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05
107화
재환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도 임원진들은 다들 고개를 저었다.
재환이 회장이 됐을 때보다 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지금 회장님 하시는 걸로 봐서는 더 큰 일들을 벌이실 것 같은데, 틀리십니까?”
박학도 사장의 날카로운 말에 재환은 앞으로의 계획을 말할까 말까 고민했다. 그 잠깐의 고민동안 임원진들의 한숨소리는 늘어났다.
“회장님, 회장님은 지금 단순한 기자가 아니라 KG 그룹의 회장입니다. 다른 무엇보다 KG 그룹을 이끌 방법을 생각하는 게 우선 아닙니까?”
“기자로서의 직업 정신을 중요시 여기는 것에 뭐라 하진 않겠습니다. 그게 회장님의 아이덴티티 같은 것이니까요. 하지만 KG 그룹을 우선해서 생각하셔야 합니다.”
왕에게 충언을 하는 신하들처럼 임원들은 재환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재환의 의지는 굳건했다.
“여러분이 걱정하는 바가 뭔지 알겠습니다.”
“아시면!”
“제 계획을 말씀 드릴게요.”
재환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말을 꺼냈다.
“전 한성을 무너트릴 겁니다. 그리고 KG를 국내 재벌 1위로 만들겠습니다.”
재환의 말을 임원진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한성을 무너트린다? 그 한성을?
“회장님, 한성이 스마트폰 사업을 접었다고 해도 한성입니다. KG 전자보다 기술력이 몇 배는 앞서 있고, 국가로부터 지원도 상당히 받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기업도 아니고 한성이니까요.”
“무엇보다 한성을 무너트리는 과정에서 KG 그룹의 이미지가 안 좋아 지면요? 다 같이 죽자는 방식으로 달려들면 안 됩니다.”
재환의 말에 비난이 쇄도하자 재환이 정보 하나를 풀었다.
“한성이 유독 국가사업을 잘 가져가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정치인들에게 뇌물 수수를 했다. 그걸 말씀하고 싶으신 겁니까?”
“그것만이라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 겁니다.”
재환은 전생에 있었던, 그리고 현생에도 이뤄지고 있는 한성의 악행을 몇 가지 풀어놨다. 납득하기 힘들 정보들은 밝히지 않고, 듣고 바로 알아차릴 것 같은 내용만 털어놨다.
이야기를 듣는 임원진의 표정은 애매했다.
재환의 결정이 납득이 되는 듯 하면서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표정이었다.
“이런 정보들을 터트리면 한성이 버틸 수 있을까요?”
임원진들은 말을 아끼고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확실히 저 정보가 나오면 한성의 주가는 흔들리게 된다. 한성의 주식을 판 사람들은 어디로 갈까.
성장률이 높은 KG 그룹에 투자할 확률이 높을 테니 반사이익을 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걸 굳이 회장님이 터트려야 합니까?”
임원진들의 의문은 그거다.
“회장님이 아니라 다른 기자가 터트려도 되지 않습니까.”
재환이 아닌 다른 기자가 저 기사를 터트리면 KG 그룹은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KG 그룹은 적극적으로 M&A를 진행할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한성의 기술력을 흡수할 수 있게 된다.
그럼 독보적인 1위가 될 수 있다.
“이번 YK 건도 말씀드렸지만, 회장님이 아니라 다른 기자가 터트렸다면 저희가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성 건도 마찬가지겠죠.”
KG 화학의 김영도 사장이 차분히 말을 받아 이었다.
“반드시 회장님이 그걸 보도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저희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납득이라…. 납득 못하면요?”
임원들은 서로를 바라봤다가 다시 재환을 바라봤다.
그 눈에는 굳은 결의가 담겨 있었다.
“강재환 회장님이 어떻게 회장직을 얻으려고 하셨는지 잊으신 건 아니겠죠.”
재환은 구정혁과 거래를 통해 회장직을 얻었다. 하지만 그 전에 재환이 어떻게 회장직을 얻으려고 했는지, 모르는 이는 여기에 없다.
그리고 그들은 같은 방식으로 재환을 끌어내리겠다 하고 있다.
“회장님, 회장직을 보위하기 위해서든, KG그룹을 위해서든 현명한 판단을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재환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회의 내용은 이게 전부죠?”
