주님 먼저 뵈러 갈게요.”
“그러시죠.”
재환은 길을 걸으며 내부 구조를 쭉 훑었다. 여기 어딘가에 한결이 있다는 건데, 어디에 있을까.
‘가장 안 쪽이라 했는데, 가늠이 잘 안 오네.’
머릿속으로 전체적인 구조를 그리며 컨테이너 건물들을 지나갔다. 몇 채의 건물을 지나가니 고풍스런 한옥이 나왔는데, 이는 앞에 있던 건물들과 지나치게 대조되었다.
여성은 재환을 세워두고 한옥 안으로 들어갔다. 부산스런 소음이 들리는 와중에 한 꼬마가 재환에게 다가와 소매를 잡아 당겼다.
“아저씨, 아저씨.”
“응? 왜 그러니?”
자세히 보니 아이의 눈은 크게 떨리며 겁에 질려 있었다. 아이가 입은 옷의 소매 춤으로 회초리에 맞은 흔적과 멍자국이 보였다.
부모가 훈계를 위해 한 체벌의 흔적이라고 보기엔 과했다. 약간의 MSG를 치면 상당히 자극적인 제목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아이는 여성이 나오기 전에 다급히 말을 쏟아냈다.
“얼른 도망쳐요. 저 건물의 아저씨는 나쁜 사람이에요. 저희 부모님도 홀려서는 집도 다 팔고 여기로….”
“우리 동자야, 뭐하니? 아침 예배 준비해야지?”
말을 하던 아이는 어느 틈엔가 나온 여자의 말에 몸을 크게 떨고 왔던 길을 돌아갔다. 그 걸음도 절뚝거리는 게 보이지 않는 상처는 더 많아 보였다.
“부모와 함께 들어온 아이인데, 영 어울리지 못하더라고요. 다른 아이들처럼 말을 잘 들으면 좋을 텐데. 아, 안으로 들어가시죠.”
한옥 안으로 들어가니 백발에 흰 수염을 길게 기른 남성이 재환을 맞이했다.
“허허, 저희 천일교의 교인이 되고 싶으시다고요?”
“뭐, 그럴까 생각 중입니다.”
지금껏 재환이 보여온 태도와 달리 다소 삐딱한 태도에 교주는 눈을 굴려 옆에 앉은 여성을 바라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재환은 내부를 둘러봤다.
겉으로 보고도 알 수 있었지만 내부를 보니 사람들의 등골을 어지간히 쪽쪽 빨아먹었구나 하는 게 보였다.
“이 안에는 속세의 물건을 들고 오면 안 된다고 들었는데, 여기엔 속세의 물건이 너무 많네요?”
“그건 제가 교인들을 지키기 위해서죠. 교인들의 눈에 이런 것들이 들어오면 또 욕심이 생기지 않습니까.”
“혓바닥에 뭘 발랐나, 말은 참 잘하시네요.”
재환은 지금껏 쓰고 있던 가면을 벗어던지고 날카롭게 말을 던졌다. 교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재환을 노려봤다.
“당신 뭡니까? 정말로 교인이 되고 싶어서 온 사람의 태도가 맞습니까?”
“까놓고 말해서 이런 데 제 발로 찾아오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어디 마음 둘 곳도 없는 사람들이 홀려서 오는 곳이지. 그리고 당신은 그런 사람들 등골을 뽑아 먹는 거고.”
“하, 그런 불경한 태도를 가진 자는 저희 천일교의 교인으로….”
“필요 없어.”
재환의 태도에 분위기가 금방 험악해졌다. 여자는 서둘러 방을 나가 차를 운전하던 남자를 데려오려 했다.
하지만 입구에서 일어난 소란에 발걸음이 멈췄다.
“뭐하시는 겁니까.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당신들 경찰 맞아? 경찰이면 다야!”
경찰.
그 말에 여성은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어수룩한 호구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경찰의 끄나풀이었다.
이건 위험하다. 상당히 위험하다.
‘얼른 도망, 아니 모아둔 돈은 챙겨야 하는데. 아, 그 기레기는 못 찾겠지? 납치까지 했단 사실을 알면 일이 커지는데….’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어떻게 해야 할지 쉬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중에 한옥 내부에서도 소란이 터졌다.
그제야 이 사실을 얼른 교주, 사기꾼 팀장에게 전달하는 게 우선이라 판단했다.
내부로 들어가니 재환의 이마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고, 쓰고 있던 가발은 벗겨진 상태다.
아무리 눈썰미가 없다해도 가발이 없으니 재환이 누군지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강재환 회장!”
“K, KG 그룹 회장이 왜….”
“왜 인지는 당신들이 더 잘 알겠지.”
“회장님!”
적절한 타이밍에 서진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서진은 어지러진 방 풍경과 재환의 머리에서 피가 흐르는 걸 보고 곧장 경찰을 불렀다.
“세상에 이게 다 뭡니까.”
“형사님들, 잘 들으세요. 금품갈취, 재물 손괴, 납치, 감금 등의 죄목이면 현장 체포 하는 데 문제없죠?”
형사들은 서로를 돌아보고 각자 허리춤에서 수갑을 꺼내 들었다.
교주와 여자는 도망치려 했지만, 형사들이 한 발 더 빨랐다.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며 그들을 체포하는 사이 서진은 재환의 상처를 확인했다.
“전 아직까지 이런 위험한 일에 회장님이 직접 뛰어든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좋은 정보를 많이 얻었거든요. 그리고 한결 선배가 여기 어딘가에 갇혀 있을 겁니다. 같이 찾아주세요.”
재환은 지시를 내리고 한옥에 걸터앉아 본당이라 불린 곳을 지켜봤다.
이미 깊이 세뇌된 사람들은 교주를 체포해 가는 형사들을 붙잡으며 말렸고, 조금 정신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해온 건지 알아차렸다.
그 과정에서 컨테이너 박스 안의 물건들도 부서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와, 진짜 이번엔 죽는 줄 알았다.”
서진은 금방 별도로 떨어진 컨테이너 박스를 발견하고 그 안에 갇혀있는 한결을 구출해 냈다. 한결은 너스레를 떨며 재환의 옆에 와 앉았다.
“진짜 사이비 교주 행세하는 사기꾼 놈들은 다 잡아 죽여야 돼.”
“그게 되면 얼마나 좋겠어. 저 인간들 봐라. 지금 잡혀 들어가도 10년 내에 나와서 또 비슷한 짓 할 걸.”
법이 문제다.
재환은 목덜미를 문지르며 말했다.
“그러기 전에 나라를 뜯어 고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