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17
119화
재환은 상황이 대충 정리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든 꼬인 일을 수습해낸 것 같아 다행이다. 아니 거기에 한 술 더 떠 검찰 쪽에도 내분을 일으킨 듯하니 조금 더 나은 것같다.
물론 재환이 직접 기사를 보도했을 때랑은 비교가 안되는 미미한 이득이긴 하다. 그래도 이쪽 턴을 뺏기지 않고 적에게 한 방 먹였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지금 웃어?”
그런데 옆에서 싸늘하게 내려다보는 예희를 보자면 그렇게 이익은 아닌 것 같다. 예희는 손에 든 과도로 당장 재환의 가슴을 쑤실 기세를 풍기고 있었다.
서진은 소리소문 없이 슬쩍 자리를 떴다. 소율이와 소이라도 있으면 분위기가 조금 나을 테지만 아예 같이 오지 않은 모양이다.
“당신 뭐하고 다니는 거야.”
“아니, 내가 다치려고 다쳤나…. 지가 멋대로 떨어진 걸 나보고….”
“그게 멋대로 떨어져? 노후화 됐으니까 떨어졌겠지. 그 노후화된 기기를 방치한 직원들을 빨리 잘랐어야지 뭐 했어!”
예희의 말은 꽤나 그럴싸했지만 무논리에 가까웠다.
저런 식으로 따지면 TBS 내에서 감기가 걸리면 그거 또한 재환의 책임이다. 처음부터 감기에 걸릴 환경을 조성하지 말았어야 하니까.
모든 걸 재환의 탓으로 돌릴 기세였기에 재환은 침묵을 택했다. 어설프게 변명해봐야 더 혼날 뿐이란 걸 경험으로 채득했다.
예희는 신경질적으로 사과를 잘라 재환의 입에 쑤셔넣었다. 입 크기에 비해 지나치게 큰 조각이라 입가가 아팠지만 그 사실을 소리내어 말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주는 대로 쳐먹었다.
사과 하나를 다 먹어갈 즈음 예희가 한숨과 함께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내가 많은 거 바란 것도 아니잖아. 위험한 일은 하지 말라고.”
“그랬지….”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야?”
재환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분명 위험한 일이 없게끔 한다고 했는데, 이런 상황이 발생했으니 뭐라 항변하면 좋을 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미안해….”
“미안하면 미안할 짓을 하지 말았어야지!”
“그게…… 또 맞는 말이긴 한데….”
재환은 눈을 감았다. 차라리 계열사 사장들이 압박해 오는 게 정신 건강에 훨씬 이로울 것 같다.
병실에 흐르는 침묵을 깬 건 다름아닌 재환이었다.
“여보, 내가 꼭 해야 할 일이 있어.”
재환은 카르텔에 대한 정보 일부를 풀어놨다. 큼지막한 기사들을 여러 차례 터뜨려 온 덕에 어느 정도는 밝혀도 괜찮았다.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예희는 묵묵히 듣고 있었다.
얘기를 듣는 동안 어떠한 리액션도 없는 게 괜히 재환의 속이 더 타들어갔다.
예희는 긴 침묵을 깨고 말문을 열었다.
“그래서 이런 일이 생기는 거라고?”
“그런 거지. 그래도 생명에 지장이 생기는 일은 전만큼 없을 거야.”
“휴우….”
예희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별거 아닌 행동에도 괜히 재환은 움찔했다.
“여보?”
“푹 쉬기나 해. 어차피 내가 그만두라고 말해도 들을 양반도 아니니. 난 집에 가서 옷 좀 가져 올 게.”
“어, 어어.”
예희가 쌩하니 나가자 재환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만간 가족 서비스로 해외여행이라도 준비해 봐야 하나 싶다.
그래봐야 임시방편이고 최대한 빨리 카르텔을 처리하는 게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회장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네.”
서진은 재환의 안색을 보고 작게 헛기침 했다.
재환이 내린 지시를 전부 수행하고 진작 병실에 도착한 그였지만, 밖에서 싸움이 끝나길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괜찮아요. 크게 다친 건 아니니까 금방 퇴원할 수 있을 거에요.”