회의를 파한 뒤 재환은 회장실로 돌아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서진이 차를 하나 타와 재환의 앞에 놨다.
“앞으로 어쩌실 겁니까?”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해오던 대로, 예정대로 해야죠.”
“그럼 다른 임원진들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그들 말대로 회장님을 끌어내리려고 하겠죠.”
“후우….”
재환은 회장직에 미련이 있는 건 아니다. 카르텔을 완전히 와해시키고 나면 회장직을 서진에게 넘겨줄 의향도 충분히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카르텔을 와해시킨 이후의 이야기다.
카르텔이 존재하는 한 그들은 시민들의 등골을 뽑아먹고, 피를 짜낼 것이다. 그리고 재환 자신도 거기에 속하게 될 건 뻔했다.
‘가족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카르텔을 그냥 둘 수는 없어.’
“이번 사이비 종교 건은 박한결 지부장님께 일임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뇨. 이번 일도 제가 할 겁니다.”
“회장님! 고집 부리실 때가 아닙니다!”
서진의 말에 재환은 골을 꾹꾹 눌렀다.
그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긴 하다.
“사이비 종교로 카르텔의 돈이 흘러들어갔다는 건 들으셨죠. 그 돈이 얼마나 어디에 흘러들어갔는지 터트리면 카르텔의 유대를 확실하게 끊을 수 있어요.”
카르텔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인 집단이다. 그리고 그 이익은 돈에서 시작된다.
정치인들은 재벌로부터 뒷돈을 받고 그들의 편의를 봐주고, 재벌들은 그 편의를 활용해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
그들 내부에서 끊임없이 돈을 순환시키며 그들은 유대를 튼튼하게 쌓았고, 점차 그들만이 살기 좋은 한국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재환이 그들의 관계와 행동을 폭로할 때마다 유대가 흔들렸다.
돈을 받아 챙기면서도 서로를 의심했고, 이 돈을 먹고 탈이 나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 하지만 불안감은 불안감이고 돈을 챙기는 건 챙기는 것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받아먹은 돈이 어디서 흘러왔는지 의심할거고, 자신들의 얼굴이 뉴스 1면에 나는 건 아닐지 걱정해야겠죠.”
“그러니 무조건 해야 한다는 겁니까?”
“제가 아닌 다른 기자가, 아나운서가 이 기사를 보도하면 어떻게 될까요.”
신뢰도의 차이란 크다.
카르텔은 곧바로 댓글부대와 포털 사이트를 이용해 물 타기를 함으로써 여론 조작을 하게 된다. 사람들을 선동해 편 가르기를 하고 날조를 이용해 본질을 흐리게 만든다.
그 과정을 거치면 더 크게 보도 되어야 할 것들이 묻히고 만다.
“제가 중요한 뉴스를 직접 보도한 건 다 그런 이유입니다.”
“그럼 그 신뢰도를 박한결 지부장을 통해 다시 쌓으면 어떻겠습니까?”
“그러려면 또 국민의 이목을 끌 수 있는 폭탄을 여러 번 터트려야 합니다. 한결 선배의 이름으로요. 그런 폭탄도 언제 나올지 모르고, 한결 선배가 그걸 이용해 인지도를 높이려면 또 많은 시간이 걸리죠.”
대안은 없다.
재환은 머리를 쓸어 넘기고, 말을 이었다.
“계열사의 사장들을 만나 설득하는 것만이 답이겠네요.”
“가시밭길을 가시는 군요.”
서진의 말에 재환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리고 품에 넣어둔 수첩을 손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제가 카르텔의 흔적을 잡은 순간부터 이미 가시밭길은 예정 되어 있었어요.”
재환이 설득하기로 결정하고 먼저 만난 상대는 박학도 사장이었다.
‘KG 전자는 곧 파인애플사와 특허분쟁을 시작하게 된다. 지금 박학도 사장과 틀어지면 곤란하지.’
자신의 의도대로 안 따르고 박학도 사장이 개인적으로 분쟁을 대응하는 순간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일이 꼬이게 된다.
박학도 사장이 그렇게 멍청한 인물은 아니지만, 지금 시기에 그룹에 대한 장악력을 잃어선 곤란했다.
