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16
118화
재환과 전화를 마친 한결은 곧바로 보안팀에게 연락해 박민혁의 동선을 파악하고 어떤 짓을 했는지 파악하라 지시했다.
동시에 기사를 내보낼 수 있는 루트를 물색했다.
“오늘의 신문을 폐간한 게 이렇게 아쉬울 수가 있나.”
한결은 아쉬움에 한숨을 내쉬고 자신의 연이 닿는 곳은 전부 연락을 해봤다. 재환보다 기자 생활을 더 한 덕에 발은 훨씬 넓은 한결이다.
그러니 연락을 해볼 곳은 많았지만 문제는 지금까지 재환이 해온 짓들이다.
“야, TBS 도와줬다가 나 잘리라고?”
“친구 좋다는 게 뭐야. 짤리면 TBS에서 받아줄게.”
“에라이! TBS에서 낙하산 취급도 안 해준다는 거 못 들어 본 줄 알아? 누굴 낚을라고.”
“믿어봐! 경력직도 뽑는다고!”
타 언론사들은 적당히 카르텔에게서 기삿거릴 받아서 써냈는데, 그 때문에 재환으로부터 매타작을 맞아야 했다. 그렇다보니 TBS를 보는 타 언론사의 시선이 영 곱지 못했다.
한결은 재환의 행보에 욕지기를 뱉으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에라이, 진짜. 그러게 적 좀 작작 만들라니까.”
불평도 잠시 적당한 답을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그렇게 한참 머리를 굴린 결과는 꽤 신박한 방법이었다.
“서진, KG 그룹의 댓글 부대 있죠?”
“그런 건 없습니다.”
“공공연한 비밀이란 거 다 압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저희끼리 패 숨겨서 뭐합니까. 그거 지금 써야 해요.”
“쓰신다고요?”
한결의 계획은 이러했다.
오늘 재환이 피습당한 이유가 이번 기사와 연관이 있다고 댓글 부대를 통해 언플한다. 그렇게 여론을 어느 정도 수렴하면 지금 김현태 시장의 자살과 관련된 조사가 날림으로 이뤄지고 있단 사실이 밝혀진다.
“일단 저희는 시간만 끌면 되잖아요?”
“일단이긴 하지만 그렇죠.”
“그럼 그렇게 해보는 게 어때요. 밑져야 본전이잖아요.”
서진은 한결의 계획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 그럴듯한 계획인데 서진에게는 조금 더 좋은 수가 있다.
“일단 인터넷 여론을 그 쪽으로 몰면 되는 겁니까.”
“네, 저도 지인들에게 말해 둘 테니까요. 그 정도 보도는 해줄 겁니다.”
“해보겠습니다.”
서진은 곧바로 전화를 끊고 병실 침대에 누워 있는 재환을 바라봤다. 검사 결과 외상만 조금 있을 뿐, 내상은 없다고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오늘 하루는 요양을 취해야 했다.
“회장님, D 포털 사이트와 까톡을 연동시키는 거 오늘 바로 시행해도 되겠습니까?”
“음… 선배가 뭘 말했는지 알 거 같네요. 그렇게 해요. 소프트웨어 팀 전부 동원해서 그 쪽으로 언플 해보세요.”
D 포털 사이트와 까톡의 연동 기능은 개발이 거의 끝난 상태지만 아직 안정성 문제로 거듭된 테스트 중에 있었다.
그 테스트도 거의 끝나가기에 서진이 그런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까톡으로 포털 사이트 정보를 알게 되면 보다 빠르게 언플이 가능해지니까.
서진이 얘기를 전달하는 사이 한결은 다시 타 언론사들의 기자에게 연락을 돌렸다.
“아, 안 한다고!”
“얘기나 좀 들어보고 한다 안한다 해. 이번엔 아까만큼 무리한 부탁도 아니야.”
“무리한 지 아닌지는 내가 결정해야 하지 않냐?”
삐딱한 자세로 나오는 그의 비위를 맞추며 한결은 살살 미끼를 풀었다.
“그냥 간단한 거라고! 김현태 시장과 관련해서 검찰에서 조사하는 거 어떻게 진행되는 지 쓰기만 하면 되는 거라니까. 어차피 보도자료도 다 받았을 거 아냐.”
“임마, 이건….”
“알아, 알아. 겉치레식이라는 거. 실제로 기사화할 수 없는 보도 자료라는 거 잘 알지 내가 왜 모르겠어. 근데 잘 생각해봐. 이번엔 아까하고 다르게 어느 정도 명분이 있잖아. 보도 자료에 있는 걸로 기사 썼다고 배째면 되잖아!”