일찍 퇴원하는 대가로 재환은 예희의 잔소리를 들어야겠지만, 그보다는 일이다.
재환은 표정을 굳히고 서진에게 물었다.
“달리 다친 사람은 없어요?”
“네, 정확히 회장님을 노린 피습이었는지 다른 사람들은 찰과상에 불과합니다.”
“그건 다행이고, 그 놈은 잡았어요?”
“네.”
재환이 말한 그놈은 박민혁을 말했다.
박민혁은 시킨 대로 일을 처리하고 조용히 방송국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카르텔이 준비한 집으로 피신을 가려 했지만, 그 전에 경찰에게 붙잡혔다.
“본인은 시킨 대로 했다고 하는데, 누가 시켰는지 언제 시켰는지는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모르는 거겠죠. 쯧. 그 놈 어설프게 못 빠져 나가도록 확실하게 처리하세요. 그리고 그 놈만 연루된 거 아니죠?”
박민혁 혼자 일을 벌였다기엔 너무 일이 착착 들어맞았다.
조명 레일을 내리지 못한다고 한 점이나, 진작 그만둔 사람이 스튜디오까지 쭉 들어온 점이나 박민혁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서진 역시 그 사실을 알고 곧바로 조사해서 명단을 만들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의심되는 사람들입니다. 직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보기엔 미흡한 부분이 많습니다.”
“일단 요주 인물로 분류해두고, 징계도 내리세요.”
“알겠습니다.”
사람들에 대한 일 처리가 끝났으니 다음은 TBS다.
“스튜디오는 어때요.”
“정리 중이긴 한데, 데스크가 부서져서 뉴스 스튜디오는 일단 폐쇄했습니다. 당분간 뉴스 촬영은 다른 스튜디오에서 진행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오늘 회장님이 보도하려고 한 기사를 어떻게 할 거냐는 점입니다.”
“제가 직접 보도해야죠. 내일 나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간단히 얘기를 마친 뒤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일이 잘 풀리는 듯 하다가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렇네요.”
“상대가 상대다 보니 그렇죠.”
그들의 악의에 진절머리가 났다.
하지만 그들의 플랜을 박살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다음에는 또 어떻게 나올지가 걱정이네요.”
* * * * *
사건이 발생하고 며칠 후 김현태 시장의 진짜 유서란 이름으로 재환이 기사를 내보냈다.
미리 준비를 다해놨던 김정연 부장검사는 유서에 이름을 올린 관련인들을 체포했고, 재환의 편에 선 의원들은 청문회를 열었다.
박민혁과 함께 죄를 저질러온 이들은 최대한 발뺌하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어떻게든 빠져나갈 궁리만 했지만, 재환이 그리 두지 않았다.
청문회에 거짓 진술을 해 보이면 그 다음날 TBS의 기사에는 팩트로 점철된 기사가 나갔다.
때문에 거짓 진술로 빠져나가려 한 그들은 역으로 곤경에 처했다.
한국이 이렇게도 부정 부패가 만연한 곳이었냐며 사람들이 매일 같이 목소리를 냈고, 그 결과는 시위로 이어졌다.
“정권의 부패를 몰아내자!”
시청 앞에선 매일 시위가 벌어졌고, 이렇다보니 대통령도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이번 일로 얼마나 상심이 크셨습니까. 저 또한 국민을 대표해야 할 이들이 벌인 끔찍한 만행에 치가 떨렸습니다.”
대국민 담화자리에 나와 이번 일로 의원들을 맹비난하며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다짐했다. 과연 그게 말 뿐인지 아니면 행동으로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 사람들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재환은 그 담화 장면을 재방송으로 지켜보며 말했다.
“저 정도로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겠습니까.”
“힘들겠죠.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라를 대표하는 위치에 있으니까요.”
재환의 말에 답한 건 서진이 아닌 저 화면 속의 주인공인 대통령이었다.
그는 이번 사건의 진실을 보도했다는 공로를 치하하시 위해 직접 KG 그룹까지 왔다.
대외적인 명목은 이러하고 실상은 개인적인 부탁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일, 언제까지 장작 넣으실 생각이십니까?”
“글쎄요. 아직은 불을 꺼트릴 마음이 별로 안 들어서요.”