“따로 부르신 이유가 뭡니까?”
“아시면서 모른 척 하실 거 있습니까?”
“지난 번 회의의 안건에 관해 말씀하실 거면 다시 회의를 여는 게 어떠십니까? 이렇게 한 명씩 회유해서는 별 도움이 안 되실 텐데요?”
날이 선 말에 재환은 처음 회장직을 오를 때가 생각났다.
그때도 박학도 사장은 지금처럼 자신에게 적의가 가득했다.
“여러분의 의견이 너무 강해서 말이죠. 또 회의에서 말하려면 패기에 질려서 한 마디도 못할 거 같네요.”
“그거야 말로 재미없는 농담이네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재환이다.
그런 사람이 그냥 패기에 밀려서 할 말을 못한다? 지나가던 개가 웃을 소리다.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조만간 사이비 종교에 관한 이슈를 보도할 겁니다. 꽤 큰 안건이죠. 한성의 비밀 자금이 그쪽으로 흘러 들어갔거든요.”
박학도 사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그걸 회장님이 보도해야 할 이유가 뭐냔 겁니다.”
“신뢰도 문제입니다. 지금 제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란 이미지를 쌓아놔야 나중에 큰 건을 터트릴 때 더 효과가 크죠.”
“고작 그런 이유입니까.”
고작이란 말에 재환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박학도 사장은 그걸 보고도 모른 척했다.
“회장님, 곧 파인애플 사와 특허 분쟁 준비 중이시죠? 그런 상황에서 자꾸 언론에 얼굴을 비추면 적들에게 좋은 먹잇감을 던져주는 꼴밖에 안됩니다.”
“그게 왜….”
“댓글 부대가 한 둘도 아니고, 한성이라면 아니 뗀 굴뚝에 연기가 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재환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은 이미 인터넷에 상당히 떠돌고 있다. 서진이 그 내용을 알리지 않았지만 재환도 알고 있다.
“그러니 다른 사람에게 맡기라는 겁니다. 딱히 인재가 없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박학도 사장님.”
“아무튼 제 의지는 굳건합니다. 아니, 다른 이들도 마찬가집니다.”
재환은 그 날 몇 건의 정보를 더 풀었지만, 박학도 사장은 완고했다.
“회장님이 아닌 다른 사람이 하면 될 일입니다.”
“그럴 수가 없습니다.”
“다른 건 되는데 왜 그것만 안 된다는 겁니까.”
대화는 평행선을 달렸고, 둘의 의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재환은 결국 마지막 수를 써야 했다.
“박학도 사장님, 제가 한성을 무너트릴 거라 했죠.”
“그러셨죠.”
“그 전에 한성 전자를 흡수할 수 있으면 제 방식을 지지하실 겁니까?”
한성 전자를 흡수한다.
한성의 가장 큰 사업을 빼앗겠다는 선언에 박학도 사장은 저게 막 지르는 말인지 믿는 게 있어서 하는 밀인지 의심이 됐다.
하지만 재환의 눈을 보고 진심이란 걸 느꼈다.
“불가능하겠지만, 기술 일부만이라도 얻어낼 수 있으면 지지하도록 하죠.”
“그 말 나중에 바꾸지 말고 지키시기 바랍니다.”
재환은 그 작은 약속을 받아낸 뒤 KG 전자를 뒤로 했다.
재환이 나가고 박학도는 뒷덜미를 문질렀다.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긴 한데, 대체 어떻게 한성 전자를 먹겠다는 건지 원.”
아마 그 방법을 아는 건 재환의 머릿속을 열어서 본 사람 뿐일 터다.
재환은 KG 본사로 돌아와 서진에게 말했다.
“지금 조사하고 있는 것들 중에 한성과 관련 있다고 여기는 자금 루트 몇 개에요?”
“적게 잡아도 세 개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어서 기사로 쓰기엔 부족할 텐데요.”
“기사로는 안 씁니다.”
재환의 말에 서진은 멈칫했다.
한성의 자료를 기껏 모았는데 기사로 안 쓴다. 그럼 이 자료를 어떻게 쓰는가.
그 답은 정해져 있다.
“한성과 딜을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