“이게 지 배 째지는 거 아니라고 말 함부로 막하네.”
한결의 지인 기자는 짜증을 있는 대로 내면서도 머릿속으로 대충 저울질을 해봤다.
확실히 아까보다 리스크가 적다. 배 째라고 나간다고 진짜로 위에서 째는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한결이 말한 기삿거리도 제법 탐이 난다. 저 놈이 그냥 하는 소리는 아니고 판도 어떻게 깔아볼 것 같으니 적당히 이슈화도 될 터다.
이슈화 된다는 건 조회수가 나온다는 거고, 조회수가 나온다는 건 고과 성적을 잘 받아서 인센티브가 나온단 소리다.
이런 금전적인 이익 외에도 얻을 수 있는 건 한 가지 더 있다.
만에 하나 지금 다니는 신문사를 때려치고 이직을 하게 된다면 1순위로 고려할 곳이 TBS다.
물론 TBS는 아까 말한 대로 경력직으로 뽑혀도 밑바닥부터 꾸역꾸역 올라가는 시스템 구조지만, 이렇게 부탁을 들어주는 형태로 빚을 만들어 두면 후에 도움이 될 터다.
일련의 계산 과정을 거친 기자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마지못해 들어준다는 뉘앙스로 말을 했다.
“뭐 제목만 좀 써보지 뭐.”
시큰둥하게 말했지만 쓴다는 말이었다.
한결은 올라가는 입 꼬리를 잡아 내리며 좀 더 약을 쳤다.
“내가 판 제대로 깔아줄 거니까, 조회수 잘 나올걸.”
“그렇게 말해놓고 판 희한하게 깔아서 초치면 알아서 해. 내 시말서 네가 대신 써 그냥!”
“그래, 그래.”
한결은 한 명을 포섭하고 멈추지 않았다.
재환은 팩트를 기반으로 특종들을 뻥뻥 터트리면서 신뢰의 이미지를 쌓아왔지만 다른 기자들은 다르다. 항상 기레기라는 멸칭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는 그들을 이용하려면 한 명으로는 부족했다.
‘최소 다섯은 구해야 돼.’
그런 의지를 가지고 발품을 판 결과 중간 규모의 신문사 5곳에서 한결의 뜻을 따라주겠노라 했다. 자신이 세운 기준의 최소기준은 충족했지만 한결은 만족하지 못했다.
“5 곳은 최소야. 10 곳은 되어야 돼. 어차피 서진 씨한테 연락 오려면 시간 좀 있으니까. 좀 더 발품을 팔아보자.”
한결이 전화기를 붙들고 계속 연락을 돌린 결과 추가로 5곳을 구할 수 있었다. 그 중 한 곳은 동아신문이었다.
“야, 진짜 난 너만 믿고 쓰는 거다. 나중에 모른 척하면 진짜 너 머리끄댕이 잡고 한강 가는 거야.”
“알았어, 내가 안 잊을게.”
술 한 번 같이 마셨던 인연으로 한 부탁을 들어준 그에게 잊지 않겠노라 말하고 나서야 한결은 전화기를 귀에서 뗐다.
“후우…. 이 정도면 되려나? 아니지, 조금 아쉬운데….”
한결은 혀를 한 번 차고 다시 전화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재환과 달리 한결은 유들유들한 인상과 강단있는 모습으로 넓은 인맥을 두텁게 유지하고 있었다. 진짜 기자로서 뛰어난 건 재환보다 한결이 더 가까웠다.
한결의 발품팔이는 서진으로부터 연락이 오기 직전까지 계속됐다.
“지부장님, 기사 뿌릴 준비는 되셨습니까?”
“됐어요. 아마 23곳에서 같이 기사를 써줄 겁니다.”
“……그 정도면 국내 언론사 전부 아니에요?”
“지방 언론사 빼면 얼마 안돼요. 그럼 바로 연락할까요?”
“네.”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고 한결의 지시로 여러 언론사에서 기사가 우후죽순 올라왔다. 그리고 그 기사들은 까톡과 연동된 포털 사이트의 1면에서 바로 보여졌다.
빠르게 업데이트를 한 이들은 까톡의 변화에 한 번 놀랐고, 채팅창 목록 옆에 생긴 포털 창에 두 번 놀랐다. 마지막으로 기사의 내용에 세 번 놀랐다.
“뭐야, 이렇게 날림으로 처리한다고?”
“와 진짜 우리나라 유전무죄, 무전유죄냐? 유서에 적힌 것 중에 중범죄 아닌 걸 찾기가 더 힘들겠던데.”
“사람이 죽어서 끝? 이게 말이 되냐.”
