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18
120화
대통령과 재환이 만나고 며칠 지나지 않아 각 언론사에서 대통령의 비리와 일감 몰아주기가 보도되기 시작했다.
담합이라도 한 것처럼 대다수의 언론사들에서 기사가 동시에 터져 나왔고, 여론의 방향을 기이하게 틀어버렸다.
“시장에 국회의원에 대통령에,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네.”
“나라 꼴 잘 돌아간다!”
“대통령도 저 모양이냐.”
사람들은 분노를 터트리고 시선을 TBS로 돌렸다.
대다수의 언론사가 기사를 냈지만 일부 언론사, TBS는 이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상 신뢰할 수 있는 기사만 써내는 TBS였기에 여기서도 같은 기사가 나온다면 100퍼센트 대통령의 행보에 문제가 있단 소리가 되었다.
“어떻게 할까요?”
“음…. 보도하세요. 대신 옆의 언론사들처럼 사람들 분노 부추기지 말고. 최대한 담담하게 팩트만 객관적으로 보도하도록 조치하세요.”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재환의 지시가 떨어지고 TBS에서도 같은 소식을 보도하자 사람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어졌다.
“우리가 세금을 니들 주머니 채우라고 내는 줄 아냐!”
“그냥 다 끌어내!”
광화문 앞에서 시위가 시작되고, 기다렸다는 듯 의원들이 움직였다. 그들은 곧바로 탄핵을 주장했다.
정확히는 카르텔 소속 국회의원들이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게끔 만들었다.
“국민의 대표가! 누구보다 모든 국민을 공평하게 신경써야할 대통령이 이런 일을 벌였다는 건 있을 수가 없습니다!”
“탄핵해야 합니다!”
다소 과격한 주장들이긴 했지만 사람 셋이 모이면 호랑이도 만들어낸다 했듯, 여론이 하나로 모여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탄핵 소추권을 발동할 지 말지에 대해 투표가 시작되려던 차에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시작했다.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켜드려 죄송합니다. 국민 여러분이 앉혀주신 이 자리에서 절대로 해선 안 되는 행동을 했습니다.”
말이 대국민 담화지 길고 긴 내용을 한 문장으로 축약해서 말할 수 있었다.
잘못한 걸 아니까 알아서 물러나겠다.
즉 하야하겠다 발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사람들의 반응은 둘로 갈렸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과하게 반응하는 거 아니냐는 쪽과 잘 선택했다는 쪽이었다. 양쪽의 여론이 비등비등했기에 누가 맞다는 걸로 또 인터넷 여론은 반으로 나뉘어져 싸워댔다.
그들이 싸우든 말든 이미 하야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발표를 했다.
대통령 직은 비었고 예정보다 이른 대선이 시작됐다.
“문체원씨도 한 번 나가보실래요?”
“이상한 소리 마세요. 거기에 제가 왜 나갑니까.”
문체원에게 연락을 하니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 어차피 재환은 이번에 문체원이 나가서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나가는 말로 던진 셈이다.
문체원은 역으로 재환에게 질문했다.
“차라리 회장님이 나가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인지도도 높고 이미지도 좋잖아요.”
“그럼 KG 그룹은 어쩝니까.”
“뭐, 비서실장님도 계시고 대신할 사람이야 있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회장님은 사업가보단 정치 쪽이 더 어울리는데 말이죠.”
조곤조곤 팩트를 내지르니 재환이 머쓱하게 웃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람 보는 눈은 있는 사람이다.
재환은 전화기를 반대로 들며 말을 이었다.
“전 나갈 일 없습니다.”
“단호하시네요.”
“제가 KG그룹의 회장이 되면서 느낀 바가 많거든요.”
높은 위치에 올라가면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못 하는 것들도 생겨난다.
하나의 재벌 그룹 회장만 해도 운신에 제약이 걸리는 데 대통령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해야만 하는 일들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건 지양하고 싶다.
“그래도 일단 문체원씨는 이름이라도 걸어 보시죠. 돈은 어떻게 마련해 드릴 테니까요.”
“됐습니다. 질 게 확실한 싸움에 베팅 하실 겁니까.”
일련의 대화를 나누면서 재환과 문체원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정했다.
전화를 끊고 옆에 있던 서진이 물었다.
“진짜로 출마할 생각 없으신 거 맞죠?”