적어도 의원들의 3분의 1은 갈아 치운 뒤에야 장작을 그만 넣지 않을까 싶다.
대통령은 재환의 말을 듣고 진지하게 되물었다.
“이번 사건은 이쯤 해두시죠.”
카르텔이나 할 법한 말에 재환은 인상을 썼다.
자신에게 이런 요청을 한다는 건 자칫 잘못하면 언론 탄압이란 기사가 나갈 수도 있다. 그걸 모를 사람이 아닐 텐데도 이런 말을 했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음이 분명했다.
“뭐 때문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대통령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꺼냈다.
“회장님이 아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이 자리에 올라오는데 여러 일이 있었습니다.”
안다.
그는 대통령보다 사업가에 어울리는 인물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뭐든 할 수 있는 이였다.
그러니 꽤나 많은 뒷돈을 챙겨주고 자신의 호주머니를 채웠다.
이 부분만 보면 대통령이나 카르텔이나 도긴개긴이지만 미묘하게 다르다. 적어도 그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패악질을 부리진 않았다.
“그래서인지 절 싫어하는 사람이 제법 있는 편인데 그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조용히 내려가면 어떻겠나 하고요.”
카르텔에서 직접적으로 하야하라고 압박했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탄핵될 것이라고, 법정에 끌려가고 싶냐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허….”
“그래서 우리 KG 그룹 회장님이자 TBS의 간판 아나운서인 강재환 회장님께 부탁을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그가 눈짓하자 옆에 서 있던 비서가 서류 가방을 테이블에 내려놨다. 뭐가 꽉 들었는지 소리가 묵직했다.
“한 번 확인해 보시죠.”
시큰둥한 눈빛으로 가방을 열어본 재환은 혀를 찼다. 가방에는 골드바가 한 가득 담겨 있었다.
요즘 금 시세를 생각하면 못해도 몇 억은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못해도 그 정도고 제대로 치면 더 되리라 확신했다.
“제 마음입니다.”
“마음이 참 가증스럽군요. 대통령님, 제가 일개 기자나 방송국 대표로 보이십니까?”
억 소리나는 돈이 적잖은 금액이라는 건 재환도 잘 안다.
하지만 재환은 지금 KG 그룹의 회장이다. 한 달에 그의 통장에 꽂히는 돈만 이 돈의 몇 배는 된다.
다른 이도 아니고 재환을 돈으로 회유하려 하는 건 상당히 멍청한 짓이다.
“오늘 이 돈은 못 받고, 못 본 걸로 하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제 성의를 봐서라도 좀 도와주실 수 없으십니까.”
“네, 못 도와드립니다. 대신 하야 하실 때 안 좋은 소문이 나는 건 막아드리겠습니다. 딱 거기까지가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최선입니다.”
예전에 대통령이 재환을 지원했던 걸 생각해서 이만큼이라도 해주겠다 말했다.
그는 씁쓸했지만 그 선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여기서 더 구차하게 달려들어도 들어줄 사람이 아니라는 걸 느꼈던 탓이다.
“그럼 조심히 가시죠.”
대통령을 배웅한 뒤 재환은 갑갑한 넥타이를 풀고 숨을 뱉었다.
서진이 시원한 물 한 컵을 가져 오며 물었다.
“이번에 도와주고 빚을 하나 달아두는 게 이익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볼 수도 있죠. 하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이게 이익이에요.”
“이익이라고요?”
재환은 고개를 끄덕이고 답했다.
“이번 대통령이 하야하게 되면 새로운 대통령을 뽑으려 할 겁니다. 당연히 카르텔 측에서 후보를 하나 올릴 거고, 반드시 당선시키려 할 거에요.”
여기서 핵심은 반드시다.
대통령 후보를 반드시 당선시키기 위해 그들은 뭘 할까.
“범죄를 저지르겠군요.”
높은 확률로 그리 될 터다.
재환은 그 점을 노리는 셈이다.
“증거를 잡아서 빼도박도 못하게 만들어버리면 됩니다.”
재환이 그린 큰 그림의 마지막 지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걸로 카르텔에 엮인 이를 모조리 잡아 뽑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