작은 불씨에 다시 기름을 들이부으니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가장 피해를 본 건 검찰이었다.
“하! 저 같잖은 언론사들 주둥아리 하나 통제 못해서 쩔쩔매냐. 에이 썩을! 이런 조직이 무슨 한국을 쥐락펴락한다고!”
“이번 건 어떻게 하죠.”
“뭘 어떻게 해요! 그냥 나가서 회견해서 다시 한 번 재조사한다 해야지. 검찰 위신 진짜 똥통에 빠트릴 일 있어요?”
카르텔 소속 검사들이 울분을 토하는 걸 본 김정연 검사는 사이다를 들이킨 것처럼 아주 상쾌했다.
맨날 자신에게 쓰잘데기 없는 일감이나 던져주는 걸 낙으로 삼 던 놈들의 멱살을 쥐고 흔든 꼴이 됐으니 그저 통쾌했다.
“크으…. 이 맛에 강재환 회장 편 들었지.”
저 인간들이 자신에게 떠넘기는 일감과 강재환 회장이 시키는 일감을 합하면 일의 양이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저 놈들의 높은 콧대가 뭉개지고, 짓밟히는 걸 보고 있자면 재환의 편을 든 게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야! 김정연! 너 이거 나가서 회견해라.”
“죄송하지만 제가 일이 많아서요.”
“야, 그 일이 먼저냐 이 일이 먼저냐.”
“당연히 이 일이 먼저죠? 이거 YK 건 늦장부리다가 또 무슨 욕 처먹으려고요. 지금도 욕 한 바가지 먹고 있어서 배 터지겠는데.”
김정연은 뻔뻔하게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빠져나갔다.
전에 재환이 했던 대로 저들은 조만간 숙청당할 이들이다. 굳이 저들의 비위를 맞추고 아첨해가면서 버텨야 할 이유 없다.
공무원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이 그거 아닌가.
내가 안 잘리지만 저 새끼도 안 잘린다.
어차피 그들은 자신을 자르고 싶어도 못 자른다.
“어우, 기분 째지네.”
김정연은 얼굴을 붉히는 이들을 슬쩍 보면서 웃음을 참기 위해 애썼다.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온 김정연은 한가득 쌓여있는 잡무 서류를 대충 치우고 의자에 앉았다. 바쁘다고는 했지만 재환이 건네준 자료들 덕에 YK건은 진작 끝났다.
의자에 앉아 펜을 돌리면서 중얼 거렸다.
“그나저나 강재환 회장 괜찮으려나.”
강재환 라인을 탔기에 김정연 부장검사는 TBS에 재환이 나오면 빼먹지 않고 시청했다. 그러니 이번 사건도 곧바로 목격할 수 있었다.
자신의 동아줄이 잘린다는 상상에 전신에 오한이 들었지만, 서진의 연락을 받고 그나마 안심할 수 있었다.
“안 다쳐서 다행이긴 한데…. 이거 작두는 인간 보는 거 마냥 아슬아슬해서 원 살 수가 없네.”
재환의 걱정을 하고 있으니 시기적절하게 재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김정연은 목을 한 번 가다듬은 뒤 최대한 걱정스런 어조로 전화를 받았다.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화면으로 봤을 땐….”
“괜찮으니까 호들갑 떨지 말고요. 지금 바로 일 하나 시작할 준비하세요.”
“일이요?”
YK 건이 끝난지 얼마나 됐다고…. 사실 그것도 기한으로 따지면 아직 좀 남아있다. 그렇기에 조금 힘들 것 같다는 말을 하려는 순간 재환의 입에서 폭탄이 터져 나왔다.
“김현태 전 시장의 진짜 유서가 있어요. 거기에 따르면 좀 조사 받아야 할 사람들이 꽤 많거든요? 그와 관련된 자료들 쭉 정리한 거 보내드릴게요.”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말에 김정연은 잠시 정신이 아찔했다.
뭐라 말하지도 못하고 어버버하는 사이 이메일로 첨부파일이 한 가득 든 메일이 꽂혀 들어왔다. 당장 쓰레기통에 집어넣고 싶은 마음과 울분을 터트리려는 순간 재환이 말을 이었다.
“다음 주에 YK건 관련 발표를 TBS에서 할 거에요. 깔끔한 옷 입고, 스타일링도 좀 받아요. 한 두 사람이 볼 것도 아닌데 추레하게 나올 순 없잖아요. 자세한 일정은 비서실장 통해서 전달할 테니 다음 주에 있다는 것만 알아두세요.”
재환은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김정연은 한 마디 말도 하지 못하고 헛웃음만 흘렸다.
그저 귀신에 홀린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