“문체원씨도 아니고 비서실장님이 그런 걸 걱정합니까.”
재환은 서진에게 한 번 투덜댄 뒤 뒷말을 이었다.
“어차피 이번 대선에는 승자가 정해져 있어요.”
“유력한 후보가 둘이긴 하지만 비슷비슷하지 않습니까?”
서진의 질문에 재환은 고개를 저었다. 이번 대선에는 확실한 승자가 있다.
그것도 카르텔에서 아주 열심히 준비한 패다.
“한국당의 여자 당원 중에 한 명이에요.”
“아, 그 분요? 흐음….”
서진은 바로 알아차렸지만 고개를 갸웃했다. 말을 들었음에도 어째서 확실한 승자라는 건지 알 지 못했다.
그야 범죄를 저지른다고 쉽게 생각하진 않을 테니까.
바로 알아차리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다.
“인지도가 그렇게 높지 않은 걸로 아는데요. 한국당의 열렬한 지지자들은 그 분을 반드시 뽑긴 하겠지만요.”
“맞아요. 그래도 뽑힙니다.”
여기까지 말하니 서진도 흠칫하며 답을 알아냈다. 그리고 이어 재환의 의도까지 알아냈다.
“일부러 놔두시는 겁니까?”
“네. 한 번에 싸잡아 보내버려야죠.”
“만약 다른 후보가 당선되면 어떡합니까?”
“그럼 또 따로 조사를 해봐야겠죠. 근데 그럴 가능성은 낮을 거에요.”
그들이 그 후보에 들인 공이 상당하다. 한 번의 실패도 용납하지 않을 테니 이번에 확실하게 당선시킬 것이다.
선거 날짜가 잡히고 후보들은 저마다의 공약을 내걸고 자신을 팔기 시작했다.
재래시장을 돌고, 사람들과 악수를 하고 그들의 불만을 듣고.
늘 하는 방법으로 그들은 사람들과 접하며 표를 하나 둘 모아갔다.
이 와중에 KG 그룹의 계열사 사장들은 임원진 회의로 재환을 또 불렀다.
“여러분, 제가 봉입니까? 오라고하면 오고 가라고 하면 가고? 아무리 제가 회장직에 부족한 사람이라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크흠…. 그건 죄송합니다만 저희도 알아두고 싶은 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뭡니까. 들어보고 별 거 아니면 두고 보죠.”
“VIP에게 돌릴 떡은 어떻게 합니까. 그 떡에 따라서 재정 상황을 조정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떡이 의미하는 건 단 하나다. 후원금의 명목으로 누구에게 얼마나 지원하느냐.
그에 대해 재환의 답은 정해져있다.
“뭐 별거라고. 이번엔 안 냅니다.”
“네?”
“그 돈은 여러분 회사에 필요한 곳에 가져다 쓰세요.”
“하아…. 회장님, VIP와의 유대관계를 쌓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르시는 거 아닙니까? 지난번 한성과 전 VIP가 유착해서 가져간 국가사업이 몇 개인지 아시지 않습니까.”
대운하 사업과 개성 공단 지원 사업 등 국가적으로 진행해야 할 사업들을 한성에서 독점하다시피 해서 모든 일을 처리했다.
그로서 한성은 합법적으로 국고를 털어갔고, 명성도 쌓았다. KG 그룹이 한성과 비슷하다가 밀린 이유가 이와 같은 이유다.
재환은 그제야 이 사장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를 알았다.
또 한성에게 밀릴까봐 걱정하는 것이다.
“압니다. 제가 그 정도도 모르는 빡대가리로 보이십니까?”
“알면서….”
“하나만 말하죠. 여기서 저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신 분 있습니까? 정재계 사회 전반에 걸쳐서 말이죠.”
그렇게 말하면 이들은 할 말이 없었다.
재환이 가진 정보들을 토대로 그들은 상당한 이익을 봤으니까.
“확신합니다. 이번에는 떡 필요 없습니다.”
“그로 인해 생길 리스크는….”
“그렇게 불안하면 한국당 말고 국민당 후보에게 조금 줘요. 많이 말고 생색낼 정도로만요.”
“흐음….”
재환의 판단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이었지만, 재환이 이견을 받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로 나오니 별 수 없었다.
“그럼 그러겠습니다.”
“아, 여기에 모였으니 하나 물어보죠. 혹시 계열사 내부에 한국당이랑 관계된 사람 있습니까? 아니면 한국당에서 지원하는 사업에 참여한 사람 있나요?”
“그건….”
“조사해두세요. 이번 대선 끝나면 한국당 크게 흔들릴 겁니다.”
재환의 말에 계열사 사장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대선 후보 중 가장 지지율이 높은 후보가 한국당의 후보다. 그런 후보와 관련된 문제가 있다?
역풍을 맞기 전에 준비해야한다.
재환은 필요한 말을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의실을 나가려다 멈칫하고 사장들을 돌아봤다.
“여러분의 걱정이 태산 같다는 거 잘 알지만 자꾸 오라 가라 하지 마세요. 제가 필요한데 안 부르겠습니까? 저 대신 구 회장님이 계셨어도 이러셨을 겁니까.”
“……끄응….”
“잘들 처신하세요.”
재환이 경고의 말을 남긴 뒤 회의실을 떠났다.
임원진 회의가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국민당 후보로부터 연락이 왔다. 재환이 생색낼 정도로 낸 만큼 딱 그 정도 수준의 감사인사였다.
전화로 얘기를 조금 나누던 재환은 턱을 쓸며 슬쩍 정보 하나를 흘렸다.
“후보님, 이번엔 힘 빼고 임하시죠.”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후보님도 알잖아요. 한국당의 후보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는 걸요.”
지지율 조사에 허점이 많고 조작된 수가 상당하다는 걸 생각하면 비등비등하지만 그 점은 쏙 빼고 말하지 않았다.
후보는 말을 듣고 잠깐 고민하다가 말을 이었다.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봐야겠죠.”
“네, 그것도 좋은 방법이죠.”
이만하면 재환은 필요한 정보를 다 던져줬다 여겼다. 내 사람도 아닌데 그 이상은 과하다.
국민당 후보와 얘기를 나눈 다음날, 재환은 한국당 후보를 만났다.
그 후보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 회장실로 직접 찾아와 상석에 앉았다. 당에서 공주라고 부르는 것 때문인지 진짜 자기가 공주인 줄 아는 모양새다.
재환은 기가 찼지만 대선 후보나 되는 사람을 함부로 내칠 수 없기에 차를 내오며 물었다.
“많은 사람을 만나보셔야 할 분이 이런 누추한 곳까지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누추한 줄 알면 제가 이런 곳까지 오지 않도록 하셨어야죠.”
갑과 을이 바뀐 듯 한 말에 재환이 잠시 벙쪘다. 여러 사람을 만났지만 이런 캐릭터는 또 처음이었다.
어이가 없었지만 차분히 말을 꺼냈다.
“무슨 일인지 알면 제가 조치할 수 있도록 조치해보죠.”
“이렇게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대기업 회장이라니. KG 그룹의 앞일도 훤하네요.”
재환의 성질을 박박 긁은 그녀는 본론을 꺼냈다.
“대통령이 되는데 돈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 본론이라 함은 후원금을 뱉으라는 것이다.
아마 한국당의 당원 중에 KG 그룹이 국민당에 후원금을 줬다는 말을 들었던 거겠지.
재환은 피식 웃고 다리를 꼬았다.
“그것도 모르고 대통령을 한다고 나선 겁니까? 이거 사람들이 보는 모습과 진짜 모습이 차이가 좀 있으시네요.”
“회장님? 말이 좀 이상하네요. 마치 진짜 저는 대통령으로 부족하다는 말처럼 들리는 데요?”
“정확하게 들으셨습니다.”
재환은 비릿하게 웃으며 그녀를 내려다봤다.
“제가 후원금을 보내지 않은 이유가 뭐겠습니까. 안 될 거 같으니까 그런 거겠죠?”
재환의 말에 그녀는 굴욕감을 느껴야만 했다. 이처럼 누군가에게 짓밟히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으니 그 충격이 더 컸다.
“후회할 일을 만드시네요.”
“누가 할 소리를요. 이거 바쁘신 분이 이런데 계속 계셔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재환의 축객령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환을 째려본 뒤 나가면서 문을 소리 나도록 세게 닫았다.
문을 부술 기세에 재환은 헛웃음을 지으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이 분, 적당히 해선 안 되겠네.”